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 동쪽을 에워싸고 있는 대룡산(大龍山?899.4m)은 가리산(加里山?1,051m)에서 뻗어온 산줄기에 솟아 있다.
가리산 북서쪽 소양호 방면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약 2.5km 거리인 781m봉에서 북서쪽으로 곧은봉(477m)을 분가시키고,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어 1.5km 거리인 늘목고개(품걸리~철정리 연결도로)에서 맥을 낮춘 다음 약 2km 거리에서 860m봉을 들어올린다.
860m봉에서 대룡산으로 이어지는 산줄기는 북서쪽으로 휘돌며 790m봉과 689.5m봉을 지나 가락재(해발 약 590m?56번 국도 가락재터널 위)에서 잠시 가라앉는다. 가락재부터 다시 고도를 높이며 서쪽으로 이어지는 능선이 약 6km 거리에 이르러 빚어 놓은 산이 대룡산이다.
대룡산을 일으킨 능선은 여기서 그치지 않아 남으로 약 4.5km 내려선 응봉(759m)에서 남쪽으로 연엽산~구절산을 분가시키고, 남서쪽 방면 능선은 수리봉~금병산~고깔봉~봉화산으로 이어나가 검봉, 송이재봉, 새덕봉, 물갈봉 등을 일으키고 나머지 여맥들을 북한강과 홍천강에 가라앉힌다.
대룡산은 춘천 시내 방면에서 오르내리는 코스만 이용되고 있다. 동내면 거두리 방아골에서 갑둔이고개로 올라 북릉을 타고 정상에 오르는 코스, 거두리 남쪽 고은리 곰실 마을에서 서릉으로 정상에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춘천 시내 반대 방향인 동면 상걸리는 등산인들의 발길이 거의 닿지 않는다. 상걸리 방면 등산로가 뚜렷하지 않은 이유는 대룡산 산세에 기인한다. 북에서 남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경계로 춘천 시내 방면은 육산에다 산세가 완만한 반면, 주능선 동쪽은 갑둔이고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급경사에 깎아지른 절벽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상걸리 방면 대중교통편이 불편한 것도 이유가 된다.
춘천고 30회 동창들로 구성된 경지(鏡池)산악회 박종덕 회장은 대룡산 코스를 손바닥 보듯 꿰뚫고 있는 전문가다. 박 회장에 의하면 상걸리 방면 코스는 봄 여름이면 산나물 채취를 위해 마을 주민들이 다니는 정도고, 꾼들은 가리산으로 이어지는 동릉을 타고 가락재까지 간 다음, 구도로(국도)를 따라 상걸리로 하산하는 정도라고 조언해 주었다.
일단 시내 방면에서 정상에 오른 다음 생소한 곳인 상걸리로 하산하는 코스로 답사해 보았다. 시내 방면에서는 고은리에서 오르면 된다. 시내버스 종점인 고은1리 곰실 마을에서 대룡산을 바라보며 5분 들어서면 삼거리에 닿는다.
왼쪽 길로 들어가 약 50m 거리에서 임도로 들어서면 서릉으로 오르게 된다. 또는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들어가 개 기르는 집(과수원)을 지난 10m 폭포 상단부에서 왼쪽으로 계류를 건너 서릉 남쪽 사면길로 올라가도 서릉 임도와 만난다.
10m 폭포 상단부에서 서릉 남사면 길과 만나는 임도에 도착하면(종점 위 삼거리에서 20분 소요) 등산장비점 광고 플래카드가 나무에 매어져 있다. 플래카드에서 왼쪽 소나무숲으로 들어서면서 서릉 길이 시작된다. 능선길은 U자형으로 패어져 있다. 참호를 연상케 하는 구덩이 가운데로 이어지는 산길을 따라 10분 올라가면 제대로 된 능선길로 이어진다.
왼쪽으로 잣나무숲이 나타나기도 하는 능선길로 40분 가량 오르면 낙엽송숲이 나온다. 낙엽송숲을 지나 5분 더 오르면 임도로 올라서게 된다. 임도를 건너 통나무계단을 올라서면 서릉이 계속된다. 10분 더 올라가면 능선 오른쪽(남쪽)으로 ‘지뢰지대 출입금지’ 경고판이 있다. 경고판 왼쪽으로 휘는 능선길로 2분 거리에 이르면 임도와 만나는 작은 안부에 닿는다. 안부를 뒤로하고 가파른 능선길로 7~8분 오르면 대룡산 정상이다.
