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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화 재견(再見)-4
하늘 높이 치솟은 도끼가 땅바닥에 세워져 있는 통나무를 향
해 작렬했다.
쩍.
단 일격에 두 동강난 통나무는 땅바닥에 굴렀다. 그런데 통
나무가 바닥에 구르자 악삼의 안색이 창백해지더니 입가에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크윽..."
악삼은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그러나 악삼은 멈추지 않
고 송 노인을 향해 걸어갔다. 송 노인은 통나무를 땅바닥에
세운 후 도끼를 다시 하늘 높이 올렸다가 다시 한번 내리 찍
었다.
"컥!"
악삼은 피를 한 사발이나 토했다. 하지만 송 노인을 향한 발
걸음을 멈출 생각은 없는지 다시 한 걸음을 내밀었다. 송 노
인은 악삼을 한 번 힐끗 보더니 통나무를 땅바닥에 세워 놓
았다.
"악삼 아우. 그만 멈추게."
석진의 음성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 송 노인을 목격한 뒤
부터 얼어붙어 움직이지 않았던 석진이었다. 그러나 악삼이
피를 토하면서도 앞으로 걸어가자 더 이상 참지 못한 것이다.
석진은 뛰어난 감각으로 송 노인의 인기척을 느끼지 못한 것
에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것은 갈 운영이 받은 충격과 같은 의미의 경이였다. 최고
의 자객의 가진 살인감각과 공간의식을 벗어난 인물이 있다
는 현실은 충격 그 자체였던 것이다. 게다가 자연환경에 동
화해 인기척을 지우는 방식이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전혀
다른 것도 충격이었다.
석진과 갈 운영이 주변 환경에 동화해 인기척을 없애는 고도
의 은신술과 송 노인이 인기척을 사라지게 한 힘은 같은 효
과를 나타내지만 내용 면에 있어서는 전혀 달랐다. 인체에서
나는 소리와 체온마저 없애버려 주변 환경에 이질적인 공간
을 막는 방식을 사용하는 갈 운지와 석진의 방법과 송 노인
의 방식은 차원적으로 틀렸다.
송 노인의 방식은 자연에 그대로 동화해 상대방이 인식하기
전까지는 전혀 찾을 수 없는 방식이었다. 한마디로 숲 속에
나무를 숨기는 방법으로 자연과 하나가 되면 자연적으로 체
득하는 기술로 석진이 송 노인을 두렵게 보는 이유였다.
주위환경과 자연스럽게 동화하는 것은 달인(達人이나 가능했
다. 그런데 악삼이 달인에게 도전을 하다 큰 내상을 입자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입을 연 것이다. 그러나 악삼은 석진의 만
류에도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제기랄... 어쩔 수 없군."
석진은 앞으로 걸어나갔다. 악삼이 받는 압력을 분산하려는
생각이었다.
"커억!"
다섯 걸음을 걷기도 전에 석진은 신음 소리를 내고 말았다.
목구멍에서 넘어온 비릿한 액체를 혓바닥으로 음미하다가 뱉
어버렸다.
"툇!"
석진의 침과 섞인 핏덩이가 땅바닥에 쏟아졌다.
"빌어먹을... 노인네가 더럽게 강하군."
악삼이 받은 압력이 어느 정도인지 절감한 석진은 전력을 끌
어내기 시작했다. 석진은 악삼의 옆에 서기로 마음먹었다.
전 내력을 양발에 집중해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푹.
앞으로 한 걸음 나간 석진의 발바닥은 땅바닥을 무려 네 치
나 뚫고 들어갔다. 석진의 이마에 굵은 핏줄이 드러났고 구
슬 같은 땀이 비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전신의 뼈마디와 근
육이 강력한 압력을 대항했다.
우드득...
관절마다 뼈가 뒤틀리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석진은 굴하지
않고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석진이 발바닥으로 땅바닥을
뚫으며 앞으로 전진했다. 앞으로 나갈수록 압력은 거세져 전
육체가 고통을 호소했지만 석진은 굴하지 않았다.
'다섯 걸음이라... 악삼과 나사이의 차이군. 언제 이렇게 강해
진 건가?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나보다 반수정도 하수였건
만 이젠 나보다 한 수 높은 경지라니...'
악삼을 도우러 나선 석진이었다. 그런데 악삼보다 다섯 걸음
뒤에서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어 비참한 기분을 느껴야 했
다. 악삼이 급속한 무공 증진을 이룬 것을 짐작은 하고 있
었지만 석진은 자신의 숨은 실력보다 한 수나 높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절망해 버렸다.
'제기랄... 이 무공은 사용하고 싶지 않았는데 어쩔 수가 없구
나.'
