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놈의 시 / 이승훈
용기도 없고
사랑도 없고
기쁨도 없다
눈도 없고
코도 없다
밑빠진 나날
입도 없다
입도 없다
아아 사랑했던
너의 얼굴도 없고
기차도 없고
다리도 없고
건너야 할
다리도 없고
오늘도 없다
오늘도 없는
것들을 위하여
시를 쓴다
시를 어떻게 쓰나
망할놈의 시를
쓸 줄 안다면
얼마나 좋을까
없는 얼굴이
나를 감싸면
없는 해가 생기고
없는 풀이 생기고
없는 시가 생길 테니까
없는 내가 마침내
없는 기차를 타고
없는 너를 찾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걸 믿고
살아온 게
말짱 애들 장난 같고
그런 걸 믿고
살아온 게
망할놈의 시
시 같다!
- 낭송 / 이솔 이수경 시인
첫댓글 고은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