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동악가 96화

[정 주]

96화 환향(還鄕)-3



서문 종의 굳어진 안색은 풀릴 기미조차 없었다. 신녀와 동문 보, 연 적심은 침묵
한 채 서문 종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기나긴 침묵의 시간이 흘러도
서문 종은 자신의 세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깊은 고뇌의 숲에서 허우적거리고 있
었다.
"좌장 어른."
신녀는 기나긴 침묵에 숨이 막혔는지 서문 종을 불렀다. 그러나 서문 종은 일체의
대꾸는 고사하고 눈동자조차 움직이지 않았다.
"좌장 어른."
신녀의 목소리는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아! 미안하오. 신녀."
서문 종은 그제 서야 고뇌의 숲을 헤치고 현실로 돌아왔다.
"내가 그만 다른 생각에 빠져 실례를 저질렀소. 미안하지만 뭐라고 했는지 모르니
다시 한번 말해주시오."
"특별한 말을 한 것은 없어요. 단지 아무 말씀이 없으셔서 제가 좌장 어른을 불렀
을 뿐이에요."
"다행이구려."
서문 종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신녀는 낙담한 표정을 하고 있는 서문 종을 담
담한 시선으로 쳐다보며 질문했다.
"좌장 어른. 묵창 악풍과 무슨 관계가 있나요?"
신녀의 질문을 받은 서문 종의 얼굴은 납을 마신 것처럼 굳어져 갔다. 서문 종은
일 다경이 지나는 동안 고개를 숙인 채 침묵했다. 그런데 다물고 있는 입과 달리
머릿속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있소."
서문 종은 악풍과 자신의 관계를 밝히는 것으로 생각을 굳혔는지 사실을 짧게 내뱉
었다.
"그래요. 그런데 무슨 관계이기에 좌장 어른의 안색이 그토록 안 좋은 건가요?"
"악풍은 한 때 내 제자였소."
"한 때!"
"그렇소. 파문을 당하긴 했지만 지금까지 내가 가르쳐온 제자들 중에 최고의 기재
였소. 또한 내가 첫 번째로 맞은 제자요."
신녀는 서문 종의 안색이 굳어버린 원인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좌장 어른의 안색이 이상했군요."
"하아~."
서문 종이 내뱉는 한숨에는 슬픔과 허무가 깔려 있었다. 그런데 침묵한 채 조용히
경청을 하고 있던 동문 보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이상하군."
"무엇이 이상한가?"
"자네의 제자들은 내가 다 알고 있지."
"악풍은 내가 이원에 오기 전에 맞이한 제자네. 사실 악풍이 내 곁에 떠난 원인이
이원이기도 하지만..."
서문 종의 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떠올랐다.
"이원 때문이라니?"
"악풍은 국가의 명령에 따라 강호를 조정하는 이원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네. 강
호는 자유로운 세상이고 강호인은 어려움에 처한 민초들을 돕는 협자의 길이 걸어
야 한다고 말했지."
"전형적인 협객이군."
"맞네. 그런데 그 당시 나는 황명이 우선이었지. 그래서 이원을 만드는데 동참하라
고 악풍에게 압력을 넣었네."
동문 보와 신녀, 연 적심은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서문 종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수 없이 강호를 돌아다녔어도 아직 협객이라 할만한 인물을 만나지 못했는데 서문
종의 이야기를 통해 처음 접하게 돼 흥미가 솟구친 것이다.
특히 이원의 특성상 수많은 정보를 취급한 그들은 협객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이면
에는 탐욕과 권력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을 수없이 보았다. 강호에는 협객이 사라
진지 오래고 오직 힘을 가진 무뢰배들이 활보하고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런데 악풍은 협자의 길을 걸었다는 서문 종의 이야기는 그들의 마음에 묘한 감흥
이 일으키며 파문을 그렸다. 강호를 활보하다보니 어느새 강호인이 된 그들의 마
음 속에는 협객에 대한 향수가 저변에 깔려있었던 것이다.
"심각한 갈등이 생겼겠군."
동문 보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말했다.
"맞네. 아주 심각했지. 하지만 나는 황명도 악풍도 버릴 수는 없었네. 마지막 방법
으로 나를 따르지 않는다면 파문시킨다는 최후통첩을 했네."
"실수했군."
동문 보는 악풍이 어떻게 나왔는지 눈에 선했다. 서문 종은 동문 보를 쳐다보며
고소를 짓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악풍은 개로 사는 것보다 파문을 당하는 게 낮다고 말했지. 나는 그 말을 듣는 순
