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호초등학교의 ‘창’은 한자로 ‘蒼’이다.
‘푸르다’라는 뜻이다. ‘호’는 ‘湖’다. 호수라는 뜻이다.
푸른 바다를 내려다 보고 있는 학교다.
동해바다에서 해가 뜨고 묵호항에서 어선이 출발하고 울릉도로 썬플라워호가 가고 오고, 밤이면 오징어배의 조명이 목련꽃처럼 피어나는 것을 지켜보고 있는 학교다.
나는 바로 앞 동문산 능선의 아파트에 살았다. 자주 창호초등학교로 갔다.
학교 운동장에서 동배바다를 내려다 보면, 파노라마 화면을 보는 듯 벅차오른다.
창호초등학교로 가는 길은 세갈래다.
사문재를 넘어 해맞이길을 들어서자마자 해맞이길을 따라가지 말고 오래전부터 있었던 동문산 옛길을 올라가야 한다. 그 길은 한 여름에 녹음이 우거진다. 그길을 겨우 넘으면 창호초등학교 뒤가 나온다.
학교 뒤에는 밤나무가 무성하다. 가을이면 떨어진 밤들이 자동차 바퀴에 부서져 사방에 흩어져 있다.
묵호항 바로 앞에서 동문산을 오르는 산제골 길을 오르는 방법이 제일 빠르다. 경사가 심해서 천천히 올라야 한다.
어달리 해변에서 가는 방법은 제일 멀다. 해맞이길의 한 갈래가 어달리로 향하는데 그 길을 따라서 오르다가 내가 살던 아파트 앞에 서면 세 갈래 길이 나오는데 한 갈래는 묵호등대로 내려가는 길이고, 한 갈래가 창호초등학교다.
이미 창호초등학교가 멀리 보인다.
창호초등학교 아이들 부모들의 고향은 전부 다르다. 전국에서 오징어로 돈을 벌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경상도 사람들이 제일 많고 충청도 전라도에서도 왔다. 전부 오징어가 찍어낸 돈이 부른 것이다.
가난했던 사람들이 아이는 더 많이 낳았다.
피임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밤이면 남편은 색시집 돌아다니다가 분이 풀리지 않으면 아내 배위에 올라타서 아이를 마구 만들어냈다.
아내는 바람 피운 남편이 밉지만 못이긴척 상대를 했다.
그래서 생긴 아이들이 창호초등학교를 다녔다.
창호초등학교의 역사는 68년이다.
창호초등학교가 생기기 전에는 발한동에 있는 묵호초등학교를 다녔다. 묵호초등학교는 일본놈들이 만들었다. 역사가 깊다.
묵호초등학교에 묵호항 아이들이 들이닥치자 교실이 미어터져서, 2부제 수업을 했고, 그것 마저 불가능해져서 창호초등학교를 만들었다.
묵호항 어부의 자식들이 창호초등학교 아이들이다. 묵호항이 가장 찬란했을 때 창호초등학교가 태어났다.
창호초등학교는 항상 묵호항을 내려다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