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새벽 04:00, 휴대폰 알람이 울리는 소리를 잠결에 들은것 같은데 원래 새벽잠이 많은지라 비몽사몽 침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나를 옆지기가 서둘러 깨운다.
부시시 눈 비비고 세수하니 식탁에 찹쌀을 듬뿍넣은 찰밥과 시락국이 보인다. 첫 하프 출전하는 남편을 위해서 새벽같이 아침을 준비한 옆지기가 대단하다 싶었는데, 새벽에 일어나지 못할것 같아 아예 밤을 꼬박 새웠다는 말을 들으니 더욱 예뻐보인다.
급히 출발하려는데 강진아 후배의 목소리가 휴대폰을 통해 들려온다. "참석할려고 했는데 몸이 않좋아 참석 못하겠습니다" 이런, 불참 의사를 밝히려고 새벽같이 일어났단 말이지,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급히 차를 몰고 구포 지하철역에 도착하니 박세규 선배님, 전창수 후배가 이미 도착해 있고 잠시후 이명재 선배님과 안찬기 동기가 도착해서 04:58에 곡성을 항해 출발.
잠이 덜 깨어 몽롱한 상태인데 벌초하러 가는 차량으로 인해 고속도로가 새벽임에도 붐벼 속도는 80km를 넘지 못하여 천천히 달리다보니 칠흑같은 어둠속에서 점차 하늘과 산이 구분이 되고 그렇게도 밝던 가로등 불빛의 위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이 아침이 밝아 오나보다.
사천휴게소에 들러 식사를 못하신 분들이 요기를 하는 사이에 푸짐한 아메리카노 커피 한잔으로 졸음을 좇아내고 부지런히 차를 몰았다. 날은 이미 밝았고 중간중간에 자욱한 안개 사이로 보이는 산이며 집들이 마치 구름속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07:25분 마침내 곡성IC로 접어드니 한치 앞을 볼수 없을 만큼 자욱한 안개가 사방을 덮고 있고 시골마을에는 지나가는 사람도, 차도 보이지 않는데 중간중간에 경찰들과 대회 행사요원으로 보이는 분들의 길안내가 있어 어렵지 않게 대회장소에 도착하였다. 이미 많은 버스들과 자가용들이 주차장을 가득 메우고 쭉 둘러쳐진 동호회 천막들과 흐드러지게 핀 코스모스가 우리를 반긴다.
작년에 구입한 경기복을 오늘에야 처음으로 갖춰 입고 조선국 클럽닥터에게서 족저근막염 진단을 받은 왼쪽 뒷꿈치가 자꾸 신경이 쓰여 땀이 송글송글 맺힐 정도로 운동장을 천천히 돌아보고 열심히 몸풀기도 하다보니 대회 시작 시간이 되어 개회사, 몸풀기 등을 마치고 풀코스 참가자들이 출발한다.
작년 여름 토달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다녀온 법기수원지가 내가 가장 많이 뛰어본 거리인데 하프는 그것보다 더 멀다. 먼천달도 연습주도 없었으니 오로지 오늘이 연습이다 생각하고 가는데 까지만 가리라 마음먹고 주위를 보니, 나는 풀코스 하는 사람들만 사용하는 줄 알았던 썬크림을 잔뜩 발라 사람들의 얼굴이며 목이며 온통허옇다. 이윽고 폭죽 소리와 함께 힘찬 출발을 하려고 했는데 사람들 사이에 끼어 그냥 떠밀려 갔다.
작전! 뛰어본 경험이 없으니 있을수도 없고, 기록! 연습주이고 시계도 없으니 아예 생각도 말고 그냥 힘있을때 달리고 힘빠질때 포기하자는 무대책으로 달려가는데, 섬진강변을 따라 코스모스가 피어있는 주로는 대체로 평이한 편이고 완벽한 차량 통제와 가끔씩 불어오는 바람에 힘을 얻어 초반에 속도를 내었다.
1시간 45분 페메 풍선을 단 사람을 목표로 해서 달리는데 자꾸만 거리가 벌어지고 몸은 벌써 땀으로 덮여 연신 안경을 타고 흘어냐리는 땀을 훔쳐낸다. 처음으로 나온 급수대를 그냥 지나쳐서 몇사람을 앞질러 앞으로 앞으로 달리니 주로 중간에 촌로들이 나와서 손을 흔들고 마을 어귀마다 트로트 소리가 확성기를 통해 흘러 나온다.