악삼보다 약한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은 석진은 최후의 수단
을 사용하기로 했다. 석진은 운용하던 내공 심법을 풀기 시
작했다. 그리고 사용하던 내력을 철마각(鐵馬脚)의 운기법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석진은 강호칠대금지무공 중에 하나인 철마각을 익히고 있었
던 것이다. 석진의 내력이 발뒤꿈치에서 시작하여 바깥 복사
뼈를 타고 뇌의 뒤에 있는 풍지혈까지 올라갔다. 바깥 복사뼈
아래서 시작한 내력의 이동은 양교맥에 속하는 스무 개의 혈
을 지나가면서 뜨거운 내력을 만들었다.
조해혈에서 일어난 차가운 내력은 안쪽 복사뼈를 통해 배와
가슴을 지나 인후를 거쳐 청명혈에서 끝나더니 족태양방광경
과 만나면서 충맥과 어울렸다. 음교맥의 열두 개 혈을 지난
차가운 내력은 양교맥을 지난 뜨거운 내력과 대칭을 이루더
니 강대한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석진의 두 다리는 강철
보다 더 굳건하게 변해버렸다.
퍽. 퍽.
무려 네 걸음을 한달음에 걸어가 버린 것이다. 석진은 흡족
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악삼과 석진 사이의 한 걸음은 멀
고도 멀었다. 석진이 전력을 다해 앞으로 나가려 했으나 움
직일 수가 없었다.
'이럴 수가... 2단계의 철마각으로도 악삼과의 거리를 좁힐 수
없다는 것인가? 단 한 걸음의 차이를...'
석진은 무섭게 분노했다. 그리고 악삼에 대한 질투와 송 노
인에 대한 증오가 일시에 일어났다. 그 순간 석진의 12경락
중에 모든 양경(陽經)을 한데 묶은 양유맥이 진동하기 시작했
다. 양유맥에 속한 서른 두 개의 혈도에서 뜨겁지만 부드러
운 내력을 분출했다.
특히 바깥 복사뼈의 아래에 있는 금문혈에서 솟아난 내력은
허리와 등의 외측을 타고 올라와 수족(手足)의 태양경과 소양
경의 내력을 융합했다. 그 힘은 족양명경에서 이동한 내력
과 만나서 머리에 올라갔다.
게다가 양유맥이 움직이자 음유맥에 속한 열두 개 혈도가 활
동을 시작했다. 아랫다리의 축빈(築賓)에서 깊이 흐른 차갑
고 부드러운 내력은 다리 안쪽을 타고 올라와 배와 가슴의
바깥쪽을 지나 위로 올라갔다. 여러 음경맥을 연결한 음유맥
의 내력은 천돌(天突)과 아래턱의 밑에 있는 염천(廉泉)에서
융합하더니 임맥을 뒤흔들기 시작했다.
"허억!"
석진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소리를 내질렀다. 자신의 신체에
서 갑작스럽게 일어나는 현상이 무엇을 뜻하는지 알고 있었
기 때문이다.
'이, 이것은 철마각의... 철마각의 3단계 경지다.'
석진은 강호7대금지무공의 폐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그동
안 철마각의 수련을 억눌러 2단계에서 멈출 수 있었다. 그
런데 증오와 질투라는 격한 감정이 봉인해 두었던 철마각의
힘을 폭발시켜 단숨에 한 단계 경지로 올라서 버린 것이다.
'안 돼. 절대로 안 돼...'
석진은 양유맥과 음유맥의 내력을 분산시키려고 애썼다. 그
러나 석진의 노력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다. 오히려 그동안
억눌러왔던 힘이 반작용으로 폭발해 석진은 철마각의 3단계
끝을 보고 말았다.
석진은 내부의 힘과 겨루다 패배했지만 무려 다섯 걸음이나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 무의식적인 반응으로 나타난 현상이
지만 악삼보다 네 걸음이나 앞설 수 있었다. 하지만 석진의
안색에는 기쁨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슬픔과 절망이 느껴
졌다.
철마각의 3단계는 인간이 지닌 감정 중에 증오를 빼앗는다.
석진의 모든 무공의 원천은 복수와 증오였다. 그래서 목숨을
잃을 위험을 불구하고도 철마각의 힘을 봉인해 두었던 것이
다. 석진은 원수와 복수를 생각했지만 타오르는 증오는 한
점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원한과 복수가 허망하게 느껴졌다. 석진은 참을 수
없는 슬픔과 비애를 느껴 눈물을 흘렸다. 그런데 다섯 걸음
이나 간 덕분에 송 노인과 거리 차이는 열 걸음도 돼지 않았
다. 송 노인은 석진의 급작스런 움직임에도 눈썹하나 까딱하
지 않고 통나무를 향해 도끼를 내리 찍었다.
