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3화 회동(會同)-2
척 신명은 마차 안에서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마차가 멈추자 척 신명은 눈을 부릅떴다.
"어떻게 됐느냐?"
척 신명이 마차 바닥을 향해 말했다.
"예측하신 내용 그대로 진행됐습니다."
"취마가 송 철방을 목격하고 도망갔느냐?"
"네, 그렇습니다."
"크핫하하."
척 신명은 미친 듯이 웃었다. 좁은 마차 안은 척 신명의 웃
음소리가 끝없이 울려 퍼졌다.
"수고했다. 그만 가보아라."
"알겠습니다. 주군."
척 신명은 다시 눈을 감자 마차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차
가 지나간 뒤 땅바닥에서 복면을 한 괴인이 솟아 나왔다. 복
면 인은 마차가 간 방향과 정반대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척
신명은 눈을 감은 채 입가에 흉측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악삼 일행을 힘들게 이원까지 끌고 간 목적이 달성됐기 때문
이었다. 척 신명은 취마와 요마에게 추적 당하고 있는 악삼
을 이용해 사해방을 뒤흔들 계획을 세웠다. 수년간에 걸쳐
만들어진 음모의 시작은 자은 선생과 우연히 만나던 송 철방
을 척 신명이 목격한 뒤에 세워졌다.
척 신명은 첫 번째로 북해방이나 서해방, 남해방의 인물 중에
장 천익을 공격했던 자를 선정했다. 그리고 중상을 입어 외
모가 변한 장 천익을 단번에 파악할 수 있는 눈썰미를 지녀
야 하고 외부에서 움직이는 인물을 찾았다.
척 신명은 장 천익을 발견할 인물로 취마와 잔마를 선정했다.
하지만 계략을 완성해야 할 촉매제는 찾지 못해 수년간 계획
을 진행시킬 수 없었다. 바로 취마와 잔마를 장 천익에게 인
도해야 할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촉매제는 나타나지 않았고 척 신명은
다른 계략을 세우기로 했다. 그런데 갑자기 나타난 악삼이란
촉매제가 나타나자 척 신명은 계획을 진행했다. 그리고 오
랜 시간이 지난 뒤 계략이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이
다. 척 신명은 차가운 동토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제 모든 것은 내 손에서 떠났다."
척 신명의 미소는 차가웠다. "
"취마가 남해방에 도착한 순간 강호는 격랑에 휩쓸려 혼란
속에 빠질 것이다. 나는 그동안 이 때를 기다리며 은인자중
(隱忍自重)해 왔다. 이제 두 번째 문제를 해결하러 가봐야겠
군. 우핫하하."
척 신명의 웃음소리는 황량한 동토에 멀리 퍼져나갔다.
인적이 드문 하북의 평원에 작은 천막 하나가 있었다. 천막
을 향해 네 대의 마차가 천천히 다가왔다. 첫 번째 도착한
마차의 문이 열리더니 비호리 제갈 사와 악전이 내렸다.
"사부님. 이곳입니까?"
"그렇다. 이곳이 언 봉운이 말한 장소다."
"그럼 이 천막이 약속 장소이군요."
"그렇겠지. 저기 세 대의 마차가 오는데 모두 오행도의 주인
인 것 같구나. 일단 기다렸다가 저들과 함께 천막에 들어가도
록 하자."
"네, 알겠습니다."
제갈 사와 악전은 천막을 향해 다가오는 마차들을 기다렸다.
두 번째 마차가 도착하자 제갈 사는 차가운 시선으로 마차
문을 주시했다. 마차 문이 조용히 열렸다. 그리고 나타난
인물은 붉은 안색을 가진 사십 대의 중년인이 내렸다.
제갈 사는 붉은 안색의 중년인의 허리에 찬 금색 연편을 노
려보았다. 붉은 안색의 중년인도 제갈 사를 싸늘한 시선으
로 노려보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홍면금살군을 만날 수 있다니 제갈 모는 영광으로 생각하
오."
"나 역시 제갈 선배를 만나 기쁘기 그지없소이다."
