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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7만5000가구를 웃돌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정부는 미분양 아파트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는데, 입법 후속 조치가 지연되면서 정책이 표류하고 있다. 사진은 GS건설의 영등포자이 디그니티 모델하우스에서 시민들이 모형 주택을 살펴보는 모습. /뉴스1
미분양 주택이 7만5000가구를 넘어서면서 아파트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의 부실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이란 부동산 사업의 수익성을 보고 사업 자금을 대출해 주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작년 말 기준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액이 130조원에 육박한다. 이 중 증권사·캐피털사가 개발업자들에게 빌려준 토지 매입 자금(브리지론)이 21조원에 달하는데, 미분양 사태로 사업 추진이 중단되면서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생겼다. 19조원이 넘는 증권사 PF 대출은 연체율이 10%를 넘어섰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이 2월 중에만 1000가구 이상 늘어났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의 PF 대출은 자금 구조가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정부도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시절 집값 급등을 막는 과정에서 급조된 고강도 규제를 완화하는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아파트 분양권 전매 제한 기간 단축, 분양 아파트 2~5년 거주 의무 폐지, 분양권 양도세 60~70% 중과 완화, 2주택자 취득세 중과 완화 등이다. 하지만 민주당 반대로 국회에서 관련 법 개정 작업이 진행되지 않아 수개월째 정책이 시행되지 못한 채 표류 중이다. 입법이 지연되면 정책 타이밍을 놓치게 되고 정책 효과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지난 수년간 급등했던 집값이 더 내려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 충격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려면 집값이 서서히 하락하도록 하는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 부동산 PF 부실은 집값 붕괴를 가속할 수 있는 시한폭탄 같은 존재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주택 가격 급락과 미분양 급증 탓에 100대 건설사 중 45사가 구조조정에 들어갔고 그 바람에 저축은행 30여 곳이 문을 닫는 등 금융에 충격을 주었다. 경기 침체 속에 이런 사태가 재발되면 충격이 클 것이다. 누구도 바라는 일이 아니다.
정부가 모든 부동산 PF를 살릴 수는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 하루 빨리 채권단 협의체를 가동해 불투명한 PF 사업은 건설사, 대출 금융기관들이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건설사들도 정부 지원만 기다릴 게 아니라 할인 분양 등 자구 노력을 선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