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금강산 신(新)8경 (2010. 4. 10)
제1경 구룡폭포
제2경 상팔담
제3경 옥류동
제4경 비봉폭포
제5경 삼선암
제6경 만물상
제7경 삼일포
제8경 해금강
제1경 구룡폭포
-구름 탄 청룡(靑龍)
구슬로 구르다가 하얗게 부서지곤
잠겼다 솟구치다 비늘 엉킨 푸른 용
십만 리 근두운(筋斗雲) 타려 공중제비 돌려나
* 구룡폭포(九龍瀑布); 중향폭포(衆香瀑布)라 하며, 북한명승지 제225호. 외금강 구룡동 골짜기에 있고, 높이 74m 폭 4m. 밑 용추(龍湫)인 구룡연(九龍淵)은 깊이 13m이다. 설악산 대승폭포, 개성의 박연폭포와 함께 한국의 3대 명폭(名瀑)이다. 관폭정(觀瀑亭) 밑 왼쪽 비탈을 따라 금강산의 주봉인 비로봉(1,638m) 오르는 옛 산길이 희미하게 나있다.
* 근두운; 손오공이 탄다는 단숨에 108,000리를 나는 구름.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19-1(142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2경 상팔담
-합장주(合掌珠)로 만든 담(潭)
여덟도 많다든가 계류로 흐른 녹옥(綠玉)
꿰어야 보배라면 접시에 담지 말고
흩어진 비취(翡翠)를 모아 합장주나 만들지
* 상팔담(上八潭); 초등학교 교과서에 나오는 전래동화 ‘나무꾼과 선녀’의 배경이 된 8개 담이다. 구룡폭포 가기 전 갈림길에서, 오른 쪽 다리 건너 30분 쯤 올라가야 한다. 비취로 구슬을 꿰놓은 듯 정갈하다.
* 합장주; 간단히 묵례하거나 합장할 때는 쓰는 알이 적은 염주. 흔히 손목염주라고도 한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19-2(143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3경 옥류동
-빼앗긴 선녀 옷
코 대면 살내 은은 만지면 푸른 살결
멱 감는 선녀소리 남이 알까 조마조마
벗은 옷 그냥 놔두니 딴 사내가 훔쳐가
* 옥류동(玉流洞); 온정리 옥류동 외금강 구룡연구역에 소재하며, 북한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418호이다. 선녀탕(600제곱미터)이 일품이다. 물이 푸르기 한이 없어 구르면 구슬이요, 펼치면 비단이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19-3(143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4경 비봉폭포
-미라로 날아간 봉황
봄 되면 날아가는 수정체(水晶體) 안 푸른 미라
물뼈다귀 추려내는 독사이빨 은(銀) 바일로
잠자는 봉황 등 찍어 금강연(金剛鳶)줄 매놓다
* 비봉폭포(飛鳳瀑布); 구룡폭포 오르는 길 좌측에 있다. 국가지정 천연기념물 제222호이자, 금강산의 4대 폭포이다. 수량은 그리 많지 않으나, 높이139m의 직폭(直瀑)으로 봉황이 꼬리를 늘어뜨려 하늘로 날아오르는 우아한 형국이다. 결빙이 되면 빙질이 단단한 청빙(靑氷)으로 변해 훌륭한 빙장(氷場)구실을 한다. 2005. 1. 24 사단법인 서울특별시산악연맹 소속 한국등산학교 동계반에서 최초로 빙벽길을 개척한 바 있다(당시 필자는 연맹 임원으로 격려차 참가).
* 물뼈다귀; 북측 사람들은 폭포에 얼어붙은 얼음을 그렇게 부른다.
