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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리가 들리는 이른 아침 공원의 들 실장들은 오늘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분주하고 있었다.
친실장 또한 오늘도 일가가 먹을 식량을 구하기 위해 나갈 채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친실장의 얼굴은 화창한 봄 날씨보다 여름철 몰려오는 먹구름처럼 우중충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자 중 하나가 중실장이 되어 곧 독립할 때가 되었는데도 집에서 놀고만 있었기 때문이다.
나머지 자들은 이미 독립을 하여 자신이 살아갈 골판지 상자와 식량들을 스스로 구하는 반면, 충분히 성장하여 더 자실장이나 엄지처럼 귀엽게 보일 시기가 지났는데도 여전히 현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로 사육실장의 꿈을 꾸고 있었기에 친실장의 얼굴은 날이 가면 갈수록 어두워졌다.
자매를 괴롭히거나 보존식을 훔쳐먹거나 하는 정도의 분충은 아니었기에 희망을 품고 키웠지만 친실장은 그때의 자신을 땅을 치고 후회하고 있었다.
다른 자들과 똑같이 공원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교육했을 때도 녀석은 친실장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여전히 사육실장의 꿈을 꾸고 있었다.
차라리 다른 들 실장들처럼 춤을 추는 방법을 연습하거나 노래를 갈고 닦았으면 모르겠다만 녀석은...
-"노력 따위는 안 해도 되는 테치! 와타시가 사육실장이 되는 것은 기정사실인 테치~ 와타시가 사육실장이 되면 가끔씩 닌겐 노예와 얼굴 정도는 비춰 주는 테츄웅~"
하며 모든 노력을 하지도 않은 채 허황한 망상만을 하며 시간을 축내고 있었다.
평범한 들 실장이라면 진작에 솎아냈겠지만, 이 친실장이 솎아내지 못한 이유는 이미 4년이라는 들 실장의 기본 수명을 넘어서 얻은 자였기 때문이다.
친실장도 더 이상 자신이 자를 가지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차마 솎아낼 수 없었다.
결국 나머지 자들이 독립하며 나갈 때 녀석에게 언제까지 허황한 꿈을 꾸면 살 거냐? 라며 진심 어린 걱정을 했지만, 그때 마다 녀석은...
-"테프픗~. 와타시는 오마에타치보다 귀엽고 사랑스러운 테스~. 설마 와타시의 미모를 시기해서 그런 말을 하는 테스까?"
라고 말한 탓에 결국 녀석의 자매들과 대판 싸우고 나서 서로 자매의 연을 끊게 되었다.
친실장도 결국 녀석을 솎아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는 이미 자신은 너무 노쇠하였고 녀석은 막 성체가 되기 시작하는 중실장이였기에 친실장은 이도 저도 못 한 채 침묵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예전에는 배웅이라도 해줬었는데 지금은 자신이 식량을 구해오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이제는 배웅조차 하지 않는다.
친실장은 이윽고 마음을 비워버리고 식량을 구하기 위해 쓰레기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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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녀온 데스...."
친실장이 문을 열고 들어오자 녀석은 자신의 친실장보다 친실장이 들고 있는 봉지를 반기는 눈치였다.
녀석은 봉지를 열고 그나마 깨끗하고 맛있는 음식만을 쏙쏙 골라내어 자신의 입에 집어넣고는 말했다.
-"마마 다음부터는 좀 더 좋은 음식을 구해오는 테스.... 미인이 되려면 좋은 것만 먹어야 하는데, 마마 때문에 사육실장이 되지 못하면 책임질 것인 데스까!"
이것은 친실장이 식량을 구해왔을 때 늘 듣는 소리였지만 들을 때마다 어이가 없는 말이었다.
정작 본인은 식량을 구해온 적도 한 번도 없는 데 노쇠한 몸으로 다른 동족들과 치열한 경쟁 끝에 얻은 식량을 불평 대며 먹어 치운다.
친실장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식사를 끝마친 뒤 친실장과 녀석은 잠자리에 들었다.
친실장은 속으로 기도했다.
사육실장이라는 꿈은 어찌 되도 좋으니 다른 들 실장들처럼 혼자서 공원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가지고 살아갔으면....
언제까지 자신이 녀석의 뒤치다꺼리를 해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친실장도 자신의 수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그렇기에 더욱더 걱정이었다.
만약 자신이 죽고 나면 녀석이 잘살아갈 수 있을까?
차라리 자신의 죽음을 계기로 제정신을 차린다면 자신은 언제든지 죽을 각오가 되어 있었다.
미운 자식이었지만 자식은 자식이다.
친실장은 눈을 감을 때까지 제 자식의 개과천선을 기원하다가 그렇게 영원한 잠에 빠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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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실장의 죽음은 녀석에게 있어서 매우 큰 사건임에 틀림없었다.
가족의 죽음으로 인한 슬픔보다는 더 이상 녀석에게 시간이 없다는 의미가 컸었다.
그 동안 가만히 집에서 뒹굴뒹굴 놀고 있기만 해도 식량이 언제나 생겼기에 닌겐 노예가 자신을 맞이하러 올 때까지 편하게 있으면 됐었지만 친실장의 죽음으로 인해 그 안락한 생활도 끝이 났다.
