북한에서 김일성이 1930년에 창시하였다고 주장하는 사상. 북한의 모든 정책과 활동의 기초가 되는 조선노동당의 유일지도사상으로 되어 있는데, 북한에서의 주체사상은 주체확립이라는 정치적 목적으로부터 비롯되고 있으므로 철학사상은 아니다. 따라서 오늘날 북한의 주체사상의 중심명제가 “사람이 모든 것의 주인이며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것을 내세워 “인간 중심의 새로운 철학사상”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것은 주체확립의 의지와 실천성을 강조하는 하나의 지배적 통치이념으로 규정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주체사상은 1926년 10월 김일성이 결성하였다고 주장하는 타도제국주의동맹(打倒帝國主義同盟)에서 주창되기 시작하여 1930년 6월 열렸다는 카룬회의에서는 주체사상을 지도사상으로 하는 주체형(主體型)의 당조직을 조직했다고 밝히고 있다. 말하자면 김일성이 14세 때 주장하기 시작하여 18세에 이르러서는 그 원리를 공식적으로 천명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같은 주장은 1982년에 이르러 김정일이 김일성의 위광(威光)을 높이려는 의도적인 조작에서 나온 주장이며,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주체사상에서의 주체란 처음부터 정치적 성격을 띤다. 김일성은 주체에 대하여 “모든 것을 북한의 실정에 맞게 해나가며, 마르크스 ·레닌주의의 일반원리와 다른 나라의 경험을 북한의 실정에 맞게 창조적으로 적용해 나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렇게 보면 주체사상의 핵심적 내용은, 곧 북한의 사회주의 혁명과 건설에서의 주체확립을 뜻하게 된다. 주체확립에 대하여 북한은 1970년 노동당 제5차 대회에서 그 규정을 했는데, 여기서 주체확립의 중심개념은 주인다운 태도인 자주적 입장의 견지와 창조적 활동으로서, 이것은 곧 자기혁명은 자기가 해야 한다는 것, 남으로부터 원조를 받지 않고 자기갱생을 해야 한다는 실정을 반영하는 것과 다름없다. 결국 주체사상은 초기에는 북한의 실정에 알맞은 혁명과 건설의 추진을 강조하는 소박하고 통속적인 사고에 불과한 셈이었다. 그런데도 주체사상은 1970년 이후 북한 공산주의자들에 의해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동격으로 격상되면서 철학적 성격이 분식(粉飾)되었고, 오늘날에는 이 두 사상을 더욱 풍부하게 발전시켰으며, 현시대의 혁명과 건설과정에서 제기되는 모든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해답을 주었다고 선전하고 있다. 78년 4월 9일 북한의 대표적 해외친북단체인 ‘주체사상국제연구소’를 창설하여 주체사상의 국제적 보급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주체사상이 북한 주민의 사상을 무장시키고, 정치적 총합에 효과적인 통치 이데올로기로 기능하여 왔음은 틀림없다. 또 대외적으로 비동맹권 국가에게는 공산주의 세계혁명론으로 부각되고, 서방권 국가에는 민족공산주의(民族共産主義)로 오인되는 등의 효과를 낳고 있다. 이러한 주체사상은 폐쇄를 전제로 하는 상황에서는 통치 이데올로기로 기능할 수 있겠으나 1980년대 말 일기 시작한 동유럽 공산권의 민주화 ·개방화와 소연방의 해체, 중국의 개혁정책 앞에서는 더이상 위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