그런데 송 노인에게 가까이 갈 때만 해도 엄청난 압력만 느
꼈지만 가까이 다가오자 전혀 다른 상황이 나타났다. 도끼가
통나무를 향해 내리 찍는 순간 석진은 전율을 느껴야 했다.
석진의 눈에는 사방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암흑이었고 오
직 도끼만이 보였다.
게다가 도끼의 표적이 통나무가 아니라 자기 이마가 아닌가.
석진은 도끼를 피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발휘하기로 했다.
그러나 뱀 앞에 선 개구리처럼 석진의 신체는 얼어버린 듯
움직이지 않았다.
"크아악!"
도끼가 통나무를 가르는 순간 석진은 자기 이마가 갈라지는
충격을 느껴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통나무가 두 동강나 땅
바닥을 구르자 석진은 자기 몸이 두 쪽이 나서 쓰러지는 환
상에 빠져버렸다. 석진은 피를 한 사발이나 토하더니 땅바닥
에 쓰러져 버렸다.
악삼은 세 걸음정도 더 걸어갈 내력이 있었다. 그런데 더 이
상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은 도끼가 통나무를 내리칠 때마다
자기 이마가 두 동강나는 환상에 빠졌기 때문이다. 현재 서
있는 위치보다 한 걸음 뒤에 있을 때만 해도 태을진기를 극
한까지 뽑아내 전진하는데 목적을 두었다.
그런데 단 한 걸음 앞으로 나서는 순간 도끼가 이마를 쪼개
는 충격을 받아 피를 토했던 것이다. 송 노인이 끊임없이 도
끼를 내리칠 때마다 악삼은 죽음의 공포와 싸웠다. 악삼은
피하면 끝이다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다졌다.
불굴의 의지로 온몸을 무장한 악삼은 앞으로 전진했다. 한
걸음 더 나가자 도끼가 만든 죽음의 공포는 배가됐다. 그러
나 악삼은 도끼를 향해 이마를 내민다는 심정으로 앞으로 한
걸음 더 내밀었다.
악삼의 내력으로는 한 걸음을 더갈 수 있을 뿐이었다. 송 노
인과의 거리는 아직도 열세 걸음이나 되는 거리가 남아 있었
다. 악삼은 여기서 끝낼 생각은 없었다. 그에게는 아직도
마지막 수는 있었다.
"역기행공을 사용해야겠군."
악삼의 독백은 냉정했다. 부작용을 감수하더라도 송 노인
앞에 도달해야겠다는 고집이 악삼의 뇌리를 지배했다. 악삼
은 송 노인이 통나무를 드는 순간 숨을 골랐다. 그런 다음
송 노인을 노려보기 위해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열세 걸음의 거리 차이지만 십삼리 이상의 거리 차이를 느꼈
던 것이다. 악삼은 태을진결의 역기행공을 운용하기 시작했
다. 일곱 종의 이종진기는 주인의 의지에 따라 순리를 버리
고 역리를 택했다.
우드득. 와드득.
악삼의 골수를 통해 급속도로 이동한 태을진기는 뼈마디를
울리며 몇 배의 힘으로 증폭해 버렸다.
푹. 푹. 푹...
악삼의 땅바닥을 무려 한 자 두께나 뚫어버리면서 앞으로 움
직이기 시작했다. 단숨에 송 노인과 거리 차이를 다섯 걸음
이내로 압축해 버렸다. 하지만 악삼이 받는 압력은 기하급수
적으로 증대됐고 죽음의 환상은 실체를 느낄 정도가 되었다.
"크으윽..."
다섯 걸음이 남았지만 악삼에게 한없이 넓은 거리였다. 엄청
난 압력을 막는데 강력한 내공이 필요해 역기행공으로 얻은
내력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내력이 바닥나는 순
간 송 노인이 뿜어내는 강력한 압력은 악삼을 산산조각 내버
릴 것이다.
악삼은 죽음의 공포를 환상이 아닌 실제로 다가왔다고 예감
했다. 도끼의 공포는 더 이상 악삼을 두렵게 만들지 않았다.
악삼을 두렵게 만든 것은 죽음이 눈앞에 왔다는 사실을 인지
한 순간이었다.
"우아악~."
실체화된 죽음의 공포는 절규를 불렀다. 악삼의 모든 내력이
사라지고 역기 행공의 부작용이 시작되는 찰라 기적이 일어
났다. 절규는 악삼이 가진 잠력을 폭발시켰다. 잠력은 일곱
종의 태을진기를 한순간에 생성시켰다. 게다가 역기행공도
같이 운영돼 역으로 움직이는 일곱 종의 태을진기도 만들었
다.
악삼의 몸 안에 모두 정반(正反)의 태을진기가 순식간에 융합
하더니 단 하나의 진기로 다시 태어나 버렸다. 그것은 순수
한 태을진기로 악삼이 아무리 노력해도 얻지 못해 거대한 벽
으로 느끼던 일원기(一元氣)였다.
