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아르헨티나 U-19 대표팀 바티스타 감독, “국가대표팀의 철학 이어주기 위해 노력”

[HanSeungYeon♥]

아르헨티나 U-19 대표팀 바티스타 감독, “국가대표팀의 철학 이어주기 위해 노력”

[ 2008-09-26 ]

아르헨티나 U-19 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바티스타 감독 ⓒ스포탈코리아

‘남미축구의 강자’ 아르헨티나는 스페인과 함께 가장 아름다운 축구를 구사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 개개인의 유려한 개인기를 바탕으로 한 세밀하고 화려한 경기력과 패싱게임, 여기에 유럽 이상의 강인한 정신력까지 더해져 가장 이상적인 축구를 펼친다는 찬사를 받고 있다.

특히 청소년 축구에 있어서는 아르헨티나가 절대강자이다. 아르헨티나는 1977년부터 시작된 U-20 월드컵에서 총 6번의 우승을 차지했으며, 특히 1995년 이후 열린 7차례 대회에서 5번 우승하며 막강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호세 페케르만 감독-우고 토칼리 코치 체제로 출범했던 1995년 이후 세계최강을 줄곧 달렸던 아르헨티나는 2007년 10월, 80년대 축구스타였던 세르히오 바티스타를 새로운 감독으로 맞이했다. 페케르만에 이어 아르헨티나 청소년축구를 책임지던 토칼리의 뒤를 이어 부임한 바티스타 감독은 아르헨티나 올림픽대표팀을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로 이끌며 성공적인 출발을 했다. 그리고 이제는 새로운 영건들로 무장해 2009년 U-20 남미선수권과 U-20 월드컵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그 준비과정의 일환으로 바티스타 감독은 한국 U-19 대표팀과의 친선경기를 위해 아르헨티나 U-19 대표팀을 이끌고 내한했다. 86 멕시코 월드컵 당시 장발과 덥수룩한 수염으로 인상 깊었던 그는 현역 시절과는 많이 달라진 스타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고 보면 이미 86 월드컵에서 바티스타 감독은 한국을 상대해 본 경험이 있다.

바티스타 감독과의 인터뷰를 위해 아르헨티나 U-19 대표팀의 숙소인 김포 메이필드 호텔을 찾아 그들의 훈련을 지켜보면서, 그리고 바티스타 감독과 인터뷰를 하면서 그의 카리스마에 다시 한번 놀랐다. 외모에서 풍겨 나오는 강한 포스와 저음의 굵직한 목소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주위 사람들을 압도하고 있었다.

바티스타 감독의 일정상 인터뷰 시간이 길게 주어지지 않은 점이 아쉬웠지만, 바티스타 감독과 아르헨티나 축구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눠봤다. 바티스타 감독과의 인터뷰는 공식 친선경기가 끝난 다음 날인 9월 20일에 있었다.


- 먼저 한국에서 이렇게 인터뷰를 할 수 있어서 반갑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는데, 어떤 인상을 받았는가?

초대해줘서 감사하다. 모든 것이 좋았다. 환대해줘서 고맙고, 여러 가지를 신경 써줘서 불편한 것 없이 잘 지냈다.

- 한국 U-19 대표팀과 친선경기를 치렀다. 선수들 몸이 무거웠던 탓인지 기대했던 것만큼의 경기력은 보여주지 못한 것 같은데.

일단 1차전은 동등한 경기를 했다. 전반은 한국이 주도를 했지만, 후반에는 동등한 흐름이었다. 그러나 우리 선수 1명이 퇴장 당하면서 조금 힘든 경기를 펼쳤다. 친선경기였지만, 양 팀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아르헨티나에서 오랜 비행 끝에 한국으로 왔기 때문에 선수들이 피로하고 시차적응에 대한 문제가 나타나는 것은 당연하다. 어린 선수들인데다가 적응 기간이 짧고, 기후조건도 다르고, 새로운 환경에서 경기를 치렀기 때문에 힘든 점은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내가 주문했던 부분을 어느 정도는 해줬다고 생각한다.

86 멕시코 월드컵 당시의 바티스타 (뒷줄 맨왼쪽) ⓒGettyImages/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예전 이야기부터 해보자. 86 멕시코 월드컵에서 턱수염과 머리를 수북하게 길렀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의 모습이 조금 낯설기도 하다.(웃음)

그 때는 장발에 털보가 유행이었기 때문에 나 역시 그렇게 했다.(웃음) 지금은 팀의 감독을 맡고 있기 때문에 다른 이미지를 보여줘야 했고, 지금 이것이 나의 새로운 스타일이다.

- 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한국은 아르헨티나와 월드컵 조 예선 첫 경기를 치렀다. 그 경기가 기억이 나는가?

물론이다. 당시 한국은 다소 거칠게 나왔고, 강한 태클도 많이 시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러나 그런 플레이는 축구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당시 한국은 잘 정돈된 팀이었다.