어쩔 수 없이 집 밖으로 나와 스스로 자신을 모시고 살 닌겐 노예를 찾아다니기로 했다.
오랜만에 밖으로 나와 눈 부신 태양이 부담스러웠지만, 곧 익숙해지자 마실을 나가는 기분으로 중앙 분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녀석과 다르게 평일 동안 열심히 일을 하며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한적한 공원을 만끽하고 있었다.
녀석은 공원에서 여가를 보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며 과연 이 들 중 자신을 섬길만한 노예가 있는지 물색했다.
그러던 중 벤치에 앉아 휴대폰을 보고 있는 잘생긴 청년이 눈에 들어왔고 녀석은 그 남자에게 첫눈에 반해버렸다.
-(흠흠, 이 정도면 꽤나 훌륭한 노예인 테스! 저 튼실한 허벅지를 보니 밤일도 잘할 게 분명한 테스! 가서 얼굴을 한번 비춘 뒤 사랑을 맹세 받고 집과 재산을 자신에게 바치겠다는 각서를 쓰게 한 뒤 매일 잘생긴 남자들과 하룻밤의 추억을 만드는 테스! 뭐…. 그래도 결혼까지 했는데 자신과의 사랑의 증표인 흑발 실장을 만들지 못하는 건 불쌍하니 가끔 외로운 날에는 특별히 방문해주는 테스. 그럼 가는 테스! )
녀석은 떡 줄 사람도 없는데 혼자 김칫국을 마시며 이미 머릿속에서는 흑발실장으로 자신의 친위대를 만드는 상상을 하며 성공할 리 없는 계획을 실행시키기 위해 남자가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처음에는 값싼 여자처럼 보이면 되지 않으니 도도하게 눈만 마주치고 가는 척을 하는 테스~)
하지만 아무리 녀석이 남자의 앞을 얼쩡거려도 남자는 쉬지 않고 문자가 오는 휴대폰만 만질 뿐 녀석에게는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뭐인 테스! 감히 와타시를 간 보는 테스가! 테프픗~ 설마 숙맥에 동정인 테스까? 어쩔 수 없는 테스. 마음 넓은 와타시가 이해해줄 수밖에 없는 테스네~. 특별히 와타시가 먼저 말을 걸어주는 테스~)
사랑에 빠져 수줍어하는 순진한 여자를 연기하며 녀석은 최대한 능청스럽게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거기 닌겐상~ 처음 봤을 때부터 와타시의 취향이었던 테스요. 혹시 와타시와 단둘이 서로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 하지 않겠는 테스까?"
테스~ 테테테 테스. 테픗 테픗 테스웅?
남자는 발밑에 처음 보는 들 실장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을 눈치채자 눈살을 찌푸리고는 빠르게 공원을 떠나갔다.
-"똥닌겐!!! 감히 고귀하고 세레브한 와타시께서 오마에와 진실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는 말을 무시하고 도망치는 테스까!!!"
녀석은 자신을 떠나간 남자를 보며 분개했지만, 남자가 실장석이라는 생물에 혐오감을 느끼기에 링갈 어플 같은 것을 설치하지 않은 것을 천만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만약 남자가 녀석이 하는 말을 들었으면 아무리 남자가 착할지라도 녀석에게 싸커킥을 날리지 않고서는 못 배겼을 것이다.
화를 가라앉히고 나서 녀석은 아까 그 남자가 마음에 들었지만 어쩔 수 없이 새로운 노예 후보를 찾기로 마음먹었다.
이번에 자신의 눈에 들어온 남자는 가족들과 함께 피크닉을 나온 유부남이었다.
누가 봐도 유부남인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녀석에게는 남자의 처와 자식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자신의 매력에 매료되어 사랑에 빠지게 된다면 현재의 부인과 자식은 전 처와 전 자식이 될 뿐이었기 때문이다.
녀석은 남자가 자신을 안으며 전 부인과 이혼서류에 도장을 찍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천박한 웃음을 띠며 남자에게 달려갔다.
-"어이 오마에! 특별히 현재 부인과 자식을 버리고 와타시를 선택한다면 특별히 와타시와 흑발의 자를 만드는 것을 허락해주는 테샤!"
테샤아! 텟스텟스 테에엥 테샤!
-"이크! 뭐야 들 실장인가?"
-"뭐 하는 테샤! 지금 당장 와타시를 안아 들어 와타시의 두툼하고 도발적인 입술에 찐한 딥키스를 하지 않고 뭐 하는 테샤!!!"
테샤! 테스테 테테테 테샤!!!
-"이 공원은 별이 3개라고 들었는데 괜히 왔군. 두 번 다시 이딴 공원 올까 보냐! 여보 짐 싸 빨리 집으로 돌아가자!"
황급히 피크닉 용품들을 정리하고 떠나려는 남자의 모습에 녀석은 수치를 무릅쓰고 자신이 이렇게까지 열정적으로 구애를 하는데 자신을 벌레 보듯 보는 남자의 시선에 분노가 차올랐다.