세번째 식수대에서 물을 들어 달리면서 먹으니 간신히 입만 적시고 물은 목을 타고 옷만 적신다. 반환점이 가가웠는지 돌아오는 사람들이 보이는데 보일듯 보일듯한 반환점은 나오지가 않고 갈증은 더욱 심해지고 이윽고 전혀 색다르지 않은 반환점을 돌아 처음으로 멈춰서 물을 연거푸 몇잔을 들이킨다.
다시 달리려니 다리가 뻣뻣한게 너무 힘이 든다. 이제 반을 돌았으니 온것 만큼만 가면 그래도 첫 하프 완주는 가능하리가 생각하고 달리는데 2시간 페메 풍선을 단 사람이 반대편으로 지나간다. 생각보다는 반환점을 빨리 달린 것 같아 욕심을 내본다. 목표 1시간 50분.
돌아오는 길은 너무나 멀었다. 모든 급수대를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물이며, 아이스크림이며, 물적신 스펀지며 있는대로 마시고 먹고 만지고 하다보니 15km. 아! 이제부터는 마치 쓰러질것 같다. 뛰는 것이 매일 옆지기와 동네를 산보하던 속도보다 더 늦은 것 같고 내 앞으로 치고 나가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는데 그들을 따라갈 기력은 고사하고 걸음을 옮길 기력도 이제는 없는 것 같다.
그냥 걸어버릴까? 아니, 아예 포기할까? 내가 왜 이 고생을 하지? 온갖 생각이 머리속을 채우는데 이정표가 보인다. 38km. 아니 아직도 4km가 남았단 말인가? 1km가 이렇게 먼 거리였는지. oh my god!
새벽같이 밥상을 차려준 옆지기의 정성과 옆지기도 나와 같은 길을 지나왔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어 우짜든지 완주만 하자는 마음으로 초인적인(?) 막판 스퍼트로 마침내 결승선을 통과했는데 결승선에는 아름다은 비키니 아가씨의 웃음도, 박수도, 환호성도 없이 오직 생수 한병을 건네주는 무표정한 아르바이트 학생만 있었다.내가 미쳤지.
생수 한병을 단숨에 들이키고 나니 달릴때에는 전혀 생각도 나지 않던 허기가 몰려왔다. 나무처럼 뻣뻣한 다리를 질질 끌고아픈 다리를 절뚝거리며 국수 한그릇, 방울토마토 세컵, 티밥 한봉지, 붕어빵 한개, 카스테라 한개, 비타500 한병, 또다시 생수 한병을 비우고서야 이성적인 나의 모습으로 돌아와 가방을 챙겨들고 운동장 입구로 풀코스 도전하신 효마클 회원님들 마중을 나갔다.
그늘 하나 없는 운동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니 이명재 선배님이 가뿐하게 들어와서 힘을 한번 외치고, 잠시후 박세규 선배님과 안찬기 동기가 5분 간격으로 들어와 역시 힘을 실어준다. 그런데, 가장 먼저 오리라 생각한 전창수 후배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3시간 10분을 목표로 연습한다더니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않아 차로 돌아와 에어콘 빵빵하게 틀어놓고 마사지를 하고 있으니 전화가 온다.
"선배님, 어딥니까?" " 차 안이야. 모두 와 있으니 차로 와라" 벌겋게 탄 모습에 차도 알아보지 못하고 지나가는 창수 후배를 태워 오후 1시 30분경, 돌아가는 길이 걱정되어 부산으로 출발했다.
걱정대로 지수IC 5km전부터 막힌 차들을 뚫고 국도로 들어가 동네 사람이 아니면 도저히 모를 농로까지 타고서 전창수 후배의 고향마을을 거쳐 고속도로로 진입하니 여전히 막히고 다시 칠원IC에서 차를 빼서 칠서, 창원북면, 김해 장유의 농로를 거쳐 부산에 도착하니 해가 이미 저물어 깜깜하다.
조금만 일찍 왔으면 오늘 하루 走路,고속도로, 국도, 지방도로, 농로까지 대한민국의 모든 도로를 섭렵한 우리가 酒路까지 갈수 있었는데... 아쉽게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고 이렇게 나의 첫 하프날은 끝이 났다.
맨 뒤자리에서 의자도 젖히지 못하고 불편하게 오랜기간을 보낸 창수 후배 고생많았고 운전자 졸리지 않게 해준 안찬기 동기, 박세규 선배님, 이명재 선배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차안에서 문자 메시지로 들어온 나의 첫 하프기록 1시간 59분 32초!
