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만에 몰아닥친 한파에 모두가 꽁꽁 얼어붙은 지난주 목요일인 6일,남편과 함께 대구행 열차에 몸을 실었습니다. 남편은 고맙게도 당일에 있을 동창모임에 불참하면서까지 동행해주었습니다.
7일부터 9일까지 주말을 이용해 세 딸들과 사위가 엄마를 모시고 여행을 떠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이고,엄마의 몸상태가 좋지 않기에 가까운 곳으로 정했습니다.
6일 오후부터 내리는 눈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전망 좋은 동생네 아파트 거실에서 내다 보이는, 새하얀 세상으로 변해가는 함박눈이 참으로 원망스럽게 느껴졌습니다. 내일이면 자동차로 여행지를 향해 출발해야 하는데...
여행계획은 둘째여동생과 제부가 세웠고 꼼꼼하게 예약까지 마친 상태였습니다.
양산시에서 운영하는 대운산 자연휴양림 펜션에 예약을 했고,하루밖에 방을 빌릴 수 없다해서,
이튿날은 울산 해변가 펜션을 예약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갖고갈 음식이랑 모든 준비완료하고 기다리는데,맥이 빠지게도 눈은 줄기차게 내려 쌓이고 있습니다.

대구로 내려가는 기차안에서 바깥 설경을 찍었습니다.
눈꽃이 활짝 핀 환상적인 나무숲을 찍었는데,달리는 기차안이라 몇 장의 사진은 흔들려서 올리지 못햇습니다.

이튿날 아침 동생네 거실에서 찍은 풍경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출발여부를 결정 못해 망서리고 있는데,양산시청에서 자연휴양림펜션은 눈으로 출입금지라는 연락을 해왔습니다. 출발계획은 첫날부터 수정해야만 했습니다.
첫날은 동생네서 바깥 눈세상을 구경하면서 준비한 음식으로 여행기분을 대신했습니다.
8일,토요일 오후에 울산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하루 늦었지만,울산에서 대게를 먹고 해변 펜션에서 일박하리란 계획대로 출발했습니다.
대게를 고르고 있는 엄마와 두 여동생.
해변가에 늘어선 대게집들,미리 인터넷에서 검색한 집으로 바로 들어갔습니다.
대게값이 이렇게 비싼줄 몰랐습니다.
러시아와 어업협정결렬로 킹크랩값이 올랐다며,큰 것 한 마리에 35만원을 달라고 합니다.
북한산이라는 대게 두마리를 28만원에 흥정하고 서비스로 작은 것 두 마리를 더 받았습니다.

방금 쪄낸 대게를 두 접시에 나눠 담은 것입니다.
14만원어치 대게인 셈입니다.
옆 접시의 부식은 1인당 3000원씩으로 한 접시에 12000원 상당입니다.
한 상에 세 명씩,상 두 개에 두 접시씩입니다.
게딱지에 볶은 밥은 2000원씩이고,탕은 8000원을 따로 더 받습니다.
이 날 여섯명이 맥주 몇 병과 대게 먹는데 35만원을 지불했습니다.
1인당 약 6만원인 셈인데,맛도 그렇고 배도 별로 부르지 않았습니다.
비싸도 너~~~무 비싸다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일박한 울산 펜션입니다.
제목만 그럴듯한 펜션이지 허접스런 민박집입니다.
하룻밤 머무는데 10만원,여름 상수기엔 이런 집도 부르는 게 값이겠지요.
비닐을 열고 들어가면 문이 있고,문을 열고 들어가면 거실겸 부엌겸용의 공간 하나와 화장실이 전부입니다.원룸인 셈입니다.
이불은 60년대 스타일로 퀴퀴한 냄새까지 나고,인터넷으로 대게집에서 소개 받은 펜션인데 이렇게까지
허접스러운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러나 이미 방값은 지불한 상태라 그대로 하룻밤 지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사위,장모,처형,처제가 모두 한 방에서 하룻밤을 지낸 것도 훗날엔 추억이 되겠지요.
그러나 좋은 점 하나는 딱 한 가지,바로 앞이 바다고 정동향이라는 점입니다.

