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1화 여시아문(如是我聞)-1
모용혜가 들어간 전각에는 노인 한 명이 졸고 있었다. 비록 밖이 어둠에 휩싸이기
시작했지만 초저녁에 불과한데 노인은 졸음을 참지 못해 고개를 꾸벅거리며 위태롭
게 앉아 있었다. 노인은 수마(睡魔)의 유혹에 빠져 방안에 모용혜가 들어 왔는데도
눈치채지 못했다.
"강 집사."
모용혜는 노인을 불렀다. 그러나 강 집사라는 노인은 졸음에 취해 고개만 꾸벅일
뿐 일어날 모양새는 보이지 않았다.
"강 집사."
모용혜은 매우 큰 소리로 노인을 불렀다.
"어... 누, 누구 시오."
"나요. 강 집사."
"허억! 오, 오셨습니까."
"그렇소."
강 집사는 모용혜를 보는 순간 잠이 확 달아났다. 안색이 창백하게 변해버린 강
집사를 노려보는 모용혜의 시선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목이 마르니 차를 가지고 오시오."
"아, 알겠습니다."
허리가 구부정하게 휠 정도로 늙은 강 집사는 부리나케 움직였다. 마치 염라사자에
게 은전(恩典)이라도 받은 사람 같았다. 강 집사가 밖으로 나가자 모용혜는 먼지가
가득히 쌓여있는 의자에 걸터앉더니 허공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비영."
"부르셨어요. 오라버니."
가냘픈 체구의 복면인이 모용혜 앞에 나타났다.
"집에 돌아온 기분이 어떠니?"
"지옥에 되돌아온 것 같아요."
"나 역시 그렇구나."
비영은 모용혜 앞에서도 복면을 벗지 않았다. 또한 오라버니라 호칭한 것을 본다
면 모용혜와 남매 사이고 여자인데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비영의 음성은 여자
목소리로 보기에는 너무 굵고 선명했다.
"언제 가실 생각인가요?"
"팔마당으로 말이냐?"
"네."
"내일 아침에 떠날 생각이다."
"그럼 그는 지금 만날 건가요?"
비영의 질문을 받은 모용혜의 안색은 차갑게 얼어버렸다.
"차를 마시고 난 뒤 만날 생각이다."
모용혜의 음성에는 단 한 톨의 감정도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냉정했다. 그리고 비
영은 아무런 대꾸 없이 모용혜 앞에서 인형처럼 서있었다.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강 집사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었다.
"가지고 들어오시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째서 강 집사만 있는 것이오?"
"그, 그건..."
강 집사를 노려보는 모용혜의 눈동자에 차가운 빛이 흘러나왔다.
"며칠 전에 갑자기 사라졌습니다. 아마도... 모두 도망간 것 같습니다."
"시비 둘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유모마저 도망갔단 말이오."
"노, 노신은 잘 모릅니다. 다만 며칠 전부터 갑자기 사라져서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이지요."
"이상하군. 정말 이상해."
모용혜의 뇌리에 불길한 생각이 떠올랐다. 겨우 굶주림이나 면할 정도의 돈을 보
내주니 시비들이 도망갈 수는 있었다. 하지만 모용혜가 아는 유모는 달랐다. 유모
는 특이할 정도로 모용가의 후손들에게 충성을 받치는 노파임을 누구보다 알고 있
었다.
"절대로 유모가 도주할 일은 없다. 혹시 그동안 다른 이상한 일이라도 생긴 것이
아닌가?"
"아, 아닙니다. 항상 똑같았습니다."
강 집사는 창백한 안색을 하고 손사래를 쳤다.
"알았네. 이만 나가보게."
"알겠습니다."
"그리고 구운 닭 한 마리를 준비해 두게."
"네. 네. 알았습니다."
강 집사는 모용혜에게 허리를 굽히더니 황급하게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상한 느낌이 들었는데 역시나 문제가 생겼군요."
"이상한 느낌?"
"네. 오라버니. 집안에 들어오자마자 누군가 우리를 감시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모용혜는 차를 따르더니 심각한 얼굴로 고심했다. 일 다경이 지나는 동안 아무런
말없이 고심하던 모용혜는 비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는 전설의 자객 홍매와 필적한다는 흑월(黑月)의 진전을 이었다. 암살과 은신,
잠입에 관해서 너를 능가할 자객은 강호에서 찾을 수 없다."
비영을 쳐다보는 모용혜의 시선은 강렬해졌고, 방안은 다향(茶香)으로 가득 찼다.
