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회원 중 상당수가 광교지부 산행에 찬조출연하느라 광교산에 간 적이 몇 번
있었음에도 아무도 정상인 시루봉까지 간 적이 없었단다. 그래서 이번에 광교산을
제대로 한번 등반하자는 김고문의 아이디어를 모두 환영했다. 조문제 광교회 회장
께서는 카페에 올린 글에 안내를 자청하셨고 하산 후 종파티 장소까지 추천하셨다.
밤새 요란한 빗소리에 잠결에도 산행을 못하게 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아침에
날이 개 반가웠다. 늦지 않게 빨리 가라고 독촉하며 수서역까지 태워다 준 남편
때문에 집결지인 벽산 아파트 앞에 도착하니 30분이나 일찍 와 아무도 없다. 병명도
해괴한 족저 근막염이 아직 낫지 않아 이번에도 산행을 못하게 된 남편은 하산 후
종파티에만 참가하기로 했다. 한창 진행중인 아파트 공사장 옆에 세워진 등산로
팻말 근처를 얼쩡거리고 있는데 길 건너에 젬마보이와 임종홍 동문이 보여 반갑게
달려간다.
잠시 후 남편이 전화를 한다. 현총무가 집결지를 못 찾겠다고 하는데 전화로 알려
주라는 것이다. 아니 ‘세계 최고 선진용인’ 주민이 자기 동네에 있는 집결지를 못
찾는다는 게 말이 되나. 버스를 타고 오던 임총장 내외는 차창 밖으로 현총무가
걸어가는 게 보여 아차, 이번에 내렸어야 했나보다며 버스기사한테 세워달라고
소리를 지르자 방금 버스에 올라온 어떤 아줌마가 아니에요, 다음 정거장에 내리
세요 하더란다. 아니 어떻게 알지, 깜짝 놀라자 그 아줌마가 현총무를 가리키며
저 아저씨가 벽산아파트 정거장이 어디냐고 물었어요 하더란다.
벽산 아파트 길가 카페 테라스에 선글래스 끼고 폼도 우아하게 앉아있던 조문제
광교회장은 우리를 보더니 아니 산악회 어떻게 된 거야, 1대장 2대장 다 없으니
모두 나한테 전화를 하네 하신다. 평소 광교레포츠가 모이던 장소하고 달라
헷갈렸던 모양이다. 게다가 정확한 버스정거장 이름 대신 두산연구소 다음 정거장
(“조용구 동문의 말에 따르면 ‘아마 벽산아파트’ 일 것”)이라는 전혀
user friendly 하지 못한 산행안내에도 책임이 있다.
임한석 동문이 정확하게 시간 맞춰 나타난다. 김구라 왈, 지각 안하고 오는 걸 보니
요즘 재정상태가 나쁜 모양이지? 전에 몇 번 지각해 저녁값 털린 걸 두고 하는
소리다. 하여간 우여곡절 끝에 다 모였는데 김회장이 안 보인다. 가장 가까운 곳에
사는 분이 지각이다. 현총무 왈, 밥사고 싶어 그러는데 잘됐다 놔둬라. 그런데
광교회에서는 조회장 말고는 아무도 안 왔네. 시루봉까지 산행시간 4-5시간 걸린다는
안내보고 겁먹었나보다. 광교회에 자주 동행하는 임종홍동문이 “갸들은 철탑 두개면
끝이다” 한다. 그러나 뜻밖에도 최남식동문이 나오셨고 징기스칸도 먼길을 마다않고
오셨다. 뭐니뭐니해도 가장 반가운 건 한영구 부찍새가 빠지지 않고 나오실 뿐아니라
갈수록 산행에 심취한다는 사실이다. 늦게 배운 도둑질 될라.
10시 10분 출발. 간밤에 내린 비로 숲은 말끔하고 먼지가 잦아든 등산로는 촉촉하고
폭신하다. 미풍이 일렁이는 숲속은 서늘하기가 초가을 날씨 같고 나무들이 내뿜은
피톤치드로 공기는 달콤하다. 현총무가 광교산 근처 사는 사람들은 2억짜리 헬스
클럽을 프리미엄으로 받은 거나 마찬가진데 산에 안 오면 말짱 헛거다 소리를 계속
한다. 10시 45분, 매봉 약수. 11시 30분, 새천년 약수. 광교회 회원들이 대부분 여기
까지 왔다 하산한다는 곳이다. 기특하게도 구바오로가 조회장과 함께 휴식장소마다
기다리고 있다. 최남식동문이 산에서 구명회 보기 몇 년 만이냐고 쫑코를 준다.
12시 30분, 형제봉. 최남식동문이 나는 도저히 시루봉까지는 못 가겠고 여기서
적당히 하산 해야겠다고 울쌍인데 아무도 들은 체도 안한다. 지금부터 시루봉
까지는 능선길이라 쉽고 여기서 바로 하산하는 길은 엄청나게 가팔라 오히려
더 힘들다고 겁만 준다. 혹시 힘든 사람은 중간에 짧은 코스로 안내하겠노라고
자청해서 꼬리말 올린 현총무 어디 갔어? 현총무 대답 좀 들어보소. 혹시 젬마
라면 내가 데리고 먼저 하산하겠지만 사내자식을 내가 왜 데리고 가냐? 믿을 놈
하나 없다, 툴툴거리며 할수없이 무거운 발길을 옮긴 최동문 드디어 오후 2시
시루봉(582m) 정상에 섰습니다. 야, 최남식, 가문의 영광이다!
