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역사에 대하여
―막은골 이야기
이은봉
전통 따위는 개좆이라는 것이겠지 역사 따위는 니에미씹이라는 것이겠지 좆 빨았다고 세종시냐 세종시라는 이름, 참 웃기는구나 세종이 지하에서 미친놈들, 하며 한참을 웃겠구나
원주민들을 깊이 배려한다더니, 결코 서럽게 하지 않겠다더니 이제는 똥친막대기 취급조차 안 하는구나
원주민은 원시인에 불과하다는 것이겠지 인디언처럼 마구 사냥해도 된다는 것이겠지 표가 안 되니 마음대로 주물러도 괜찮다는 것이겠지 당암초등학교라는 이름은 원주민들이 다니던 학교라서 지나가는 개의 똥털만도 못하다는 것이겠지
새뜸새뜸, 새뜸초등학교 좋아하는구나 공산성 성주 예식진의 배신으로 의자왕이 소정방한테 잡혀 왔다는 당골, 소정방이 깨뜨리고 금덩어리를 꺼내갔다고 하는 용암을 합쳐 일제가 만든 당암리, 당암리라는 말에 서려 있는 백제의 한을 이제는 기억조차 못하겠구나
대한민국 김영삼 정부가 지명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바꿔 지명에 스며 있는 슬픔을 다 지워버리더니 이제는 당암리라는 말에 들어 있는 백제의 설움까지 죄 지워버리는구나
그까짓 찌질한 전통을, 패배의 역사를 기억해 어디에 쓰겠느냐는 것이겠지 당암초등학교 졸업생 3000명의 명예는 닭좆도 안 된다는 것이겠지 다음 선거에서 낙선운동은 엄두도 못 낼 것들이라고 깔보는 것이겠지
연세초등학교의 연세라는 말은 연세대학을 연상시키니 없애면 안 되겠지 연양초등학교도 비슷한 이름이니 없애면 안 되겠지 당암초등학교의 당암이라는 이름은 나당연합군에게 멸망한 백제를 떠올리니 없애자는 것이겠지
이처럼 멍청한 발상을 누가 처음 한 것이냐 그런 발상을 한 세종시 관계자 놈들아 똥물에 니 할애비나 튀겨 먹어라 니 할머니나 튀겨 먹어라
새로 지은 관청과 아파트들이 새뜸새뜸 울고 있는 소리가 안 들리느냐 이곳 지귀(地鬼)들이 아우성치는 소리가 안 들리느냐 전통과 역사를 날아가는 새의 밑구녕털만큼도 안 여기는 놈들아 여기 이 땅에서 살다가 지하에 묻힌 영혼들도 더러는 좀 생각하거라.
―《작가마루》 2018년 상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