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코뿔소”는 지속적인 경고가 나와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데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합니다.
코뿔소는 멀리서도 눈에 잘 띄며 진동만으로도 움직임을 느낄 수 있지만 두려움 때문에 피하지 못하거나 대처 방법을 몰라 일부러 무시하는 것을 비유한 말입니다. 블랙스완(검은 백조)이 예상할 수 없었던 위험 요인이라면 회색 코뿔소는 예상하면서도 대처하지 못하는 위험 요인이란 차이가 있습니다.
회색 코뿔소는 2013년 세계정책연구소 대표이사인 미셸 부커가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개념이라고 합니다. 미셸 부커는 그의 저서에서 의사 결정자들이 위기 앞에서 결단을 내리기보다 미적거리며 회색 코뿔소를 방치하는 이유로 미흡한 시스템, 자원 부족, 리더십 부족, 우선순위를 설정하는 어려움, 책임성 결여 등 다양한 원인을 제시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 인구 감소는 ‘회색코뿔소’가 된지 오래인 것 같습니다.
출산율 ‘세계 꼴찌’ 한국의 저출산 시계가 갈수록 빨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서울 한복판에 있는 초등학교가 문을 닫고, 대학생과 군인이 줄고, 연금을 대느라 정년이 늘어나게 되는 것. 이게 다 저출산 때문입니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출생·사망 통계(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을 기록하며 0.8명대가 무너졌습니다. 1년 전보다 0.03명이 줄어든 것입니다. 합계출산율은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하는 평균 출생아 수인데, 인구를 유지하는데 필요한 합계출산율은 2.1명이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은 OECD 회원국 중 유일하게 출산율이 1명대 아래인데 2020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합계출산율(1.59명)의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2007년, 2012년 꼴찌에서 두 번째를 차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2004년부터 16년째 출산율 꼴찌라고 합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2015년까지 출산율이 등락을 거듭하다 2016년부터 7년째 하락세”라며 “2018년(0.98명) 처음 1명대가 무너진 뒤 저출산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동안 여러 정권의 정부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엄청난 돈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 어려운 환경, 사교육비 부담 등이 아이 낳기를 꺼리게 하는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데 혼인 자체가 줄고, 혼인을 늦게 하는 추세도 저출생을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하지만 엄밀히 분석하면 과연 역대 정권이나 지금 정권이나 이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 정말 심각하게 대처하고 있는지 솔직히 의문입니다.
<얼마 전 나경원 전 의원이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에서 취임 석 달 만에 해임됐다. 여당의 당권 다툼 와중에 벌어진 사태다.
외견상으론 나 전 부위원장이 신혼부부에 대한 대출 탕감 방안을 대통령실과 상의 없이 발표한 데서 비롯됐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당권 도전’에 대한 징계성 조치로 보는 듯하다. 세간의 관심도 여당의 당권 경쟁에 쏠렸다. 하지만 내게 든 생각은 ‘우리에게 저출산 문제는 여전히 장기판의 졸인가’라는 것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는 대통령 직속 기구로, 저출산·고령화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다. 2005년 6월 저출산고령화사회기본법 제정과 함께 출범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있지만 사실상 부위원장이 정책을 조율하고 총괄한다.
그만큼 전문성이 중요하다. 한데 나경원 사태에서 보듯 위원회 운영에선 저출산 극복을 위한 절실함이 보이지 않는다. 나 전 부위원장을 비롯해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의 서형수·김상희 전 부위원장 등 대부분의 부위원장들은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한 전문성이 부족한 정치인 출신이었다. 대통령들이 그저 여러 정무직 자리 중 하나쯤으로 여겼다는 방증이다.
우리 사회에 저출산·고령화 문제가 가져올 사태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통계청의 연령별 인구 통계를 보자. 지난해 기준 가장 인구가 많은 연령대는 40~60대다. 50대 850만 명, 40대 810만 명, 60대 700만 명으로 1~3위다. 반세기 안팎을 살면서 적지 않게 사고나 질병으로 사망했음에도 그렇다.