"내가 알기로는 네 눈을 피할 수 있는 침입자는 없다. 나는 네 느낌을 믿겠다. 이
장원 안에 침입자가 있느냐?"
"모릅니다."
"모른다!"
"네. 제 눈으로는 확인하지 못했으니까요."
"그럼 됐다. 네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침입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유모가 실종
을 생각한다면 문제가 발생했다고 말할 수 있다."
모용혜는 비영의 능력과 유모의 충성을 믿었다. 어느새 미지근하게 식어버린 차를
모용혜는 두 손으로 받치고 마시면서 복잡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모용 남매가 있
는 방안은 침묵이 흘렀다. 강 집사가 닭을 다 구웠다고 알리기 전까지...
폐가나 다름없는 저택의 뒤편에는 말라버린 우물이 하나 있었다. 모용혜는 그 우
물을 향해 맛깔스럽게 구워진 닭을 가지고 갔다. 우물 앞에 선 모용혜의 눈동자는
붉은 용암 속에서 타오르는 차가운 얼음 꽃 같았다.
"근 이년만에 다시 왔군. 아직도 살아 있을까?"
"그는 능히 살아 있을 거예요."
비영이 갑자기 나타나더니 응답을 했다. 모용혜는 비영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
다.
"너도 들어갈 생각이냐?"
"네."
모용혜는 비영의 대답을 듣고 한동안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
다.
"고맙다."
"무슨 말씀이세요?"
"나는 바보가 아니다. 단 한번도 그를 만나려고 하지 않던 네가 갑자기 생각을 바
꿨다면 충분한 이유가 생겼기 때문이지."
"아니에요. 나는 단지 그를 볼 생각뿐이에요. 그만 들어가죠."
비영은 차갑게 말하더니 우물 안으로 뛰어 들었다.
"녀석... 갑자기 이상한 일이 생기니까 내가 걱정이 됐나 보구나. 그렇게 보려고 하
지 않던 그가 있는 곳까지 따라오다니..."
모용혜는 갑자기 비영이 마음을 바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사실 비영이 우물 안
으로 먼저 뛰어든 것도 혹시 무슨 위험이 있는 것이 아닌지 불안했기 때문이었다.
모용혜는 우물을 바라보며 미소짓더니 비영의 뒤를 따랐다.
"이곳은 아무 이상이 없어요."
우물 밑바닥에서 이리저리 살피던 비영은 모용혜가 내려오자 조사한 내용을 알려주
었다. 모용혜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우물 벽에 돌출한 벽돌을 향해 손을 뻗었다. 벽
돌은 모용혜의 손바닥에 의해 뒤로 밀려났고 동시에 기괴한 소음이 흘러나오기 시
작했다.
그. 그. 그.
모용혜와 비영 앞에 조그마한 출입구가 나타났다. 소음은 문에 설치한 기관장치가
작동하면서 흘러 나온 것이었다.
"들어가자꾸나."
"네. 오라버니."
모용혜와 비영은 비밀통로에 들어갔다. 비밀통로는 무려 삼십여장이 넘었지만 높
이는 고작 넉자에 불과했다. 모용혜와 비영은 허리를 굽히고 힘들게 걸어야 했지
만 힘든 기색을 나타내지 않았다. 오히려 모용혜의 안색은 담담하다 못해 냉정했
다.
"다 왔군."
"그런가요."
좁은 통로를 벗어나자 이장 높이의 공동(空洞)이 그들 눈앞에 나타났다. 공동의
중간에는 두 치가 넘는 두께를 자랑하는 쇠창살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그리고
반대편에 전신이 쇠사슬에 묶여 있는 불구가 무언가를 먹고 있었다.
아그작. 아그작.
찌직. 찍찍.
불구가 먹고 있는 것은 살아 있는 쥐였다. 쥐는 생살이 뛰겨 나가는 고통에 몸부
림치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고기를 먹고 계시는군요. 그렇다면 이 구운 닭은 괜히 가지고 온 건가."
불구는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리자 고개를 돌렸다. 입가에는 생쥐의 비릿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불구는 물고 있던 쥐를 뺏어버리고 모용혜가 있는 곳으로
기어갔다. 땅바닥에 떨어진 쥐는 부들부들 떨다가 움직임을 멈추었다. 쥐의 몸통
절반 정도가 불구의 배속으로 사라진 뒤였으니 살아날 수 가 없었던 것이다.
불구가 가까이 다가오자 모용혜는 안색을 찌푸리며 코를 막았다. 시궁창에서도 맡
기 힘든 악취가 불구의 몸에서 흘러나왔기 때문이다. 불구는 모용혜의 왼손에 들
려있는 구운 닭을 탐욕이 가득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헤헤헤. 오랜만이구나."
