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도미니코 축일을 맞아 생각나는 형제 두 분이 있다.
신앙생활에서 본받을 만한 분들로 이제는 주님 곁으로 갔기에
더욱 생각이 나서 회상해 본다.
신앙의 멘토 조도밍고 형제
영세 후 18년 만에 뜻하지 않은 암초를 만났다.
나의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였던 직장에서의 성공에 걸림돌이 되었다.
1년 정도 영.육간에 고통을 겪는 광야생활을 거친 후
겨우 터널을 빠져나왔다.
기도 중에 하느님께 서원했던 일,
즉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고
이웃을 돌아보며 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던 즈음.
조 도밍고 형제를 만났다.
새벽미사를 몇 번 나갔는데 형제 한 분이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함께 레지오 활동을 하자는 것이었다.
난 그 때까지 레지오라는 것을 알지도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거절했다.
직장생활이 바쁘고, 현재 미사해설을 하고 있으니 천천히 하겠다고.
하지만 그 형제는 하루가 멀다하고 내게 다가와 권유하였다.
6개월 간 끈질긴 권유에 결국 굴복하고 레지오에 입단했다.
3개월의 예비단원을 거치자마자, 서기를 하라는 것이었다.
단원들이 나이가 많고 오랬동안 간부를 했으니
참신한 단원이 하라는 것이다.
모든 것은 조 도밍고 단장이 도와주겠다는 것이다.
그래서 서기를 하니 단원들의 활동사항 보고하는 것을
유심히 들을 수 밖에 없었다.
그 동안 혼자서 기도하고 성경, 영성서적 등을 읽고 했지만
어떻게 선교를 하는지는 몰랐고 할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단장인 도밍고 형제가 너무 열심히 활동을 하니
단원들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경북 의성 출신으로 결혼 후 서울로 이사를 해
재래시장 부근에서 쌀 장사를 시작해서 지금까지 하고 있다.
마트같은 큰 매장이 생기면서 점점 싸전은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돈을 많이 벌어 놓은 것은 없지만,
부부가 겨우 먹고 살 정도는 되는데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고 했다.
그래도 항상 껄껄 웃으며 단골 고객에게서 주문이 오면
배달용 큰 자전거를 타고 배달하다
얼마 전 오토바이로 교체했다.
그 형제는 늘 겸손하게 말하고 행동한다.
신앙심도 깊고 선교활동도 열심히 하고,
교회 봉사활동도 열심히 하지만
앞에 나서는 일 없이 묵묵히 뒤에서 도와준다.
소위 장이라는 것을 맡지 않는다.
자신은 가방 끈이 짧다는 이유로.
1년이면 보통 10명 이상 입교를 시켜 영세를 시킨다.
우리는 1년에 1명만 영세를 시켜도 잘 했다고 하는데.
활동보고 시 들어보니, 쌀 장사하기도 바빠 선교할 시간이 별로 없지만
저녁 밥을 먹고 아파트 단지 놀이터 등을 산책한다고 한다.
벤치에 앉아계신 노인분들을 보면 옆에 앉아 대화를 하다가
슬쩍 신앙에 대해 말하고 초대한다고 한다.
나에게 접근했듯이 한 번 거절당해도
끊임없이 권유해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다.
그리고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어린아이를 둔 젊은 부모들에게도 말을 건넨다고 한다.
아이를 핑계대며, 관심은 있지만
조금 더 있다가 성당에 나가겠다고 말하면
당신이 교리 받을 동안 아이를 돌보아 줄테니 입교하라고 권유한다.
쌀 장사하면서 만나는 모든 사람에게도
늘 신앙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도밍고 형제는 눈 만 뜨면
주님과 한 몸인 것처럼 생활하는 것이다.
신명기 6장 소위 쉐마를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늘 하느님을 생각하고 사랑하며, 이를 이웃에 전파하는 것이다.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몸소 실천하면서 감동을 주는 거다.
레지오 주회도 이런 저런 이유로
지각하거나 빠지는 단원이 대부분이다.
그런데 도밍고 형제는 지각 한 번 안한다.
언젠가 고향 부모님 팔순 잔치에 갔다 온 적이 있다.
주회시간에 맞게 고향에서 출발했는데,
도로가 밀려 고속버스 안에서 뛰었다고 했다.
주회 시간에 맞추기 위해.
정말 그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의 신앙생활이 초라해 보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를 부여받게 된다.
내 신앙생활을 튼튼하게 자라게 하는데 있어
도밍고 형제는 나의 멘토인 것이다.
예수님 같이는 못하지만,
도밍고 형제처럼은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5년을 같이 레지오 활동을 하면서
나의 신앙도 많이 자랐다고 생각한다.
여주로 이사한 후에도 우리 집을 방문했었는데
4년 전 교통사고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앞으로도 주님의 일을 많이 하실 분인데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
하지만 주님께서 알아서 데려가신 것이라 생각한다.
임 도밍고(초대 사목회장)
2005년 은퇴 후 서울생활을 접고 여주로 이사해 제2막 인생을 시작했다.
우리가 소속된 본당은 얼마 전 분당을 해서
비닐하우스 천막에서 임시 미사를 드리며
성전건축을 위해 전 신자가 백방으로 노력하던 때이다.
당시 초대 사목회장이 임 도미니코 형제다.
이사한 후 얼마되지 않아 서울에서 교우들이 우리집을 방문했을 때
고구마를 사기 위해 성당신축기금 마련을 위해 농사짓던 고구마밭에 갔다.
그 때 그곳에 고구마 상자를 쌓아놓고 지키고 있던 임 도밍고 회장을 처음 만났다.
그 후 본당에서 봉사를 하면서 자주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어느 날 아내가 허리가 좋지 않다고 말하자
청주에 침을 잘 놓는 유명한 분이 있다며
당신의 차로 우리 부부를 태워 방문한 적이 있다.
주유소 운영을 하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부부가 교대하며
본당일은 물론 어려운 형제. 자매에게 사랑을 베풀어 주던 분이다.
제주로 이사 온 후에도 거의 매일 카톡으로 안부를 주고 받았다.
작년 9월 전국 울뜨레아 대회에 참석한 사진을 보내왔었는데
환한 얼굴로 건강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금년 3월 지병으로 하느님 곁으로 가셨다.
늘 이웃에게 사랑을 베풀며 하느님의 충실한 제자로 살고
가시는 마지막 까지도 시신을 기증하여 사랑을 실천하신
임 도미니코 형제님!
주님 곁에서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기를!
오늘(8월 8일) 도밍고 축일을 맞아
조 도밍고 형제님과 임 도밍고 형제님 생각이 나 회상해 본다.
늘 신앙생활이 나태해 지면
나의 광야생활인 갈릴래아와 도밍고 형제를 생각한다.
그러면 새로운 마음을 갖게 된다.
저의 신앙의 멘토 두 분 도밍고 형제님 감사했습니다.
주님 곁에서 영원한 안식과 평화 누리고 계시겠지요!
저도 도밍고 형제님들을 본받아 열심히 살겠습니다.
지켜봐 주시고 이끌어 주십시오.
2024. 8 .8 도밍고 축일에
첫댓글
오늘도 세잎 클로버 님의
아름다운 삶의 한 페이지
감동입니다
아름다운 작품에 마음에 힐링을 얻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