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비심이 해탈이다..
"과학적인 지식과는 별도로 식물 생장의 비밀은 사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식물학자 루터 버뱅코의 지적이다.
그는 가시가 없는 선인장을 만들기 위한 실험으로 선인장에게 깊은 사랑의 마음을 베풀었다. 밖에 나갔다 오면 지낸 일을 자세하게 일러 주기도 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 주기도 하였다.
무럭무럭 자라나는 선인장에게 그는 말하였다.
"이제까지는 아무도 너를 보호해 주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너 자신을 보호할 가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제는 아무것도 두려워 할 것이 없다. 내가 너를 이렇게 사랑하고 있잖니. 이젠 방어를 위한 가시는 필요없는 거야."
식물학자의 보살핌과 사랑에 길들여진 선인장은 가시가 없는 변종으로 변화되었다고 한다.
이 시대의 인간들과 조직들은 하나의 선인장이 되어가고 있다. 저마다 자기 방어의 가시를 세우고 서로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주고 받고 있다.
우리가 이 세상에 몸을 받아 태어났다는 것은 문제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문제가 사라진 사람은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나지 않는다. 중생제도의 서원을 가진 불보살을 제외하고는...
다행히 금생에 불법의 인연을 만난 불자들은 부처님 가르침에 의지하여 삶의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 나가야 한다. 인간은 한평생을 통하여 많은 상처와 응어리를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
인간의 마음을 깊이 들여다 보면 몇 개의 층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한다. 맨 위에는 욕망의 층이 있다. 갖고 싶고 이루고 싶은 욕망들이 좌절됐을 때의 찌꺼기들이 모여 이루어진 마음의 퇴적층이다.
두번째는 슬픔의 층이다. 부모와 친구, 사회로부터 억압받고 무시당한 상처들이 누적되어 폐쇄적인 마음을 만들고 있다.
세번째는 분노의 층이다. 질투와 원한등이 쌓여 파괴적인 마음을 만들고 있다.
마지막 네번째는 공포의 층이다. 인간의 마음 깊숙이에는 알수 없는 두려움이 있다. 그것은 끝없는 윤회의 삶속에서 고통속에 죽어 갔던 과거의 기억들이 누적되어 불안과 공포의 마음을 형성하고 있다.
인간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 도살되는 수많은 소와 돼지, 그리고 닭들의 처절한 비명소리를 들어보라. 살고자 하는 자기의지를 박탁당한 채 무참하게 죽임을 당하는 전쟁 포로들.
인간의 마음 가장 깊은 곳에는 까닭 모를 감정이 있다.
그것은 바로 무수한 과거 전생에서 공포속에 죽어갔던 아스라한 기억이다.
세계의 모든 어린이들이 공통적으로 가장 많이 꾸는 꿈이 있다. 그것은 쫓기는 꿈이거나 벼랑에서 떨어지는 꿈이다. 크게 놀라거나 충격을 받지 않은 어린이들이 그런 꿈을 꾼다는 것이 바로 과거 기억의 창고에서 풀려나오는 실타래이다.
-현장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