간 격분해 악풍을 파문하고 공격했네. 악풍은 내 공격을 방어도 하지 않고 고스란
히 받더군."
"악풍에 대한 사랑이 컸군요."
신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각별한 애정을 쏟은 제자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생각해 이성을 잃고 불행한 사태로 몰고 간 서문 종의 심리를 알았던 것이다. 일
방적인 애정이 만들어 내는 파국을 경험한 신녀는 서문 종에게 동병상련(同病相憐)
의 감정을 느꼈다.
"허허허... 아니오. 나는 악풍이 내 뜻에 따르지 않았다고 분풀이한 것이오."
"분노라는 감정은 사랑이 클수록 커지는 법이죠."
"아니오. 신녀. 나는 악풍이 나에게 가졌던 신의(信義)를 저버렸소."
"신의!"
서문 종이 말하는 신의가 무엇인지 신녀는 궁금했다.
"나는 그때 악풍에게 앞으로 나에 대해서 절대로 언급하지 말라고 했소. 특히 이원
에 관해서는 죽어도 비밀을 지키라고 윽박질렀소."
"당연한 행동을 하셨어요."
신녀는 서문 종의 행동이 옭았다고 생각했다.
"풋. 당연한 일이 아니었소. 나는 악풍을 그만큼 믿지 않았던 것이오. 사지가 부러
지는 중상을 당해도 신음소리 한 번 내지 않던 악풍이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을
흘리며 말했소. 나는 아직도 그 말을 잊을 수 없소."
"뭐라고 말했는데 그런 것이오. 좌장."
동문 보는 악풍이 무슨 말을 했기에 서문 종이 저렇게 힘들어하는지 궁금했다.
"악풍은 굵은 눈물을 흘리며 나에게 '저는 사부님을 믿는데 사부님은 이 제자를 믿
지 않는군요'라고 했네. 허허허, 나는 제자의 심정조차 헤아리지 못한 못난 인물이
었지."
"걸물이군."
"맞네. 악풍은 대협이 될 자질과 기개가 넘치는 걸물이었네. 그런데 나로 인해 정사
지간의 괴인이 되고 말았지. 나중에 악풍이 강동오괴의 하나로 불린다는 소식을 접
했을 때 나는 내 실수를 통감했네."
"악풍이 대협이 되지 않고 괴인이 된 것은 제자를 믿지 못한 마음 때문이라 생각했
군."
동문 보의 담담한 어조에 서문 종은 낙담한 표정을 풀지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신녀와 동문 보, 연 적심은 또다시 침묵한 서문 종을 쳐다보며 고개를 저었다. 그
들은 어떻게든 서문 종을 위로해 분위기를 돌리고 싶었지만 적당한 말을 찾지 못했
다.
그런데 침묵의 시간이 하염없이 지나자 신녀는 서문 종에 대해 신경을 접고 회의를
진행하기로 마음먹었다. 서문 종의 안타까운 마음은 동감하지만 회의를 연 이상
목적한 바를 얻어야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우장 어른."
"말하시구려. 신녀."
"연 방주가 가지고 온 정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흠... 모두 놀라운 정보들이었소. 오늘 알게 된 정보는 본원의 정보력으로도 수 년
동안 헤매도 구하기 힘든 것들이오."
연 적심이 가지고 온 정보의 가치를 동문 보는 인정했다.
"맞아요. 정말 구하기 힘든 고급 정보를 한꺼번에 구했어요. 특히 조가 형제들이 암
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하늘의 도움이에요."
"신녀의 생각은 본 원이 본격적으로 나서자는 것이요?"
"네.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아요."
"특별한 계획이라도 마련했소?"
신녀는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호의 해악을 선별해 관리하다가 위험이 높아지면 제거하는 것이 본 원의 설립목
적이오."
"찬성이라고 받아 들여도 됐겠지요. 우장 어른."
"위험을 무릅쓰더라도 해야 할 일이오. 기회를 놓치는 어리석은 행동을 할 필요는
없지 않겠소. 일단 신녀가 마련한 계획이 무엇인지 말해주시오."
동문 보는 신녀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뜻을 명확히 드러냈다.
"제 계획의 첫 부분은 아이들 싸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해요."
"아이들 싸움?"
"네. 아이들 싸움은 어른들 싸움으로 번지는 법이죠."
"자세하게 말해 주시오."
동문 보는 신녀가 말하는 의미를 이해할 수 없었다.
"간단해요. 구류방이 환희궁을 공격해 흡수하는 거예요."
"구류방이 환희궁을 공격한다면 혈방이 정보망이 붕괴는 것을 좌시(坐視)하지 않을
것이고, 전세가 어려워지면 남해방 역시 끼어 들겠군."
"그래요. 구류방과 환희궁의 격돌은 혈방과 남해방의 충돌로 번지게 되고, 두 세력
의 충돌이 심화되면 사해방과 오악맹의 전쟁으로 커지게 되죠."
신녀의 입가에 잔혹한 미소가 번지더니 빠르게 사라졌다.
"신녀의 생각은 잘못됐소."
어느새 복잡한 심정을 정리한 서문 종이 신녀와 동문 보의 대화에 끼어 들었다.
