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예산 세우기
고 영 옥
흔히들 시간은 금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돈이라고도 한다. 이는 시간이 그만큼 귀하다는 뜻이 되겠다. 그래서 우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수없이 많은 생활 계획표를 세워왔다.
이제 인생 황혼 길에 서고 보니 시간의 소중함이 전에 없이 절실하다. 내게 남겨진 시간이 얼마인지는 모르겠지만, 더욱 꼼꼼한 계획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다 보니 시간표를 만든다는 일반적인 개념 보다 한정된 시간을 더 현실감 있게 표현하기 위해 시간 예산이란 낯선 이름을 붙여 보았다.
돈을 쓸 때 예산을 세우는 것은 이미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우리는 한정된 수입을 가지고 어디에 우선순위를 두고 돈을 써야 할지 신중하게 검토하게 된다.
돈에 관한 한 우선순위는 명백하다. 필수적인 예산을 세운 뒤에야 임시로 추가 예산을 세울 수 있다. 재정 관리에서 경상비와 임시비의 구분이 분명하지 않으면 결국 빚을 지게 되기 일쑤이고 그런 재정적인 무질서는 파경을 불러오기도 한다.
한정된 수입에 맞추어 예산을 세우듯이 한정된 시간에도 같은 원칙이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꼭 써야 할 경상비와 하고 싶은 일에 소요되는 임시비를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는 말이다.
자신에게 주어진 귀중한 시간을 가지고 꼭 해야 할 필수적인 일이 무엇인가? 또한, 무엇을 하는 것이 최선인가? 그리고 타협할 수 있고 선택적인 것은 무엇인가를 먼저 구분해서 우선순위를 정해 보아야 하겠다.
또한, 하루의 리듬, 한 주일의 리듬, 그리고 1년의 생활리듬을 고려해서 적절하게 시간을 배정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나처럼 아침 시간이 가장 집중이 잘되는 리듬을 가진 사람은 아침 시간대를 잘 활용하는 것이다. 일주일, 일 년의 시간 역시 이렇게 생활리듬을 고려하여 계획을 세워보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내 친구는 특별히 하는 일은 없어도 매일 바쁘다고 한다. 그건 한가한 사람이라고 온갖 긴급한 일에 불려 가기 때문이다. 무방비 상태로 방치된 시간은 남에 의해 사용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게 남에 의해 쓰이다 보니 정작 소유주인 자신에게는 시간이 부족하여 바빠지는 것이다. 우선 떠밀려 다니며 시간을 허비하는 생활방식을 절제하고 시간의 주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내가 아는 어떤 분은 휴대전화기를 소지하지 않으신다. 일부에서는 상대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불만이지만 그분은 철저하게 시간의 주인으로 사는 방법을 아는 자유인이라는 생각이 든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우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치열함만이 옳은 것이 아니고 한가한 여유로움이 비생산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삶의 연륜으로 알아간다. 지식이 지혜가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외면에 치중한 삶은 본질을 잃기 쉽고 내면에만 갇힌 삶에는 실천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균형 있는 시간 예산이 필요하다. 일, 공부, 운동 같은 활동적인 시간과 내면의 질서를 정립하고 마음에 여유를 주는 쉼의 시간이 조화를 이루도록 말이다.
나는 본업에서 손을 놓게 되자 그동안 하고 싶었던 일에 욕심을 냈다.
보호관찰대상자상담, 소외계층 컴퓨터기초지도, 어린이 구연동화로 봉사 했다. 운동으로는 수영과 탁구를 선택했고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평생교육원에서 몇 과목을 공부했다. 이렇게 “바쁘다.”를 입에 달고 얼마를 지나다 보니 내 몸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나이에 걸맞은 지혜가 무엇인지를 알아가게 되었다.
올해 들어서는 얼마쯤 헐거운 시간예산을 세웠다. 그리고 토요일은 쉼이 필수이고 추가 예산이 자유로운 날로 정했다. 그러다 보니 나의 시간 속에 새로운 돌아봄이 생겼다. 첫째는 기도와 묵상의 시간이 여유로웠고 둘째는 독서를 통한 영혼의 재충전 시간이 늘었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여유로운 마음으로 아시안게임 중계도 보고 모처럼 영화감상도 했다. 이 한가로움, 여유로운 침잠(沈潛)이 좋다.
우리 손자 녀석의 표현대로라면 ‘나는 오늘 완전 행복하다!’
(2010. 11. 20 내면세계의 질서와 영적 성장을 읽고)
첫댓글 시간의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는 생각합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시간 예산을 세워야 다시는 귀한 시간을 잃어 버리지 않겠군요, 깔끔한 글 잘 읽었습니다
시간 예산, 멋진 신조어입니다. 견고한 날줄과 씨줄로 쓰인 아름다운글 감사합니다. 늘 행복하시고 고은 미소 언제까지나 간직하세요.
보호관찰대상자상담, 소외계층 컴퓨터기초지도, 어린이 구연동화로 봉사 했다. 운동으로는 수영과 탁구를 선택했고 저녁 시간을 이용하여 평생교육원에서 몇 과목을 공부했다. 이렇게 “바쁘다.”를 입에 달고 얼마를 지나다 보니 내 몸에서 불협화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나이에 걸맞은 지혜가 무엇인지를 알게 되었다." 시간표에 대한 선생님 고견을 한 수 배우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감니다.^^
어제 수업시간... 이제는 너무 바쁜것 보다 여유로운 시간 예산이 필요 하다는걸 느꼈습니다. 좋은 글 수고 하셨습니다.
선생님 좋은 글 잘 감상을 했습니다. 시간도 돈 처럼 예산을 세워서 쓴다는 내용 새롭고 좋았습니다.
시간 예산이란 단어에 마음이 찔리는군요 예산 없이 보내는 바쁨?이 면구 스럽습니다. 잘 감상하고 갑니다.
돈을 쓸 때 예산을 세우듯이 시간을 쓸 때도 예산을 세운다... 좋은 글에 공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시간예산..저도 다시금 점검해봐야겠습니다..감사히 잘 읽고 갑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는 많은 계획을 세우고,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치열함만이 옳은 것이 아니고 한가한 여유로움이 비생산적인 것도 아니라는 것을 삶의 연륜으로 알아간다 촌음을 아겨쓰는 지혜가 있군요 고맙습니다.
끊임없이 글을 쓰시는 선생님. 존경스럽습니다.
신선한 소재에 글을 엮어 가시는 필력에 감탄하며 좋은글 감상 잘하고 갑니다 선생님.
"바쁘다를 달고 사는 것이 현대병이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갖는 것은 같을 겁니다. 글쓰기에서도 쉼표가 필요하듯이 우리도.... 좋은글 잘 감상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언제나 지혜롭게 살아가시는 모습이 감동을 주십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