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분에 대한 이 게시판의 소감문을 주욱 봤는데
창녀로 '전락'했다고 표현한 분의 글을 봤습니다.
전 창녀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살인, 매춘, 전쟁, 자살등의 소재를 사용하여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여러 작품(음악, 미술, 문학 등등..)에대해 저는 거부감이 있거든요.
솔직히 11분을 읽기전까지 그냥 그렇고 그런 창녀이야기인줄 알았습니다.
순진한 처녀가 나쁜 꼬임에 빠져 창녀로 전락하고 닳고닳은 생활을 하면서 망가지는 얘기,
아님 그보다 더 나으면 망가질뻔하다가 희망을 찾는 얘기.. 정도로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코엘료라는 작가에 대한 믿음반 기대반으로
우연한 기회에 서점에서 책을 구입하게 됐지요.
우선 이 책의 가장 재밌는 부분을 말씀드리자면
마리아의 일기입니다.
어릴때 이야기부터 시작하여 창녀의 삶을 살며 그녀의 인생이 성숙하게 되는 모든과정이
그녀의 일기를 통해서 보여집니다.
엄청난 정신적, 정서적 성장이 정직하고 직설적으로 나타나거든요.
굉장히 함축적이고 또 철학적입니다.
일기 하나만 발췌해서 읽더라도 마리아라는 사람이
자신의 삶, 혹은 운명을 선택하는데 있어 굉장히 주체적이고 진취적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생각하는, 적어도 제가 생각하던 창녀의 의미는 굉장히 수동적이고 비극적이었거든요.
그렇지만 최소한 이 소설에서만큼의 창녀는 그 의미가 재해석되어있습니다.
그치만 마리아 그녀 자신도 자신이 창녀로 '전락'했다고, 자신은 '밑바닥'까지 쳐진 인생이라고 자신없어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자신의 최초(?)이자 유일한 사랑인 '랄프하르트'를 처음 만났을때 느낀 초조함 때문이었겠지만요..
그치만 그 부분을 제외하고는 마리아의 삶은 세상의 여느 성공가 못지 않게 세련되고 지적이었습니다.
저는 창녀로 '전락'했다는 표현대신, 창녀의 삶을 '살았었다'라고 표현하고 싶군요.
마리아는 백마탄 왕자를 기다리는 신데렐라도 아니었고
불확실한 사랑에 모든걸 올인하는 평범한 여자는 더더욱 아니었습니다.
그치만 결국 꿈에그리던 진정한 행복과 남자를 발견하게 되는군요.
(더이상은 스포일러라서 그만~^^)
창녀의 이야기라고 해서 결코 우울하다거나 불쌍하다거나 하지 않습니다.
불운했던 삶을 극복하여 광명을 찾는다는 극기훈련식 이야기도 절대로 아니구요~^^
남자이면서, 여자도 알지못했던 그치만 정말 알고싶었던 여자의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있게 쓴 작가 파울로 코엘료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만원도 채 안되는 돈을 투자해서 이렇게 생각의 넓이에 깊이를 보탤수있다는건
그리 독서광도 아니고 독서수준도 높지않은 저같은 사람에겐 너무나 즐거운 일이네요~
첫댓글 동감입니다. 창녀라는 직업을 기꺼이 선택하고, 그것에 자부심을 갖는, 아름다움에 충만한 여자. 그 당당함이 어찌나 유쾌하던지요^_^
상황에 따라 창녀를 직업으로 선택할 수도 있다는게 충격적이였지만, 그녀의 일기는 거부할수없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듯...기존의 내 생각에서 벗어나 다르게 생각할 수 있는 책이여쓰여.
창녀라는 관점이 오히려 세상을 가장 객관적으로 볼수잇지않을까요?? 마리아의 말대로 여러부류를만나고 또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어쩌면 가장낮은위치잖아요(창녀가)...그리구 스스로가 택한길이였다는것에 올인입니다.
저두 11분에 대해 글 올리려구했는데 넘 방가워요~^^ 제 생각이 정리되는 기분~ 많은 생각을 갖게 해준 잼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서점에 갔다가 11분 책을 봤는데 표지가 너무 예쁘더라구요. 그래서 무슨 내용일까 궁금했는데... 돈 주고 사도 아깝지 않을 듯한 평들이네요.
전 읽는내내 주인공이 창녀란 생각을 안해봐서^^;;
저도 처음엔 놀라웠는데 주인공 마리아의 모습을 보면서 평소 창녀라는 직업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왔어요-그리구 꿋꿋한 자기 생각과 의지도 멋졌구요~
전 [연금술사]에 비해 실망... 그래도 나쁘진 않았어요~ ^^;;
줄리엣님 누구신지 모르겠는데... 정말 요약을 잘해서..글을 올리셨네요..^^ 저도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만.. 감상문을 써보니 줄리엣님처럼 깔끔하게 안 적어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