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FIBA 아시아 U16남자 농구대회에서 대만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던 16세 이하 남자농구대표팀 선수들. 이젠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있다.(사진=FIBA)>
지난해 오 감독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브리타마 아레나에서 열린 2015 FIBA 아시아 U16남자 농구대회 결승전에서 대만을 78-69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이 FIBA 아시아 U16남자 농구대회에서 아시아 정상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덕분에 한국은 우승팀 자격으로 17세 이하 세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 참가하게 됐고 5월 31일 소집을 앞두고 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이 거둔 최고 성적은 11위였다. 오 감독은 8강을 목표로 대회에 임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1961년생인 오세일 감독은 군산중·고등학교 졸업 후 전북대에서 선수 생활을 마치고 이후 체육교사로 사회생활을 이어갔다. 타 지역에서 근무한 적도 있지만 교직 생활 30년 중 20년은 모교인 군산중·고를 오가며 체육과 농구 특기 전담 교사를 맡았다. 지난해까지 군산중 농구부를 이끌다 올해 군산고 체육교사로 발령받았다. 선수 시절, 모교에서 두 차례 전국대회 우승을 경험했던 오 감독은 지도자로 부임 후 군산중에서만 우승 5회(전국대회 4회 우승 포함), 2006년 추계연맹전에서 군산고를 우승 시키는 등 농구 명문학교의 명성을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 감독이 배출한 제자들 중 현재 프로에서 뛰는 선수들이 있다. 고양 오리온스의 이현민, 삼성 썬더스 이호현, 울산 모비스 김주성, 원주 동부 김영훈, 서민수 등이다. 이중 몇몇 선수들은 비시즌이나 휴가 때 모교를 찾아 후배들과 농구를 하고 함께 밥을 먹는 등 재능기부 형식의 봉사를 자처하기도 한다.
오 감독은 군산 지역에선 선수 수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한다. 인근의 전주에는 전주 KCC 구단의 노력으로 유소년 농구교실이 운영되면서 실력있는 유망주들이 끊임없이 배출되지만 군산은 현실적인 한계에 부딪힐 때가 많다는 내용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오 감독은 시간 나는 대로 군산의 초등학교 농구부를 찾아다니며 선수들 훈련 모습을 지켜보고 때론 간식도 챙기면서 인연을 이어가려고 노력한다.
“그 아이들이 농구를 포기하지 않고 좋은 선수로 성장할 수 있게끔 이끌어주고 격려해주는 관심이 필요하다. 미래에 군산중·고 농구 선수가 돼 코트를 누빌 수 있도록 계속 지켜봐야 한다.”
지난해 U16남자 농구대회를 앞두고 12명의 선수들을 선발했을 때 오 감독은 전통 센터 없이 대회를 치렀다고 설명한다.
“신민석, 양재민, 박민우 등 3명의 포워드가 센터까지 겸했다. 그 선수들이 고르게 활약해준 덕분에 어려운 중국을 이기고 우승까지 차지한 것이다. 예선에서 중국을 상대로 65-91로 완패를 당한 후 준결승에서 다시 중국을 만났는데 이때 양재민이 30득점을 폭발시키는 등 맹활약을 펼치는 바람에 중국을 90-84로 이겼다. U16 남자 농구에서 한국이 중국을 이긴 건 사상 처음이라고 하더라. 그때 정말 기뻤다.”
오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의 환상적인 호흡 덕분에 생각지도 못한 우승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그런 호흡을 만들어내기 위해 자신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에 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오 감독은 좋은 결과가 나온 이유는 ‘선수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한 건 아무 것도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청소년대표팀에는 201cm의 정통 센터 하윤기가 존재한다. U16대회에는 부상으로 뛰지 못했다. 세계대회를 앞둔 상황에서 하윤기의 합류는 필요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러나 오 감독은 아시아대회에 출전했던 선수들 그대로 세계대회에 데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감독이라면 높이를 책임지는 하윤기가 꼭 필요하다. 그러나 하윤기가 들어가면 아시아대회에서 뛰었던 선수 한 명이 빠지게 된다. 고민하다가 하윤기를 U18 남자농구 아시아대회 예선전에 내보내게 했다. 우리는 작년 멤버 그대로 간다. 단, 코치가 신종석에서 광신정산고 박성훈 코치로 바뀌었을 뿐이다.”
대한농구협회에서 FIBA U17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대표팀에게 허락한 훈련 시간은 딱 20일. 지난 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출전을 앞두고 30일 합동훈련을 한 것에 비하면 무려 열흘이나 줄어든 셈이다.
“아마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성적이 나올 가능성이 높으니까 합동훈련 기간을 늘려준 것 같고, 세계대회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참가하는데 의의를 가지라는 의미가 아닌가 싶다. 그래서 우리 선수들은 31일 처음 소집돼 6월 19일까지 국내에서 훈련하고 20일 스페인으로 출국할 예정이다. 선수들과 손발을 맞춰볼 시간이 턱없이 부족한 터라 그동안 대표팀 선수들이 속해 있는 학교를 돌며 선수들 몸 상태를 체크했다.”