- 86년과 90년 월드컵에 연속으로 출장했었다. 당시에는 아르헨티나를 ‘마라도나의 팀’이라고 불렀다. 팀의 일원으로서 너무 마라도나에게 포커스가 집중되는 것이 아쉽지는 않았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우리 모두는 마라도나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마라도나가 아르헨티나에 있다는 것이 우리에게는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팀원 모두가 마라도나를 인정했고, 그가 우리 팀에 있음으로써 얻는 이득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만족했다.

- 당시 부루차가와 함께 수비형 미드필더 역할을 수행했다. 지금 후배들 중에 자신의 후계자라고 생각하는 선수가 있는가?

현재 아르헨티나에는 5번 자리(수비형 미드필더)를 맡을 만한 좋은 선수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는 하비에르 마스체라노(리버풀)와 페르난도 가고(레알 마드리드)를 꼽고 싶다. 두 선수는 현재 국가대표팀에서도 좋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 내 후계자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선수들의 훈련을 지켜보고 있는 바티스타 감독 ⓒ스포탈코리아

- 현역 은퇴 후에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감독들은 각자의 지도 철학을 갖고 있는데, 당신의 지도 철학은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점은 팀이 축구를 잘할 수 있게끔 만드는 것이다. 결국 좋은 축구를 통해 승리하고, 우승하는 것이 모든 이들의 목표 아니겠는가. 그리고 그런 축구를 할 수 있는, 내 축구를 구현할 수 있는 선수를 선발하는 것, 그리고 그 선수들을 하나의 팀으로 만들어 이끌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선수들이 축구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선수 선발의 기준은 3가지로 나눈다. 일단 첫 번째 전제조건은 기술적으로 탁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내가 구상하는 전술에 맞는 선수인가를 확인해야 하고, 마지막으로 인격적으로도 좋은 선수를 선발해야 한다.

- 2007년 10월부터 아르헨티나 U-19 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감독을 맡게 됐다. 사실 아르헨티나 청소년축구의 경우 오랜 기간 페케르만-토칼리 콤비가 팀을 만들어왔고, 성과를 냈다. 그 후임이라는 것이 부담스럽지는 않았나?

물론 그 두 사람이 여러 차례 U-20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등 좋은 성과를 올렸기 때문에 부담스럽긴 했다. 사실 베이징 올림픽 직전까지만 해도 압박감이 있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서 그런 압박감은 없어졌다. 사실 아르헨티나 유니폼을 입고 있으면 압박이 오는 것은 당연하다. 아르헨티나는 축구 강국이고, 모든 국민들이 축구를 열정적으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부담을 잘 이겨냈다고 생각한다.

- 국가대표 A팀 역시 세계 최고의 팀 중 하나지만, 특히 아르헨티나는 청소년 축구에서 단연 뛰어난 성과를 올렸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가장 우선적으로는 선수들이 소속되어 있는 클럽에서 체계적이고 효율적으로 훈련을 잘 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청소년 레벨에 적절한 훈련과 교육을 시켜 선수들을 잘 성장시키고 있다. 또한 아르헨티나가 지금까지 쌓아올린 축구강국으로서의 역사가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자극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 최근 10여년간 아르헨티나는 청소년 레벨에서 많은 스타를 배출했다. 이번 팀을 이전 세대와 비교했을 때는 어떤가? 또 눈여겨 볼만한 선수로 누구를 꼽을 수 있나?

아직 그런 비교는 이르다. 우리가 이 팀을 구성하고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르헨티나에는 항상 좋은 선수들이 있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는다. 무엇보다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의 철학을 청소년 선수들에게도 이어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페케르만-토칼리 감독이 얻은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힘쓰고 있다.

이번 팀에서는 유럽에서 뛰고 있는 프랑코 디 산토(첼시), 파블로 피아티(알메리아), 그리고 국내파인 요나탄 크리스탈도(벨레스) 등의 선수들이 주목할 만 하다. 아쉽게도 이 선수들은 클럽 일정으로 인해 이번에 한국에 오지는 못했다.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 환호하는 바티스타 감독과 스태프 ⓒAFP/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베이징 올림픽 이야기를 잠시 해보자. 이번 아르헨티나 올림픽대표팀의 경우 국가대표팀이나 다름없다는 이야기와 함께 금메달이 당연하다고 평가 받았었다. 그런 것이 부담감으로 작용하지는 않았나?

항상 그런 압박감은 있었다. 특히 전 대회였던 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도 금메달을 땄으니까...
다행히 행운이 따라줘서 금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이번 우승으로 많은 관심과 애정을 보여줬던 아르헨티나 국민들에게 좋은 선물을 할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감독 경력에 있어서 좋은 경험을 했던 것 같다.

- 팀에는 워낙 뛰어난 스타들이 많았다. 스타가 많은 팀을 하나로 응집시키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었을 것 같은데.

