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에 와 서울에서 일하다 출국을 앞두고 인사를 온댄다.
그 애나 또 아들들과 산행이나 여행을 하고 싶었는데 그러지도 못하고 가는 날이 다가온다.
내 사는 일이 옹색하다.
아침에 출발한다더니 11시 반 차가 있댄다.
1시쯤에 벌교터미널에서 기다리겠다고 한다.
아래옆집에 이장인 홍식이가 집을 거의 완성해 가니 우리집 울타리가 없어 영 이상하다.
울타리를 할 자신이 없어 톱을 들고 청태밭 옆에서 대나무 두개를 잘라 끌고 온다.
집안의 치부를 허접한 울타리로 가려질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 아래 화분을 놓고 덩굴이나 채소를 심어봐야겠다.
12시 반쯤에 나가 터미널 안에서 기다리며 대합실의 붓글씨를 구경한다.
선아한테 전화하니 박서방은 식사를 해 버렸다 하고 자기는 온댄다.
명성식당이 좋겠다.
장어구이를 3인분 주문하고 소주 한병을 시킨다.
난 술을 반잔 마시겠다니 한볕이가 뺏어간다.
대나무를 묶을 끈을 사자고 몇군데 철물점을 들러 못사고 다이소에 가 쇼핑을 한다.
그는 큰 타이르르 사고 나 발씻을 때 편하라고 발세정제를 산다.
차 열쇠의 베터리가 닳았다고 규젹을 보더니 사 바꿔준다.
동강장에 와 굴을 삶아 술안주를 하자고 오는데 장은 이미 파장이다.
초록 나일론 끈을 한뭉치 사와 박서방네서 가져 온 각목을 박고 대나무를 고정한다.
볕이는 웃으면서 이렇게 허술한 울타리가 어디있느냐고 하지만
나도 웃으며 이게 어때서 한다. 난 천상 가난뱅이 습성을 벗지 못한다.
말로는 너희들이 와 살 곳도 아닌데 쇠붙이를 녹슬게 남겨둘 수는 없다고 한다.
굴을 사러 다시 벌교에 나간다.
뻘낙지에서 굴을 사며 광어도 산다.
삼겹살을 한근만 샀는데 작아 더 사라고 카드를 줬더니 비싸다고 생고기를 사 온다.
일찍 온다던 바보는 퇴직 직원 인계인수로 늦어진다.
볕이가 굴을 여러번 씻는다.
선아가 올라와 언니 올 시각에 굴을 삶겠단다.
내가 술상을 차린다. 안주는 광어회와 생고기다.
재균이가 올라와 볕이와 대작을 해 준다.
그가 올 떄 사 온 양주값을 보고 놀란다.
바보가 선물 받아온 발렌타인도 동이 난다.
바보가 와 술자리에 합류한다.
술담화 증류주도 없어진다.
순주가 형 만나러 왔다가 양주 한잔 하더니 소주가 좋다고 한다.
잔뜩 취해 작은 방에서 자는 아들을 어찌 보았는지 모른 채 나도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