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의 심리상태로
바라본 <바닐라 스카이>
영화 <바닐라 스카이>는 1997년 스페인감독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가 연출한 로맨틱 스릴러 <오픈 유어 아이즈>를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모든 것을 갖춘 남자 데이빗 에임즈를 중심으로 사고 이후 변한 그의 삶의 모습을 그리면서 그의 덧없는 인생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다. 이 영화는 주인공 데이빗이 정신과 의사인 맥 케이브에게 자신이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으로 현실과 꿈의 세계를 오가는 액자 식 구성을 취해서 설명하고 있다.
필자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을 큰 틀로 하여 주인공 데이빗의 정서적 불안과 그의 심리를 ‘인생의 확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모든 것이 허무한 꿈의 의식 세계를 말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이유로 선망의 대상인 주인공의 심리적 불안감을 어디서 찾아 볼 수 있고 그러한 불안감 증세가 왜 나타났는지를 알아보려고 한다. 또한 그런 심리 상태를 왜 ‘인생의 확장’이라는 회사에서 “자각몽(自覺夢)”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의존하려 했는지를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 속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지만 진정한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에 의문을 제시하면서 이 영화의 주제로 잡고 있는 일장춘몽(一場春夢)에 대해서 말하려고 한다.
영화의 주인공인 데이빗은 모든 것을 가지고 있는 선망의 대상이다. 그러한 그는 영화 첫 장면에서 보면 “Open your eyes.”라는 알람과 함께 큰 도시 속에서 혼자만 존재하고 있다는 것에 대해 당황해 하는 모습을 그의 꿈을 통해서 보여줌으로써 그의 심리적 불안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영화 속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그의 심리 상태를 영화 첫 장면을 통해서 넌지시 던져놓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그의 심리적 불안감은 어디서 나왔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그는 유력 출판사와 잡지사를 운영하는 사장으로서 자신의 위치를 지켜내야 하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영원한 명성을 얻고 싶은 욕망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부모로부터의 완전한 독립을 갈망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일곱 난장이라고 부르는 이사회에서의 갈등과 압박감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그의 생일 파티에서 회사 간부와의 대화 속에서 알 수 있다. 이 대화 속에서 이사회와의 갈등은 모든 유산을 남겨준 부모로부터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하여 자신의 독립적인 지지기반을 마련하지 못했음을 알 수 있게 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처럼 영화 첫 장면 속에서의 그의 심리 상태는 자신이 지켜야 하는 압박감 속의 불안감으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첫 장면에서 꿈을 통해 그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그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라는 것을 짐작하게 한다. 이어 그가 소피아와의 사랑을 나누는 것에 대해 질투와 분노를 참지 못한 줄리의 동반자살 사건을 계기로 그의 불안감은 최고조로 표현된다. 예전의 수려한 외모를 가졌던 데이빗은 그 사건으로 인해 흉측한 얼굴로 변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한 변화로 자아에 대한 확신을 잃어버리기 시작한다. 이러한 모습은 데이빗이 그가 얻었던 부와 명성을 모두 부모에게서 물려받았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가지고 태어났던 외모만큼은 자신의 성향이 강하게 드러난 것이었는데 그것이 파괴된 데에 있는 두려움 상태로 볼 수 있다. 데이빗은 변한 외모에 대한 충격으로 적극적이었던 성격은 소심한 성격으로 변하게 되었는데 이는 사람들과의 접촉을 피하고 사랑하는 여인인 소피아에게 당당히 있는 모습 그대로 나타나지 못하고 가면을 쓰고 나오는 등의 그의 행동변화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가면을 쓰고 나온 데이빗의 모습이다. 데이빗은 자신을 초라하다고 여기고 그것을 숨기려는 방어로써 가면을 택하고 나온 것이다. 그는 낯설고 위협적인 ‘외부’의 상태에 직면해 있지 못하고 가면으로 ‘외부’에 대한 방패막이로 사용함으로써 자신의 본 모습을 숨기려는 것이다. 가면이 없으면 자신을 ‘외부’를 통해서 지켜 줄 수 없다고 느끼며 자신을 가면과 동일 시 시키려는 그의 모습은 데이빗이 자아에 대한 불안감을 이야기한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이 부분에서 영화의 전반적으로 데이빗의 심리 상태가 불안했던 것은 자아에 대한 세계를 인식하는 능력이 부족했기 때문이었음을 시사해주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데이빗은 자신이 지켜야 할 것들에 대한 압박감과 욕망으로부터 나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심리 상태에서의 불안감은 자아의 세계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초래되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데이빗은 그의 심리적 불안감을 해소 시키는 방법으로써 ‘인생의 확장’이라는 생명연장회사에 자신을 맡기고 스스로 깨닫는 꿈의 세계로 의존하려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다면 왜 그가 “자각몽(自覺夢)”의 프로그램을 선택했는지 살펴보도록 하자.
