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삻의 무늬는 소리로 기억된다.</p><p>이른 새벽 싱싱한 생선을 확보하려는 자갈치 아지매의 우렁찬 목소리. '재칫국(재첩국) 사이소'를 외치며</p><p>골목을 누비던 재첩국 아지매, 선박에 매달려 철판을 두드리던 깡깡이 아지매.</p><p>이 아지매들이 내는 소리는 향도 부산을 움직이는 심장소리였다.</p><p>소리로 상기되는 재첩국 아지매에 대한 기억은 뚜렷하다.</p><p>매일 새벽 잠결에 듣던 '재칫국 사이소, 재칫국'이라는 외침은 점점 크게 들렸다가 희미하게 멀어져 갔다.</p><p>한 번쯤은 재첩국 아지매를 봤을 텐데 만난 기억은 없고, 소리만 생생하다.</p><p>낙동강 하구에서 잡은 재첩은 대티 고개, 만덕 고개, 구덕령 고개 등 일명 '재첩고개'를 넘어 부산 골목골목으로 퍼졌다.</p><p>재첩국 아지매가 다니는 골목의 집들에서는 아침상에 재첩국이 자주 올랐고, 자연스럽게 부산 서민음식이 됐다.</p><p>낙동강 하구의 재첩국 동이를 이고 행상을 했다.</p><p>1960년대 후반부터 일본으로 수출해 판로가 넓어지면서 재첩잡이 배가 넘쳐났다.</p><p>재첩국 행상도 부산을 넘어 김해, 밀양, 삼량진, 양산 물금 등으로 확산됐다.</p><p>1980년대 낙동강하굿둑 조성으로 재첩잡이는 쇠퇴했고, 재첩국 아지매를 보기 어렵게 됐다.</p><p>부산 하면 자갈치시장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p><p>자갈치시장을 만든 사람들이 자갈치 아줌마다.</p><p>일제강점기에 부산 남향으로 입항하는 어선에서 신선한 생선을 좌판을 펼친 것이 자갈치시장의 시초다.</p><p>6.25 전쟁으로 피란민이 몰려들었다.</p><p>생계가 막막한 사람들은 자갈치 바닷가에 노점을 차렸고, 급속히 확장됐다.</p><p>곰장어구이 판때기장수, 삶은 고개 고기를 판때기장수, 반건조 생선을 파는 판때기장수 등</p><p>변변한 시설 없이 널빤지 하나 걸쳐두고 수산물을 팔던 판때기 아지매들, 그들이 자갈치시장을 만들었고,</p><p>억척스러움을 상징하는 자갈치 아지매가 됐다.</p><p>영도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에 '깡깡이마을'이라 불리는 대평동이 있다.</p><p>피란민과 선원, 이주노동자들이 모여든 곳이다.</p><p>여기에 깡깡이 아지매가 있다.</p><p>여성들이 밧줄에 매달린 채 종일 망치질을 했다.</p><p>망치를 두드려 선박 표면에 슨 녹과 페인트를 떼어 낼 때 '깡깡' 소리가 난다고 해서 붙은 이름이다.</p><p>피할 곳 없는 땡볕, 끝없이 반복되는 망치질, 숨쉬기조차 어려운 분진, 공중에 매달린 공포, 온종일 듣는 쇳소리로 인한 이명과</p><p>불면증 등 열악한 노동 환경에서 삶을 이어갔다.</p><p>수십 년간 깡깡이 소리에 노풀돼 청력이 손상됐지만 깡깡이질로 자식을 키워냈기에 고마운 소리라고 말한다.</p><p>억척스러움에 억척스로움을 더한 깡깡이 아지매다.</p><p>새벽은 자갈치 아지매가 열고, 아침잠은 재칫국 아지매가 깨우며, 낮 열기는 깡깡이 아지매가 지폈다.</p><p>생활력이 강한 여성의 상징인 부산 3대 아지매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장이 국립민속박물관에 펼쳐졌다.</p><p>국립민속박물관 직원들과 부산 지역 연구자들이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열리는 부산,</p><p>바다와 물의 나들목' 특별전은 화려하거나 새련된 전시는 아니다.</p><p>질퍽한 현실, 땀 냄새, 비린내 물씬 풍기는 전시다.</p><p>장마면 어떠랴,</p><p>서울 한복판으로 부산 여행을 떠나 보자.                                                              김창일 국립제주박물관 학예연구사</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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