결국 녀석은 제 분을 참지 못하게 씩씩거리며 남자의 바지에 투분을 하였다.
-"오마에는 와타시의 운치를 맞았으니 이제 와타시의 마라 노예인 테샤!!! 빨리 전 처와 전 자식들은 무시하고 바지를 내리고 지금 당장 흑발의 자를 만들어야 하는 뎃샤아아!!!"
하지만 녀석의 기대와는 다르게 자신이 투분을 당했다는 사실에 분노해 얼굴이 새빨개진 남자는 녀석의 복부를 있는 힘껏 발로 찼다.
-"커, 커헉!"
명치를 맞은 녀석은 순간 숨이 쉬어지지 않는 고통을 느끼고는 배를 잡고 맹렬히 고통스러워했다.
마음 같아서는 자신의 분이 풀릴 때까지 발로 차 녹색의 얼룩으로 만들고 싶었지만 때마침 잠에서 깨어 울음을 터뜨리는 아이 때문에 남자는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공원을 떠나갔다.
정신을 차린 녀석은 이미 점이 되어 저 멀리 공원을 떠나는 남자를 보고 왜 정실부인을 놔두고 도망가냐고 눈물을 흘리며 돌아오라고 외쳤지만, 그 말에 귀 기울여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부남이 떠났음에도 녀석은 끊임없이 공원에 보이는 남자들에게 자신의 매력을 어필하며 사육실장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런 녀석에게 돌아오는 것은 혐오스러운 것을 보는 듯한 표정과 매정한 발길질이었다.
오로로롱~ 오로로롱~
-(왜 아무도 와타시를 모셔가려고 하지 않는 테스우우~ 오로로롱~)
결국 녀석은 자신이 생각하는 남성들의 기대치를 낮추고 또 낮춰 잘생기지는 않아도 집과 직장이 있으며 한평생 자신만을 바라봐줄 남자를 찾으러 애썼지만 그런 남자가 있을 리가 없었다.
집과 직장이 있는 남자는 인간 여성들도 호감을 느끼는 데 과연 추악하고 더러운 들실장과 사랑을 하고 싶어 하는 남자는 전 세계를 통틀어 정신병자이거나 직스파가 아니면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녀석은 해가 지기 시작해 사람들이 공원을 떠날 때까지 남자들에게 구애하며 다녔지만 헛수고였다.
결국 상처투성이의 지친 심신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온 녀석은 자신의 진가를 알아주지 않는 이 세상의 모든 남자를 원망했다.
어느 정도 분노가 가라앉자 녀석의 분대가 밥을 달라는 신호를 보내기 시작했다.
녀석은 보존식 상자를 열어보았지만 이미 전날에 이미 자신이 사육실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무지 성으로 보존식을 먹어 치웠기에 보존식 상자에는 푸드 가루 한 톨 남아있지 않았다.
이런 비참한 처지에 녀석은 하늘을 향해 울부짖기 시작했다.
어쩌면 자신의 애통한 울음소리를 듣고 잘생기고 돈 많은 금발의 왕자님이 자신을 구하러 올지도 모른다는 얇은 생각에 녀석은 더욱더 서럽게 울어댔다.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녀석을 모시러 올 왕자님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밤새도록 울부짖은 덕분에 녀석의 성대는 갈라지고 평소의 목소리보다 역겨운 두꺼비 같은 울음소리밖에 나지 않게 되었을 때 녀석은 방전되듯 쓰러져 잠자리에 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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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절하듯 잠이 든 녀석이 공복으로 인하여 깨어나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눈을 뜨자마자 녀석은 보존식 상자를 확인했지만, 당연히 식량을 구하지도 않았는데 보존식 상자에 먹을 것이 있을 리 없었다.
이런 상황에 녀석은 눈물을 흘리며 비참한 자신의 처지를 스스로 동정하며 눈물을 흘렸다.
-(어째서 고귀한 와타시가 언제까지 궂은 생활을 해야 하는 테스까?)
녀석도 그저 하염없이 이러한 상황에 대해 탓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늘이야말로 자신을 모셔갈 닌겐 노예를 구하기로 했다.
배에서는 어김없이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났고 고작 하루 동안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볼의 살이 빠져 가죽이 덜렁거렸지만, 녀석은 오히려 홀쭉해진 자신의 몸매를 보고 남자들이 줄을 설 것이라고 행복회로를 돌리며 분수대 앞까지 걸어갔다.
-"거기 똥닌겐 지금 당장 무릎을 꿇고 도게자를 한다면 특별히 세레브한 와타시를 모실 기회를 줄 수도 있는 테샤!"
게스게스게게스 게햣!
전날 밤에 성대하게 울부짖은 덕분에 녀석의 성대는 너덜너덜 해졌을 뿐만 아니라, 말을 할 때마다 두꺼비가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구애의 울음소리를 내는 듯한 소리만 나게 되었다.
당연히 녀석에게 주어지는 관심은 역겨움과 징그럽다는 등의 반응 뿐이었고 그럴 때마다 녀석은 더욱 필사적으로 자신의 매력을 어필했다.
