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반가운 사람
유시민. 내가 좋아하는 사람.
지난 지방선거에서 예전의 동지였던
유시민, 심상정, 김문수가 경기도지사에서 만나 경쟁을 하였다.
지금이야, 제 갈길들을 가고 있지만,
예전의 인연의 이야기를 하면서,
포함되었던 사람이 바로 유시민의 동생 유시주였다.
유시민의 동생 유시주 역시,
민주화 운동에 투옥을 하며 모진 고문을 당했다고 한다.
유시민의 누나 유시춘은 진보 논객으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어 알고 있었고,
그의 여동생 또한 정의의 길을 걸었다고 하니,
그 집안의 유전자가 우월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학벌가지고 뭐라 하는 것이 뭣하지만,
유시주 역시 유시민처럼 서울대 출신이다.
당시 서울대 출신이라면,
편한 길을 선택하면 편한 삶을 살아갈 수 있었을 텐데,,,
남매들이 힘들지만 옳은 길을 간 것을 보면,
어떤 집안 교육을 받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
얼마전에 오랜만에 찾은 아름다운 가게 보물섬..
그곳에서 이 책을 만났고,
지은이가 유시주라서 무척 반가웠다.
유시주가 책을 펴냈다고는 생각을 못했었기 때문이다.
그의 글솜씨 역시 피를 속이지는 못했다.
언니가 그랬듯이, 오빠가 그랬듯이,
그의 글솜씨 역시 읽기 쉽지만, 깊이가 있는 글들이 책을 충만하게 하였다.
그리스 로마 신화...
기억력 좋은 어린 시절에 읽었다면,
이런 저런 신들의 이야기들이 금방 머릿속에 새겨졌을 텐데...
다 커서, 어제 읽은 거 오늘 까먹는 나이에 읽었더니,
읽을 때는 재미있는데, 읽고나면 금방 잊혀져 안타까웠다.
이번에 읽을 때도 그럴 테지.. 하고 책을 들었다.
1. 거꾸로 읽는...
그냥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니라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
'거꾸로'라는 의미에는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지은이가 이야기했듯이,
지은이 유시주의 시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를 해석한 것이다.
오늘날 한국 사회와 비유하기도 하고,
통상적인 가치관과 연결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삐딱한 시선은 아니다.
이 책에는 17가지의 소주제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유래한 고사성어들을 정리하고 있다.
처음에는 그리스 로마 신화를 암기하듯이 읽어보려고 했지만,
시간도 많이 걸리고, 여력도 되지 못했다.
나중에 기회되면 또 읽을 기회가 있겠지 하면서,
한번 정독하는 것으로 끝냈다.
2. 신화는 인간을 이야기한다.
앞쪽에 소개된 4개만 간략히 정리해 보았다.
17개 주제 중에서 4개만 달랑 정리한 이유는
게으름과 미천한 기억력때문이다.
처음에는 메모로 잘 정리하다가 좀 넘어가면 그러질 못하는 것이 나의 성격이다.
나중에 다시 읽을 기회가 되면,
그때는 5장부터 정리를 해보겠다는 다짐을 한다.
...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이전의 신들인 티탄 신족의 신이었다.
아버지는 이아페토스.
이아페토스의 둘째아들이다.
이아페토스의 첫째 아들은 아틀라스이고, 막내는 에피메테우스이다.
프로메테우스는 '미리 내다 보는 자'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가 티탄족과 싸울때 티탄족이 아닌 제우스를 편들어,
나중에 제우스에게 신임을 얻게 된다.
아마 미리 내다 보는 능력이 있어 제우스를 편들지 않았을까.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의 명에 따라 진흙으로 인간을 빚었다.
그리고, 제우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는데,
이것을 제우스가 알고, 프로메테우스를 코카서스 정상에 3000년 동안 묶여 있으면서,
독수리에게 간을 파먹혀는 벌을 받았다고 한다.
제우스가 자신의 아버지를 죽였듯이,
자신도 아들로부터 죽음을 당한다는 예언을 들은 바,
프로메테우스에게 그게 누구인지 알려주면 벌을 중지하겠다고 했으나,
프로메테우스는 불의와 타협하는 이가 아니었다.