서문 종은 신녀와 동문 보의 대화를 경청하며 냉철하게 분석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이 잘못됐다는 건가요? 좌장 어른."
"혈방과 남해방의 격돌까지는 생길지 몰라도 사해방과 오악맹의 전쟁은 발생하기
어렵소. 결성한지 얼마 안 돼 내부 결집력이 부족한 오악맹이나 내부 암투로 골머
리를 앓고 있는 사해방의 사정을 예상할 때 대규모의 전쟁은 없다고 보아야 하오.
두 세력 다 전쟁은 피할 생각을 할 것이오."
"좌장 어른의 의견대로 두 세력이 전쟁을 하기엔 어려워요. 하지만 본 원이 중간에
기름을 부으면 해결되지요."
"어떻게 말이오?"
궁금해 하는 서문 종의 얼굴을 바라보는 신녀의 눈동자에 차가운 불꽃이 타올랐다.
"천장별부를 이용하는 겁니다. 게다가 조가 형제의 암투라는 좋은 재료까지 있으니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할 수 있어요."
"흐음... 좋소."
"좌장 어른도 제 의견에 찬성하시겠어요?"
"사해방이나 오악맹이 사라지는 것은 본 원의 목적이니 당연히 동의하오. 하지만."
서문 종은 담담한 시선으로 신녀를 쳐다보며 말했다.
"다른 무엇이 걸리는 게 있나요?"
"그렇소. 나는 신녀의 뜻이 본 원의 목적에 따른 것인지 의심이 가오."
"어째서 의심을 하는지 알 수가 없군요."
"나 역시 신녀를 믿고 싶소. 하지만 의심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소."
"제가 저지른 과거의 실수가 연상돼 그러시는 거예요. 어차피 진실은 시간이 지나
면 드러나는 법이죠."
서문 종은 신녀의 담담한 말투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 사이에 미묘한
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동문 보가 신녀와 서문 종의 설전에 갑자기 끼어
들었다.
"좌장의 의중을 나 역시 모르는 바는 아니오. 그러나 지금 중요한 일은 신녀에 대
한 믿음이나 의심이 아니오. 본 원의 설립목적을 지켜야 할 때요."
동문 보의 냉정한 말투는 확고한 의지를 드러냈다.
"흠... 우장의 의견이 맞소. 나 역시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오.
본 원의 목적이 우선이니 일단 신녀의 의견에 따르겠소."
"고맙습니다. 좌장 어른."
서문 종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 신녀는 시선을 연 적심에게 돌렸다.
"연 방주."
"말씀하십시오. 신녀 님."
"나와 좌, 우장 두분 어른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했으리라 믿소. 수고스럽지만 내일
당장 움직이시오."
"알겠습니다. 돌아가자마자 바로 환희궁을 공격하겠습니다."
연 적심의 대답을 들은 신녀는 만족했는지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는데 곧바로 돌려보내 미안하오. 연 방주."
"아닙니다. 그럼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참, 연 방주."
"네. 말씀하십시오."
"내일 떠날 때 연 적하과 동행하세요. 연 방주의 사업에 큰 도움이 될 거예요."
연 적심은 동생과 동행하라는 신녀의 뜻에 놀라움을 드러냈다. 갑자기 동생과 같
이 움직이라는 이유가 궁금해 신녀에게 질문을 하려 했다. 그러나 얼음처럼 차가
운 신녀의 눈을 보는 순간 연 적심은 질문할 생각을 포기했다. 차라리 동생에게
설명을 듣는 게 낮다고 연 적심은 결론을 내린 것이다.
"소인은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그러세요."
밖으로 나가는 연 적심을 신녀는 모호한 눈빛으로 쳐다보다가 서문 종과 동문 보에
게 시선을 돌렸다. 서문 종과 동문 보는 신녀의 시선이 돌려지자 자리에서 일어
서며 말했다.
"신녀. 우리 두 늙은이도 이만 가보겠소. 나중에 우리가 필요하면 다시 불러주시
오."
"알겠습니다."
신녀는 자리에 일어나 서문 종과 동문 보에게 머리를 숙였다. 서문 종과 동문 보
가 밖으로 나가자 신녀는 대문 앞까지 따라왔다.
"이만 들어가시구려. 우리는 알아서 가보겠소."
"네. 알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서문종과 동문 보가 각자의 목적지로 향하자 신녀는 사당 안으로 되돌아갔다. 그
런데 사당을 향해 걸어가는 신녀의 얼굴에는 잔혹한 웃음이 떠오르더니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곧 세상이 혼란에 빠질 것이에요. 그 가공할 격랑은 당신이 사랑하는 그녀가 있는
산동악가를 집어삼킨다고 내가 보장하겠어요."
신녀의 독백은 북해의 빙산마저 얼어붙게 만들 정도로 차가웠다. 한이 절절히 느
껴지는 눈동자는 비수보다 날카로운 광채가 번뜩였다. 사당은 어느새 하늘을 뒤덮
은 석양에 반사돼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너무나 강렬한 석양의 빛은 사당을 마치
피로 채색한 것 같았다.