-"와타시 요염해 보이지 않은 테스까? 어제부터 다이어트를 한 테스웅~ 그러니 어서 와타시의 입 속에 스페셜 연어 샐러드를 먹여주는 테스우웅~"
게스웅? 게스우웅~ 게게게스우웅~
우연히 저 멀리에서 녀석의 말을 계속 듣고 있던 학대파는 링갈에 쓰인 문구를 보며 터져 나올 것 같은 웃음을 참으며 이 녀석은 중증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어떻게 하면 녀석에게 최고의 올렸다 떨어뜨리기를 할 수 있을까 행복한 상상을 하며 천천히 녀석에게 다가가기 시작했다.
-"어이~"
자신이 원하던 남자를 떠나보내고 매우 분노한 상태의 자신에게 허가 없이 말을 건 무뢰한에게 그 분노를 풀어야겠다고 생각한 녀석은 자신을 부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있는 것은 의외로 훤칠해 보이는 인상을 가진 남자였다.
자신의 이상형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정도면 자신이 86% 양보해서 허가 없이 자신을 부른 괘씸한 남자에게 특별히 자신을 섬길 기회를 주기로 했다.
-"와타시의 취향으로써는 부족하지만 오마에게 와타시의 취향이 되기 위해 노력한다고 하면 와타시를 섬기게 해 줄 마음이 생길지도 모르겠는 테스."
-"푸하하핫! 너 정말 심각하구나!"
자신이 86% 양보해서 특별히 자신을 섬길 수 있는 기회를 주었건만 뭐가 우스운지 갑자기 폭소를 터뜨리는 남자에 녀석은 황당함과 분노를 느꼈다.
지금 당장 독라의 달마가 돼서 사과해도 모자랄 판에 자신을 보며 끝까지 폭소하고 있는 남자를 피떡으로 만들기 위해 녀석은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력으로 돌진해 남자의 신발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한순간에 남자의 얼굴이 악귀의 형상처럼 변모하였고 그 표정을 본 녀석은 팬티 사이로 변이 푸드득 흘러나옴을 눈치챈 동시에 남자의 인정사정없는 발차기로 인하여 하늘 위로 솟구쳐 지면으로 낙하했다.
게갹!!!
지면에 정통으로 안면을 처박은 녀석은 입안에서 피 맛과 함께 이빨 조각과 모래흙이 씹혔다.
발차기로 인하여 갈비뼈가 최소 4대는 부러졌으며 다행히 심장이나 폐를 찌르지는 않았지만 숨을 쉴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고통이 찾아왔다.
팔다리는 떨어진 충격으로 터져나가 더 이상 이 상황을 도망치게 해달라는 부탁을 할 수도 없었다.
남자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았다는 표정으로 점점 녀석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남자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질 때마다 녀석의 온몸이 공포로 인해 꿈틀거렸으며 전날에 먹은 것도 없었지만 온몸을 지탱하는 모든 영양분을 변으로 바꿔서며까지 팬티를 녹색의 분변으로 터질 듯이 부풀렸다.
-"X발! X발! 최근에 산 신발을!"
분노한 남자는 새 신발 때문에 더 이상 녀석을 발로 걷어차진 않았지만, 근처에 있던 나뭇가지로 녀석의 몸을 계속해서 내리쳤다.
나뭇가지가 그렇게 크고 두껍지 않았기에 녀석의 생명에는 큰 지장이 없었지만, 적당히 실장채와 같은 외관은 녀석을 죽이지 않고 최대의 고통을 선사해주기에는 충분했다.
녀석을 내리쳐도 점점 반응이 약해지기 시작했을 무렵 남자는 주머니에서 자신이 만든 희석한 활성제 한 병을 꺼내어 녀석의 몸에 뿌렸다.
희석된 활성제는 녀석의 몸을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만들어 주지는 못했지만 부러졌던 이빨과 갈비뼈가 다시 붙고 터져나간 손발도 점점 자라나기 시작했다.
-"어때? 이제 좀 힘이 나지? 이 활성제는 물과 활성제를 5:1 분량으로 희석한 물건이라서 몸은 재생 돼도 힘은 나지 않는 물건이거든~ 그래서 적당히 들 실장들을 줘 패서 집으로 데려와 진짜배기 학대를 할 때까지 조용하게 운반할 때 쓰는 물건이지."
몸은 조금씩 재생되고 있었지만, 녀석은 자신을 바라보며 기분 나쁜 미소를 짓는 남자를 보며 아직까지 공포로 몸이 떨리고 있었다.
남자가 주머니에서 검은 비닐을 꺼내 녀석을 담아가려고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 저 멀리에서 누군가의 신고로 찾아온 경찰이 남자를 향해 호루라기를 불며 달려오고 있었다.
-"이런 X"
남자는 경찰과 녀석의 얼굴을 번갈아 보다 욕을 한번 내뱉고는 달아나기 시작했다.
남자의 발소리가 자신에게 멀어지자 떨리는 눈으로 주위를 힐끔대며 확인한 녀석은 어안이 벙벙한 채로 자신이 살아남은 건지 죽은 건지 파악을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아직까지 사라지지 않은 남자의 공포로 녀석의 몸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살아있음을 확인해 안심하는 것도 잠시 녀석은 여기에 계속 있다가는 언제 다시 남자가 찾아올지도 모른다는 공포에 아직 완전히 재생되지 않은 팔다리로 필사적으로 자신의 골판지 상자가 있는 방향으로 기어갔다.