* 바일; 변형된 아이스 피켈의 일종. 눈, 얼음 위에서 사용하는 괭이, 도끼, 지팡이의 세 가지 기능을 갖춘 등반장비.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19-4(144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5경 삼선암
-삼선(三仙)의 뭣 자랑
청량한 매미소리 신선은 간데없고
봉래(蓬萊) 땅 먼저 차지 텃세 부린 귀신 앞에
바위 셋 옷 홀랑 벗고 고추 자랑 한다네
* 삼선암(三仙岩); 만물상계곡에 들어서면 귀면암, 독선암과 함께 맨 먼저 상선암, 중선암, 하선암의 세 기암이 눈에 확 들어오는데, 창처럼 길쭉한 것, 자루같이 뭉뚝한 것, 주먹같이 볼록한 것이다. 세 신선이 금강산 경치에 혹해 돌로 굳어졌다는 전설이 있다. 바위 셋 모두 매미처럼 우화등선(羽化登仙)했나? 귀면암(鬼面岩)은 솔직히 말해, 설악산 귀면암(앞문다지)에 비하여 규모나 행색이 훨씬 뒤진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19-5(144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6경 만물상
-도끼로 찍은 산
선녀야 게 있어라 풍악(楓岳)은 멀지 않아
발밑은 천길 지옥 몽환(夢幻)인양 산은 불꽃
도끼로 바위를 찍자 억만 개의 조각상(彫刻像)
* 만물상(萬物相); 우주의 만물을 조각한 듯, 층암절벽과 기암괴석으로 형성된 천하의 절경이다. 여러 겹이 겹쳐져 사진이나 그림을 입체적으로 담기가 버거운데다, 불타는 단풍과 어울리면 암골미의 극치를 이룬다. ‘나무꾼이 바위를 도끼로 내리찍은 후, 그리운 선녀를 만났다’는 소위 절부암(切斧岩-도끼바위) 외에도, 천선대, 망양대(등산 4시간 소요) 등 명소가 즐비하다.
* 《詩山》 한국산악문학 동인 제83호 2016년 상반기 특별부록 제168쪽.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19-6(145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7경 삼일포
-삼일여운(三日餘韻)
선녀가 떨어트린 천계(天界)의 거울일까
펼쳐진 기암송림(奇巖松林) 선(仙)도 왕(王)도 한탄하길
삼일몽(三日夢) 정말 짧은 겨 삼겁(三劫)이면 몰라도
* 삼일포(三日浦); 예부터 관동팔경(關東八景)의 하나로 이름을 떨친 선경이다. ‘어떤 왕이 하루만 머물려다, 하도 경치가 좋아 3일을 눌러앉았다’는 전설이 있다. 그 옛날 바다였다가 갑자기 육지로 솟아 둘레 8km의 담수호로 변했다 한다. 호수를 둘러싼 기암괴석과, 울창한 송림, 그리고 호수 안 아늑한 정자는 더 말할 나위없다.
* 삼일포 신선이여! 더 욕심내지 마시라! 천계의 하루는 지상의 1년이오!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19-7(145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제8경 해금강
-부서진 육신
명리는 예 없어라 해조음(海潮音) 들린 개골(皆骨)
밀려온 번뇌 파도 금바위에 부딪치니
하얗게 부서진 이 몸 물보라로 흩어져
* 해금강(海金剛); 해금강리에 소재한다. 수족관처럼 투명한 물, 그늘을 드리운 푸른 소나무와 두 개의 바위기둥인 해금강문(향로봉 촛대바위)을 비롯, 밀려온 파도가 바위에 부딪쳐 “쏴아“한 소리와 함께, 부서지는 물거품은 정말 장관이다. 안내하는 북측 처녀도 미인이라 금상첨화다.
* 해조음; 관세음의 설법(說法)하는 소리, 또는 여러 중이 독경하는 소리(佛).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 19-8(146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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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위 금강산 신8경은 온정리 금강산호텔 대연회장 벽화를 소재로 했다. 실경(實景)도 필자가 가본 곳이다(제1차 1999.1.20.~1.23, 제2차 2005.1.23.~1.25). 이 벽화는 1993년 북한의 1급 인민미술가 9명이 동원돼 30일간 그렸다는 역작(力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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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山》제78호 2013년 하반기.
* 졸저 『名勝譜』 (한국의 승지 266곳> 제19-8(146면). 2017. 7. 7 도서출판 수서원 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