끝까지 정의를 지켰다.
이 프로메테우스를 지은이는 70~80년대 저항시인 김남주에 비유하였다.
그는 단지 정의를 행동했을 뿐인데,
당시 한국 사회는 정의가 곧 죄였던 시절이라,
김남주는 서른다섯살에 감옥에 갇히고 만다.
그리고, 9년만인 마흔세살에 출옥하고,
그 뒤 5년만인 마흔여덟살에 암으로 세상을 등지고 만다.
정의를 위해 청춘을 불태운 댓가치고 참 슬프다.
하늘은 과연 정의의 편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정의를 맘놓고 이야기할 수 있다.
과거로 회귀하는 대한민국.
입조심, 글조심하는 시대가 되어 버렸다.
...
판도라.
프로메테우스가 불을 가져간 댓가로 벌을 받았다.
불은 준다고 덥썩 받은 인간들도 죄가 있다고 생각한 제우스.
그들에게 판도라라는 여인을 보내게 된다.
판도라는 제우스의 명에 의해 여러 신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판도라는 '모든 선물을 받은 여자'라는 뜻이라고 한다.
판도라는 상자와 함께 에피메테우스에게 보내졌다.
그리고 많이 알려진 것과 같이
궁금함을 참지 못한 판다고라 상자를 열어 모든 악한 존재가
세상에 출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
이 판도라의 이야기에 내포된 의미 중 하나는
모든 악한의 근원은 '여자'라는 것이라고 한다.
세계 역사는 남자들의 힘에 의해 좌우되었고,
상대적으로 나약학 여자들은 좋지 않은 이미지로 그려졌다는 것이다.
판도라 역시 그런 선상에서 만들어진 신화속 인물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근현대 심리학자들에 의해 재해석되고 있다고 한다.
판도라에 의해 상자 속에서 나온 불안한 심리와, 악한 요소들이
진정한 인격체를 만드는 데 한몫했다는 것이다.
그런 것이 없다면, 인간이 아닌 무심한 동물과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하나 건진 희망 또한 인간에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가.
...
가이아
가이아는 대지의 신이다.
러브록이라는 과학자가 있었는데,
그는 지구가 하나의 유기적 생명체라고 처음 주장한 사람이라고 한다.
지구가 생명체들이 살고 있는 환경이 아니라,
그 자체가 살아 움직이는 생명체라는 주장이다.
도킨스 등 여러 과학자들이 그의 주장을 반박하긴 했어도
그의 주장에 깊은 생각을 갖게 하였다.
...
아폴론과 디오니소스
사람을 여러가지 방식으로 분류하곤 하는데,
그 방식 중에 아폴론형과 디오니소스형으로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아폴론과 디오니소스를 같이 묶는 이유는 서로에게는 공통점이 있어서 그렇다.
둘다 제우스의 아들이고,
둘다 헤라의 질투 때문에 어려움 끝에 태어났다고 한다.
하지만, 두 신이 살아온 것으로 인해
후세에는 아폴론은 선의 상징으로, 디오니소스는 추함의 상징으로 여겨지게 되었다고 한다.
즉, 아폴론의 세계는 이성이 지배하는 세계요,
디오니소스의 세계는 광기가 지배하는 세계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 또한 오늘날 심리학자들에 의해 재해석되었다고 한다.
디오니소스가 광기를 나타냈는데, 그것은 광기 자체가 아니라
광기 너머에 있는 진리를 찾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 말이 있다고 한다.
아폴론처럼 생각하고 디오니소스처럼 행동하라.
이성적으로 생각하되, 열정적으로 행동하라는 의미인것 같다.
..
책제목 : 거꾸로 읽는 그리스 로마 신화
지은이 : 유시주
펴낸곳 : 푸른나무
페이지 : 320 page
펴낸날 : 1999 년 08월 30일
정가 : 8,800원
읽은날 : 2010.10.23 - 2010.10.28
글쓴날 : 2010.11.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