“모든 선수들이 아무 부상 없이 100%의 몸 컨디션을 유지하고 대표팀에 모인다면 걱정이 없을 것이다. 모두 소속 학교에서 뛰다가 온 선수들이라 크고 작은 부상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적어도 5주 정도는 준비 기간을 갖고 부상 치료를 겸하며 조직력을 강화시켜 나가야 하는데 훈련 기간이 20일 밖에 주지 않아 이 기간 동안 얼마나 팀을 재정비할 수 있을까 싶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는 군산고 선수들. 왼쪽부터 신민석 서문세찬 이정현이다. 대표팀 훈련 때 오 감독으로부터 가장 많이 혼이 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사진=이영미)>
16개 팀이 참가하는 FIBA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은 D조에 속해 있다. D조에는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프랑스, 도미니카공화국이 포함됐다.
오 감독과 인터뷰를 하다가 상대팀에 대한 전력분석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고 물었다. 오 감독은 대표팀에 전력분석원이 없어 프로팀과 농구 전문기자에게 개인적으로 부탁을 했다고 말한다.
“협회에서 예산 문제로 전력분석원을 두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상대팀 전력 분석이 필요한 상황이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프로팀의 한 전력 분석원과 농구 기자에게 부탁했다. 좀 도와달라고.”
지난해 U16아시아대회를 치를 땐 전력분석원이 존재했다. 오 감독은 그 전력분석원의 노력으로 대회 앞두고 큰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더 큰 대회를 앞두고 전력분석원 없이 경기에 나가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탓만 하며 시간을 보낼 순 없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최선을 다해 준비해서 후회 없는 경기를 치르고 돌아오겠다. 선수들이 큰 국제대회를 경험하면서 농구선수로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을 받기를 바란다. 나와 선수들 모두 스페인 생활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2015년 12월 16일, ‘농구인 송년회’가 열린 자리에서 방열 대한농구협회장은 다음과 같은 인사말을 했었다.
“(중략) 기쁜 소식도 있었다. U-16 대표팀이 20년 만에 아시아정상에 우뚝 섰다. 우리나라 풀뿌리가 성장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을 선수들이 전해줬다. (중략) 새해에는 FIBA U-17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할 남녀대표팀을 위해 온 힘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농구인들의 에너지가 필요하다.”
과연 방열 회장이 송년회에서 전한 메시지만큼 협회를 비롯해 농구 관계자들(프로팀도 포함)이 어린 선수들을 위해 실질적인 관심과 도움을 주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표팀은 하루 4만 원의 수당(감독, 코치, 선수가 동일하게 받는다)과 한 끼 식비 1만 원, 간식비 5000원, 숙박비 6만 원을 지원받아 운영된다.
양재민(경복고2) 조휘웅(경복고1) 이정현(군산고2) 신민석(군산고2) 서문세찬(군산고1) 서명진(부산중앙고2) 김동준(안양고2) 박민채(안양고1) 이현중(삼일상고1) 김한영(명지고2) 김형준(전주고1) 박민우(휘문고3)등은 U17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빌 대표팀 선수들이다. 어려운 여건에서도 기적을 만들어 갔던 선배들이 존재했듯 후배들도 그 기적의 주인공이 되길 바란다. 그러나 대회 준비 과정 속에서 느끼는 감동과 희열이 존재해야지만 진정한 기적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한국 농구의 미래를 책임질 선수들이다. 결과만 바라지 말고 제대로 된 지원을 통해 선수들이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협회 뿐만 아니라 농구 관계자들 모두 어린 선수들에 대해 따뜻한 관심과 격려가 필요한 때이다.(사진=FIBA)>
정말 좋은 재능들이 많은데...
그들을 육성하는 시스템이 이렇게 부실한 게 안타깝습니다.
이번 대회를 통해 젊은 선수들이 좀 더 성장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방열 회장님은 제발 한번 말을 뱉었으면 좀 지켜 주셨으면 합니다.
청소년대표팀에 온힘을 기울여야 한다면서 대우는 저게 뭡니까...
저 재능들이 잘 성장해서 무사히 KBL, 만약 싹이 더 크다면 해외로의 진출을 노려야 되는 상황인데
현재 상황은 좋지 않네요.
미래의 꿈나무들이 외부요인에 의해 성장이 저해받는 그런 일만은 없기를 바랍니다.
다시한번 청소년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첫댓글 성인 국대선수들도 손빨래 하는데 어린 선수들도 별반 다르지않겠죠?? ㅜㅜ 방협회장은 별 쓸때도없는 아시아챌린지 그딴대회 유치한다 씨부리지말고 국대선수들 지원이나 해줬으면 좋겠어요 돈이 정말로 없으면 팬들한테 성금이라도 모아보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