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것 같다.
영주는 경상북도 북쪽 끄트머리에 자리하고 있어 서울에서도 버스를 타면 2시간 내외로 도착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오래전 서울 생활에서 잠시 벗어나 드넓게 이어져 있는 소백산맥의 모습과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직접 보고 싶어 이곳을 찾았다면, 이번에는 부석사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나서 '부석사' 라는 곳 그 자체에 관심을 두고 이곳을 찾게 됐다. 영주 버스터미널에서 내린 후 27번 시내버스에 몸을 맡긴 채 한참을 달려 도착한 종점, 바로 부석사 입구에 다다를 수 있었다.
(1) 불국사에 이어 또 다른 '불국정토'로의 여정
올해 초 카메라를 바꾸고 두피디아 여행작가로 활동하기 전 가장 먼저 다녀온 곳은 바로 경주에 수학여행 명소로도 유명한 '불국사' 였다. 여행 후 자료를 조사하며 배운 사자성어 "불국정토" 한 마디로 부처님이 머무는 곳으로, 더 이상 근심 걱정과 온갖 고통과 번뇌가 존재하지 않는 곳을 의미하는 불교의 이념을 한껏 담아 낸 한자성어로, 27번 버스에서 내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이런 수려함이 가득한 경관들을 바로 마주하게 되니 절로 설레는 마음과 함께 또 다른 '불국'(佛國) 으로의 여행이 시작되었음을 실감할 수 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
이때도 구름 가득한 날씨를 확인하고 부여에 이어 혹시나 하는 마음 반 근심 가득한 마음 반을 품은 채 부석사 입구에 도착했지만, 사진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바라만 봐도 기분이 절로 좋아지는 날씨가 환한 미소로 날 반겨주고 있었다. 폭포에 햇살이 딱 하고 만났다면 무지개도 볼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바로 마음을 고쳐먹고 주변 경관을 마음껏 카메라에 담으며 사부작사부작 부석사 입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성인 기준 2,000원. 입장료를 내고 올라오는 길에 초입부터 부석사가 왜 가을에 유명한 곳인가를 알려주는 증거들이 양옆으로 줄줄이 늘어서 있었다. 실제로 날씨 좋은 가을날 부석사에 오면 무량수전이 위치한 곳에서 드넓게 펼쳐진 단풍나무의 향연 즉 자연이 만들어낸 수려함의 극치를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다고 하니 잊지 말고 그때를 기다려 보도록 하자. 그럼에도 여름의 녹음 짙은 모습들 또한 너무 매력적이었다. 자연과 함께하고자 하는 조상들의 모습과 한국 전통 건축물들의 특징 그 자체를 잘 느낄 수 있었다.
(2) 화엄종의 본산 그리고 의상 대사와 부석사
부석사를 창건하고 702년 입적할 때까지 이곳을 지켰다는 의상 대사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처음 발걸음을 옮기면서부터 다른 산사들과는 또 다르게 웅장함이 느껴지는 듯한 부석사 일주문의 모습이다. 바로 앞으로 늘어진 아직 푸른 빛을 머금고 있는 단풍나무는 아직 여름이 한창 진행중이라는 걸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었으며 일주문과 묘하게 잘 어울리는 조합을 만들어 주었다.
당시 통일신라 시대의 사람들이 만들어 낸 불국정토로의 발걸음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 부석사 창건과 함께 세워진 당간지주가 눈에 들어온다. 불화를 그린 깃발을 걸든 역할을 하든 것으로 상당히 소박한 느낌으로 다가오지만, 현재 보물 제255호로 관리 받고 있는 문화재다. 갑자기 새파란 하늘 아래로 뭔지모를 웅장함이 느껴진다.
부석사는 산을 그대로 깎아 만든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경사가 상당히 가파른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찰들과는 다르게 일주문을 지나 그다음으로 불국을 수호하는 사천왕을 모신 건물 천왕문 또한 사진에 보이는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다다를 수 있었다. 계단을 피해 지그재그로 올라가다 보면 부석사 중간 지점에서 소백산맥의 전경을 부석사 스님들의 처소로 보이는 곳에서 바라볼 수 있었는데 과거의 기억을 되살려 몸의 방향을 위로 돌려 본다.
천왕문을 지나 이 계단만 올라서면 이곳 봉황산 자락의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당시 사람들의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부석사의 모습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지체하지 말고 빠르게 올라가 본다.
무더운 여름 한가운데서 부석사를 찾은 노고를 한순간에 보상이라도 하듯, 5년 전 그대로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당시와 달라진 게 있다면 오직 배흘림기둥만 생각하고 이곳을 찾았던 그때와는 다르게 사찰 그 자체를 생각하다 보니 전혀 다른 관점으로부터 비롯된 색다른 느낌을 특유의 고풍스러움과 함께 만끽할 수 있었다.
해골물로 유명한 원효대사와 통일 신라 시대 불교계의 쌍두마차를 이루며 거느렸던 제자만 3,000명 부석사를 포함해 창건한 사찰만 10개라고 하니 당시 그의 영향력은 불교를 국교로 삼은 신라 시대와 함께 어마어마했을듯하다. 하지만 찾아본 기록에 의하면 통일 신라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규모를 갖추지 못했고 후삼국 시대를 지나 조선 시대를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증축과 보수 공사의 과정을 거쳐 현재의 모습을 갖췄다고 한다.
