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머니와 유모차 ◎
어머니 노인정 가려고 툇마루를 내려 서는데
우두득 하며 뒷동산 소나무 삭정이 부러지는
소리에 낮잠자던 누렁이 놀래 마구 짖어댄다
성황당 사는 땅귀신이 수십년간 지몸 파먹고
살았으니 평생동안 감사 하며 살라며 어머니
척추도 수수대 긴허리 처럼 90도로 꺽어놨다
어느날 어머니는 수소문 끝에 내건너 영철네
둘째까지 타다가 바퀴 하나가 고장나 버려진
10년 좀넘은 중고유모차를 무상구입 했는데
구를때 앓는소리는 내지만 대충 굴러는 간다
어머니 유모차를 밀고 가실때에 삐그덕 하고
바퀴가 아파 울면 고장난 무릎도 삐그덕하며
골병든 긴세월만 원망을 하면서 울면서 간다
노인정 가는길에 최근 귀농한 서울댁 아줌마
고급 유모차를 밀고 오는데 차안에 좀가만히
있어 엄마한데 혼날래 야단치면서 지나 는걸
자세히 보니 강아지가 유모차안에 앉아 있다
어머니는 유모차안 강아지가 전생의 서울댁
에 엄마였을거라고 땅귀신한데 흘러 듣다가
누렁이는 전생의 노름판 전전하다 족보까지
팔아먹은 시아버지 였을거라고 굳게 믿는다
어머니 닮은 유모차 밀고 가는길에 따라나선
병든육신의 그림자도 쩔뚝 쩔뚝 휘청 거리며
긴신작로를 끌고 가며 어머니를 따라서 간다
어머니 하늘나라 떠나시고 삼우제날 고향집
뒷곁을 보니 다시 버림받은 고장난 유모차가
바람에 삐그덕 거리며 누렁이 옆에 울고있다
- 글 / 청하 허석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