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실손형 민간의료보험(이하 '실손보험') 가입자들이 보험료에 경악하고 있다. 실손보험은 건강보험 부담분을 제외한 본인부담을 보상해주는 민간의료보험으로 보통 3년마다 갱신되는데, 갱신 시점에 이르러 보험료가 폭등하고 있다.
의료비걱정 덜려 가입한 실손보험, 알고보니 보험료 폭탄
현재 의료비의 60% 정도는 국민건강보험이 책임져 주지만 나머지 40%는 환자가 직접 부담해야 한다. 가벼운 질환으로 진료를 받을 시엔 부담이 되진 않지만, 큰 병이라도 걸리면 치료비가 수백~수천만 원에 이르기도 해서 큰 부담이 된다. 가족 중에 환자라도 생기면 기둥뿌리가 뽑히고 가정이 쑥대밭이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러다 보니 암보험, 실손보험 등 각종 민간의료보험에 너나 할 것이 가입하고 있다. 이중 실손보험은 2006년 이후 본격적으로 판매되었고, 2600만명이 넘는 사람이 가입하고 있다. 60세 이상이나, 만성질환자들의 경우, 실손보험에 가입하지 못한다는 것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실손보험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최근 실손보험 관련 기사를 보면 3번 갱신 만에 보험료가 무려 3배로 껑충 뛰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예를 들어, 3만2776원이었던 보험료가 9년만에 10만 1212원으로 올랐다는 것이다. 의료비 걱정을 덜까 해서 가입한 실손 보험이 보험료 폭탄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발생할까?
갱신마다 폭등하는 실손보험, 노후에는 수십만원
자, 이제 실손 담보 보험료가 갱신 시마다 어느 정도씩 오를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민간 의료보험은 철저히 개인위험률에 기초하여 보험료를 부과한다. 보험료부과에서 가장 크게 작용하는 요인은 '나이'다. 나이가 많아질수록 보험료가 인상된다. 아래 <표 1>은 갱신시 실손보험료 증가를 보여주는 금융감독원의 자료이다.
금융감독원은 갱신시마다 실손 보험료가 대략 26~33%씩 증가할 것으로 예측했다. 40세 남성의 갱신보험료는 8194원이지만, 3번 갱신한 후인 49세에는 1만7243원으로 6회 갱신 후인 58세에는 3만9773원으로 오른다. 그렇다면, 58세 이후의 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금융감독원의 예측대로 갱신마다 평균 30%씩 증가한다고 할 경우, 58세 이후의 실손보험료는 <표 2>와 같다. 79세에서는 무려 월 29만원을 내야 한다.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갱신시 30% 정도만 증가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갱신폭탄 관련 기사들을 보면 실손보험료는 무려 35~54%정도 증가하였다. 이것은 실제 실손 보험료 인상폭이 금융감독원의 예상 시나리오보다 더 증가하였음을 의미한다.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의하면 43세 남성의 갱신시 보험료는 44%가 증가하였다. 그렇다면 실손보험은 100세 보장을 주장하고 있는데 100세까지 보장받으려면 도대체 얼마나 오를까? 이럴 경우 8194원을 내야하는 40세 남성은 61세에는 7만3000원을, 70세에는 22만4000원을, 82세에는 9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후의료비 대응, 실손보험으로는 사실상 불가능
30~40대의 젊은 층이 실손보험 가입할 시점에서는 보험료가 1~2만원에 불과하여 해당 연령의 국민건강보험료보다 더 저렴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는 민간보험료가 저렴해서가 아니라 질병위험이 그만큼 낮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령의 증가에 따라 보험료는 급격히 증가한다. 의료비 지출의 대부분은 노인층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래 <그림 1>은 300만 원 이상의 고액 진료가 나오는 환자들의 수를 나타낸 것이다. 30대의 경우 1만 명당 고액 진료는 불과 100~200명에 불과하다. 그러나 60세 이상부터는 1,000~2,000명이 넘는다. 30~40대에 비해 10배 이상 급증한다. 의료비는 연령이 증가할수록 급증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특히 목돈이 들어가는 고액 질환의 경우엔 더욱 그렇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시행한 생애의료비 연구에 의하면, 생존자 1인당 생애의료비는 각각 1억3000만 원, 1억2000만 원이었다. 그런데 생애 의료비 중 65세 이상의 노령층에서 전체 의료비의 69%, 64%를 사용한다. 즉, 의료비 지출의 대부분의 노인층에서 발생하는데, 민간의료보험은 개인 위험률에 기초해 보험료를 책정하므로 연령에 따라 보험료가 급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정작 더 큰 문제는 노후에 민간보험료는 급증하는데, 이를 감당할 능력이 노인에게는 없다는 점이다. 정년퇴직 이후 소득은 급격히 줄어드는데, 실손보험료는 수십만 원으로 껑충 뛴다.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노인층은 거의 없다. 결국엔 보험료 부담을 감당하지 못해 대규모의 해약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민간의료보험의 해약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암보험의 경우 가입 5년이 지나서도 계약을 유지할 확률은 경우 55%에 불과하다. 절반 정도는 5년도 안되어 해약하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실손보험은 결코 의료비 걱정을 덜어주지 못한다. 오히려 연령이 증가할수록 보험료가 급격히 증가하여 보험료 폭탄이 되어 돌아온다. 노후에는 소득이 없는데, 보험료는 급증하니 이를 감당할 국민은 거의 없다.
보험회사는 젊고 건강한 사람만을 선별적으로 보험에 가입시킨다. 노인과 만성질환자들은 보통 거부대상자이다. 문제는 정작 이들이야 말로 의료비 지출 부담이 크다는데 있다. 이렇게 실제 의료혜택이 필요한 사람과 보험간에는 괴리가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부담은 줄이고, 복지국가 실현가능
의료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해법은 있다! 바로 국민건강보험이다. 건강보험 재정을 확충하여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한다면, 의료비 걱정이 사라질 뿐 아니라 값비싸고 가계살림에 엄청난 부담을 가져다 주는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할 이유도 없어진다.
현재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대략 60%에 머문다. 건강보험의 보장률을 높이면, 높이는 만큼 국민들의 직접부담은 줄어들 수 있다. 현재 국민건강보험의 재정은 국민의 보험료(55%), 사업주분담금(30%), 국고지원(15%) 등 세 주체가 나눠서 내지만, 혜택은 국민들이 모두 누린다. 즉, 100원의 재정을 확충하기 위해서 국민들이 그간 부담해온 본인부담 100원을 모두 건강보험 재정으로 돌릴 필요가 없이, 대략 55원만 더 내면 된다. 나머지 45원은 국가와 사업주가 부담한다. 국민의 입장에서는 국민건강보험료를 좀 더 올리더라도 국민건강보험으로 모든 병원비를 해결하는 것이 절대 유리하다. 게다가 국민건강보험료는 소득에 따라 부과되기에 상위계층일수록 납부하는 보험료 액수가 크다.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는 복지국가를 위해서는 복지재원 확충을 위해 '능력별 증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그 증세는 무차별적이 아닌 소득에 따라 부과되는 증세이다. 국민건강보험 역시 마찬가지이다. 국민건강보험은 사업주와 국고가 절반을 부담해 주며, 국민들이 부담하는 보험료는 자신의 소득에 따라 정해지는 아름다운 제도이다. 국민건강보험의 사회연대적 방식으로 재원을 확충하여,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으로 해결하자. 국민건강보험이야말로 노후 의료비를 대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