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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영혼의 리필 – 성바오로딸수도회 김태희 데레시아 수녀
인생의 겨울의 아름다움
얼마 전 아는 분 전시회에 갔다가 우연히 근처 전시장에서 사진전을 보게 되었다. 하얀 눈에 덮인, 그리고 눈이 내리고 있는 순간 작가가 사진기에 담은 산과 바다의 겨울 풍경을 보면서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앙상한 나뭇가지와 싸늘한 겨울 바다지만 하얀 눈과 더불어 건네는 무언의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나도 말을 잊고 감탄하며 그들 앞에 서 있었다.
계절의 끝자락인 겨울이 그토록 장엄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는 것처럼 우리 인생의 겨울인 노년도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과 생명의 힘을 발견한다면 말할 수 없이 충만한 은총의 계절인지도 모른다. 내리는 눈과 같은 하느님 은총에 감싸인다면 주름진 손과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앞에서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조금만 주의 깊게 주변을 살펴보면 그런 내면의 아름다움을 뿜어내는 분들이 있음을 깨닫게 된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들은 나이 듦이나 늙음을 서글프고 우울하게 생각한다. 점점 몸이 쇠약해지고 기억력도 쇠퇴하고 일에서도 물러나며 상실의 시기를 겪는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도 피할 수 없는 노년을 맞이해야 할 우리에게 [내 영혼의 리필]은 새로운 시각으로 나이 듦을 바라보고 노년을 긍정적으로 맞이할 수 있는 12가지 방법을 제안한다.
저자는 노인상담학 박사로 중년기와 노년기에 접어든 이들이 활기차고 신명나게 살아가도록 돕는 일을 하는 노인사목 전문가다. 자신이 만난 수많은 이들의 체험을 바탕으로 할 뿐 아니라 그리스도인의 눈으로 걸어갈 방향을 안내하기에 더 깊이 있는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든다. 저자는 영혼이라는 정원이 있음을 일깨운다. 영혼의 정원을 가꾸면 하느님께서 주시는 생명의 물을 마실 수 있고 거기에서 생명력을 얻어 더 성장해 간다고 한다. 그리고 감성적 ‧ 영적으로 성숙하면서 인생의 꽃을 피우고 열매를 거두며, 인생이라는 길에 노년을 허락하신 하느님의 깊은 뜻을 이해하고 나이 듦을 선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한다.
영혼에 활력을 주는 방법으로 함께함을 기뻐하라, 현재에 살아라, 진정한 자아를 찾아라, 용서하라, 아낌없이 베풀어라, 신앙에 기뻐하라, 삶의 깊은 의미를 발견하라 등을 제시하는데 그중에서 ‘어디에서나 사랑을 찾아라’에 나온 구절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이가 들어 성숙해지면 성숙해질수록 사랑을 찾는 방법을 더 잘 알게 되고, 사랑을 더 많이 보게 되면 우리는 더욱더 젊어질 것이다. 젊음은 몸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오히려 젊음은 자신만의 독특한 재능을 발휘함으로써 사랑 안에 머물 수 있는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젊음은 내면의 아름다움이 환한 빛을 발할 수 있게 하는 톡톡 튀는 자질이다. 나이 듦을 하느님 사랑의 선물로 이해하면 영혼이 점점 더 젊어질 것이다. …젊어지기를 바란다면 세상 어디에서든 사랑을 찾아라. ‘여기에도 틀림없이 사랑이 있을 거야. 그 사랑을 찾아내는 일이 내가 할 일이야.’라고 자신에게 말하며 격려하라.”
만나는 사람이나 일상의 작은 행동 안에서 사랑을 찾아간다면 인생의 참된 아름다움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이다.
리처드 P. 존슨 지음 | 한정아 옮김 | 224쪽 | 7,500원 | www.pauline.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