(3) 소백산맥의 웅장함 그리고 부석사의 고풍스러움
천왕문과 그다음 부석사 종각을 마주할 수 있는 곳으로 통하는 돌계단을 타고 올라오면 바로 아래 자리한 삼층석탑과 함께 고려, 조선 시대를 거쳐 형성된 현재 부석사 중심부의 모습을 관망할 수 있었다. 건물들 대부분이 고려와 조선 시대에 만들어지고 중수되었다고 해도 부석사의 시작은 의상대사가 태어났던 통일 신라 시대와 그 결을 함께하고 있었다. 곳곳에 자리한 나무들과 그 사이로 자리한 불당 건물들 그리고 아름답게 배경을 수놓아주고 있는 산자락과 파란 하늘까지 마치 불국의 신들이 내려와 직접 설계한듯한 순간의 착각을 내게 안겨주기 충분했다.
통일 신라 시대 때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삼층 석탑의 모습과 주변 불당 건물들과의 모습이 잘 어우러져 사진으로 이 모습을 담았지만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하면서 동시에 다녀온 지 얼마 되지 않은 백제의 옛 사비성, 부여의 정림사지 5층 석탑의 쓸쓸한 모습과 묘한 대비를 이루며 백제의 수수함과는 다르게 고풍스러우면서도 우아함이 돋보이는 석탑의 모습이 주변 나무들과 잘 어우러져 한동안 멍하니 바라만 보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렇게 범종각을 지나 위로 올라오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되기 전부터 유명해진 무량수전의 모습과 그 앞으로 안양루의 모습을 한눈에 마주할 수 있었다. 조선 후기의 목조 건물로 당당하게 지금까지도 무량수전 앞 대문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는 모습이 앞으로도 이 모습 그대로 변치않고 우리 곁에 오랫동안 함께 하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영주 부석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면서 대표적인 건축물 무량수전이 눈앞에 펼쳐진다. 현재 국보 제18호로 보호받고 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전부터 책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의 제목으로 유명해진 바로 그 건물이 바로 이것이다. 표준 렌즈의 화각이 아쉬워 지붕 양 끝이 잘린 게 아쉽지만 그래도 그 웅장함은 석등과 함께 잘 나타내고 있는 듯하다. 앞에 있는 석등 또한 국보 제17호로 나란히 보호받고 있는 소중한 우리의 유산이다. 게다가 석등 그 사이로 무량수전 현판의 한자가 보이는 것 또한 포인트니 놓치지 말고 카메라에 담아보도록 하자.
고려 시대 중기에 지어진 목조 건물로 이 안쪽에는 고려 시대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진 국보 제45호 소조여래좌상이 모셔져 있기도 하다. 내부는 사진 촬영이 당연히 불가한 곳이므로 잠시 카메라 전원을 OFF로 돌려놓고 더위도 잠시 피할 겸 그 근엄한 불상의 자태 아래 잠시 휴식의 순간을 가져 본다. 무량수전 내부에 방석 또한 마련이 되어 있으니 불공을 드리고 있는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스레 발걸음을 옮겨본다.
그리고 바로 앞에 나와 보면 영주 부석사 건물들 바로 앞으로 저 멀리 까지 보이는 소백산맥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초록빛으로 덮인 산맥 그 위로 맑은 날씨가 정말 잘 어우러져 눈이 참 시원했다. 게다가 가을에는 이 드넓은 광경이 모두 울긋불긋해진다고 하니.... 상상만 해도 정말 굉장할 것 같은데 직접 눈으로 이 모습을 본다면 정말 지금까지 봐왔던 한국의 가을 풍경 중 최고를 기록하지 않을까 감히 생각해 본다.
(4) 부석사에 물든 자연의 색감 '수국'
수국의 절기는 6~7월 이미 인스타그램을 포함해 전국 곳곳은 수국의 수려함으로 뒤덮이고 있던 때였다. 하지만 그 꽃을 이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미처 예상치 못했다. 어떻게 보면 여름을 고스란히 표현해 주고 있는 나뭇잎과 고풍스러움을 머금고 있는 짙은 갈색과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은 딱 알맞은 색감을 뽐내고 있었다.
이번 부석사 여행기 표지사진을 장식할 한 장의 사진을 고르라면 이 사진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곳곳에 있는 수국 덕분에 자칫 지루할 수도 있는 공간에 시대의 트렌디함을 부석사에 수놓을 수 있었다. 한국 전통 건축의 특징 중 하나로 자연과 함께 추구하고 있는 절묘한 조화를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다. 그 덕분에 이런 제철을 자랑하고 있는 꽃들이 더 빛을 발하지 않나?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해보게 된다.
사진에 보이는 이 수국 앞으로 사진을 담기 위해 정말 많은 사람이 몰려 있었다. 물론 나도 차례를 기다려 사진을 건질 수 있었는데, 기다리길 참 잘한 것 같다. 결과물 정말 마음에 든다고 계속 생각하고 있는다. 물론 이 여행기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말이다.
이 수국 사진을 마지막으로 부석사 여행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었다. 부석사가 갖고 있는 고유의 매력들과 수국이 잘 어우러져 트렌디함을 마지막으로 부석사에서의 마지막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통일신라 시대 부터 천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들을 이겨내며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부석사 그 모습 영원히 변치 않기를 바래보며 이 사진을 마지막으로 27번 버스를 타기 위해 부석사 일주문 밖으로 발걸음을 돌려본다.
201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위원회는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을 세계유산목록에 등재 결정하며 '7~9세기 창건 이후 현재까지의 지속성, 한국 불교의 깊은 역사성'이 세계유산 등재 조건인 탁월한 보편적 기준(Outstanding Universal Value)에 해당한다. 고 평가하며 등재를 결정했다고 한다. 불교와 유교 각각 산사 7곳, 서원 9곳이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에 올라가며 우리나라 고유의 가치가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만큼 이번 여행을 통해서도 그 가치를 조금이나마 더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다는 욕구가 올라오고 있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벌써부터 다음 세계유산 지로 떠나는 발걸음이 기대가 되는 건 기분 탓일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