몇 시간이 걸린 끝에 결국 녀석은 자신의 골판지 상자의 안으로 들어가는 것에 성공했고 이제 자신이 안전하다고 생각한 동시에 녀석은 기절하듯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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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나자 몸은 이미 재생을 끝낸 상태였지만 이번에도 아무것도 먹은 것은 없었기 때문에 여전히 배가 고픈 상태였다.
이번에도 녀석은 사육실장이 되어 맛있는 음식들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어제 자신을 공격한 학대파 남자의 공포를 떠올리며 몸을 떨었다.
만약 운 나쁘게 학대파 인간에게 또다시 말을 걸었다가는 어제처럼 끔찍한 폭행을 당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하였다.
위석에 인간에 대한 트라우마가 제대로 각인된 녀석은 이제 아무리 착하고 친절한 사람을 만나도 공포를 느끼게 되어버렸다.
어찌 되건 일단 골판지 상자를 나온 녀석은 혹시 주변에 먹을 것이 떨어져 있지 않을까 봐 분수대 주변을 서성거렸다.
하지만 떨어져 있는 음식을 그냥 보고만 있을 들 실장은 없었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녀석은 오늘도 한 끼의 식량을 찾을 수 없었다.
그렇게 소득도 없이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을 때 우연히 독립한 자신의 자매의 냄새를 맡게 되었다.
자매의 냄새를 맡은 녀석은 자매에게 찾아가 자신이 사육실장이 될 때까지 전에 친실장에게 했던 것처럼 빌붙어 생활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냄새를 좇아 자매가 살고 있는 골판지 집을 발견한 녀석은 골판지를 찌그러뜨릴 기세로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어떤 분충이 자신의 집을 무너뜨리려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침입자를 제거하기 위해 문을 연 자매의 손에는 못이 쥐어져 있었지만, 녀석에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장녀챠 와타시인 테스! 마마가 죽어버려서 그 이후로 밥을 먹지 못한 테스! 그러니 와타시가 사육실장이 될 때까지만 신세 지는 테스!"
갑작스러운 녀석에 등장에 장녀라고 불린 들 실장은 한순간 당황했지만, 이 상황을 이해하는 데에 그렇게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녀석은 넉살 좋게 장녀의 골판지 상자를 들어가려고 했지만, 장녀는 녀석을 집안으로 들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장녀 지금 뭐 하는 테스! 와타시가 불쌍하지도 않은 테스까! 지금 와타시는 매우 허기진 상태니 이 집에서 제일 좋은 음식을 진상하는 테스!"
그 말을 들은 장녀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지은 후 막무가내인 녀석의 안면을 실장 펀치로 강타했다.
-"테갸아!"
녀석은 안면을 부여 잡은 채로 고통으로 땅바닥을 데굴데굴 구르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아픔이 가시고 자신을 때린 장녀에게 자신도 똑같이 주먹을 내지르려 했지만, 장녀는 차가운 눈으로 손에 쥔 대못으로 녀석을 위협했다.
-"오마에 미친테스? 와타시는 분명 독립할 때 오마에와 가족의 연을 끊은 걸로 기억하는 데스. 마마가 돌아갔다는 소식을 들어서 조금이라도 식량을 나눠주려고 했건만 뻔뻔한 버릇은 아직까지 버리지 못한 모양인 테스."
녀석은 장녀의 말에 반박을 하려 했지만 장녀가 손에 든 뾰족한 못을 보자 녀석은 내뱉으려던 말을 다시 삼켰다.
-"마지막 자비인 테스. 다시는 와타시의 앞에 그 뻔뻔한 철면피를 다신 보이지마는 테스."
장녀는 못을 겨누지 않은 채 녀석에게 다시 한번 결연을 선언했다.
녀석으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원래 자매끼리 힘들 때는 서로가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장녀였던 자매는 이미 한 마리의 들 실장이 되어 있었다.
원래 들 실장끼리는 늘 경계를 하며 서로를 견제할 뿐이지 호구처럼 누군가를 도와주는 일은 거의 없었다.
평소에 함께했던 이웃이 언제 돌변해서 자신을 해칠 수 있기에 항상 삶의 모든 것이 죽음과 가까운 들 실장에게는 좋은 관계란 쉽지 않은 관계였다.
-"마지막으로 충고하는 테스. 오마에 혹여나 다른 자매들을 만나 빌붙으려 하지 않는 것을 추천하는 데스. 와타시이니까 이 정도로 끝냈지, 다른 자매들이라면 오마에를 자판기로 만들어 버릴 수도 있는 테스. 그리고 이제 꺼지는 테샤앗!"
장녀는 충고 한마디를 건네곤 녀석을 쫓아내기 위해 못으로 찌르는 자세를 취하며 본격적으로 위협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 보는 동족의 무서운 위협에 녀석은 살기 위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녀석은 자매인데 어째서 이렇게까지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며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깨닫지 못했다.