반면 30대 690만 명, 20대 680만 명, 10대 460만 명, 9세 이하 390만 명에서 보듯 인구수가 무 토막 잘려 나가듯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26만 1000명. 더 이상 줄지 않는다고 해도 10년 뒤 0~9세 인구는 260만 명에 불과해 50대 인구의 3분의1에도 못 미친다.
우리나라의 2021년 합계출산율은 0.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부동의 1위다. 이미 ‘인구소멸’의 그림자가 어른거린다. 지난 4년 사이 어린이집 8000개가 문을 닫았고, 인구가 밀집한 서울에서도 문 닫는 학교가 속출하고 있다. 이대로 가면 현재 약 3600만 명인 생산연령인구가 2070년엔 반 토막 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부와 정치권, 학계 모두 ‘인구소멸’ 위기를 걱정한다. 2006년 저출산고령화사회 기본계획 수립 이후 200조원이나 쏟아 부었는데 백약이 무효라고 한탄한다. 한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출산이나 영유아 대상 직접 지원에 쓰인 돈은 80조원에 불과하다. 청년 일자리와 주거지원 사업 등까지 모두 저출산 사업에 포함시키면서 200조 원이란 금액이 나온 것이다.
이런 논리라면 정부 사업과 인프라 지원이 모두 저출산고령화사업이라고 해야 할 판이다. 저출산에 대한 깊은 고민 없이 정치 논리에 의해 각종 사업을 끼워 넣은 결과다. 일본만 해도 저출산 예산의 99%가 자녀 양육 가구에 집중 지원된다.
출산율이 낮아질수록 역설적으로 정치인들은 자녀 양육에 대한 직접 지원에 인색하기 쉽다. 대상이 적은 이들에 대한 직접 지원보다는 청년 일자리나 주거 지원 등 대상을 크게 넓히는 게 선거 논리상 유리해서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도 이런 정치 논리에 의해 굴러온 측면이 없지 않다.
전문성이 없는 역대 부위원장들 면면이나 방향성을 잃은 예산 내역들이 이를 말해 준다. 정부나 정치권은 여전히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절실함이 없는 듯하다. 정부의 저출산 문제 컨트롤타워는 엉뚱한 문제로 취임 3개월 만에 낙마했다.
민주당엔 정치적 호재였나 보다. 민주당은 얼마 전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위원장은 저출산고령사회위 부위원장을 지낸 김상희 의원이다.
한데 출범식에서 정책 실패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윤석열 정부 들어 정책 후퇴가 이뤄지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남 탓하기에 바빴다. 볼수록 가슴만 답답해진다.>서울신문. 임창용 논설위원
출처 : 서울신문. [서울광장] 인구소멸, 말로만 위기인가
인구 장벽의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김대중 정권 때 부터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때부터 해마다 큰돈을 쏟아 부으며 저출산을 막으려 했지만 지금까지 결과는 아무 성과도 없이 갈수록 더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지금 이 기사에서 보는 것처럼 저출산에 대해 심각하게 대처한 정권은 없었다고 확신합니다. 그저 걱정이나 하면서 자기들 유리한 쪽으로 정책을 펴다보니 돈만 들어가고 효과가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게 지금 남의 정권 탓할 때도 아니고 정치적 호재로 삼을 일도 아닙니다. 지금 국회의장을 맡고 있는 김진표 의장도 예전에 저출산대책에 대해서 박근혜 정부의 정책을 비난했지만 비난만 했지 아무 해법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민주당의 ‘초저출생·인구위기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는 김상희 의원도 그들이 무슨 대책을 세웠고 그 대책의 성과가 무엇이고 왜 출산이 늘지 않았는지에 대해서는 꿀 먹은 벙어리면서 무슨 염치로 정책이 후퇴하고 있다고 헛소리를 하는지 어이가 없습니다.
나라의 존폐가 달려 있는 문제를 대통령이나 정부, 여야의원들이 너무 안이하게 생각하고 있는 현실이 정말 걱정입니다.
時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