파바박.
일원기는 태을선천강기(太乙先天 氣)를 만들어냈다. 악삼의
몸에서 투명한 강기( 氣)가 뿜어져 나오더니 송 노인이 만든
압력과 충돌을 일으키며 비명을 질렀다. 두 개의 힘이 충돌
한 지점의 주변은 공기가 진동하며 굉음과 함께 강력한 회오
리바람을 만들었다.
송 노인은 뜻밖의 사태에 놀라버렸다. 처음에는 장난으로 시
작한 일이 심각한 사태로 변해 버려 당황했다. 처음에는 송
채린이 데리고 온 이방인들이 어느 정도 무공을 지녔는지 확
인할 생각으로 시작한 시험이었다.
그런데 냉정한 표정의 청년이 불굴의 의지로 끝까지 포기하
지 않자 대단한 후배가 나타났다고 기쁘기까지 했다. 그런데
악삼의 무공이 갑자기 급증해 문제가 생겼고 중간에 발생한
회오리바람은 기절한 석진을 날려버리는 사태마저 만들자 송
노인의 표정은 다급해졌다.
송 노인은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투명한 태을선천강기를 노
려보더니 강기를 뿜어내 버렸다. 순식간에 노을 빛 강기가
송 노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더니 태을선천강기와 격돌했다.
꽈꽝.
벼락치는 소리가 터져 나오더니 악삼과 송 노인은 뒤로 십여
보나 밀려나갔다. 승패는 무승부로 끝나는 것처럼 보였다.
송 노인도 악삼이 공격을 멈출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악삼의 뇌리에는 죽음의 공포와 함께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
는다.' 라는 생각이 지배하고 있었다.
악삼은 송 노인을 향해 몸을 날렸다. 공령의 1단계인 망량의
위력은 찰나의 순간에 악삼을 송 노인의 면전에 도달시켜 버
렸다. 송 노인은 마치 공간을 압축해 이동한 것처럼 보이는
악삼의 신법에 경악했다.
"이렇게 빠른 신법이 존재한단 말인가?"
송 노인의 경탄했다. 그러나 악삼이 오른 손의 검지를 밀어
내는 순간 경악으로 바뀌었다. 송 노인은 자기 이마를 찌르
기 위해 날아오는 악삼의 손가락을 멍청하게 바라만 봐야했
다. 모든 공간과 방위를 일시에 점한 채 느리지도 않고 빠르
지도 않게 날아오는 손가락은 피할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이런..."
송 노인은 도끼를 들어 악삼의 손가락을 향해 내리쳤다. 피
할 수 없다면 부딪치는 방법밖에 없는 것이다. 도끼의 날은
노을 빛 강기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악삼의 손가락은 투
명하게 변해 갔고 도끼의 노을 빛은 더욱 진해져 핏빛으로
변해 버렸다.
웅...
악삼의 검지와 송 노인의 도끼가 맞부딪쳤다. 공기가 진동하
는 강대한 파동이 가마를 휩쓸었지만 모든 사람들의 귀에는
단 한 점의 소음도 들리지 않았다. 인간의 귀는 들을 수 있
는 영역이 한정돼 있다. 너무 작아도 들을 수 없고 너무 커
도 들리지 않는 법이다.
두 개의 강력한 힘이 격돌한 순간 터져 나온 폭음은 인간이
지닌 가청능력을 초월했던 것이다. 물론 격돌 현장에서 수
백 여장 떨어진 장소에 있는 사람들은 벽력이 터지는 굉음을
듣고 모두 놀랐지만 가마 주위에 있는 사람은 귀가 간지럽
다는 느낌만 들었을 뿐이다.
두 사람의 격돌은 무음(無音)으로 끝이 났다. 악삼은 뒤로
삼십여 보나 밀려나간 뒤 쓰러졌고 송 노인은 십여 걸음이나
뒷걸음치고는 멍하니 도끼만 바라보았다. 도끼에 수백 개가
넘는 실 날 같은 금이 퍼져 나가더니 산산조각 나버렸기 때
문이다.
"허허허... 홍몽진결(鴻 眞訣)과 몽환도(夢幻刀)가 무너지다
니..."
송 노인은 탄식했다.
"역시 진룡거사 송 자헌 노선배님이셨군요."
조 집사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나를 아는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홍몽진결과 몽환도를 모르는 강호인은
없습니다."
악삼과 석진이 송 자헌의 홍몽진기의 영향권 안에서 고군분
투(孤軍奮鬪)하는 동안에 조 집사는 멍하니 송 노인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조 집사는 송 자헌의 정체를 보는 순간 알았던
것이다.
"홍몽진결과 몽환도의 신화를 보다니 영광입니다."