그 뒤로 장녀의 충고를 무시하고 다른 자매들에게도 찾아갔지만, 장녀와 마찬가지로 녀석에게 네발로 서는 자세를 취하여 위협하였다.
심지어는 자신의 자매 중에 가장 늦게 태어난 막내는 자신을 잡아 자판기로 쓰겠다고 미친 듯이 좇아왔다.
운 좋게 막내를 따돌리는 데 성공했지만 그만큼 인간만큼이나 동족 또한 무섭다는 트라우마를 위석 깊이 각인 시켰다.
그렇게 자신의 골판지 상자로 돌아온 녀석은 공복에 미쳐 집안에 유일하게 있던 보존식 상자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상자를 씹을 때마다 음식물 쓰레기의 상한 국물맛이 느껴져 몇 번이고 구토를 할 뻔했지만, 녀석은 열심히 침을 묻혀가며 부드럽게 만든 뒤 꾹 참고 종이 뭉치들을 분대 속에 욱여넣었다.
보존식 상자를 다 먹어 치운 녀석은 이대로 살다 가는 사육실장이 된다는 꿈을 이루기 전에 죽는다는 것을 확신하였다.
그런 뒤 녀석 머릿속에는 아직 이렇게 죽기는 싫다는 생각이 굳게 자리 잡기 시작했다.
하지만 들에서 생활하기 위한 방법을 알지 못했기에 녀석은 공원의 다른 동족들의 행동을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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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깨어난 녀석은 전날 다른 동족이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식량을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로 인해 녀석은 서둘러 맛있는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음식물 쓰레기장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녀석은 그동안 친실장이 가져온 음식물을 투정하며 맛 좋은 것들로만 골라 먹었기에 음식물 쓰레기를 뒤적거리며 여전히 신선하고 맛 좋은 것으로만 찾고 있었다.
그날 하루종일 음식물 쓰레기장에서 하루를 보냈건만, 결국 녀석이 얻은 수확은 썩은 조기 대가리 하나가 전부였다.
당연하게도 썩은 조기 대가리 하나로는 배를 채울 수가 없었고 녀석은 어쩔 수 없이 다음에는 더 열심히 좋은 먹이를 찾아보자고 마음먹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어 찾아간 음식물 쓰레기장은 이미 수많은 동족들이 먼저 선수를 쳤기에 먹을 만한 것은 전부 쓸어간 상태였다.
하지만 이대로 가다간 오늘도 굶고 다음번에는 이런 기회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한 녀석은 주위에 널려있는 다른 동족조차 버리고 간 찌꺼기들을 모아 집으로 가져갔다.
멀리서도 역한 냄새가 풍겨오는 찌꺼기들을 손에 쥐고 목구멍에 처박은 녀석은 헛구역질을 참으며 씹고 또 씹었다.
씹을 때마다 시큼하고 역겨운 냄새가 비강을 강타했지만, 녀석은 씹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는 친실장이 살아 있을 때 자신이 했던 음식 투정이 떠올라 눈물이 흘렀다.
다음날 녀석은 이른 새벽에 일어나 다른 동족들보다 먼저 음식물 쓰레기장으로 달려가 맛있는 것이 아닌 먹을 수 있는 것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먹을 수 있는 것들만 모은 녀석은 슬슬 다른 동족들이 이곳을 찾아오기 시작할 때쯤 비닐 봉투를 충분히 채운 뒤 전리품을 챙겨 유유히 자기 집으로 돌아갔다.
맛있지는 않았지만 충분한 양의 식량을 구한 녀석은 비로써 노동의 중요성을 몸소 배웠다.
그렇게 녀석은 조금씩 공원에서 스스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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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과 같이 식량을 구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안에 처음 보는 자실장들이 침입해있었다.
오늘 아침 늦잠을 자버려서 황급히 나온 탓에 제대로 문을 닫지 않았다는 것을 알아챈 녀석은 다음부터는 아무리 바빠도 문단속에 신경을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침입자들의 몰골은 누구하나 멀쩡한 녀석이 없었기에 녀석은 이 침입자들이 고아실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다행히 아직 보존식을 모으지 않았기 때문에 피해는 없었지만 그래도 자신의 집에 무단침입한 침입자들을 키워줄 여유 따위는 없었다.
-"마마 돌아온 테츄웅~ 와타시 배가 고픈 테치~ 오늘은 스테이크가 땡기는 테츄웅~"
-"똥마마 빨리 와타시의 앞에 무릎을 꿇고 우마우마한 것들을 진상하는 텟챠!"
-"밥! 밥! 똥마마는 당장 와타시에게 밥을 내놓는 테챠아!"
하나 같이 뻔뻔스럽게 자신을 친실장이라 부르며 자신이 힘들게 구한 식량을 내놓으라고 행패를 부리는 녀석들을 보니 일말의 죄책감도 저 하늘 너머로 사라지기에 충분했다.
녀석은 조심스레 골판지 상자의 입구를 제대로 닫은 뒤 고아 실장들의 머리카락과 팔다리를 뽑아 독라달마로 만들어 구석에 처박았다.
