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을 잘 섬기는 음덕(蔭德)
자손이 지극한 효자가 되면, 내가 부모를 모셔야 하겠다는 마음이 쓰이는 게 있다.
그 자손이 잘되려고 그 마음이 그렇게 써진다는 거다.
자손이 안 되려면 부모가 어디 가고 어떻게 되든지 말든지 생각을 잊어버린다.
그리고 시대가 희한해져서 남한테 맡겨 놓는 사람이 많아졌다.
남한테 맡기면 맡긴 그 사람한테 공덕이 되는 것이지 나한테 공덕이 되는 건 아니라는 거다.
남의 묘라도 벌초가 안 돼 있으면 ‘자손이 없는 모양인데 나라도 벌초를 좀 해줘야 하겠다.’
이런 마음으로 해주면 꿈에서라도 그 사람이 나타나서 도와준다는 거다.
내가 문경 봉암사에서 참선할 때인데,
거기에는 일반인이 못 들어가고 부처님한테 공양 올리는 분만 들어가는 곳이라.
관람객은 일체 출입이 금지돼있는 수행도량인데,
그때 모인 스님들이 109명이나 되어서 동당, 서당으로 나누어서 공부했다.
거기 봉암사에 조상 천도재가 많이 들어왔다.
옛날에는 없이 살아서 49재를 못 지내고 집에서 대충 때워버리고,
흘러온 시대가 전부 그런 시대였다. 왜냐면 보릿고개가 있던 시대라 먹을 것도 없고,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그런 시대에 돌아가신 분은 전부 참 어렵다는 거라.
그런 시대에 돌아가신 분 자손이 어떻게 잘 되어서,
윗대 돌아가신 분들이 시대를 잘못 타서 그렇게 돌아가셨구나.
하는 한탄스러운 마음으로 천도재를 지내주면,
천도재 지내는 자손이 그 공덕의 열의 일곱을 가지고 가고 셋은 영가로 간다는 거다.
그래서 자기 조상이 잘 되면 자손이 안 되래야 안 될 수가 없는 게 조상이 도와주니까.
조상이 도와주고 싶어도 조상이 잘못돼 있는데 어떻게 도와주냐 이거다.
예를 들어 생시의 나를 생각하자면, 옆에 있는 분이 어렵고 힘들어서 내가 좀 도와줘야 하는데,
마음뿐이다 이거라. 왜냐? 나도 힘드니까.
내가 풍요로우면 남을 도와주는 마음이 생겨야 하는데
그것도 안 생기는 분이 있어. 그래서 마음이 중요하다는 거다.
그때 봉암사에서 매일같이 천도재가 들어오는데, 천도재를 담당하는 소임이 병법(秉法)인데,
한번 천도재 지내면 가버리는 거다. 언제 갔는지도 몰라. 새벽에 가버리면 몰라.
재를 열 번 지내고 열 사람이 가고 나니 대중이 99명이 되었다.
그래서, ‘이상하다. 왜 그럴까?
이건 틀림없이 조상들의 천도재를 잘못 지냈기 때문에 그런 거다’ 했다.
영가들은 돌아가면 육신이 없으므로 마음으로 보는 거라.
마음을 어떻게 먹고 있는가를 다 보고, 49일 전에는 집안 식구들한테 전부 다 방문한다.
49일 이후에는 자기 인연 따라가서 태어난다.
영가가 되면 전부 다 안다. 영가는 평생 영원해.
어디 가서 태어나고 나면 모르는데, 그러나 예를 들어서 얘기를 하자면,
옛날 어느 장자가 절에 와서 아들 결혼식을 올렸는데,
들어오는 며느리를 보고 주방일을 하던 한산, 습득이 서로 쳐다보며 웃더라는 거다.
왜 그렇게 웃느냐고 물으니, 저 며느리 들어온 분이 전생의 할머니라 이거라.
말하자면 할머니가 갖은 정성을 들여서 재산을 모아 놨는데,
자기가 죽고 나서 자손들을 보니까 그걸 지킬만한 사람이 없어지더라 이거라.
공을 들이고 열심히 노력하고 지독하게 일한 사람들은 그게 아까워서 함부로 못 하는데,
편안하게 자란 사람은 재산이 아까운 줄 모른다. 그래서 ‘이거 안 되겠다.
내가 그 집으로 다시 들어가야 하겠다.’ 그래서 그 집 며느리로 할머니가 다시 태어나는 거라.
‘죽으면 그뿐이지’ 모두 그렇게 생각하잖아? 절대 그게 아니다.
윤회해서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자기와 인연 있는 집에 태어난다.
어떤 스님은 절의 시주 돈 받아 자기 개인적으로 쓴 빚을 갚으려고 소가 됐다는 거다.
그래서 “아무것아!” 부르니까 “음메~” 하고 나타나서 오거든.
도인이 해탈 법문을 해주니까 소가 절을 하고 가는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윤회하는 게 맞는구나.’ 알았다는 거라.
그래서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잘 들어야 해!
부모를 잘 위하고 조상들에게 정성을 다하는 그 사람은 안 되래야 안 될 수가 없다.
그런데, 요즘 시대가 희한하잖아? 제사 안 지내는 시대가 왔잖아.
그게 나만 안 되는 게 아니라 나라도 안 되려고 하는 거야.
조상을 버리고 내가 잘되기를 바라는 그 마음은 벌써 내가 안 되는 걸 만들고 있다. 이거라.
본론으로 돌아가면, 그때 봉암사에서 병법(秉法)을 모두 안 하려고 해.