악삼과 송 자헌의 일장 대결을 목격한 뒤 감동한 곽 도성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화라... 무너진 신화이네."
"아닙니다. 불문이 자랑하는 반야대능력(般若大能力)을 완성
한 소림의 괴승 일묘선사를 격파한 홍몽진결과 검의 끝이라
불리는 무당의 태극혜검을 익힌 검성 일양자 노신선에게 패
배를 맛보게 한 몽환도가 어떻게 무너진 신화입니까?"
"방금 전에 보지 않았는가. 젊은이."
곽 도성은 고개를 흔들었다.
"악 형이 분투를 했지만 쓰러졌지 않습니까?"
"저 청년이 쓰러졌으니 내가 개인적으론 이긴 셈이겠지. 하지
만 무공은 졌네."
송 자헌의 말투는 허망했다.
"그럴 리가..."
곽 도성과 조 집사의 시선은 쓰러져 있는 악삼에게 향했다.
땅바닥에 쓰러진 악삼 옆에는 갈씨 자매가 초조한 얼굴로 안
마를 해주고 있었다. 갈씨 자매는 악삼이 쓰러지는 순간 바
로 달려갔었다. 악삼의 안위는 갈씨 자매에게 있어 가장 중
요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송 자헌은 악삼을 보며 감회에 젖었다. 무공을 완성한 뒤 강
호에 나가 천하의 고수들을 찾아다니며 비무를 벌여 모두 승
리했던 과거가 생각났다. 근 오 년 간의 비무행이 세력 하
나 없는 무명의 송 자헌을 삼대이인 중에 한 사람으로 추대
하게 만들었고 은연중 천하제일고수로 불리게 했던 것이다.
송 자헌은 승리자의 마음이 아니라 자신에게 패배했던 무수
한 인물들의 마음을 절실하게 느꼈다. 강호에 영원한 승자도
영원한 패자도 없다는 진리를 절감한 것이다. 송 자헌은 다
시 한번 탄식을 하면서 자신도 늙어 버렸다고 생각했다
"할아버지..."
송 채린이 울먹이며 불렀다. 악삼 일행을 아무런 생각 없이
가마에 데려왔다가 싸움이 일어났다고 생각한 송 채린은 겁
먹은 눈빛으로 송 자헌을 바라보았다.
"제 잘못이죠? 할아버지."
"아니란다.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것이냐. 절대로 아니란
다."
"하지만 내가 데려온 사람이 할아버지랑 싸웠잖아요. 또 할아
버지가 슬퍼하잖아요."
"허허허, 그건 채린이가 잘못 생각한 거란다. 할아버지는 오
히려 채린이가 고마운걸."
송 자헌은 송 채린이 울먹이자 자신이 그만 실수했다는 것을
알았다. 우울한 표정을 숨기고 웃으면서 송 채린에게 칭찬
을 했다. 송 채린은 송 자헌의 안색이 밝아지더니 칭찬을 하
자 작은 가슴을 두 손으로 안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정말이죠. 할아버지."
눈물이 글썽이던 눈동자와 귀여운 미소가 가득한 송 채린의
모습은 깜찍했다. 송 자헌은 송 채린을 보며 속으로 탄식했
다.
'쯧쯧쯧, 늙으면 죽어야 한다더니... 자헌아, 자헌, 송 자헌아.
네가 정녕 강호를 떨어 울리며 만인의 존경을 받던 진룡거사
가 맞더냐? 얼마나 어리석으면 하나 뿐인 없는 손녀의 눈에
눈물이 나게 하는 것이냐.'
송 자헌의 자책은 깊었다. 허나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다.
송 채린을 슬프게 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어서 저 청년과 저 친구를 깨워야겠네."
송 채린이 함박 웃음을 짓자 송 자헌은 시선을 돌렸다. 조
집사와 곽 도성의 시선은 악삼과 석진에게 향했다. 악삼은
갈씨 자매가 곁에 있어 두 사람의 시선을 끌지 못했다. 그
러나 회오리바람에 휘말려 날아갔다가 땅바닥에 엎어진 석진
은 달랐다.
몽환도의 환상에 의해 내상을 입은 데다가 회오리바람에 휩
쓸려 날아올랐다가 땅바닥에 거세게 나동그라져 외상도 제법
생겼던 것이다. 그러나 악삼이 갈씨 자매의 간호를 받는 동
안 방치돼 있었다.
그나마 신경을 써야 할 조 집사와 곽 도성은 송 자헌을 만났
다는 감동에 석진을 까맣게 잊어 버렸고 척 금방은 그런 것
에 신경쓸 선한 성정(性情)의 소유자가 아니었다. 송 자헌이
석진을 향해 걸어가자 곽 도성과 조 집사는 그 뒤를 따랐다.