-"제발 살려주는 테치! 다시는 이 근처도 어슬렁거리지 않는 테치!"
-"똥마마라고 불러서 죄송한테치! 제발 한번만 용서해주는 테치!"
-"똥마마는 와타시의 매력에 메로메로되서 와타시를 키워주는 테츄웅~"
고아 실장들은 끝까지 자신을 친실장이라부르며 살려달라 애원을 했지만, 녀석은 담담하게 고아 실장들을 운치굴 안에 처넣었다.
자신도 친실장이 미리 솎아냈다면 이런 꼴이 되었을까?
녀석은 자신을 내치치 않고 끝까지 자신을 믿어준 친실장을 생각하자 죄책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렇기에 녀석은 더더욱 죽은 친실장에게 자신이 잘살고 있다는 곳을 보란 듯이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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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흘러 어느덧 비바람이 수시로 몰아치는 습하고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다.
여름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나오는 양이 많았지만 그만큼 빠르게 부패하여 제대로 된 식량을 구하기 쉽지 않았다.
혹여나 심하게 부패한 음식을 먹었다가는 다음날 복통으로 인하여 식량 수집을 포기해야할 때도 있었다.
더군다나 개체 수가 늘어났다는 이유로 구제를 당한 옆 공원에서 이곳으로 이주하는 동족들도 많아졌기에 생필품 등 살아가는 데 필요한 물건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특히 골판지 상자와 페트병의 수요가 급증했기 때문에 쓰레기장에서 물건들을 구하지 못한 녀석들은 남을 약탈하면서까지 물건을 얻는 이른바 약탈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녀석도 식량을 구하고 오던 중 몇 번이나 습격을 당할 뻔했지만, 전에 구한 대못으로 오히려 약탈자들을 물리쳤다.
그럴 때마다 녀석의 위석 깊숙이에서 동족이 무섭고 잔인하다 하는 트라우마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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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붉게 물들어 지상으로 떨어지는 계절이 오자 녀석은 본능적으로 보온재와 보존식을 모으는데, 하루의 대부분을 소비하고 있었다.
운이 좋다면 가끔씩 애호파 뿌리는 푸드를 얻을 수 있었는데.
푸드는 방부제로 인하여 몇 년이 지나도 썩지 않고 충분한 영양분을 갖추고 있을뿐더러 맛도 있었기 때문에 실장푸드는 보존식 중 최고로 꼽는 식량이었다.
오늘도 보존식을 모으러 나무숲을 돌아다녔지만 이미 다른 동족이나 청설모가 선수를 쳤는지 나무 열매들이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녀석은 공원의 분수대로 가 애호파가 있기를 기도했다.
분수대에 도착하였을 때는 늘 오던 애호파는 아니었지만 처음 보는 남성이 다른 동족들에게 콘페이토를 뿌리고 있었다.
다른 동족들은 남자가 뿌리는 콘페이토에 눈이 멀어 서로 앞다투어 남자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갔지만, 녀석은 풀숲에 모습을 숨기며 조심히 이를 관찰하고 있었다.
전에 학대파에게 당한 경력이 있던 녀석은 그 이후로 인간들을 극도로 경계했다.
잠시 후 남자가 이곳에서 제일 귀여운 자실장을 사육실장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녀석도 내심 사육실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있었기에 기대를 했지만 이미 녀석은 성장할 대로 성장해버렸고 무엇보다 이 남자에게는 무언가 불안한 느낌이 들었기에 녀석은 앞으로 일어날 상황을 지켜보기로 했다.
몰려있던 동족들은 서로 자신의 자가 제일 귀엽다며 소리 지르듯 어필했다.
남자가 성체에게 들어 올려진 자실장을 볼 때마다 옆에 있던 다른 성체가 그 자실장을 죽여버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한순간에 분수대 앞은 피 냄새와 떨어져 나간 살점으로 뒤덮인 아수라장이 되고 말았다.
결국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성체가 자신의 죽어버린 자실장을 내밀었을 때 남자는 그 모습을 보고 폭소를 터뜨린 뒤 자신이 정말로 더럽고 냄새나는 들 실장 따위를 사육실장으로 삼으려할 줄 알았냐며 조롱한 뒤 공원을 떠나갔다.
자식이 사육실장이 되어 자신도 사육실장이 된다는 희망과 자신의 손에 들린 소중한 자식이 이미 혀를 내밀고 죽어있는 모습을 보고 더 이상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그 들 실장은 결국 검은 눈물을 흘리고서 쓰러졌다.
남자의 재간으로 인해 남은 것들은 수많은 동족의 시체와 고아가 된 무수한 고아 실장들 뿐이었다.
녀석은 그 처참한 광경에 치를 떨었고 더더욱 인간과 관여되지 않아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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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새하얀 눈이 땅을 얼어붙게 하는 겨울이 찾아왔고 녀석은 자신의 골판지 상자 안에 낙엽과 신문지를 깔아 보온준비를 마쳤다.
겨울이란 게 얼마나 무섭든 이 정도의 준비면 아마 문제없이 겨울을 버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간과하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외로움.
실장석은 원초적으로 외로움을 많이 타는 생물이다.