악삼은 오랜 시간을 고민했지만 답이 나오지 않자 의식을 현실세계로 돌렸다. 주
변을 둘러보았는데 아무도 보이지 않자 악삼은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렸다. 악삼
의 시선이 향한 곳은 진홍으로 빛나는 노을로 붉게 물들인 하늘이었다.
"붉군. 정말 붉어... 마치 하늘을 피로 물들인 것 같군."
악삼은 석양으로 인해 진홍의 바다로 변한 하늘을 멍하니 바라보다 가마터 한구석
에 있는 작은 움막 안에서 인기척이 들려오자 시선을 돌렸다.
"생각은 정리하셨는가?"
송 자헌이 움막에서 나오며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그럼 답은 구하셨는가?"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답을 구할 방법은 찾았습니다."
"음... 잘됐네. 그러나 서두르지는 말게. 자네에겐 시간이 충분하다네."
"좋은 말씀 감사히 받겠습니다."
송 자헌은 악삼의 말을 듣고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었다. 마치 악삼의 생각과 고
심을 모두 알고 있는 듯 했다. 그런데 악삼과 송 자헌이 대화를 나누자 움막에 있
던 사람들이 모두 밖으로 걸어나오기 시작했다.
"벌써 어둠이 찾아오기 시작했네. 다들 내 집에 가세나. 시장기를 때워야 하지 않겠
는가."
송 자헌은 악삼 일행에게 동행을 권했다.
"고맙습니다. 노 선배님."
"자~, 그럼 어서들 가세."
"알겠습니다."
송 자헌이 앞장서자 송 채린은 그 뒤를 쪼르르 따랐다. 두 조손(祖孫)이 앞장서
나가자 악삼 일행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그들은 가마터에서 송가 가옥까지의 먼 거리를 재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단 일각만
에 도착했다.
송가 가옥에 도착한 그들은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반대편
골목에서 인기척이 들리자 그들은 일제히 시선을 돌렸다. 가벼운 걸음소리와 함께
풍겨오는 기세가 뜻밖에도 강렬했기 때문이다.
"아니 좌장 어른께서 웬일이십니까?"
골목에서 나온 사람은 서문 종이었다.
"오랜만이네. 자헌."
"그렇군요. 한 열흘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열흘이라... 한 마을에 살면서 열흘동안 얼굴 한번 보기 힘들다니 참 우스운 일이
구먼."
"일에 쫓겨 살다보니 그렇게 된 것이지요."
"아니야. 그건 자네가 너무 좋게 본 것이네. 오히려 자네와 내가 소원해진 관계를
유지했다는 게 정확한 평이야."
서문 종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만 좌장 어른의 생각이 그러하다면 소원해진 관계를 풀어야
겠지요."
"허허, 그렇게 해야할 것 같네."
"그럼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고맙네. 그런데 이 젊은이들은 누구 신가?"
서문 종의 시선은 악삼 일행을 지그시 쳐다보다가 전율했다. 뜻밖에는 자신과 비
견할 만한 고수가 있었던 것이다. 젊은 시절부터 신창이라 불리며 뛰어난 무력을
자랑했던 자신조차 구십이 넘어 이룩한 경지를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청년이 도달
했다는 사실이 믿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문 종은 두 눈을 비비고 다시 한번 그 청년에게 시선을 고정시키고 몇 번이나 쳐
다보았다. 그러나 청년의 역량이 자신에 못지 않다는 사실을 확인할 뿐이었다. 서
문 종은 송 자헌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 젊은이는 누구인가?"
"악삼이란 청년입니다."
"악삼!"
서문 종은 다시 한번 놀라 버렸다.
'이럴 수가 있는가... 과연, 과연 악풍이로다.'
서문 종이 악삼을 만나려는 이유는 악풍의 제자라는 이유와 손녀인 황 보영이 관심
을 가지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또한 악풍이 제자를 얼마나 잘 가르쳤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악삼을 만나고 그 가공할 실력을 파악하는 순간 악풍이 얼
마나 뛰어난 인물인지 절감하고 말았다.
'어허~, 내가 지금까지 가르친 제자들은 그 수가 십여 명이 넘지만 저 악삼이란 청
년 하나보다 못하구나. 제자를 생각한다면 나는 악풍에게 패배한 셈이다.'
서문 종이 악삼을 멍하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겨있자 송 자헌은 고개를 끄덕였다.
악삼의 역량을 파악했다면 당연한 행동을 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허허, 이런 내가 결례를 저질렀네. 용서들 하시게."
악풍을 생각하느라 그만 주변에 사람들이 있다는 현실을 잊었다는 것을 깨달은 서
문 종은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이만 들어가시지요. 좌장 어른."
"알았네. 자헌. 그런데..."
"말씀하시지요."
"저 젊은이를 소개를 해주게."
"저도 저 청년을 만나지 반나절밖에 지나지 않아 잘 모릅니다."
"그런가."
서문 종과 송 자헌이 자기를 놓고 대화를 나누자 악삼은 앞으로 걸어나왔다. 악삼
은 서문 종 앞까지 걸어오더니 포권지례를 올렸다.
"악삼입니다."
"나는 서문 종이라는 늙은이일세."