모용혜는 대답하지 않고 불구의 잘려진 두 무릎 부분과 오른 손 팔목을 쳐다보았
다. 절단 부위는 썩고 있었고 누런 진물이 흘렀다.
"애야. 그 닭은 나에게 줄 선물이지."
불구의 음성은 간사해 듣기가 역겨울 정도였다.
"흥. 모용세가의 가주가 닭 한 마리에 자존심을 잃어버리는구려."
불구는 모용혜의 싸늘한 빈정거림에도 닭을 향한 탐욕을 버리지 않고 간사스런 웃
음을 짓기만 했다. 불구가 모용세가의 가주라는 사실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헤헤헤. 그것보다 닭을 먼저..."
"쓸개빠진 인간."
모용혜는 불구를 외면했다.
"애야. 그래도 내가 아버지가 아니냐. 이 아버지에게 그 닭을 다오. 더 이상 벌레도
없고 쥐마저 없단다."
"아버지라고... 세상에 어느 부모가 자기 자식을 이 꼴로 만든단 말인가. 남자를 여
자로 만드는 저주받을 사공(邪功)을 익히게 하는가?"
모용혜는 증오심에 불타 외쳤다. 그러나 불구의 시선은 오직 구운 닭을 떠나지 못
했다. 이런 한심한 인물이 모용혜의 부친인 것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모용혜
의 부친인 모용중광은 모용세가의 전대 가주인 선기자 모용관천의 차남으로 태어나
온갖 호의호식을 했던 인물이었다.
부친과 형이 임백령에 의해 죽음을 당한 뒤 모용세가의 가주가 된 그는 복수에 눈
이 멀어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질렀다. 나부파의 비학인 혈염공과 명공강의 비급
을 훔쳐와 아들과 딸에게 수련시킨 것이다.
명공강의 수련이 극에 이르자 여자가 돼버린 모용혜는 부친을 증오했다. 모용혜는
모용세가의 부흥을 꿈꾸는 부친이 절망하도록 모든 세력을 직접 박살내버렸다. 또
한 부친을 기습해 두 무릎과 오른 손목을 절단한 뒤 감옥에 가두어버렸다.
감옥에 가두어진 모용중광은 지하수와 벌레, 쥐를 잡아먹고 살면서 원대한 이상과
복수의 꿈을 모두 잊어버렸다. 그는 벌레보다 못한 삶이라도 살기를 원했고 맛있
는 음식을 배터지게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 그런데 모용혜가 구운 닭을 줄 생각을
하지 않자 비영에게 시선을 돌렸다.
"너는 수린이지. 내 귀여운 딸 수린이지."
비영의 본명은 모용수린이었다.
"애야. 네 오라비에게 잘 좀 말해다오. 저 구운 닭을 이 아비에게 주도록 말이다."
침을 넘기며 탐욕스런 눈빛을 거두지 못한 채 애원하는 모용중광의 비굴한 모습은
모용수린의 마음을 찢어지게 했다.
"오라버니. 그 닭을 저 더러운 자에게 어서 던져 버리고 나가요."
모용수린은 통로를 향해 걸어가며 말했다.
"그래. 알았다."
모용혜는 동생의 마음이 얼마나 참담한지 절실히 느꼈다. 모용중광에게 구운 닭을
집어 던지고 모용수린를 뒤따라갔다.
"우헤헤. 고맙다. 고마워. 내일도 한 마리 부탁하마."
모용중광은 땅바닥에 떨어진 닭을 줍자마자 바로 게걸스럽게 먹기 시작했다. 모용
혜와 모용수린이 밖으로 나간 것조차 신경쓰지 않고 오직 구운 닭을 탐닉하는데 온
신경을 썼다. 그런데 모용중광이 닭 한 마리를 뚝딱 해치우고 아쉬운 듯이 뼈를
핥고 있는데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나타났다.
"다 드셨는가."
그림자는 지하 감옥의 천장에 숨어 있다가 나타난 것이다.
"누, 누구요?"
모용중광은 깜짝 놀랐다. 일, 이년에 한번씩 모용혜가 오는 일말고는 단 한번도 외
인이 나타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누구인지 아는 게 급한가. 아니면 여기서 벗어날 기회를 얻는 것이 급한가?"
모용중광은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나, 나가게 해주시오. 낭자. 그럼 내 이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모용중광 앞에 나타난 인물은 뜻밖에도 매우 아름다운 여인이었다.
