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가 그네뛴다
시린 새벽 등성이에서
산마루 걸터앉은 새벽달 바라보는
한줌의 아낙네 한숨.
바느질 다 하면
오시련다고 오시련다고
엄지에 빨간 앵두 송글송글 맺히도록
여우가 그네 뛴다는
그 산골 바라보는
심마니 지다리는 아낙네.
한 번 발에 맞춰 본
분홍빛 고운 꽃신 품에 꼭 안고
그네 뛰는 여우들
저고리에 눈물 훔치며 지켜보며
바느질 다 하면
그때는 오시련다고 그때는 오시련다고
지다리는 아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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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골
꼬리 여럿 여우가 산다는
강기도 파주시 연풍리의 산골짜기.
작은 마을 용주골에는 오늘도
희뿌연 회색비가 내린다.
빗줄기 사이로 들려오는
나그네 발자욱소리. 그리고,
여인네 옷 벗는 소리.
풀벌레 소리 지저우는
아가 자장가같은 밤,
가난에 흐느껴 우는 여인네 눈물이
꺼질듯이, 꺼질듯이,
아스라이 멀어지는 촛불처럼
한 숨의 신음으로 속살거리고
잿빛 구름이
살포시 뽀얀 달 이마 훔쳐 줄 때,
작은 마을 용주골에는
희뿌연 회색비가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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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용주골 / 여우가 그네뛴다
레몬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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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30
04.11.27 13:05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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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단어 선택에 신경을 많이 쓰신 것 같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