"송 노선배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송 자헌의 뒤를 따라가던 곽 도성은 궁금한 얼굴을 한 채 고
민을 하다가 답이 나오지 않자 질문을 했다.
"무엇이 궁금한가?"
"악 형과 석진 무사에 대한 것입니다."
"말해보게."
"두 사람은 송 노선배님의 내력에 눌려 힘조차 쓰지 못하다
가 갑자기 무공이 급증했습니다. 이런 일도 있을 수 있는 겁
니까? 혹시 두 사람이 본신 실력을 숨기고 있다가 드러낸 것
은 아닙니까?"
곽 도성은 악삼과 석진이 중간에 무공이 급증한 것을 이해하
지 못했다.
"자네도 무공을 익혀 제법 뛰어난 경지에 올라있네. 아마 젊
은 층에서는 무적일걸세. 물론 저 친구는 제외해야겠지."
송 자헌이 가리킨 사람은 악삼이었다. 곽 도성은 악삼을 힐
끗 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악삼이 마지막에 펼친 망량과
태을선천강기, 모든 방위를 차단하는 지법은 꿈에서조차 생각
해 본적이 없는 무공들이었다.
"맞습니다. 송 노선배님."
곽 도성은 악삼의 가공할 무위에 질투할 힘조차 없었다.
"내가 자네에게 질문을 하겠네. 자네는 그 동안 무공을 익히
는데 막히거나 증진이 멈춘 일이 없었는가?"
"네, 그렇습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왜 그러십니까? 뭔가 잘못된 일이라도 있습니까?"
곽 도성은 의아한 얼굴로 송 자헌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송
자헌이 고개를 끄덕이자 옆에서 조용히 경청하고 있던 조 집
사는 곽 도성을 어이없다는 듯이 바라보았다.
"사람들이 무학을 익히면 처음에는 빠른 증진을 보이다가 어
느 수준에 도달하면 벽을 만나게 되네. 아무리 수련을 해도
제자리걸음만 하게되니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벽을 넘지 못
해 범부로 살아가네. 하지만 벽을 넘어서는 순간 엄청난 증진
을 보는 법이지. 무학이란 그런 벽을 수 차례에 걸쳐 넘어가
면서 높은 경지에 오르는 것이네. 이는 무학뿐 아니라 다른
학문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네. 그런데 자네는 이런 장벽을 느
끼지 못했네. 이를 봐서 자네는 매우 뛰어난 천재일세."
"과찬이십니다. 저는 범부에 불과합니다."
송 자헌같은 기인의 칭찬은 곽 도성의 마음을 들뜨게 만들었
다. 그래서 송자헌의 긴 이야기 속에 숨어있는 다른 의미를
곽 도성은 눈치채지 못했다.
"자네는 범부가 아니네. 그리고 나는 냉정하게 자네에 대한
평가를 내리는 것일세."
"감사합니다. 송 노선배님."
"고마워할 것 없네. 단지 사실을 말해주는 것에 불과한 것이
니까."
곽 도성은 송 자헌의 어투가 차갑다고 느껴지자 칭찬속에
이상한 가시가 있다는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조 집
사의 얼굴에도 기묘한 비웃음이 흐르는 것 같아 기분이 나빠
졌다. 송 자헌은 당혹해 하는 곽 도성을 바라보며 입을 열
었다.
"내 말속에 가시가 숨어있다고 느꼈다면 잘 찾아낸 것이네."
"네! 그럼..."
"그렇다네. 자네는 분명히 천재인 것은 사실이네. 그러나 자
네는 절대로 저 청년을 능가할 수 없네. 앞으로 영원히 말일
세. 그건 천재로 태어난 비극이네."
송 자헌이 가리킨 사람은 악삼이었다. 곽 도성은 악삼의 역
량이 자신보다 뛰어나다는 것을 인정한 터라 거부감은 없었
다. 악삼을 자신보다 더 뛰어난 천재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천재의 약점이라는 송 자헌의 이야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재의 비극이라니요?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습니다."
곽 도성은 송 자헌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가 없었다.
"천재이기에 벽을 느끼지 못하고 넘어간 것이 나중에는 재앙
이 되네. 수재라 불리는 인물들이 수많은 벽을 넘으면서 깨달
음을 얻지만 천재는 그런 기회를 박탈당했네. 일류의 경지까
지는 천재가 앞서지만 절정의 단계에선 수재가 앞서가네."
"벽을 넘어본 경험이 없어서 벽을 만나게 되면 넘지 못한다
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특히 절정의 단계는 지식이나 자질로 해결할 수
없네. 오직 깨달아야 하네. 그래서 옛날부터 천재는 요절하거
나 십대고수에 든 천재는 없었네."
"그, 그럼 노력하는 범재를 천재가 넘어서지 못한다는 이야기
입니까?"
