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우주가 청정미묘한 부처뿐이구나'
하는 생각이 사이없이 쭉 이어간다는 뜻이란다.
보충: (무간도란 지옥의 최저 층이다. 지옥의 18층중에
무간도는 바로 마지막 층이다.
일단 무간도에 들어가면 다시 태어나서 다시 살아갈 기
회도 없고 그래서
무간도란 바로 "지옥의 지옥"이다. 無間地獄[명사]
불교에서, 팔열 지옥의 하나)
이 무간도의 다음은 소위 말하는 해탈의 경지에 이른다는..
십몇년전 ‘동시상영’ 간판이 붙은 지저분한 극장에서
보던 영화들을 기억하는지...
<무간도>는 우리의 기억 속에서 90년대 초반이후 사그라
져 가던 ‘홍콩 느와르’를
다시, 아니 새롭게 불러내는 영화다
1980년대 후반에서 90년대 초반까지 한국영화 문화의 거
의 모든 대중적 아이콘
을 주도하는 하나의 진영으로 급부상했던 ‘홍콩누아르’
는, 그러므로 다른 곳에서
가 아닌 한국에서만 부르는 홍콩 액션영화에 대한
"애정" 의 표시였다.
오랫동안
잊혀졌던, 이미 소멸의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다들 잊고 있
었던 ‘홍콩누아르’라는
비평적 용어를 영화 <무간도>는 다시 기억하도록 만들고
있다. 그러나 <무간도>
는 그 명명을 반쯤은 허용하고 있으면서도, 그 컨벤션이
존중했던 가장 중요한
규칙은 날렵하게 저버리면서 그 틀을 벗어나는 영화이다.
때문에 예전의 끈적한
향수를 맛보기 위해 이 영화를 찾는 관객 이라면,
무언가 새롭게 제시되는 정돈된 감정도,
같이 느껴야만 하는 어려움에 빠질지도 모른다.
무릇 홍콩 누아르라 함은 검은 선글라스를 끼고 이쑤시게
(성냥개비 였나) 입에물고
바바리코트 척 걸치고 비오듯 날아오는 1만개의 총알 속
을 다른 사람들보다 2만배쯤 천천히 걷다가 갑자기
바지춤에서 쌍권총을 샥 빼들고 화려한 ‘액숀’을 펼치며
3만명쯤 죽이고는 4만개쯤 구멍난 몸에서 피를 철철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 위로 중국말로 꼬부라진 발라드가 흐르면서
서서히 우리의 주인공이 혼자 바닷가에
쓸쓸히 실루엣으로 서 있다거나 소파에 홀로이 앉아 쌩담배
를 태우고 있다거나 하는 장면이 회상으로 겹쳐지면서
‘싸나이들’의 의와 협,복수와 비정함 그리고 외로움의
아우라가 뒤범벅된 총제적인 영웅의 모습이 완성되면서 5만
볼트의 전류를 느끼듯 몸서리를 치면서 확 감정몰입이 되는
거 아냐.. 그때 비둘기가 날아야 되는 거 아냐..
이게 홍콩 누아르 아냐..
근데 무간도는 이게 뭐야.. 경찰과 범죄 조직으로 대변되는
선악의 극한적 대립이라든가, 그 속에 낑겨 버둥거리는
주인공이라든가, 여자들은 도저히 비비고 들어갈 구석이 없
는 ‘싸나이들’만의 비정한 세계 라든가 하는 홍콩 누아르
라면 기본적으로 깔아줘야 될 것들을 이 영화도 대충 깔아
주고 있긴 하다.
근데 총질도 몇번 안 하고 화려한 액숀 도 없고 몇명 죽지
도 않고 선글라스도 안 끼고 바바리도 안입고 디립다
잔머리만 굴린다
피도 철철 안 흘리고 몇명 죽이지도 않으면서 죽일 놈은 확
실히 죽인다. 오히려 마지막
보스 한놈 죽이려고 갖은 폼 다 잡으며 싸우고 또 싸우며
시간 질질 끌지 않고 죽일놈을
향해 빠르게 다가가서 깔끔하게 죽인다.
거기서 느껴지는 속도의 짜릿함이 있다. 오히려
훨씬 극적이고 정교해서 잘 짜여진 게임을 보는 것 같다.
조직이 심은 스파이(유건명)와 경찰이 심은 스파이(진영인)
이 둘의 삶과 심리를 멋지게 그려내었다.
유건명-나에게 기회를 줘, 과거엔 선택의 기회가 없었지만
지금은 착한사람이 되고 싶어.
진인영-난 경찰이야, 법관한테 말하지 그래.,
그럴 기회를 주는지 말야..
유건명-날 죽이길 원하나..
진인영-미안해.. 난 경찰이야..
아무나 베테랑인가.
유덕화와 양조위가 각각 맡아 소화한 연기는 대단했다.
유덕화와 양조위는 각각 20 여년간 쌓아온 세월의 무게
만큼 더 깊어진 표정
으로 화면을 꽉 채웠다. <아비정전>과 <오호장> 이후 11년
만에 함께 어둠의 세계로
걸어들어간 두 스타....