삼각점(내평 25)이 있는 정상에서 서쪽 아래로 조망되는 춘천시내 풍광이 매우 아름답다. 도시 가운데에 불쑥 튀어나온 봉의산이 눈길을 끈다. 봉의산 뒤로는 의암호반의 물비늘을 반짝인다. 의암호 위로는 삼악산이 축령산, 서리산, 주금산과 함께 펼쳐진다. 계관산 남릉인 석파령 뒤로는 대금산, 깃대봉, 약수봉, 매봉, 연인산이 조망된다.
남으로는 폭산, 용문산, 유명산이 보인다. 유명산 오른쪽으로는 운길산, 검단산 산릉이 펼쳐진다. 북서쪽으로는 북배산, 가덕산 줄기 너머로 명지산, 화악산, 응봉이, 그 오른쪽으로는 한북정맥 상의 복주산, 수피령, 대성산 등이 시야에 와닿는다. 거의 북으로는 용화산, 배후령, 오봉산이 멀리 적근산과 함께 보인다.
정상에서 북릉으로 약 60m 가면 갈림길이 나온다. 오른쪽 길로 50m 거리에 이르면 895m봉에 닿는다. 이 895m봉 동쪽 능선이 가리산에서 이어져온 능선이다. 895m봉 정상에서는 동쪽 조망이 막힘없이 펼쳐진다.
북으로는 오봉산과 부용산 사이로 오음리 병풍산이 보이고, 그 오른쪽으로는 잉크를 풀어 놓은 듯 파란 소양호반 위로 양구 사명산이 보인다. 북동쪽 멀리로는 안산, 서북릉, 대청봉, 한계령, 점봉산, 곰배령의 윤곽이 뚜렷한 설악산 국립공원이 시야에 들어온다.
동으로는 실낱같은 56번 국도가 지나가는 상걸리 협곡이 샅샅이 내려다보인다. 상걸리 협곡 위로는 뾰족하게 돋아난 가리산이 멀리 인제군 응봉산, 가마봉, 쇠뿔산, 대바위산과 함께 조망된다. 더 멀리로는 방태산, 갈전곡봉, 오대산 등이 하늘금을 이룬다.
남동으로는 홍천군 북방리 염송골 뒤로 공작산, 오음산, 매화산이 보인다. 매화산 뒤로는 원주 치악산과 매화산도 보인다. 남쪽으로는 연엽산, 구절산이 갈기산, 금물산, 성지봉과 함께 조망된다. 금물산 줄기 너머 멀리로는 원주 백운산도 가물거린다.
895m봉에서 동쪽 급경사 능선길로 발길을 옮겨 15분 내려서면 진달래 군락 사이를 헤치고 지나간다. 등산인들 발길이 거의 없었던 듯 표지기 하나 보이지 않는다. 진달래 군락 이후 15분 거리에 이르면 펑퍼짐한 안부에 닿는다. 이 안부는 지형도 상에 남쪽 북방리 염송골에서 북쪽 상걸리 잣밭골로 산길이 이어져 있는 곳이다.
그러나 빽빽하게 들어찬 수림지대와 수북하게 쌓인 낙엽 때문에 안부 북쪽과 남쪽 어디에도 산길 흔적이 발견되지 않는다. 안부에서 776.9m봉 방면으로 약 400m 거리에 이르면 송전탑에 닿는다. 송전탑에서 50m 더 오르면 왼쪽(북쪽) 지능선으로 흐릿한 산길이 있다.
지능선으로 발길을 옮기면 곧이어 노송이 어우러진 바위지대가 나타난다. 바위지대는 3~4곳 나타난다. 바위지대마다 우회하는 길이 있다. 30분 내려서면 임도 절개지 상단에 닿는다. 왼쪽 급경사 잡목숲 사이 흐릿한 길로 5분 정도면 임도로 내려선다.
임도에서 왼쪽(서쪽) 내리막길로 7~8분 거리에 이르면 잣밭골 계류를 건너는 다리가 나온다. 여기서 잣밭골 상부로 올라가는 뚜렷한 계곡길이 보인다. 이 계곡길이 염송골로 넘는 안부로 이어지는 길이다.