"그건 쉽지.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하면 되는 것이오? 어서 말해 주시오."
아무리 지하감옥에 처박혀 썩어가더라도 모용중광은 한때 모용세가의 가주였다.
의문의 여인이 자신에게 얻을 것이 있어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27년 전 겨울에 있었던 일을 말해주면 내가 책임지고 당신을 풀어주겠소."
"27년 전 겨울에 있었던 일?"
모용중광은 눈앞에 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원하는 내용이 무엇인지 몰라 곰곰이 생
각했다. 그가 아는 27년 전은 부친인 모용관천이 세가의 가주로 있던 행복한 시절
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눈앞에 있는 여인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모용중광은 간사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헤헤헤. 낭자. 단서라도 주시구려."
"27년 전 한 비구니에게 준 아기에 관한 것이오."
"아기라고!"
모용중광의 두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커졌다.
"푸른 눈. 게다가 수수를 닮은 외모... 그, 그럼 너는..."
모용중광은 27년전 겨울에 있었던 사건이 생각났다. 시집도 가지 않은 여동생이
갑자기 해산을 해 집안을 풍비박산 내버린 그 사건을 기억해냈다.
"이 원수의 딸아!"
모용중광은 들고 있던 닭 뼈를 여인에게 던졌다. 그러나 무공이 전폐되고 불구의
몸이 된 모용중광이 던진 닭 뼈를 맞을 사람은 거의 없었고, 그의 눈앞에 있는 여
인은 결코 만만한 인물이 아니었다.
"내가 모용수수의 딸이 맞나보군."
"무슨 소리. 나는 너를 모른다. 그리고 본 가에서 아기를 버린 적도 없다."
모용중광의 처절한 외침에도 여인은 눈썹하나 까닥하지 않았다.
"내가 모용수수의 딸이다. 나는 이와 같이 들었다."
"누, 누가 그런 말을..."
"유모."
"그런 노망난 할망구의 말을 믿는단 말이냐?"
모용중광은 발악했다.
"내 부친이 누구 인지만 말해라. 그럼 당신을 구해주겠다."
"헛소리."
"좋아. 시간이 걸리겠지만 내 모친이라는 모용수수를 만나면 알게되겠지."
그녀는 모용중광을 외면하고 밖으로 나가려고 몸을 돌렸다.
"나, 나를 구해다오."
그러나 그녀는 모용중광의 애절한 부탁을 듣는 척도 하지 않고 밖을 향해 걸어나갔
다.
"약속을 지켜라."
"그대는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나는 이행하라는 것이냐?"
"그, 그건..."
"영원히 벌레처럼 살아가라."
여인은 모용중광을 싸늘한 시선으로 노려보고는 밖으로 향했다.
"잠깐만..."
모용중광은 애절하게 외쳤다. 여인은 걸음을 멈추었다. 그러나 모용중광에게 시선
을 돌리지 않았다.
"나와라."
여인은 비밀통로를 향해 나지막하지만 엄중한 음성으로 말했다.
"놀랍군. 정말 놀라워."
비밀통로에서 모용혜가 나왔다. 그러나 여인은 비밀통로 주위의 벽을 향해 엄중한
말투로 다시 한번 외쳤다.
"장난치지 말고 나타나라."
여인의 일갈이 끝나기 무섭게 비밀통로 주변에 있는 벽이 무섭게 요동치더니 모용
수린이 나타났다. 모용수린은 은신포를 이용해 은밀하게 들어 왔던 것이다.
"호호호, 처음 대면한 사촌 형제에게 너무 심하군."
모용혜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여인에게 다가갔다. 모용수린도 모용혜와 열을 맞
추어 앞으로 나갔다. 모용 남매는 여인을 포위하려는 것이다.
"언행일치(言行一致)를 모르는 남매로군."
여인은 등뒤에 맨 보자기를 풀었다. 보자기가 감싼 것은 한 자루의 창이었다. 창
의 이름은 연화불창이었고, 여인의 정체는 연화였다. 연화는 모용 남매를 향해 찰
의 기법을 사용해 연속으로 내질렀다. 연화불창은 한순간에 두 자루로 보일 정도
로 빠르게 움직였고 목표는 모용 남매의 목젖이었다.
"피해라."
한순간에 공간을 압축하고 날아온 창날에 모용혜는 사색이 되어 외쳤다. 모용혜와
모용수린은 종이 한 장 차이로 연화불창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나 첫 번째 공격
이 실패했다고 멈출 연화가 아니었다.
윙.
