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인터넷 유머 사이트(9gag.com)에 한 네티즌이 올린 ‘한국의 개표방송이 웃긴 이유(This is why South Korean election broadcasts are so fun to watch)’란 제목의 게시물이 화제가 됐다. 9GAG 사이트는 가입자가 이미지나 동영상 등을 올리면, 이에 대해 다른 가입자들이 댓글을 달고 평점을 매기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18일 현재 이 포스트(한국 개표방송)의 점수는 1만6763포인트이며, 총 403개의 댓글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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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인터넷유머사이트 9gag에서 우리나라 선거개표방송이 화제가 됐다./9gag 화면 캡쳐
이 게시물은 SBS가 6·4 지방선거와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때 선보인 선거방송의 화면을 캡처했다. SBS는 지난 2012년 대통령선거 총선때 다양한 바이폰
(VIPON, 선거와 관련된 정보를 그래픽으로 소개하는 시스템)을 선보였으며, 이번 지방 선거 개표 방송에도 각종 그래픽, 3D 애니메이션 등의 기법을 활용했다. 게시물은 SBS가 선거 개표방송에 와이드스크린을 도입한 것부터 압도적이라고 평했으며, 시·도지사 개표 장면에 우위에 있는 후보들이 손가락으로 ‘하트’를 만들거나 엄지손가락을 치켜드는 모습이 인상 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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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는 지난 4일 방송한 6.4 지방선거 서울시장 등 시도지사 선거 개표방송에서 다양한 동영상 그래픽을 활용해 재미를 더했다./ 9gag 캡쳐
SBS는 서울시장 개표현황에서는 박원순-정몽준 두 후보의 득표율을 자사 예능프로그램 ‘런닝맨’과 결합시킨 ‘서울런닝맨’을 선보이기도 했다. 서울시의 각 구마다 특징적인 것을 찾아 박원순-정몽준 두 후보의 캐릭터를 절묘하게 배치시킨 형식이다. 이를테면 강남구의 개표현황을 전달할 땐 두 사람이 싸이의 '강남스타일' 춤을 추는 CG를 삽입했고, 월드컵 경기장이 있는 마포구에선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는 모습, 63빌딩이 있는 영등포에선 빌딩을 오르고 있는 CG 등으로 개표 상황을 전달했다.
교육감 당선자의 개표 현황을 중계할 때는 학교를 배경으로 한 CG와 각 후보들이 도시락을 먹고(충북교육감), 수업시간에 과학실험(경북교육감)을 한다거나, 운동회에서 줄다리기(전남교육감)에 등에 임하는 모습을 3D캐릭터로 묘사했다. 전북교육감 개표 현황 전달 방송에서는 두 후보가 호키포키(hokey-pokey·어린이들이 즐겁게 따라서 할 수 있도록 한 춤 동요) 율동을 하는 모습을 동영상 그래픽으로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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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는 지난 4일 방송한 6.4 지방선거 교육감 선거 개표방송에서 학교 그래픽을 배경으로 다양한 동영상 그래픽을 활용해 재미를 더했다./ 9gag 캡쳐
도지사 개표 방송에는 유력한 두 후보자의 ‘먹방(Muk-bang·먹는 모습을 촬영한 방송)’을 전달했다. 득표율이 높은 후보자가 음식을 먹고, 그렇지 않은 후보자는 음식을 바라보고 있는 식이다. 게시물을 올린 누리꾼은 “한국에서는 먹방이라는 게 유행인데, 음식을 최대한 맛있게 먹는 게 관건이다. 다른 사람이 봤을 때 그 음식을 먹고 싶은 생각이 들도록 하면 성공”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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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는 지난 4일 방송한 6.4 지방선거 시도지사 선거 개표방송에서 다양한 동영상 그래픽을 활용해 재미를 더했다. 특히 시도지사 후보의 득표율을 제시할 때 각 후보의 '먹방'을 활용해 눈길을 끌었다./ 9gag 캡쳐
댓글 반응…한국인 “부끄러워”vs 외국인 “의미있다”댓글에는 한국인과 외국인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 외국인이라고 밝힌 네티즌들은 ‘흥미롭다’는 반응을 주로 보였으나, 한국인이라고 밝힌 몇몇 네티즌은 ‘유치하다’ ‘부끄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네티즌은 “(댓글을 보면) 이 게시물에 대해 많은 한국사람들이 불평을 하지만, (한국인들은) 선거라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즐길만한 것으로 여기는 것에 대해서 오히려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했다.
미국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지루한 미국 선거 방송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평가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인도네시아 방송사들도 개표 방송을 이런 식으로 했으면 좋겠다. 정규 정치방송 보다 훨씬 재미있다”고 했다. 대화명 ‘vladissius’은 “우리나라에서 몇 주 전 선거가 있었지만, 흑색 선전만이 난무했다. 이 방송을 보니 정치를 대하는 한국의 마음가짐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고 했다.
다만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밝힌 대화명 pilotymc는 “완전 어린애 장난같다”고 평했고, soomin123은 “너무나도 부끄럽다(ashamed). 당황스럽다(embarrassed)”라고 했다. 이에 대해 다른 대화명 pandathegreat2 등 한국 네티즌은 “(이런 방송을 만들 수 있는)창의성과 기술력을 가진 것은 놀라운 일이자, 자랑스러워해야 할 일”이라면서 “이 게시물을 보고 당황스럽다고 하는 일부 한국 네티즌이 더 당황스럽다”고 했다.
한편 9GAG는 지난 2008년 홍콩에서 설립한 인터넷 유머 소셜 미디어 사이트로 ‘뭐가 그렇게 심각해(Why So Serious?)’가 회사의 구호다. 현재 2600만 트위터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일일 방문자 숫자는 6700만명에 이른다. 6월 현재 글로벌 인터넷사이트순위 집계 사이트인 알렉스 랭크에서 253위를 차지했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