두 사람의 첫 만남은 정중했지만 싸늘한 한기가 흘렀다. 특
히 강북 흑도를 장악한 혈방의 주인이며 십대고수 중에 하나
라는 위세가 홍면금살군의 오만한 자세를 포용했다. 홍면금
살군을 탐색하는 제갈 사의 눈동자는 토끼를 노리는 여우와
같았다.
그러나 제갈 사를 노려보는 홍면금살군의 눈동자는 차가운
얼음과 같을 뿐 아무런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마치 눈앞에
제갈 사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눈동자는 빠르게 움직이
고 있었다. 두 사람의 탐색전은 세 번째 마차가 도착하자 조
용히 막을 내렸다.
"이번엔 누가 오셨는지 궁금하구려."
"나 역시 그렇소이다. 제갈 선배."
마차 문이 열고 나온 사람은 척 신명이었다. 척 신명은 밖
으로 나오자마자 홍면금살군과 제갈 사를 향해 미소를 지었
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사마 방주. 제갈 선배."
"만나서 반갑소."
"반갑소이다."
척 신명이 웃으며 인사하자 두 사람은 답례를 했다.
"내 이름은 척 신명입니다."
"척 신명?"
제갈 사는 척 신명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척 신명의 정체가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했지만 결론은 처음 보는 인물이고 처
음 듣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강북 흑도를 장악한 혈방의 방
주마저 합류한 오악맹의 인물이 무명인사일리는 없다고 생각
했다.
게다가 척 신명의 역량과 무위가 자신보다 강하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에 제갈 사는 의문에 빠졌다. 그러나 네 번째 마
차마저 도착하자 제갈 사는 척 신명에 대한 생각을 접어야
했다. 마차가 모두 도착하자 천막에서 언 봉운이 걸어나왔
다.
"모두 도착하셨군요."
"오랜만이오. 언 가주."
안면이 있는 언 봉운이 나오자 제갈 사는 반갑게 맞았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제갈 선배님."
언 봉운은 밝은 얼굴로 제갈 사에게 답례했다.
"그 동안 잘 있었는가. 언 가주."
"덕분에 잘 지냈습니다. 척 대인."
"하하하. 다행이네. 그리고 황하에서 도와준 일은 내가 배로
갚겠네."
"하하하. 우리는 앞으로 상부상조(相扶相助)할 일이 가득한데
무슨 말씀입니까!"
척 신명과 언 봉운은 깊은 친분을 과시했다. 언 봉운이 등장
한 덕분에 어색했던 관계가 부드러워졌다. 제갈 사와 척 신
명은 언 봉운 옆에 모여 대화를 나누었다.
"우리 모두가 나와 있는데 마지막 인물은 나오지도 않는군."
홍면금살군은 마지막 마차가 도착했는데도 사람이 나오지 않
자 싸늘한 음성으로 말했다. 강력한 내공이 들어간 홍면금살
군의 음성은 마차의 내부를 강타했다. 그러나 마차의 창문마
저 흔들리며 진동을 일으켰지만 안에 타고 있는 사람은 아무
런 대꾸도 없었다.
마차에서 아무런 변화가 없자 홍면금살군은 모욕을 당한 기
분이었다. 안 그래도 붉은 홍면금살군의 얼굴이 더욱 붉어져
핏빛으로 변했다. 홍면금살군과 마지막 마차의 주인 사이에
긴장이 흐르기 시작했다.
"금면객 어른, 이만 나오시지요."
긴장을 깬 것은 언 봉운이었다. 언 봉운의 말이 끝나기 무섭
게 마차의 문이 열렸다. 홍면금살군과 제갈 사, 척 신명은
금면객이라 불리는 인물이 마차에서 나오는 것을 보기위해
시선을 집중했다.
"아니!"
"흠~."
마차에서 나온 인물은 얼굴을 황금으로 만든 가면을 쓰고 있
었다.
"자 다들 들어가시지요. 비록 천막이지만 찬바람은 피할 수
있습니다."
