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는 어떻게 지식을 습득해 왔는가?

[이생기심]

788번째 편지 - 인류는 어떻게 지식을 습득해 왔는가?

"아버지, Ghat GPT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암호화폐나 NFT, 메타버스처럼 한때 유행하다 사라지거나 그 영향력이 감소할 기술이라고 보세요? 아니면 인터넷이나 핸드폰처럼 인류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놓을 기술이라고 보세요?"

"참 재미난 질문이네. 나도 Chat GPT가 나올 때부터 이것이 인류에게 어떤 의미를 가진 기술일까 생각했었지. 그동안 생각한 것을 이야기해 볼까?"

이렇게 컴퓨터 공학 그중에서도 AI를 전공하고 있는 아들과 Chat GPT의 문명사적 의의에 대해 설익은 생각들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저는 Chat GPT를 인류가 지식을 습득해 온 방식의 관점에서 설명하였습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면 고대 원시 사회 부족에는 경험이 많고 지혜가 많은 노인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지. 그 노인은 언제 비가 올지, 언제 추위가 닥칠지, 언제 농사를 시작하여야 하는지, 또 아플 때는 무슨 약초를 먹여야 하는지 등을 잘 알고 있었지.

인디언이나 아마존 또는 아프리카 부족에도 그런 노인이 있었지. 사실 부족의 모든 지혜는 그 노인에게서 나왔고, 부족의 젊은이들은 지식을 얻기 위해 그 노인에게 <질문하면> 모든 것이 해결되었지.

사실 그 당시에는 책이라는 것도 존재하지 않았지. 지식은 모두 누군가의 머릿속에 있었던 거야. 그런데 지식의 양이 늘어나고 한 사람의 머리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되자 인류는 지식을 습득하고 전수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지. 처음에는 구전으로 자신이 습득한 지식을 타인에게 전수하였지만, 구전은 기억의 한계와 정확성을 담보하지 못해 인류는 다른 방식을 고민하게 되었지."

"지식을 기록하는 방식이 등장하였다는 말씀이지요. 그 방식은 결국 책을 만들고 인쇄술과 결합되어 비약적인 발전을 하였지요."

"우리가 다 알다시피 인류는 최초에 파피루스와 대나무에 기록을 하다가 종이가 발명되면서 종이에 필사로 기록을 하였는데 필사는 대량생산에 한계가 있어 지식이 많은 사람에게 보급되지는 못하였지. 1440년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후 책이 대량 생산되어 지식 습득을 원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지식을 기록한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지."

"결국 지식을 얻는 방식이 <누군가에게 질문하는 방식>에서 <누군가가 기록한 책을 독서하는 방식>으로 바뀌었군요."

"맞아. 그런데 지식을 책에 기록하는 방식이 수 세기 이어지자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지식을 모아 책으로 만들고 싶어 했지. 백과사전의 출현이지. 1728년 Cyclopædia가 영국에서 최초로 발간되었고, 출판사로부터 이 책의 프랑스어 번역을 의뢰받은 데니스 디드로가 번역을 넘어 새로운 백과사전을 만들어 냈지. 1751년 발간된 Encyclopédie 이지. 이 책은 1772년 11판으로 완성이 되었는데 총 28권, 기사 71,818개, 삽화 3,129개로 구성되었지. 이로써 인류는 지식을 한곳에 모을 수 있게 되었고 지식을 습득하려는 사람은 <책을 독서>하기만 하면 되었지."

"그런데 지식은 책 이외의 수단으로도 사람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나요?"

"<지식을 전달하는 수단, 그 자체>에 관심을 가진 사람이 있었지. 바로 캐나다인 교수 마샬 맥루한이야. 그는 매체를 미디어라고 규정하고 다양한 매체에 대해 연구하였지. 그가 언급한 것 일부를 들면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사진, 만화 등이지. 너도 그가 1964년 쓴 <미디어의 이해>를 읽어 보았겠지만 그는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에 대해 우리의 지평을 넓혀 준 사람이지."

"그러나 여전히 인류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만든 책을 비롯한 미디어를 스스로 독서하거나 소비하여야 한다는 점에서는 큰 차이가 없네요."

"그래서 오늘날까지도 <지식습득>하면 독서를 떠 올리게 되는 것이지. 그런데 1973년 인터넷이 발명되어 1994년 검색엔진 야후가 등장하면서 인류는 지식습득에서 혁명적 변화를 겪게 되었지. 그 이전에는 지식을 습득하려면 누군가가 만든 책을 비롯한 무엇인가를 상당 부분 독서하거나 소비하여야 했는데 이제는 다른 방식이 등장한 거지."

"검색이군요."

"그래. 지식습득을 위해 1440년 이래 인류가 해오던 Reading이라는 방식이 500년 만에 Searching이라는 방식으로 혁명적 변화를 맞게 된 거야. 우리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 검색은 지식습득 방식 측면에서 보면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이후 최고의 발명인 셈이지."

"아버지의 이론 대로라면 인류는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누군가에게 질문>하다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발명 이후 <누군가가 쓴 책을 독서>해 왔는데 검색엔진의 발명으로 <누군가가 입력해 놓은 정보를 검색>하게 되었다는 말씀이네요."

"그런데 <질문하는 방식>과 <나머지 방식>들은 근본적인 차이가 있지. 질문을 하면 질문을 받은 사람이 모든 요소들을 감안하여 질문자에게 가장 적합한 답변을 해주지. 질문자가 직접 질문하지 못하고 행동으로 표현한 것까지 알아차려 답변해 주지. 선생님이 질문한 학생의 수준에 맞춰 답변하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지. 그러나 독서나 검색은 지식을 습득하려는 사람이 독서와 검색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자신의 이전 지식과 결합하여 자신이 원하는 답변을 머릿속에서 재정리하여야 하지. 이 점이 질문하는 방식과 크게 다른 점이야."

"결국 지식 습득에서는 가장 편리한 방식은 질문하는 방식이네요."

"그런데 다시 그런 시대가 도래하고 있는 것 같아. Chat GPT가 예전 부족 시절 지혜로운 노인의 역할을 해 주고 있다는 말이야. 그런데 Chat GPT라는 노인은 한 부족의 지식만 가진 것이 아니라 수천 년간 인류가 축적한 모든 지식을 머리에 넣고 있고 그것을 질문에 맞게 적절하게 해석하여 답변을 제시하는 고도의 지혜를 가지고 있지.

Chat GPT는 이제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였지만 이 방향대로 잘 발전한다면 인류는 지식습득에서 새로운 혁명적 시대를 맞게 될 거라고 이야기할 수 있지.

<질문의 시대>에서 <독서의 시대>, <검색의 시대>를 거쳐 다시 <질문의 시대>로 돌아가고 있는 것이지."

"참 재미있는 분석이시네요. 아버지는 질문의 시대가 되면 과거의 독서나 검색의 시대와는 전혀 다른 세상이 도래할 거로 보시는군요. 그런 관점이면 Chat GPT는 일시적 유행이 아니라 인류의 삶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술이라고 평가하시는군요."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네 질문에 대해 어느 정도 답변이 되었는지 모르겠구나. 그러나 나는 이 분야의 전문가가 아니라 그저 그간 생각한 것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니 그것을 감안하고 이해해 주기 바란다."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많이 공부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부자간의 대화는 끝이 났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3.8.28. 조근호 드림

< 출처 : 조근호의 월요편지 >

[현강玄岡]

좋은정보 잘보았습니다.
chat GPT 시대에
새로운 이정표를 보게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