잣밭골 하류로 내려서는 계곡길은 의외로 뚜렷하다. 다리를 건너 오른쪽으로 내려서서 10분 정도 내려가면 합수점 왼쪽으로 잣나무숲이 보인다. 잣나무숲을 지나 왼쪽으로 계류를 건너 5분 내려서면 묵밭과 빈 움막이 나타난다. 빈 움막에서 계류를 따라 30분 거리에 이르면 상걸리 보건진료소 앞 버스정류장이다.
잣밭골은 표지리본 하나 볼 수 없는 지역이다. 갈수기에도 계류에 물이 넘치고, 수림도 울창하다. 잣밭골 위로는 거대한 암봉을 이룬 776.9m봉(송전탑 동쪽 봉우리)이 보인다.
토박이 주민인 박희원씨(45)는 이 마을에서 유일한 매점을 겸한 식당(원용막국수집) 주인이다. 박씨는 776.9m봉을 가리키며 “저 바위봉이 큰 대(大)자로 보이기 때문에 이곳에서는 옛날부터 대룡산으로 불렀다”고 전해준다.
고은1리 곰실 마을을 출발, 서릉을 경유해 정상에 오른 다음, 895m봉~동릉~안부~송전탑~북쪽 지능선~임도 다리~잣밭골을 경유해 상걸리 보건진료소 앞으로 나오는 산행거리는 약 10km로, 5시간 이상 소요된다.
유의점은 776.9m봉 전, 또는 776.9m봉을 지나간 곳에서 잣밭골이나 상걸리로 내려가는 경우 직벽에 가까운 임도 절개지를 내려서게 되므로 보조자일을 반드시 준비하도록 한다.
■ 교통
서울 상봉터미널에서 1일 32회(05:40~21:30) 운행하는 춘천행 버스 이용. 요금 6,000원, 1시간50분 소요.
서울 동서울터미널(전철 2호선 강변역)에서 15분 간격(06:00~21:20)으로 운행하는 춘천행 버스 이용. 요금 6,400원, 1시간30분 소요.
열차편은 서울 청량리역에서 1일 20회(05:25~22:30) 운행하는 춘천행 경춘선 열차 이용, 남춘천역에서 하차.
열차요금=서울 청량리역~남춘천역 월 5,300원, 화?수?목 4,800원, 금 18시 이전 5,300원, 금 18시 이후 토·일·공휴일 5,600원.
춘천~거두리~방아골 구간은 후평동에서 26번 시내버스가 1시간 간격(07:00~22:30)으로 운행. 요금 800원, 15분 소요.
고은리 곰실 마을은 시내버스 1일 11회(06:30~21:40) 운행. 20분 소요.
춘천 버스터미널이나 남춘천역에서 거두리 방아골이나 고은리 곰실 마을까지 택시요금 4,500원 안팎. 15분 소요.
춘천 76번 시내버스가 구버스터미널~중앙로~8호광장~후평 1단지~강원자동차운전학원~동면지서~상걸리로 1일 3회(08:20, 14:00, 19:00) 운행한다. 요금 800원, 40분 소요.
상걸리에서 춘천시내행 버스 1일 4회(07:20, 09:20, 14:55, 19:55) 운행.
상걸리에서 춘천행 버스시간이 맞지 않는 경우 택시를 부르면 20분 내 약속장소로 온다. 춘천버스터미널 및 남춘천역까지 요금 21,000원. 약 30분 소요. 춘천택시 033-264-3000, 264-8888, 080-274-3000.
■ 먹거리
잣밭골 입구 상걸2리 보건진료소 옆 변사또막국수(033-244-1075)에서 촌두부, 엄나무백숙, 닭백숙, 감자부침, 산채비빔밥, 두부찌개백반, 동동주 등을 판다.
보건진료소 길건너 맞은편에 있는 매점을 겸한 원용막국수(주인 박희원?244-9547)에서 토끼탕(30,000원), 꿩도리탕, 토종닭백숙(각 25,000원), 비빔밥, 만두국(각 5,000원), 동치미막국수(4,000원), 두부(3,000원) 등을 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