곽 도성은 떨리는 목소리로 반문했다. 그런데 송 자헌은 뜻
밖에도 고개를 저었다.
"범재는 천재를 이기지 못한다네.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 법
이지. 특히 깨달음은 노력한다고 오는 것이 아니라네. 무학
상의 강자는 타고나는 것이지. 그들은 똑똑한 두뇌를 가졌지
만 자네처럼 뛰어난 두뇌는 아니네. 또한 훌륭한 체질이지만
자네처럼 이상적인 체질도 아닐세. 그들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타고난 강함을 스스로 드러낼 뿐이네."
"그럼 머리가 뛰어나거나 특별한 체질을 타고나도 강자의 운
명을 타고난 자를 이길 수 없다는 것입니까?"
"그렇다네. 절대로 이길 수 없네. 그 증거가 저 청년이지."
곽 도성의 눈은 송 자헌의 시선을 따라갔다. 송 자헌의 시선
이 멈춘 곳은 악삼이었다.
취마와 요마는 어느새 이원에 도착했다. 그들의 눈에 이원은
한적한 마을로 보였다. 그러나 경라흉살 강 천리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강 천리는 어린 시절부터 기묘한 감각을 가
지고 태어났다. 그것은 일종의 초감각인 위험인지능력이었
다.
무공을 수련하면서 위험인지능력은 놀라울 정도로 발달했고
북해방주의 호법이 된 후부터 극대화 됐다. 강 천리의 위험
인지능력은 이원이 가진 불길한 위험과 숨겨진 힘을 느끼게
해주었다. 그것은 강 천리가 살아오는 동안 가장 크게 느낀
위기감이었다.
이원에 들어오기 전에 들어간 이상한 반점에서 느낀 위험이
나 태을궁에서 악삼이 폭탄을 던지기 전에 느꼈던 위험은 비
교조차 돼지 않았다. 조금만 잘못 생각하거나 허튼 행동을
했다가는 생명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강천리는 같이 들어온 취마와 요마에게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이 부락은 이상한 위험이 산적해 있소.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도록 합시다."
취마나 요마는 똑똑한 사람이었다. 비록 평범한 마을이지만
악삼 일행이 일부로 왔다면 그 이유가 분명히 있다고 그들은
생각했다. 그만큼 보이지 않는 위험이 있다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강 호법의 의견을 존중하겠소. 조용하게 흔적을 없애면서 움
직입시다."
취마가 자기 의견을 따라주자 강 천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
다.
"그런데 이 부락은 정말 이상하지 않나요. 대략 삼백 호 정도
의 집이 있는데 움직이는 사람은 하나도 보이지 않고 있으
니... 꼭 유령마을 같아요."
"그러고 보니 팔매의 말이 맞구나."
취마는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할수록 이상한 점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그런데 멀리서 어린 여아를 앞세운 악삼 일행을
발견하자 의심을 접어버렸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우린 겨우 네 명이에요. 일단 미행을 하다가 기회를 보도록
하죠."
강 천리의 질문은 요마 모용 혜의 대답으로 결정이 났다.
그들은 악삼 일행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먼 곳에서 미행을 시
작했다. 이원에 돌아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점 때문에 떨어
져서 미행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먼 곳에서 미행을 한 것은 그들에게 행운이었다. 만
약 이십여 장 이내에 들어왔다면 악삼의 초감각에 걸려 미행
은 들통났을 것이다. 게다가 백 장 안에서 조그만 살기나 인
기척을 드러냈다가는 갈 운지와 석진의 시야에 걸리고 말았
을 것이다.
그들은 악삼 일행이 가마터 안으로 들어가자 조심스럽게 접
근을 시도했다. 담장에 몸을 숨기고 인기척을 죽인 그들은
살짝 눈을 들어 가마터 안을 처다 보았다. 그 순간 엄청난
폭음이 터져 나오자 그들은 깜짝 놀랐다. 그들이 목격한 것
은 악삼의 태을선천강기와 송 자헌의 홍몽강기가 격돌한 순
간이었다.
"호, 호신강기라니..."
그들은 전율했다. 신체의 일부나 전신을 강기로 방패를 만드
는 호신강기는 검강이나 도강과는 달랐다. 오히려 한 수위인
고도의 무학이었다. 검강이나 도강을 사용하는 고수들이 격
전을 벌여도 강호 전체가 뒤흔들리며 전설이라고 말하는 처
지였다.
게다가 그들이 알기로는 호신강기를 사용할 수 있는 인물은
강호 전체를 통 털어 한 두 사람에 불과하다고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호신강기의 격돌은 놀라움의 시작에 불과했다. 또
한 그들은 각기 다른 내용으로 각각 전율했다.