첫댓글 어휴
어제 그 길이 얼메나 막혓는지..뛰고 차로 이동한다고 고생많았구만요..그래도 소득은 곡성의 이미지 
가신분 
..
실감나는 후기, 꼭 내가 뛰고있는것 같으네.. 첫하프 기록을 보니 조만간 첫풀도 서브4로 할것 같으네요..김홍기 힘!!
첫하프 썹2 축하드립니다.~
첫 하프완주를 축하드립니다. 고생만큼 보람도 컸으리라 믿습니다. 그런데 "계임후배는 안갔나? "
첫하프 완주를 감축드리옵고 그날 종일 운전하시느아 너무 고생하셨고 감사드립니다.김홍기 선배님 시~임!!!!
날이 엄청 더웠는데 고생 많았습니다. 첫 경험(!)의 진한 감동 오래 오래 간직 하시길...김홍기님 힘!~
첫하프 써브-2 축하드립니다. 그리고 덕분에 편안한 달림여행 되었습니다. 고마웠습니다. 김홍기 힘!!!
드디어 첫 하프를 좋은 기록으로 해 내셨군요. 계임 후배의 남편 내조가 완주를 만들어 낸게 아닌가 싶군요.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함께 하리라던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합니다.
ㅋㅋ.토달에서 본 첫모습으론 완존히 계임후배에게 끄려서 마라톤모임에 온거 같았는데,,벌써 첫하프라,그것도 썹2로,,축하!!!!!!!!!!!!!혀
곡성에 가서 哭聲을 내셨네요! 저의 첫 하프 때 생각이 물씬 풍겨 나오게 하지만, 절대 나를 닮지는 마소. 참고로 저의 첫 하프 기록은 2 시간 40 여 분!
머나먼 곡성까지 선수들 인솔해서 운전까지 해가면서 다녀오느라 고생이 많았소. 이번 목요일 첫하프 축하주나 간단하이 한잔합세.
주로에서도 고생을 그렇게 사서하셨는데 도로에서까지...그날 무지 고마웠고... 부상 치료 잘하시고 다음에 봅시다.
대단한 첫 하프 썹-2 축하합니다. 완주 후 좌판에 있던 음식 집어먹던 옛날 생각납니다 어찌나 맛있던지...
sub-2 축하 또 축하...내만 자꾸 쳐지는 것 같네...
첫 하프 섭2하신거 감축드리옵니다 후기 읽어보니 곡성에서의 하루가 생생히 그려집니다. 뛰느라 운전하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회복 잘 하시구요, 목달에서 뵐께요.
특별한 장거리 훈련없이도 첫하프에 섭2면 타고난 마라톤체질인데.... 정달에 한번씩 나와서 달린것과 옆지기의 정성으로 그런 사고(?)를 친것 같으니 옆지기에게 고맙다고 하고... 후배님, 첫하프 완주를 축하하며 목달 월례모임에서 축하주 한잔 주께. 김홍기, 이계임 히~~~~임!!!!
첫하프 썹투...축하 따불로 드립니다...
축하 드립니다, 회복 잘 하세요...
선배님 축하드립니다. 좋은 기록으로 첫 하프를 완주하시고. 발바닥 관리 잘하시고 담에 뵐께요.
첫하프, s-2 축하 또 축하합니다..
한번 빠지면 나오기 힘드는데~부인 손에 이끌려 다니드만 드뎌 발이 빠지기 시작했군요,축하합니다.
첫하프 축하드리며, 내친김에 다대포에서 첫풀하시길...
첫 하프 서브2 축하합니다. 근데 김일 선배님은 언제 서브2할건지????(울트라맨 효력은 이제 그만 ~~~)
그 덩치로 첫하프에서 섭2라 --- . 대단합니다. 회복 잘 하시고 부상 당하지 않게 항상 조심 하시길.
첫하프, 섭2 축하드립니다..부상회복잘하십시요.
좋은 글입니다. 달리기가 쓰기로, 쓰기가 읽기로, 읽기가 달리기로 이어지는 김홍기 히-힘!
첫 하프 축하드립니다. 목달의 새로운 인재입니다. 추카! 축하!
선배님 첫 하프 sub-2축하드립니다. 저는 열번은 찍었어야 했던 기록인데요.... 이계임 선배님이랑 같이 풀코스에 도전장을 내시고 연습하시면 좋겠네요.
늦게나마 축하합니다..첫하프 후기쓰던때가 제일 기억에 남는데 역시나 남의글도 재미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