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순, 여행 18-12, ‘정복균축하생신’
오늘도 아침 일찍 지순이와 선영이 만났습니다.
회의실에 가기 전에 지난번 청소년문화의집에서 자료 검색하고 찍어 놓은 사진 인쇄했습니다.
부산 여행지 추가로 검색해서 그림과 정보 인쇄했습니다.
“지순아, 이거 뽑을까?”
“음, 그거 안 갈 거 같은데. 대구에서 부산.”
여행지가 계속 추가되면서 이동 경로가 복잡해지니 지순이 머릿속이 어지러운가 봅니다.
인쇄 여부를 물을 때마다 단번에 대답하지 못하고 연신 궁리하는 표정을 짓습니다.
“지순아, 우리 대강의 여행 경로부터 짜볼까?”
“응, 그래야 할 거 같아.”
인쇄물을 가지고 3층 회의실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선영이는 오늘도 가위질과 가이드북 꾸미기를 맡았습니다.
슥삭슥삭 가위질하는 소리를 배경으로 지순이와 여행 일정을 나눴습니다.
선영이가 스케치북을 쓰고 있으니 지순이는 엑셀에 여행 일정을 정리하기로 했습니다.
“거창에서 부산까진 버스 타고 가야 하나?”
“응 그렇지. 버스 시간표.”
“아, 버스 시간표 먼저 알아볼까?”
지순이가 먼저 버스 시간표를 알아보자 합니다.
지순이가 여행 일정을 머리에 그리고 있다는 게 느껴집니다.
여행 일정을 짜면서 빠트린 내용을 잘 찾아서 보충합니다.
이번 여행은 온전히 지순이의 일입니다.
실습 첫 날에 지순이에게 여행 가서 아버지 생신 잔치 해드리는 게 어떨지 제안했습니다.
일정표 짜면서 다시 한 번 묻고 선영이와 의논해보기를 부탁했습니다.
지순이가 하고 싶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더니 선영이를 부릅니다.
“선영아 아빠 생신인데, 숙소에서 해도 돼?”
“어.”
선영이가 동의하자 지순이가 여행 첫 날 일정에 아버지 생신을 쓰려 합니다.
세 자매는 아버지를 아빠나 아버지를 쓰기보다는 성함으로 쓰곤 합니다.
지순이가 표에 ‘정복균생축’이라 적습니다.
“지순아, 부모님과 의논할 일정표에 아버지께 생축이라 쓸 거야?
진짜로 아버지한테 생축이라 쓸 거야?”
놀라서 묻자 지순이, 선영이 모두 웃음이 터졌습니다.
“웃을 일이 아닌 거 같아. 아버지껜 생축은 좀 아닌 거 같아.
생신 잔치라고 쓰는 건 어떨까?”
지순이가 웃으면서 글자를 지우고는 ‘정복균생일’이라 적습니다.
장난꾸러기 지순이, 선영이가 생일로 바꿔준 게 어디인가 생각하며 그냥 넘어가려 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찝찝합니다.
지순이가 생신이라는 단어를 몰라서 그러겠거니 하고 이해해버리고 싶지 않습니다.
여느 딸이 아버지께 쓰는 단어를 사용하면 좋겠습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지순이에게 천천히 설명했습니다.
“지순아, 생일은 또래나 지순이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 생일에 쓰는 거고,
지순이보다 어른이 생일일 때는 생신이라고 쓰곤 해.
언니가 생신 써줄 테니까 보고 일정표 바꿔볼까?”
고맙게도 지순이가 잘 듣고 단어 바꿔주었습니다.
‘정복균축하생신’ 이렇게 적었습니다.
아버지 생신을 잘 축하드리고 싶은 예쁜 딸의 마음이 느껴집니다.
여행 준비에 신나서 점심 먹는 것도 잊었습니다.
뒤늦게 식당 가서 마지막으로 밥 먹었습니다.
지순이가 식당 뒷정리 도왔습니다.
익숙하게 정리하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
양홍란 선생님께서 고맙다며 지순이에게 진한 분홍색의 쇼핑백을 여러 개 챙겨주셨습니다.
마침 스케치북 넣어 다니던 쇼핑백이 찢어졌는데 참 잘 되었습니다.
지순이도 연신 싱글벙글입니다.
양치질을 하고 왔더니 지순이가 외출할 때 들고 가야 할 것과 놓고 가도 될 것을 쇼핑백 2개에 나눠 담아놓았습니다.
“지순아 이거 지순이가 했어?”
“응”
여행을 자기 일로 여기고 여행 준비에 열심인 지순이에게 참 고맙습니다.
2018년 7월 9일 일지, 김경화
첫댓글 부모님 생신에 부모님 댁에서 생일상 차려드리고 함께 밥 먹으며 보냈었죠.
이번 생신은 여행 가서 챙겨드리네요.
여행 가서 딸들이 아버지 생신 챙겨드리면 얼마나 좋아하실까요.^^
여행 일정 안에 아버지 생신이 있어 더 의미있는 여행이 되겠어요. <“지순아, 생일은 또래나 지순이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 생일에 쓰는 거고, 지순이보다 어른이 생일일 때는 생신이라고 쓰곤 해.>김경화 학생이 잘 설명 해 줘서
지순 씨가 아버지께 예를 갖추어 축하 인사를 드리겠어요^^
1. 지순 씨가 여행 일정 정리 할 수 있도록 이야기하고 엑셀로 정리한 것 고마워요. 우리가족여행 이죠. 일정 일과 자매가 알고 정리해야죠. 본인들 일이죠.
2. 여행가서 아버지 생신 파티하는군요. 와! 멋있어요. 세자매 딸 노릇 톡톡히 하네요.
여행 가서 아버지 생신 잔치를 한다니, 이번 여행은 여행을 구실로 하는 게 정말 많네. 도서관 이용, 한글 공부, 컴퓨터 활용, 버스 이용, 네 자매 우애, 부모님 일손 돕기, 아버지 생신잔치... 우선 생각나는 것만 해도 어마하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18.07.14 0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