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은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는가 - 전쟁이라는 렌즈로 국제정치의 본질을 통찰하다
규범이 산산이 부서지는 폭풍 같은 전쟁을 가로지르며 강대국 정치의 민낯을 드러내다. 최고 수준 엘리트 전문가의 역작
이 책에서의 세 개의 전쟁은 과거의 태평양전쟁, 현재의 우크라이나전쟁, 미래의 대만전쟁을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룬 세 개의 전쟁은 시기와 상황에 편차가 있고, 구체적 맥락도 다르다. 청일전쟁부터 시작해서 태평양전쟁으로 파국을 맞는 일본의 근대화 전쟁은 제국주의 시대를 무대로 하고 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서방의 공세에 대응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변했다. 냉전 종식 이후 나토 확장을 밀어붙인 미국이 이제 러시아 안보의 임계점에 해당하는 우크라이나까지 넘보자 어쩔 수 없이 반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지정전략가들은 림랜드 나토의 세력 확장에 유라시아 심장부 국가 러시아가 통제권을 회복하려는 시도로 표현한다.
대만 문제도 마찬가지다. 미국 본토에서 1만 2천 킬로미터나 떨어져 있고, 괌에서도 2,7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에 있는 대만이 미국의 사활적 이익인지는 논쟁거리다. 그러나 대만이 중국에 복속되면 동아시아와 서태평양의 세력균형이 달라질 것이고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인 아시아에서 미국의 입지가 크게 훼손될 가능성이 높다. 대만이 미국의 주권선은 아니지만 이익선으로 간주되는 이유다. 중국의 관점에선 동아시아에서 강대국 지위를 회복하려는 열망이며, 이는 동유럽에서 실추된 입지를 다시 다지려는 러시아의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세계질서가 요동치고 있고, 동북아시아 질서도 흔들리고 있다. 한미동맹의 보호 아래 안전을 보장받고, 중국의 성장에 올라타서 경제적 과실을 얻던 시대는 지나갔다. 일본은 평화헌법의 구속을 벗어던지고 강대국 외교의 시동을 걸고 있고, 우크라이나전쟁의 여파로 한-러 관계도 수교 이래 최악의 상황이다. 국제질서의 격변을 맞아 예민한 지정학적 감각과 능숙한 세력균형 외교가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기다. 대한민국이 제국처럼 행동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제국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은 갖출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