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끝과 인간 너머를 말하다
쑬루세, 신유물론, 페미니즘, 오드킨, 포스트휴먼, 돌봄, 레퓨지아 - 혐오와 냉소에 빠지지 않고 파국 너머를 상상하는 7가지 방법
인류세는 인류가 지구 시스템의 새로운 動因이 된 지질시대를 일컫는 용어인데, 유례없이 안정적이었던 홀로세 이후 인류세라는 새로운 지질시대를 추가할 수 있다는 판단 근거는 두 가지다. 첫째,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지구 시스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고, 둘째, 그와 함께 인간은 플라스틱과 콘크리트 퇴적층, 그리고 방성 핵종 등 인류 문명의 흔적을 지질학적인 증거로 남기고 있다. 쉽게 말해 인간이 기후위기를 초래하는 동시에 엄청난 양의 쓰레기로 지구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쑬루세 : 쑬루는 분해와 재생산의 능력을 지닌 지하 생명체들을 연상케 하는 말로 공-지하적 힘, 즉 땅이 가진 분해 및 재생산의 거대한 역량을 고려하고자 요청하는 의미의 용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인간 너머를 말하되 파괴적인 인간 혐오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물질세계와 상징세계가 뒤섞이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자연은 여성, 남반부/인민, 성소수자, 장애인, 백인 이외의 인종과 종족, 계급적 약자, 비인간 생명체와 물질, 감정, 수동성, 의존 등을 포함하는 범주로 굳어졌다. 문명 세계를 건설하는 주체, 시간의 불가역성을 믿으며 앞을 향한 끝없는 행진을 발전과 진보로 여기는 주체, 이주체로 자기 자신을 호명한 '인간'이 누구인지는 나열된 항목의 반대 항목을 찾으면 알 수 있다. 이런 '인간'의 오인과 오만, 그것이 가져온 파국을 직면하며 테란/포스트 휴먼은 존재하는 것은 모두 예외 없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서로 형성 중인 관계에 있다고 깨닫는 중이다.
이 책은 파국을 다루지만 냉소적이지 않고,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낭만적으로 영적이지 않고, 직관으로 선언하지 않고, 혼자 사유하지 않는다. 파국을 진단하는 사람들, 파국을 대하는 태도들, 파국 너머를 상상하는 사람들을 검토하면서 나쁜 세력에 주목하기보다는 부상하는 대항 역능에 주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