그렇기에 늘 죽음이 깃든 삶에서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려는 들 실장은 물론 안전과 여유가 보장된 사육실장도 필연적으로 자신의 자를 갖고 싶어 한다.
겨울 동안 목숨을 걸고 춘자를 계속 키우고 있는 것은 자신의 유전자를 세상에 널리 퍼트리기 위함도 있지만 겨울 동안 그 지독한 외로움을 가지고 쓸쓸하게 골판지 상자에서 홀로 버티기에는 너무나도 외롭기 때문이다.
녀석은 외롭다는 감정으로 인해 골판지 상자가 미처 막지 못한 찬바람이 더욱더 시리게 느껴졌다.
녀석은 만약 자들이 있었다면 서로의 체온을 나누며 따듯하게 겨울을 보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변을 한쪽 눈에 발라 임신을 해볼까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보존식을 자신의 몫밖에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에서 자를 갖는 것은 자살행위라는 것을 알고 있던 녀석은 이를 물며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하릴없이 골판지 상자에서 먹는 것과 자는 것 외에는 할 일이 없었던 녀석은 어느새 자신이 친실장에게 했던 행동들이 다시금 떠오르기 시작했다.
다른 계절의 경우 늘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위해 살아갔기 때문에 자신이 저질렀던 수많은 일을 잊고 지낼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먹고 자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겨울의 경우에는 더 이상 외면할 수조차 없었다.
그렇게 상념에 빠져있는 와중에 녀석은 문득 자신이 제대로 된 어미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자신도 제 어미의 말을 듣지 않았는데 과연 자신의 자들이라고 자신의 말을 잘 들을까?
녀석이 결국 그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시간이 지나 마침내 봄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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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인지 행운인지 녀석이 바깥의 상황을 살피기 위해 문을 열었을 때 꽃가루가 녀석의 눈에 들어가 녀석은 임신하고 말았다.
자신의 뱃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의 고동이 느껴지자 녀석은 눈물을 흘리며 행복감을 느껴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머릿속에서 떠오르는 태교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겨울이 끝나 봄이 찾아왔어도 할 일이 많았기에 어쩔 수 없이 녀석은 배 속에 아이를 품은 채로 일을 했다.
마침내 태동이 느껴지기 시작하자 녀석은 자신의 자식이 얼마 있으면 태어난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못과 비닐을 챙겨 서둘러 공원의 공용 화장실로 달려갔다.
-"텟테레~"
실장석 특유 탄생의 기쁨을 스스로 축하하는 울음소리가 들리며 자신이 기다렸던 자식들이 탄생하였다.
그리고 막 태어난 자식의 점막이 굳지 않도록 혀로 점막을 제거하기 시작했다.
녀석의 혀 놀림에 간지럽다는 듯이 태어난 자가 웃자 녀석은 세상 남부럽지 않은 것을 얻었다는 기분이 들었다.
총구에서 또 하나의 자가 나오기 시작하고 핥는 과정을 수 차례 한 뒤 더 이상 새로운 자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자 그제야 녀석은 태어난 아이들에게 순번을 정해준 뒤 비닐에 담아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가는 중 녀석의 자들은 처음 보는 봄 풍경에 넋이 나가 눈을 빛내며 세상을 바라보았다.
집에 돌아온 뒤 녀석이 한 행동은 차례대로 젖을 먹인 후 들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교육했다.
다행히 자신과 다르게 녀석의 자들은 하나도 예외 없이 자신의 교육에 귀를 기울이며 경청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녀석은 가슴 속이 벅차올랐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마침내 자들이 태어난 지 일주일이 지났고 자들도 슬슬 젖을 떼고 들실장의 생활에 순응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자식들이 심심하지 않게 사육실장에 대한 자신이 아는 정보를 이야기해 주자 몇몇 자들은 자신도 사육실장이 되어 녀석을 호강시켜주겠다고 외쳤다.
녀석도 한 때 사육실장의 꿈을 꾸었지만, 이제는 자들이 있고 안정된 삶이 존재했다.
녀석은 조용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은 지금에 삶에 만족한다고 말하며 사육실장보다는 우선으로 들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고 자들을 설득했다.
그러자 자들은 툴툴대긴 했어도 금방 다시 자신의 말에 집중하여 들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경청하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식량을 찾으러 가기 위해 문을 나서자 자식들이 모두 입을 모아 배웅하는 모습을 보자 녀석은 사육실장이라는 헛된 꿈보다 지금이 훨씬 행복하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그리고 녀석은 혹여나 자들이 골판지 상자 밖으로 빠져나오거나 불한당의 침입을 막기 위해 한 번 더 문을 점검하고는 길을 나서며 다짐했다.
"오늘도 살아가는 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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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이런 관찰물 너무 재미있는 레후
철든 모습에 마마도 콘페이토 낙원에서 감동할 것인데스
분충이 정신차리고 제대로 살아가는 모습이 학대와는 다른 의미로 짜릿하네요
그 말 너무 멋잇어요 " 오늘도 살아가는 데스"
글이 길고 우마우마한데스우
이야 학대엔딩이 아니라 갱생엔딩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