연화는 연화불창을 횡으로 휘둘렀다. 창이 지나는 궤적은 가공할 파동이 생성됐고
공기가 가르는 소리는 무섭게 울렸다.
콰쾅.
"크윽..."
"커억."
모용 남매는 연화의 두 번째 공격을 억지로 막아내고는 경악했다. 연화의 정체가
사천을 피바다로 만들고 두려움으로 채색시킨 혈모니라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그나마 방심하지 않은 덕분에 다행스럽게 창날에 직격(直擊)을 피했다는 것이다.
"놀랍구나. 정말 놀라워."
모용혜는 전신의 뼈마디가 모조리 부셔지는 충격을 받고도 만면에 미소가 가득했
다. 생각보다 연화의 무위가 뛰어나다는 사실에 흥분했기 때문이다. 팔마당에서
생활할 때는 언제나 진정한 역량을 숨기며 살아온 모용혜는 전력을 다하는 승부를
꿈꿔왔다.
그러나 남의 눈을 의식해 항상 본신의 실력을 드러낼 수 없었다. 그런데 남의 눈
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장소에서 진정한 고수를 만나게 되었으니 모용혜의 기쁨
은 남달랐다. 모용혜는 그 동안 숨겨왔던 명공강의 내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명공강."
모용수린은 모용혜가 명공강을 사용하자 자신도 모르게 외쳤다. 명공강을 사용하
는 모습을 자신에게도 보이지 않았던 모용혜가 연화 앞에서 펼치자 놀란 것이다.
모용수린은 연화가 생각 밖으로 강적이라고 결론 내리고 비전의 수법을 사용하기로
했다.
모용혜의 양손바닥에 투명한 회색 강기가 구름처럼 뿜어져 나오자 연화는 고개를
끄덕였다. 명공강이 어떤 무공인지 연화도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모용수린
의 양손바닥에서 피처럼 붉은 화염이 쏟아져 나오자 연화의 안색은 굳어져 버렸다.
"혈염공이군. 나부산의 양대비학을 두 남매가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군."
나부파의 양대 절학은 연화의 상대가 될 수는 없었다. 단 양대 절학을 한 사람이
모두 익힌다면 문제는 달라지지만 모용 남매는 그런 경지까지 오르지는 못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합공을 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가 있기에 연화는 난감한 표정을
짓고 말았다.
"음양상조(陰陽相助)는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내지."
모용혜는 연화에게 천천히 다가가면서 압박을 가했다. 연화는 양손으로 연화불창
의 자루를 잡고는 등뒤로 돌렸다. 마치 도끼질을 하려는 듯한 자세였고 창날은 금
빛 강기를 쉴새없이 뿜어내 연꽃 모양을 만들어냈다.
"나는 내 앞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지 부셔버리고 나간다."
연화의 일성은 모용 남매의 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로 기백이 넘쳐흘렀다. 모용 남
매는 명공강과 혈염공을 극한까지 운용해 연화를 압박했다. 명공강과 혈염공은 허
공에서 서로 교차하며 일종의 기벽(氣壁)을 형성했다.
모용 남매와 연화의 대치는 숨이 막힐 정도였고 흐르는 시간을 느끼지 못할 정도였
다. 쌍방은 상대의 허점을 파악해 단 일격에 승부를 끝낼 생각이었고, 중앙부에는
숨막힐 것 같은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모용중광은 일격필살을 노리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전신을 부들부들 떨었다. 조금
이라도 원한을 갚을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연화와 모용
남매 중에 어느 쪽이 더 큰 원수인지 구분하기 힘들었다.
"약속을 지키겠다. 너도 약속을 지켜다오."
모용중광은 연화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연화의 대답은 없
었다. 격렬한 대치 상황에서 다른 것에 신경을 쓸 여력이 없었던 것이다.
"네 아버지는 임백령이다."
아버지의 이름을 듣는 순간 연화는 자신도 모르게 일순간 멈칫거렸다. 그 순간을
모용 남매는 놓치지 않았다.
"타아."
모용 남매의 선공은 가공할 위력이었다. 해일처럼 밀려오는 강기막은 연화를 통째
로 삼킬 것 같았다. 그러나 연화는 아무런 일 아니라는 듯 연화불창을 도끼처럼
내리 찍었다.
콰콰쾅.
지하감옥은 일순간에 불어온 강풍에 휩싸였고 벼락같은 굉음이 터져 나왔다.
첫댓글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
즐독입니다
감사합니다
즐독하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즐감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 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재미 있게 읽고 갑니다~~
감사 합니다~~~
즐독이랍니다
즐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