이튿날 아침 8시가 채 못된 시각에 구름 사이로 해가 뜨는 모습입니다.
갈매기들
9일 일요일인데 디카의 시계가 12시간 늦게 가는 까닭에 8일로 표기되었습니다.
가져온 음식으로 아침을 먹고는 바로 경주로 향했습니다.
가는 길에 대왕암에 잠시 머물렀습니다.
대왕암은 신라 30대 문무대왕의 수중릉입니다.
왜구의 침략을 죽어서도 막겠다는 의지로 동해바다에 수장해달라고 했던 큰 뜻에 숙연해집니다.
대왕암 주차장 근처의 상가에서 미역을 고르시는 엄마.

드라이버로 수고하신 두 제부님.

대왕암을 배경으로 인증샷.
일행이 세 자매부부와 엄마면 일곱사람인데 왜 여섯명일까요?
6일 함께 내려온 남편은 함박눈이 내려쌓이고 자연휴양림 예약이 캔슬되었다는 전화에 바로 집에 가겠다고 아이처럼 보챕니다.이렇게 눈이 쌓였는데 어떻게 가겠냐고 해도 막무가내로 가겠다고 해서 더 이상 붙잡지 않았습니다.이틀밤 동생네서 자고는 사흘째 아침에 혼자 서울행 입석 기차표를 사서 집으로 갔습니다. 토요일이라 좌석도 없는 KTX를 타고 말입니다.
부산에 사는 막내동생내외와 대구 여동생내외,엄마와 나,이렇게 여섯명이 여행을 무사히 다녀왔습니다. 9일 오후 여행에서 돌아오신 엄마께서는 오래 비워두었던 집으로 가고싶다고 하셔서 모셔다 드렸습니다. 그동안 연로하신 아버지와 남동생이 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한 알에 5만원이나 한다는 항암약을 매일 한 알씩 드시고, 일 주일에 한 번씩 병원에서 항암주사를 맞는 치료를 계속하고 계십니다.기적이 일어나서 암세포가 거짓말처럼 사라져 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주위에서 기도해 주시는 고마운 분도 계시고,치료도 잘 받으시니 작은 기대라도 해봅니다.
따뜻한 봄날,벚꽃구경을 엄마와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한 번만이라도 더 주시면 좋겠습니다.
간절히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첫댓글 요즈음은 항암제도 좋고 더구나 의사 가족이니 최선을 다 하면 옥덕 아우 간절히 원함은
들어주 실거야,
언니의 덕담대로만 된다면 오죽이나 좋겠습니까
언니,고맙습니다.
엄마와 세딸이 설경속에 잘 다녀왔어요 옥덕아 내년 봄에는 벗
이 만발 할 때 또 같이 여행하면서
사진찍어 올려 줘...
벚
을 배경으로 사진 찍어 올릴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 드리고 있습니다.
옥덕아우님,
엄마손잡고 여행 잘 다녀오셨네요?
흰눈속에서 맑은공기와함께
따님들 머리속에 쌓인 걱정을 다 털어놓고
이제 남은 항암치료 잘 끝내시고
고우신 자태로 내년봄 따뜻할때 큰딸댁으로 벗꽃구경 가시기를
기도드립니다.
언니,단 하루도 빠짐없이 마음에서 우러나는,하나님께서도 감동하실
절절한 기도문을 올려주심에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옥덕님 뜻깊은 여행을 하셨네요.뒷모습 으로는 전혀 환자 같지 않으십니다.세딸들과 사위들
장모님 위해 효도를 하셨네요.기적이 일어나서 건강을 되찾으시기를 빌어봅니다.
언니 덕담대로 기적이 일어나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겠지요.
고맙습니다,언니.
어머니 모습을 보니 너무 고우신것 같습니다.
따님들의 효성에 힘입어 기적적인 회복을 기대해도 될 것 같습니다.
대왕암 나도 며칠전에 다녀온 사진입니다.
함께 목욕탕엘 갔는데,너무 마른 엄마를 보니 또 눈물이 나더군요.
구경을 함께 갈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습니다.
편안하게 계시다가 내년 봄 벚
어머니 모습을 뵈니 너무 고우시고 전혀병자같지 않으시네요... 내년봄 꽃구경은 충분히 가시겠어요... 완쾌도 좋지만 병이 너무 나빠지지만 않아도 되잖아요... 사진의 행복한 여행모습에 가슴이 찡했읍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한 완쾌는 그저 희망사항일뿐,더 이상 나빠지지만 않아도 좋겠습니다.
전화 고마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