봉암사 산중으로서는 스님들이 공부하고 있어야 하는데
자꾸 가버리면 나중에 판이 깨지니까 큰일 났단 말이지.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느냐? 누구를 지정하면 아무도 안 하려 하거든.
그래서 나중에는 우리가 무명으로 쪽지 뽑는 걸 해서 정하자고 했어.
그런데, 그렇게 해서 내가 뽑혀버린 거야.
그 많은 99명 중에 내가 뽑히니, 그 시대는 걸망 지고 새벽에 가만히 가버리면 그만이라.
그래서 나는 걸망 지고 새벽에 도망가려고 하다가 가만히 생각하니 ‘내가 이러면 인과에 어긋난다.
내가 맡은 바를 안 하고 어기고 가면 다시 또 내가 잘못되게 걸릴 수도 있는 거다.’
그런데, 그때 집 한 채에 250만 원 할 때인데,
천만 원짜리 재가 들어왔는데 천도하는 영가가 30명이라.
재 지내는 분이 무역하는 분인데, 선방마다 대중공양 겸해서 자기가 잘 되려고 하는데,
선방의 공부하는 스님들 한 사람한테라도 공양하는 공덕이 엄청나.
그걸 모르는 사람은 어쩔 수 없는데 아는 사람은 그렇게 해. 그분은 그걸 알아.
그래서 30명 되는 조상 천도를 한다고 명단이 왔었다.
그때 주지 스님이 원행 스님인데, 날 보고 천만 원짜리 재가 들어왔는데,
재자는 바빠서 참석을 못 하고 그냥 스님들이 지내달라고 하는데 어쩌면 좋으냐 하기에 ‘그럼 잘 됐다’ 생각하고,
“그럼 나는 안 하겠소. 나는 여기 공부하러 왔지, 이거 하러 온 거 아니오.”
“스님! 그럼 이 대중이 먹고살아야 하는데, 스님이 이러면 어떻게 돼요?
스님이 뽑혔으니 책임을 져야 할 거 아니에요?”
“나는 그 책임지려고 안 왔어요. 공부하러 왔지.
이걸 내가 해서 나도 공부 못하고 나가게 되면 어떻게 해요? 본인이 온다면 내가 지내주겠어요.”
나도 공부해야지, 공부하러 와 여기서 천도재나 지내다가 가면 뭐가 되느냐 이거라.
그걸 하면 공부를 제대로 못 하니까, 안 하려고 갖은 방법을 다 생각하고 있는데,
주지 스님이 나에게 말하길, “그러면 스님이 연락을 한번 해보세요!”
그러는데, 그것도 안 할 수는 없잖아? 그래서 전화로 연락했는데,
세상에서 그 큰 사업을 하는 사람이 말하는 것이 어쩌면 그렇게 존경스러운지, 아주 정말 닮아야 해.
참으로 도저히 그 말을 어길 수 없는 그런 심정으로 말이 들려오더라 이거라. 그건 모두 다 배워야 해.
그래도 나는 이걸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본인이 안 오면 영가가 30명인데, 두 명은 내가 책임질 테지만, 28명은 집으로 도로 보내렵니다.”
“그러면 안 되지요.”
그러고 밤중에 한 시가 넘어서 왔기에 공양실에서 만나서,
“재에 같이 참석해야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되는 건 아니다. 공덕을 심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하고 천도재를 지낼 준비를 하고 밤에 눈을 감고 있는데, 나타나 보이는 것이,
옷을 하나도 안 입고 벌거벗은 채 빨간 띠 하나 앞에 한 명씩 세 사람이 앞장섰는데,
그 뒤에 오는 영가들이 좁쌀만 해. 그 골짜기에 얼마나 많이 들어오는지.
천만 원짜리 재 지내니까 우리가 다 가도 먹을 수 있다. 이거야.
그래서 잘 차리고 못 차리는 게 표가 나는 거라.
어떤 사람은 돈 자꾸 깎는 사람도 있잖아? 그게 안 좋은 거라.
집 한 채에 250만 원인데 천만 원이면 집이 네 채 값이라,
그 큰 재 지내니까 그 영가들이 다 가서 먹는다고 전부 엄청 바삐 뛰어오는데,
뒤에 오는 영가가 좁쌀만 해. 그러니 영가가 얼마나 많이 왔나.
그래서 이 사람은 재 지내고 난 다음에 IMF 사태를 안 당했다.
내가 선방에 다닐 때 그분이 대중공양을 백만 원씩 내서 했다.
그 사람 이름이 김영주라고 하는데, 그 사람이 조상님이 도와줘서
IMF 사태를 안 당하고 승승장구 잘 되고 있다고 연락이 왔다.
그러다가 내가 시주를 받아먹을 역량이 안 되니까
중간에 연락을 안 하고 전화도 안 받고 그렇게 된 게 십 년이 넘었어.
내가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돌아가신 분이 헛된 게 아니고
다 영험이 있고 다 도와준다는 것이 분명하다는 거야.
그렇게 도와주니까 그 사람이 승승장구로 계속 잘 돼 나간다 이거라. 내 이야기가 재미있지?
복을 지어놓은 사람은 남이 다 해서 차릴 때 가서 가면 안 줄 수 없으니 다 먹게 되는데,
복이 없는 사람은 남이 다 먹고 한참 지난 다음에 가서 쫄쫄 굶고 그렇게 된다 이거라.
모두 잘 알았지?
(학림사 회주 정암 진호 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