모용혜가 악삼의 무예가 예상외의 경지에 오른 것에 전율했
다면 취마와 강 천리의 놀라움은 송 자헌을 목격했다는 것
때문이었다. 취마와 강 천리는 송 자헌에게 처참한 패배를
맛본 인물들이었다.
"소, 송 자헌..."
"어떻게 이곳에 진룡거사가 있단 말인가..."
취마와 강 천리가 넋을 읽고 중얼거리자 모용 혜는 깜짝 놀
랐다.
"저 노인이 삼대이인 중에 최강자인 진룡거사 송 자헌인가
요?"
요마의 질문을 받은 취마와 강 천리는 말도 못하고 고개만
끄덕였다.
"그렇다면 악삼의 무예가 송 자헌과 겨룰 정도였다는 건가?"
"팔매. 저 청년이 악삼이냐?"
모용 혜는 악삼의 무위에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되자 경악했
고 취마는 당황한 어조로 질문했다.
"네. 오라버니..."
"복수는 힘들겠구나..."
취마나 요마의 음성에는 힘이 빠졌다.
"그렇겠죠... 하지만 복수를 포기할 수는 없어요."
그러나 복수를 잊을 수 없다는 모용 혜의 결심은 차가운 얼
음 속에서 타오르는 불꽃과 같았다. 취마는 고개를 끄덕이다
가 악삼과 송 자헌이 마지막 격돌을 목격했다. 비록 악삼이
쓰러졌지만 송 자헌의 도끼가 산산이 부서져 나가는 것을 확
인하고는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저 나이에 저런 가공할 무위라니... 삼 년이 지나가기도 전에
새로운 천하제일고수를 보게 생겼구나."
"그렇게 되면 안되죠. 다행히 송 자헌도 지친 것 같고 석진이
란 놈과 악삼이 쓰러져 있으니 절호의 기회가 왔어요. 저 뚱
보와 갈씨 쌍둥이 정도면 충분히 상대할 수 있어요."
요마의 의견은 과감했다. 그런데 취마와 강 천리는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송 자헌이 마음에 걸린 것이다.
"이런 기회는 다시 오지 않아요. 오라버니와 강 호법이 도와
주면 모든 일이 순간에 끝나요."
"그렇기는 하다만..."
"우리에겐 마지막 기회랍니다. 악삼의 무위가 어떠했는지 생
각해 보세요."
모용혜의 이야기는 강 천리와 취마에게 모험을 감행하도록
만들었다. 네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기습을 감행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런데 갑자기 가마터의
후문이 열리더니 송 철방이 들어오자 모든 것이 바뀌었다.
취마가 송 철방의 얼굴을 보고는 전율하더니 얼어버린 것이
다. 가마터에 와서 송 자헌과 악삼의 격돌을 보고 놀랐던 일
을 다 합쳐도 송 철방의 얼굴을 본 것보다 놀라지는 않았다.
취마의 안색은 전율을 넘어 공포에 젖은 허약한 노인과 같았
다.
"왜 그러세요. 오라버니. 마치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얼굴이
군요."
취마는 입도 뻥긋하지 않고 머리를 흔들다가 요마의 손을 잡
고 도망치기 시작했다.
"오라버니..."
"어, 어서 가자. 빠, 빨리 도망가야 해. 안 그러면 우리는 모
두 죽는다."
"오라버니?"
취마가 요마를 데리고 도주하자 강 천리와 구류방주 연적심
은 서로를 바라보며 멍청하게 서 있었다.
"어떻게 하는 게 좋겠습니까?"
"우리 둘의 힘으론 턱도 없는 짓이요. 게다가 취마의 표정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오. 그냥 물러납시다."
"알았습니다. 강 호법님."
강 천리와 연적심은 취마가 줄행랑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
했다.
송 철방은 송 자헌을 만나러 왔다. 서문 종의 호출을 받은
송 철방은 송 자헌에게 집에 가서 해산한 부인과 아기를 돌
봐달라고 말하기 위해 온 것이다. 그런데 조 집사는 송 자헌
과 대화를 나누는 송 철방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
다.
송 철방이 안면이 있었던 것이다. 조 집사는 눈알을 데굴데
굴 굴리며 송 철방이 누군 인가 고민했다. 그런데 얼마 안
돼 송 철방의 외모가 누구랑 흡사한지 기억이 났다. 조 집사
는 "설마... 설마..."를 연발하며 송 철방의 얼굴을 자세히 뜯어
보았다.
그리고 마침내 송 철방이 누구인지 알게 됐다. 조 집사는 송
철방의 정체를 아는 순간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얼마나
놀랬는지 입마저 떨어지지 않았다. 게다가 살집에 쌓여 보이
지도 않던 조 집사의 눈은 왕방울만 해져 튀어 나왔다. 조
집사의 두 눈은 공포에 휩싸였다.
첫댓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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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게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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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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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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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즐감하고 감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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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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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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