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의 은총
하나님의 인류에 대한 사랑을 우리는 ‘은총’이라고 합니다. 시몬 베유는 은총은 위로, 타인에게로, 초월적인 세계를 향해 움직이게 하는 힘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은총은 자연스럽게 생기는 것이 아니고, 의지만으로 얻을 수도 없답니다. “은총은 우리가 올라가서 얻는 것이 아니라, 내려오는 것이다.” 그녀는 은총을 받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단 하나라고 강조합니다. 바로 자신을 비우는 것, 나를 비우고, 욕망을 비우고, 내 의지를 비울 때, 그 빈 공간 속으로 은총이 스며든답니다. 물을 받으려면 먼저 컵이 비워져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리는 내려가야 한다. 자발적으로 내려감으로써 은총을 받는다.” 이것은 역설입니다. 올라가기 위해 내려간다는 말입니다. 시몬 베유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수난을 그 예로 듭니다. 하나님이 인간이 되어 가장 낮은 자리, 십자가로 내려가셨을 때, 그것이 가장 큰 은총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자기를 드러내고 싶은 욕망, 더 많이 소유하고 싶은 욕망, 인정받고 싶은 욕망, 이 모든 중력을 내려놓을 때 우리는 참된 자유와 평화, 곧 은총을 경험할 수 있다고 일러줍니다. 쉽지 않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