그렇다. 스타들을 한 팀으로 묶는 것은 감독으로서 굉장히 힘든 일 중 하나다. 일단 스타들을 잘 이끌기 위해서는 그들에게 복잡하거나 어려운 주문을 하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다른 팀원들과 잘 어울릴 수 있게 분위기를 유도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한 선수들에게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정해진 규율은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풀어줄 때는 풀어주지만, 잡을 때는 확실히 잡아야 한다. 그렇게 하다보면 선수들끼리 하나가 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줄 수 있다. 워낙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전술적 지시보다는 팀을 하나로 묶는데 더 중점을 뒀다.

- 특히 양대 슈퍼스타라 할 수 있는 리켈메와 메시의 활용방안을 많이 고민했을 것 같다.

두 선수 모두 경기를 창조할 수 있는 그런 선수들이다. 다만 리켈메는 피치를 지배하면서 플레이를 만드는 역할이고, 메시는 좀 더 앞에서 결정을 지어 주는 역할이다. 서로 임무가 달랐기 때문에 큰 문제없이 융화될 수 있었다. 올림픽대표팀에서 두 선수가 제 역할을 해주기를 원했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켜줬다.

- 흔히 아르헨티나의 경기를 보면 리켈메의 플레이메이킹이 잘 이뤄지느냐에 따라 승패가 좌우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점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나는 한 선수로 인해 팀이 좌우될 정도의 역할을 리켈메에게 주지는 않았다. 리켈메가 정말 대단한 선수이긴 하지만, 우리 팀에는 리켈메가 아니더라도 그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리켈메는 내가 주문했던 사항들을 잘 이해하고 성실하게 실행했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우리를 상대하는 팀들이 밀집수비 형태로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을 깨기 위해 각 팀마다의 수비 약점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상대의 밀집수비를 뚫을 수 있는 포인트를 분석했고, 그것을 공략했다.

아르헨티나 올림픽대표팀의 양 축이었던 리켈메와 메시 ⓒAFP/멀티비츠/스포탈코리아/나비뉴스

- 사실 아르헨티나 내부에서는 보카 주니어스와 리베르 플라테를 비롯해 여러 클럽들이 치열한 라이벌전을 벌이고 있다. 이런 라이벌 클럽 선수들이 대표팀에서 함께 생활할 경우 팀웍 면에서 마이너스가 될 것 같기도 한데.

그런 것은 전혀 없으며, 문제될 것도 없다. 치열한 경쟁과 서로에 대한 증오는 클럽 팬들끼리 하는 것이고, 선수들끼리는 그런 문제가 없다. 라이벌 클럽 선수들끼리도 친구가 많다. 특히 대표팀에 들어와서는 서로 너무나 잘 지낸다.

- 흔히 아르헨티나 축구를 ‘남미와 유럽의 특징을 가장 잘 섞어놓은 축구’라고 이야기하는데.

최근에 아르헨티나가 구사하는 축구는 오히려 유럽축구와 더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흐름은 아르헨티나 축구의 실수라고 본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플레이를 하려다보면 오히려 더 좋지 않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아르헨티나만의 축구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 현재 아르헨티나는 스페인과 함께 가장 매력적인 축구를 하는 팀으로 평가받는다. 이런 평가에 동의하는가?

경기를 풀어나가는 방식 등에서 스페인과 아르헨티나의 축구는 비슷한 면이 많다. 최근 스페인은 유로 2008에서도 우승하면서 좋은 모습을 계속 보여주고 있다. 또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리그에는 남미 출신의 훌륭한 선수들이 많이 뛰고 있기 때문에 아름다운 축구를 보여줄 수밖에 없다. 아르헨티나 역시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의 빅리그에 많은 선수들이 진출해서 뛰고 있기 때문에 대표팀이 소집될 경우 좋은 축구를 보여주고 있다.

- 한국에서는 젊은 스타들이 예전의 스타들에 비해 정신적인 강인함이나 노력, 열정 등이 부족하다고들 많이 이야기한다. 아르헨티나는 어떤가?

젊은 선수들이 스타가 되고 나면 축구에 대한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조금 느슨해지는 경향이 있긴 한데, 그것은 전세계적으로 흔한 일이며 아르헨티나도 마찬가지다. 현 시대의 흐름이기도 한 것 같다.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어렸을 때부터 선수들에게 그런 점에 대한 교육을 많이 시킬 필요가 있다.

- 마지막 질문이다. 현재 목표, 그리고 지도자로서의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

지금 맡고 있는 청소년 선수들을 잘 교육시키고 훈련시켜서 아르헨티나 축구에 있어 좋은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 목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감독을 맡아보는 것이다. 아마 모든 감독들의 꿈 아니겠는가.

- 인터뷰 감사하다.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감독으로 월드컵에서 우승컵을 들 수 있기를 기원하겠다.


인터뷰=이상헌, 통역=신승호(KFA 경기국)

 

 

http://www.kfa.or.kr/news/inter/sview.asp?g_conid=2008925174638&g_gubun=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