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 더 나아가 세계 경제 흐름을 보려면 미국의 실업 상황과 금값을 관찰하라는 말이 있다. 미국의 실업상황은 실업수당 청구 건수로 나타난다. 또한 금값은 달러화에 대한 믿음과 관련돼 있다. 결론적으로 두가지 모두 상황이 아주 좋지 않은 쪽으로 향하고 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지난주(3월 27일~4월 1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2만8000건으로 집계됐다. 블룸버그통신이 추산한 시장 전망치 20만 건을 훨씬 웃돈 수치이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20만 건을 넘어선 것은 3월 초에 이어 4주 만이다. 최소 2주 이상 실업수당을 청구하는 계속 청구 건수는 월가 전망치 170만 건보다 많은 182만3000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12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이 그래도 실업률은 낮다, 다시말해 고용상태는 양호하다면서 위안을 삼던 것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최근 발표된 2월 구인건수가 2년 만에 처음으로 천만 건 아래로 내려가고 3월 민간고용 증가 폭도 준 데 이어 실업수당 청구마저 늘면서 미국 고용시장 둔화 우려가 커진 것이다.
국제통화기금 IMF도 요즘 심상치 않은 전망을 내놓고 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이 3%를 밑돌고, 앞으로 5년간 3%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IMF 총재는 현재와 중기적으로 볼때 세계 경제 전망은 성장이 약한 상황으로 가게될 것이라고 표현했다. 미국발 금융 부문 위험에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그로인한 지정학적 갈등이 무역 감소로 이어지면서 장기적으로 세계 총생산의 경우 최대 7%까지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녀는 앞으로 세계 경제가 가는 길 그가운데 특히 강력한 성장으로 가는 길은 거칠고 안개가 자욱하다는 표현으로 암울한 미래를 예측했다.
경제 상황이 위기상황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아질 때 금값은 급등한다. 달러화에 대한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기도 한다. 국제 금값이 사상 최고가를 넘어설 상황이다. 세계 경기 침체 신호가 명확해짐에 따라 안전 자산 선호 경향이 뚜렷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요즘 금값이 온스당 2000달러을 호가한다. 왜 그럴까. 달러 가치가 하락하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가 하락하면 금값이 올라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다. 머니 머니해도 금만한 것이 없다는 생각에서 이다. 미국은 1971년 미국의 경제력이 약화되고 유럽과 일본의 경제력 위상이 높아가자 대단한 결정을 내린다. 그동안 금과 달러 두가지를 이른바 투 톱으로 하는 경제 구조였지만 금을 버리게 된다.오로지 달러로만 금융통화 질서를 이끌겠다는 미국의 오만함이 미 달러를 기축통화로 만들었다. 금을 보유한 만큼 달러화를 찍어내던 금태환정책에서 벗어난 미국은 마구 달러를 찍어낸다. 그러면서 세계 경제를 우지좌지하고 있다. 그런 달러화가 그 역할을 못한다고 판단하면 금값이 상승하게 된다. 중국 위안화의 달러에 대한 도전도 금값 인상에 한몫을 한다는 의견도 있다. 결국 달러는 종이 아닌가. 최악의 경우에는 그래도 금 은같은 현물이 최고라는 판단이 드는 것이다. 특히 전쟁이라든가 경제 위기때 금은의 가격은 급등하게 된다. 금값의 급등은 그만큼 세계 경제가 좋지 않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제 당국의 대처 목소리는 그다지 들리지 않는다. 대비를 잘해서일까. 아니면 지금 할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는 탓일까. 한국처럼 자원이 아주 부족한 나라이거나 무역을 해서 살아가는 나라들은 국제 경제 흐름에 유독 민감할 수밖에 없다. 또한 대처를 잘못할 경우 회복하기 어려운 경지에 몰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나오는 경제 뉴스의 상당수는 그냥 아파트값 등락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경제 흐름에 둔한 계층을 향해 국제상황에 맞지 않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듯 하다. 세계 경제를 송두리채 뒤흔들 강력한 태풍은 점점 그 기세를 키우며 접근하고 있는데 말이다.
2023년 4월 7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