그는 “자각몽(自覺夢)”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자아에 대한 세계의 인식을 원했던 것이다. 그의 불안한 심리 상태는 자아에 대한 확립이 생기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이 스스로 만깨닫고 만들어 가는 꿈의 세계를 선택한 것이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애쓴다. 알은 새의 세계이다. 태어나려고 하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파괴하지 않으면 안된다.1)
위의 글처럼 데이빗은 자신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파괴하기 위한 방안으로 선택한 것이 “자각몽(自覺夢)”의 세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꿈의 세계에서 그는 다시 자신의 완벽한 얼굴로 되돌아가고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킨다. 또한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소피아와의 사랑을 이루어 살아간다. 하지만 그가 만든 꿈의 세계에 소피아가 줄리의 모습으로 보이는 환각증상에서 그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파탄으로 내몰게 된다.
그는 “자각몽(自覺夢)”을 통해서 자신의 인생을 원하는 방향으로 살고자 했지만 그의 심리 상태에 대한 불안감의 이유가 되었던 자아 세계에 대한 인식부족으로 그 꿈이 깨져버린 것이다. 그의 꿈이 자신감을 키워주는 방향으로 흘러 갈 수 있는 해결 방안의 핵심이 될 수 있었겠지만 그의 잠재된 사고의 피해망상은 자아와 일체가 되지 않은 채 겉돌게 된 것이다. 결국 흔히 추억은 아름답다고 믿고 자신에게 좋았던 일만 기억하려는 무드셀라 증후군의 모습을 나타낸 “자각몽(自覺夢)”의 세계를 통해 자신의 불안한 심리 상태를 파괴하려 했던 데이빗은 다시 한 번 무의식을 통해서 자신의 잠재된 불안했던 자아를 돌아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자각몽(自覺夢)”의 세계를 통해 현실 세계가 아닌 자기가 만든 유토피아에서도 완전한 상태가 될 수 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영화를 다 본 후에 느껴지는 영화 속 현실과 꿈의 세계를 우리는 뚜렷하게 구분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의문을 가져야 한다. 마지막 데이빗이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갔다는 “자각몽(自覺夢)”의 세계를 깨닫고 현실로 다시 들어가기 위해 고소공포증을 가지고 있던 자신의 어려움을 이기려 높은 빌딩에서 뛰어내리면서 끝이 난다. ‘인생의 확장’이라는 회사의 직원이 말한 것처럼 그의 이야기들을 현실과 꿈의 세계로 구분할 수 있는가에 대해 보이는 것만 믿을 수 있는 것인가 생각해봐야 할 문제인 것이다. 보이는 것 자체에 대한 믿음으로 자신이 생각하고 만들어간 세상에 대해서 그의 인생의 반을 살았다는 것에 대해서 인정하지 않는 데이빗은 눈에 보이는 영화 속 현실로 나가는 문으로 높은 빌딩에서 낙하를 선택한다. 하지만 그가 선택했던 것이 현실로 나가는 문이 아닌 진짜 현실이었다면 높은 빌딩에서 추락사로 인생을 마감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영화 속에서 나눈 현실과 꿈의 세계를 뚜렷하게 구분 짓는 것보다 왜 영화 속에서 그렇게 나누려고 했는가를 생각하면서 그 영화가 주는 일장춘몽(一場春夢)의 의미를 되짚어 봐야한다. 데이빗이 왜 영화 속에서 만든 현실과 꿈을 오가며 자신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했는가는 인생이 덧없음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현실을 피하고 싶어서 선택했던 꿈에서 많은 행복을 누렸지만 결국 자신 스스로 파멸을 이끌고 왔듯이 인생은 한바탕 봄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은 자기가 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만 갈 수 없다는 말과 함께 자신이 누리려했던 많은 행복들은 결국 욕심이 낳은 인간의 운명은 얼마나 허무하고 덧없는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1) 헤르만 헤세,『데미안』, 홍경호 옮김(범우사, 2004), 50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