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대학 기숙사 룸메이트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일 장산 등산 가려고 하는 데 갈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주말과 일요일에는 보통 테니스 하러 가니까
등산하고 일찍 하산하여 식사한 다음 바로 테니스 코트로 직행할 수 있도록
우리집과 가까운 장산코스를 정했다는 것이다.
'권라는 장사 밑지지 않는다'고 불러줄 때 가겠다고 해야 다음에도 부른다.
일단 오케이를 했다. 등산하러 나올 때 미리 라케트를 메고 오라고 했다.
친구들 몇명에게 전화하여 등산갈 사람들을 불러 모으겠다고 하고 산에서 마실 탁주며 먹거리는 자기가 준비하겠다고 했다.
오늘 아침 집을 나서면서 상가 지하떡집에 가서 새벽에 갓 한 떡을 두 팩을 사서 배낭 속에 넣고 갔다.
10시에 동백역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모두 10분전에 도착했다. 학교 다닐 때 '5분전 상태' 교육을 철저히 받았기 때문이다.
상급생 간부들로부터 '5분전 상태는 완전한 상태야!"하는 소리를 귀가 따갑도록 들어왔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백역에서 나와 롯데아파트 뒤를 돌아 트랙킹 코스를 따라 올라갔다.
단풍은 거의 끝물이지만 낙엽을 밟고 가는 길은 카펫트를 밟고 가는듯이 쿠션이 있어 발걸음이 가벼웠다.
오늘 모인 친구들은 모두 대학 동기생들로 한솥에 밥을 먹은지 3년이나 됐다.
9명이 모였는데 그 중에는 산을 잘 타는 친구도 있지만 몸컨디션이 좋지 않아 느릿느릿 걷는 친구도 있었다.
옥녀봉 조금 못미쳐 바위에 걸터앉아 각자 준비한 먹거리와 금정산 막걸리를 꺼내 한 잔씩 하였다.
산에서 마시는 술맛은 시내 술집에서 마시는 맛과는 달랐다. 안주로 묵을 사 왔는데 막거리 한잔 마시고
묵 한모타리를 젓가락으로 집어 양념장에 푹 찍어 입으로 가져가니 꿀맛이다.
옥녀봉을 돌아서 하산길로 접어 들었다.
폭포를 따라 내려오니 오랜 가뭄에도 계곡에 물이 제법 졸졸 흘러내리고 있었다.
좌동 재래시장 안에 있는 해물칼국수집으로 갔더니 줄을 길게 서 있어서 기다리지못하고
뒷쪽에 있는 샤브샤브 칼국수집을 찾았다. 마침 손님이 없어서 주문을 하고 소주와 맥주로 건배를 하였다.
해물칼국수로 한 번 이름을 날리니 손님이 줄을 서고 있다고 한다. 다른 집들은 파리를 날리는데도 그 집은 손님들로 북적거리니
먹는 장사에도 노하우가 숨어 있는 모양이다. 신선한 조개로 시원한 국물을 낸다고 한다.
칼국수는 원래 밀가루를 반죽하여 도마 위에 올려놓고 칼로 국수처럼 잘게 쓸어서
멸치 다시물에 넣고 끓여낸다.손으로 조금씩 뜯어 냄비나 솥으로 던져 넣으면 그게 수제비다.
국수는 기계를 통해 더 잘게 뽑아서 말린 것이다. 촌국수나 할매국수도 멸치 다시 물에 국수를 넣고 팔팔 끓여낸 것이다.
국수보다는 칼국수가 감칠맛이 있고 근기가 있다. 음식맛은 어머니의 정성이 녹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