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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테크] 말기암 환자 돌보는 호스피스병동 가보니…
치료가 불가능한 말기 암환자를 돌보는 강남 성모 병원호스피스 병동에 갔습니 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야말로 건강을 가르는 하나의 결정적 요인' 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건강에 좋다는 보양식이나 노화방지 클리닉에서 받는 치료 등은 하찮을 따름입니다. 그렇다면 사람은 언제 가장 자기 삶에 진실해질까요. 아마 죽음 앞에 섰을 때 가 아닌가 싶습니다. 삶에 대한 가장 진실한 목소리를 듣고 싶어 호스피스 병동에 갔습니다.
의사인 이경식 선생님은 88년 호스피스 병동이 생긴 후 16년째 이곳을 지키고 있습니다.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인 박명희 선생님은 올해로 9년째라고 합니다. 지난 추석을 즈음해 환자 16명 중 6명이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옆에서 하늘나라로 떠나는 환자들을 지켜보면서 어떤 생각이 드는지 물어보았 습니다. "죽음 가까이 가면 욕심이 빠집니다.
그리고 삶 전체가 하나의 선물이라는 것 을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 항상 감사하게 되죠." 이경식 선생님 말씀은 이어집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입니다. 서로 돕고 어울리는 게 삶 입니다. " 호스피스 일을 하면서 선생님 삶도 변했다고 하셨습니다. "이제는 욕심을 안 부려요. 서로 돕고 사랑하죠. (지금이)훨씬 행복합니다. 자 랑스럽고 소중합니다. " 선생님을 만난 사무실에는 환자들이 과천미술관에서 야유회 때 찍은 사진이 걸 려 있었습니다.
"이분도 돌아가셨고, 저분도 돌아가셨고, 그분도 돌아가셨고…, 모두 친구죠." 박명희 선생님께는 왜 9년째 힘들게 호스피스병동에만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원래 암병동에 있었어요. 환자분이 6개월쯤 지나면 안 오세요. 전화해 보면 돌아가셨다고 해요. 환자 10명 중 9명이 돌아가시는 상황을 지켜봤어요. 암병 동 간호사로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니까 이곳에 오게 됐어요." 하루 하루 지나친 욕심을 부리며 산다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일까요. 이날 안타깝게도 환자는 인터뷰할 수 없었습니다. 병원에서 허락하지 않았습니 다.
죽음을 목전에 둔 분들께 가혹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대신 환자 가족분을 만났습니다. 이분은 올해로 연세가 50인 어머니가 위암으로 입원해 계셨습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아빠가 돌아가셨어요. 그때 홀로 되셔서 우리 남매 키우셨는데…. 아들 딸 장가 보내고 이제 좀 편할까 하셨는데…." 환자 가족이 생각하는 어머니가 암에 걸린 원인은 이랬습니다.
"어머니께서는 강직한 분이세요. 저희를 강하게 키우시느라 속사정 잘 말씀 안 하셨어요. 혼자서 스트레스 많이 받으셨어요. 그래서 암이 온 것 같다는 생각 이…." 스트레스를 받으면 스트레스 호르몬의 일종인 코티졸이 분비된다고 합니다. 이 코티졸은 임파구 수를 줄여서 면역 기능을 약화시켜 각종 감염성 질환을 비 롯해 암까지 부른다고 합니다.
우종민 인제대백병원 신경정신과 교수가 지난해 전국 10개 지역 근로자 2700명 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전체 근로자 중 11%가 스트레스 때문에 정신과 치료가 필요한 환자 수준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욕심 덜 부리면 스트레스도 덜 받을 것 같습니다. 이곳 호스피스 병동에는 눈 물 나는 사연이 많습니다. 얼마 전에도 50세 남짓한 남성 말기 암환자 한 분이 병동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고 합니다. "7년째 동거만 했다고 하더라고요. 두 분 금실이 너무 좋아서 처음에는 정식 부부인 줄 알았어요." 이경식 선생님 얘기입니다.
두 사람은 배우자를 사별한 뒤에 만나 서로 의지하며 살았다고 합니다. 남자분이 죽음을 앞둔 뒤에야 결혼식을 올렸으니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그래도 그 남자분은 행복을 느꼈을 것 같습니다.
따뜻한 사랑을 느끼며 지금 생(生)을 마무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호스피스 병동을 나서면서 마음으로 꽃길을 만들었습니다. 삶을 마무리하는 분 들이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도록 말입니다. 하지만 그분들을 위해 슬퍼하며 눈물을 글썽이지는 않습니다. 지금 생(生)이 마지막이 아니며 더 아름다운 다음 생(生)이 마련돼 있음을 믿 기 때문입니다.
<특별취재팀 = 김인수 기자 / 이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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