"어른의 존함은 들어 알고 있습니다."
"오호! 내 이름을 안다? 보아하니 젊은이는 강호의 협객인 것 같은데 어디서 내 이
름을 들었소?"
서문 종은 의아했다. 강호인이라면 자신을 알 리가 없었고, 악풍의 성격을 봐서
자기에 대해 말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른의 존함은 보영 아가씨와 저기 있는 곽 공자에게 들었습니다."
"곽 공자!"
서문 종의 시선은 곽 도성에게 돌려졌다.
"곽 부성이 할아버님께 인사드립니다."
서문 종의 시선이 자기에게 향하자 곽 부성은 무릎을 끓고 큰절을 올렸다.
"나를 할아버지라고 불렀소?"
"그렇습니다. 할아버님."
서문 종은 곽 부성의 말과 행동이 이해할 수 없었다. 생판 처음 만난 청년이 자
기를 할아버지라고 부르니 당연한 일이었다. 곽 부성을 쳐다보는 서문 종의 눈동
자에 궁금증이 가득했다.

[지어농조]

강사합니다

[정 주]

새해를 맞아 모든분들 복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

[안가을]

즐독하였습니다

[남산재]

악삼곽부성 누굴선택하나??

[다락방]

감사합니다

[청운]

감사합니다.

[쥴리강]

감사합니다

[무혈]

즐~~~독!

[큰 바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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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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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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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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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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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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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랑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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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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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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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신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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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칠이]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솔개]

잘 보고 갑니다.

[지키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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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gup1]

즐독입니다

[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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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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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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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잘읽었습니다

[머루와들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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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여]

잘 보고 갑니다.

[서울의달밤1]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계왕민]

감사합니다

[십분만]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오가피]

즐독이랍니다

[유정한]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