언 봉운은 천막을 가리키며 말했다.
"들어갑시다. 회의는 안에서 해야 할 것 아닙니까?"
"제갈 선배님의 말씀이 옮습니다. 이래봐도 제가 정성을 다해
마련한 천막입니다."
제갈 사가 천막 안으로 들어가자 다른 사람들은 언 봉운과
함께 움직였다. 천막안에는 거대한 원형 탁자가 놓여져 있었
고 다섯 개의 의자가 마련돼 있었다.
"이런 의자가 다섯 개뿐이군. 내 제자는 어떻게 한다."
"수행원들을 위해 별도의 공간을 준비했으니 걱정 마십시오."
"고맙소. 언 가주."
"별 말씀을 다하십니다. 제갈 선배님."
언 봉운은 제갈 사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웃음을 지었다.
"않을 자리는 어떻게 준비한 것이오."
"그건 의자의 색깔에 맞게 않으시면 됩니다."
척 신명이 좌석배치를 질문하자 언 봉운은 수수께끼 같은 대
답을 했다. 의자는 적(赤), 청(靑), 백(白), 황(黃), 흑(黑)의
다섯 가지 색이었다.
"가지고 있는 오행도에 맞는 의자에 앉으라는 이야기로군."
제갈 사는 웃으면서 하얀 색 의자에 앉으면서 품속에서 경금
도를 꺼내 탁자에 내려놓았다. 언 봉운은 푸른 색 의자에 앉
으면서 을목도를 내려놓았다. 남은 세 사람도 자신의 의자에
앉으면서 계수도, 병화도, 무토도를 내려놓았다.
"우리 오악맹이 오늘에 처음 자리를 준비했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오악맹의 기초를 만들어 주신 금면객 선배님께 감사 드
립니다."
언 봉운은 금면객에게 고개를 숙이자 세 사람은 일제히 박수
를 쳤다.
짝. 짝. 짝.
"또한 오악맹을 세울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해 주신 척 대인
께 감사 드립니다."
척 신명이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자 박수가 터져 나왔
다.
"지금부터 오악맹 제일차 회의를 열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오악맹의 설립입니다. 의견을 발표해 주십시오."
"언 가주. 우리가 모인 것 자체가 오악맹은 설립된 것이오.
첫 번째 주제는 넘어갑시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제갈 선배의 의견에 동
의합니까?"
"동의하오."
일제히 같은 대답이 나왔다.
"좋습니다. 그럼 오악맹의 기본 목적은 다들 아시고 계시니
차후에 논하기로 하겠습니다. 두 번째로 이 자리에 앉은 다섯
사람은 동급으로 인정하십니까?"
"인정하오."
"좋습니다. 그럼 앞으로 호칭을 가지고 계신 오행도를 암호명
으로 정하겠습니다. 인정하십니까?"
"인정하오. 을목도주."
홍면금살군의 음성은 차가웠다.
"좋습니다. 다른 분들도 인정하리라 생각하고 회의를 진행하
겠습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본 오악맹의 최대 목적은 사
해방의 멸망과 천장별부의 보물을 찾아내는 겁니다. 앞으로
우리의 목적을 성취하기 위해 다섯 사람은 가지고 있는 힘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움직여야 합니다."
"알고 있소."
"오늘 모임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오악맹의 다섯 세력을 유
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각자의 세력과 힘을 밝혀야 합니다.
다들 인정하십니까?"
"인정하오."
오악맹의 다섯 사람의 의견은 통일됐다.
"그럼 첫 번째 주제 회의에 나온 모든 의견은 동의로 끝났습
니다. 세부회의는 따로 열 것이니 준비해 주십시오."
"알았소이다."
"그럼 이상으로 제일차 회의는 이만 끝내겠습니다."
언 봉운이 폐회를 알리자 다섯 사람은 천막을 빠져 나왔다.
그들은 일제히 타고 왔던 마차에 몸을 싣고 왔던 길로 되돌
아갔다.
첫댓글 즐독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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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어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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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감하고 감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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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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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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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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