유덕화….많은 이들의 뇌리 속에 그는, <열혈남아> 에서
장만옥와 공중전화 박스에서
열렬한 키스를 나누던 아웃사이더로 남아 있을 것이다.
명예나 권력엔 아무런 욕심
이 없어 보이던 매끈한 바로 그 반항아가
어느새 얼굴에 각이 진 42살의 ‘배우’가 되었다….
*(Andy(덕화) said…
너무 옛날에만 집착하지도 않고, 너무 먼 미래만 생각하지
도 않는다. 현재에 어떻게 할 것인가가
제일 중요하니까… 난 현재의 모습에 아주 만족한다.
연령마다 좋은 게 따로 있다.
지금 내가 21살짜리 역할을 하면 남들도 웃을 것 아닌가.)*
유덕화는 정말 물이 올랐다는 표현이 부족할 정도다.
이 영화에서 유덕화는 20년동안의 그의 영화, 최근의 백번
칭찬해줘도 좋을 연기라
할수 있는 '암전' 에서의 그보다 더욱 값진 연기를 선보였다.
유덕화 광팬이라 자부하는 나로썬 아마 이 영화에서 보여준
'암전'보다도 더 냉정하고 차가운
그의 연기는 두고두고 잊혀지지 않을듯 하다.
양조위는 워낙 연기로써 평가하기에 탑클래스에 위치하는
배우라 그의 연기에 대해서
는 굳이 말을 안해도 될듯싶다.'무간도'의 최고의 캐릭터,
최고의 연기는 바로 양조위니까...
(유일하게 그의 정체, 경찰이라는 걸 알고있는 아버지같은
존재 황추생의 죽음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정체성의 절망에 빠지는 양조위의 연기는 소름끼칠 정도였다.
허우 샤우시엔 감독의 <비정성시>에서 벙어리 마르크스 주의
자로 나왔던 양조위의 마지막 씬,
가족사진을 찍을때의 그 표정연기는 그를 이미 세계적인
스타로 만들지 않았나…)
임영동의 저 유명한 '미스터갱'에서의 비밀경찰 주윤발도
멋지고, '암화'의 조직이자
경찰인 양조위도 멋진 연기였지만 이 영화에서의 두 캐릭터를
최고의 반열에 올려놓고 싶다.
(참고로 유위강은 미스터갱의 촬영감독이다.)
'오호장'의 멋진 친구로써 이 영화에서 둘의 호흡은 기가막힐
정도다.
두 배우의 연기력에 박수를 아끼고 싶지 않다.
**이 영화는 스케일이 그리 큰 영화가 아니다.
각 파가 갈려 이것저것 다 뽀샤버린다거나..주요 인물의 죽음
만 아프고, 필요하면
몇몇 인물의 죽음만 클로즈업하고 여타의 카메라 한번 안비춰
진 이들의 죽음은
액션의 스케일 속에 눈가리개하거나..등등
액션영화의 대부분은 볼거리를 제공한답시고 더욱 아슬아슬한
액션을 연출하기에 바쁘다.
이에 비해 무간도는 쓰잘데없이 때리고 부시고 죽는 장면이
없고 그리 범상한
시놉시스가 아님에도 빠른 사건전개와 군더더기 없는 장면연출
에 점수를 안줄수가 없다.
**조직이 나오면 수반되는 액션&코믹 의 오버성이 없다.
--한국영화의 붐과 더불어 그 성공공식중 하나로 '조직'을
말한다. 꽤나 풋풋하고 유쾌했던 '신라의 달밤',..
등등…. 한국영화 에서 다뤄진 가지각색의 조직패들은
하나같이 어설픈 코믹과 리얼리즘이라는 명목하에 영화내내
난무하는 욕지거리까지 무작정 써야만 했다.
--대부분의 액션은 영화 내내 끊임없이 총성이 울린다거나
(난 그래서인지 서부극에 별 흥미가 없다.)
위에서 언급한대로 어수선한 액션장면 연출하기에
급급하거나.. 한다.
이러한 색들이 무간도에는 없다.
.
그래서 지루하지 않겠냐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무간도는 그런 쓰잘데 없는 장면을 위해 연출을 하지 않아
도 되고 연출하지 않았기에 내 맘에 든 영화인 것이다.
액션&코믹의 오버성 대신에 인물 대 인물의
심리전과 결말을 쉽사리 그리기 어려운 구조가 있다.
**조직성과 함께 튀어나오는 의리, 배반의 공식도 없다.
'넘버 3'도 '배반이야 배반..' 이란 대사로 그 의리를 얼마
나 강조하였던가..
그러나 무간도... 이곳에 머문 인물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사건이 아무리 복잡해도 인물상태가 단순하면 그것처럼
재미없는 것도 없다.
(이것이 대부분의 헐리우드의 액션물을 내가 싫어하는 이유
중에 하나이다.)
그러나 인물의 복잡한 갈등구조와 심리묘사가 압권인
무간도는 단순한 '의리'와
'배반'의 문제를 뛰어넘어 말 그대로 無와 道 사이의 수준
에 올려 놓았다.
첫댓글 양조위의 그 처연하면서 지친듯한 표정..아직도 잊혀지지 않습니다..다 보고 나오면서 자꾸 돌아보게 만드는 여운이 남는 영화더군요 정말 내 시간과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