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동사리
한강 상류 북한강에는 얼룩돌사리라는 민물고기가 살고 있다.
강물의 중간은 물살이 세고 강가는 물살이 약한데, 얼룩동사리는 천적의 침입을 막을 수 있는
장소를 골라 물가 쪽 바위 틈에 알을 낳는다. 암컷 얼룩동사리가 바위에 알을 잔뜩 낳으면 수컷
이 정액을 뿌려서 수정이 된다. 수정된 알이 부화가 되고 지느러미를 갖춘 불고기가 되기까지는
이십 일이 걸린다. 암컷 세 마리가 한 장소에 오천 개 정도의 알을 낳는데, 이 알들도 숨을 쉬기
때문에 필요한 산소량이 아주 많다.
수컷 얼룩동사리의 역할은 천적으로부터 알을 보호하면서, 지느러미로 부채질하듯 물살을 일
으켜 산소를 공급하는 일이다. 이십일 동안 먹지도 않고 밤낮으로 쉼 없이 지느러미를 놀리다
보면, 어느덧 알에서 부화된 물고기들이 지느러미를 갖추고 먹이를 찾아 각자 떠나간다.
마지막 알까지 모두 물고기가 되어 떠나고 나면, 수컷 얼룩동사리는 힘이 빠져서 돌 틈에서 숨
을 헐떡이다 죽는다. 새끼 물고기들의 산란과 부화에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하는 부정 (父情)의
극치다.
얼룩동사리에게 자기가 살려는 마음이 있다면 결코 이렇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오직 오천 마리
의 새끼 물고기를 살리는 것을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고, 그 일을 마치고 그 자리에서 죽는다. 자
연의 섭리와 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자신의 삶을 마무리한다.
- ◆ 책 : 닦는마음 밝은마음 : 글 : 김재웅 : 출판사 : 용화 ◆ 에서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