광교지부가 맨날 가는 산이라고 우습게 봤던 산악회원들이 감탄을 금치 못한다.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며 몇 개의 봉우리를 거치는 산세도 웅장할 뿐 아니라
울창한 숲이 만들어주는 시원한 그늘이 특히 여름산행에 적격이다. 앞으로 자주
이용하자는 여론이 비등한다. 법륜사로의 하산길에는 작은 계곡도 있어 남학생
들은 등물 치고 여학생들은 발을 담근다. 법륜사 바로 아래 있는 송정갈비 근처
에는 목욕탕이 없어 오늘은 산행 사상 처음 목욕 안하고 종파티를 하게 된다.
회장님이 갈비가 목에 넘어가실라나 모르겠다. 3시 30분, 무려 5시간 20분에
걸친 산행을 마치고 갈비집 마당에 들어서니 야외 테이블에서 먼저 내려온 선두가
맥주를 마시고 있다. 우선 한잔 하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갈비가 마침 먹기 좋게 구워졌을 때 박정수 2대장이 나타난다. 고기 더 가져와라,
술 더 가져와라 사방에서 난리를 치자 보통 20명 정도는 혼자 감당한다던 주인이
도저히 안 되겠다며 종업원들을 몽땅 불러다 서브하라고 시킨다. 숯불에 구운
돼지갈비가 겁나게 맛있다. 게다가 엄청 싸다(얼마나 쌌으면 현총무가 16인분
계산하고도 회비가 남았다고 좋아했겠는가). 회장님이 박2대장은 산에도 안
갔으니 회비 받지 말라고 현총무에게 지시하셨는데 이미 박2대장이 회비를 내고
난 다음이었다. 에이, 좀 더 일찍 말씀하시지, 애석해하는 기자를 보고 임총장 왈,
회장님이 벌써 회비 낸 줄 다 알고 하신 말씀인 줄도 모르고, 순진하기는 쯧쯧...
아이고, 다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네. 하여간 조문제 회장님 덕분에 오늘 즐거웠
습니다. 안내도 해주시고 싸고 맛있는 갈비집도 추천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송정갈비 찾아오는 길 묻는 박2대장한테 조회장이 15번 마을버스 타고
종점 다음 정거장에 내리라고 했다합니다. 도대체 종점 다음 정거장은 어디입니까.
아침부터 두산연구소 하나 다음 정거장이냐 하나 앞 정거장이냐로 시끄럽더니 결국
‘종점 다음 정거장’이라는 세상에 있지도 않은 집결지로 막을 내린 하루였습니다.
그래도 다 알고 찾아와 즐거운 산행하고 맛있게 먹고 마시지 않았겠습니까.
저번 산행때 논의됐던 주중 금요일 산행 법안이 결국 비주류(?)의 몸을 날린 육탄
저지에도 불구하고 통과되고 말았습니다. 사상 유례를 볼 수 없는 주류의 폭거에
터져나온 무력한 비주류의 통한의 외마디! “나야 뭐 한낱 준회원이니까...”(장원찬)
참가자(16명): 구명회, 김숭자(장원찬), 김윤기, 김종남, 김택열, 박정수(노순옥),
임종수(김경자), 임종홍, 임한석, 조문제, 최남식, 한영구, 현해수 (노순옥 기록)
뱀다리: 다음 산행은 속칭 김신조 루트, 도봉산과 북한산 사이의 우이령 고갯길을
걷습니다. 등산은 아니지만 그동안 통행이 금지되었다 최근에 풀린 길을 처음 걸어
보는 것이 의미있을 것 같습니다. 오르막길에 자신이 없는 분도 쉽게 할 수 있는
코스이므로 많은 참여 바랍니다.
첫댓글 시루봉 까지는 뭣하지만 형제봉까지는 2-3일에 한번 해도 좋으 코스였읍니다.향기로운 숲내음! 심장 돌아가는 소리! 약수 한잔 들이키는 시원함! 2억원 짜리 헬쓰를 가까이두고 안가는 사람들은 뭐꼬?
노기자님 수고 많이 하셨읍니다. 산행 후기 자료 노트 하시기도 바쁜데 제2대장 연락관 노릇 하시느라고 수시로 전화하시는 모습이 안타까웠읍니다. 박교수 족저 근막염이 빨리 나야 곗읍니다.
현해수는 종아리보다 감빵이 더 좋네!!
좋다니 좋은데,하지만 감빵이 뭐고?
계속 광교지부지부 하는데 선머슴으로 생각하나..엄연한 레포츠 를..혹시 잊어신건가?? 산악회를 접수까지(?) 생각했는데..ㅎㅎ
죄송합니다. 앞으로 조심하겠습니다. 접수(?) 건은 집행부 소관이고 저는 그저 광교레포츠 조회장님이나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노순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