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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브홀릭] 07
씬1. 리조트 앞 바닷가/해질 녘/6부 엔딩 씬에 이어서
율주의 시선,
율주, 강욱과 호태가 서있는 쪽으로 다가오고 있다.
강욱 (핏발 선 눈으로 호태를 쏘아보고)
호태 ……
율주 (점점 다가오고 있다.)
강욱 나! 단 한번도, 단 한순간도 선생님을 마음속에서 떠나보낸 적 없어..
하지만, 내가, 내가!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해줄 수가 없으니까! 난 아무것도 아니니까!
율주 (들었다.) !
강욱 선생님이 내 옆에서 행복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안 되니까!
(겨우 가라앉히고는) 그러니까 보낸 거야. 그러니까 제발, 제발, 호태야,
이제 그만 해라.
율주 (기막혀 눈물부터 맺히고)
호태 ……
강욱 그래, 니가 원하는 대답 해줄게. 나 선생님이랑 같이 있어서... 좋아..
아직도 선생님을 보면 가슴이 뛰어.. (핏발선 눈에 눈물 고이며) 가슴이 뛰 고.. 아파.. 이제 됐니?
율주 (눈물)
강욱, 잠시 호태를 보다가 돌아선다. 얼어붙는다. 율주가 약간의 거리를 두 고 서있었다.
호태, 강욱이 돌아설 때 거의 동시에 돌아섰다. 율주를 보지 못했다.
율주 (눈물을 주르르 흘리고 있는)
강욱 !!!!!!!!!!!
놀란 강욱의 얼굴. 강욱을 바라보며 눈물을 철철 흘리고 있는 율주.
턱 끝이 떨리는 강욱. 강욱을 보며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율주.
잠시 서로 보는 두 사람.
율주 (눈물만 철철 흘리고 있는)
강욱 (들었나? 불안하다.)
율주 (눈물만)
강욱 (보는)
율주 (눈물만)
강욱 (빠르게 율주를 지나쳐 가는데)
율주 (얼른) 강욱아.
강욱 ! (불안한데)
율주 강, 욱아..
강욱 (천천히 돌아본다.)
율주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눈물만)
강욱 (그 모습 보니 흔들리고)
율주 (눈물만)
강욱 (불안하면서도 흔들리고)
율주 강욱아.. 왜 그랬니..
강욱 !
율주 (슬픈 원망) 왜 그랬어.. 그럼 내가 니 말처럼 행복할 거라고 생각했니?
강욱 (못 들었구나/안심하면서도 툭) 무슨 소리에요?
율주 (말 잇지 못하고 눈물만)
강욱 (외면하면서)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율주 (눈물)
강욱 (차마 그 얼굴 보지 못하고 계속 외면하고 있는)
율주 내가..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는 니가 보고 싶은데.. 너는 나를 계속 거부 하고.. 너를
안보면 죽을 거 같은데.. 너무 힘들어서 미쳐버릴 거 같은데.. 너는 자꾸 가라하고..
강욱 !
율주 (눈물만)
강욱 (가슴 아픈 것을 참고 있는)
율주 (기막혀) 나를 위해서 나를 보냈다고? 그게 나한테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 이었는데도?
강욱 (애써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듯이 딴 곳만 보고 있는)
율주 바보야, 사랑은 같이 있어 주는 게 사랑이야.
강욱 (아픈)
율주 떠나보내는 게 어떻게.. 사랑일 수가 있어..
강욱 ……
율주 그게 어떻게 날 위해서야.. 내가.. (목메어) 내가.. 원한 건 너였는데..
강욱 (흔들리는 것을 참으며/툭, 끝까지 껄렁하게)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 겠네.
율주 너 정말, 참, 잘났다.
강욱 (보는)
율주 (눈물만)
강욱, 도저히 있을 수가 없다 빠르게 가버린다.
율주 가지 마!
강욱 (멈칫)
율주 강욱아 가지 마.
강욱 (망설이는)
율주 도망가지 마. ..도망가지 마.
강욱 ……
율주 강욱아 나 좀 봐봐.
강욱 .. (뒤돌아보지 않고 빠르게 가버린다.)
율주, 그대로 서있는.. 눈물만 주르르 흘린다. 강욱 빠르고 거칠게 가고 있 다. 멀리서 보는 시선, 자경이 보고
있다.
씬2. 리조트 외부 일각/밤
빠르게 걸어가는 강욱,
율주E 가지마.
강욱 ! (걸음 멈춘다.)
율주E 강욱아 가지마.
강욱 (뒤돌아 가고 싶은 것을 참는데)
자경 강욱아.
강욱 (소리에 앞을 본다.)
자경, 환하게 웃으며 캔맥주가 든 비닐봉지를 강욱의 코앞에서 흔들어 보 인다.
씬3. 야외 수영장 앞/밤
강욱과 자경, 수영장 물 옆, 바닥에 나란히 앉아있다.
강욱, 이미 캔 맥주 한 개를 비우고, 또 한 개를 들이키고 있다.
자경, 맥주 마시는 강욱을 지그시 보고 있는,
자경 (강욱 다 마시자 또 한 개를 주며) 자.
강욱 (받아서는 캔을 따는데)
자경 강욱아.
강욱 응?
자경 많이 힘들어?
강욱 (보는)
자경 힘들면 나한테 기대.
강욱 ……
자경 (자신의 무릎 위를 탁탁 치며) 자.
강욱 (피식)
자경 (갑자기 강욱의 머리를 제 무릎위로 끌어당겨 얹어놓는다.)
강욱 됐어. (고개 들려는데)
자경 (고개 들지 못하도록 강욱의 어깨를 잡으며) 싫어 기대.
강욱 ……
자경 (강욱의 머리카락을 쓸어주며) 나.. 너한테 무엇이든 되고 싶어.. 사랑이 아 니라면.. 튼튼한
기둥이라도.. 니가 힘들 때 마다 찾아와 쉬는 나무 그늘이 라도.. 니가 올 때 마다 아주 울창한 그늘을 만들어
줄 거야.
강욱 ……
자경 (속은 슬퍼도 환하게 웃는다)
씬4-삭제
씬5. 바닷가/밤
율주, 바닷가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는 서럽게 목 놓아 운다.
율주의 울음소리가 파도 소리에 섞인다.
씬6. 리조트 내 조리실/낮/몽따쥬 분위기
영길과 강욱이 음식을 만들고 있다.
끓고, 볶고, 칼질하고, 굽고, 무치고, 색색의 음식들이 접시에 담겨진다.
씬7. 공개 무대/낮
<윤자경의 밤의 멜로디 500회 기념 제주 공개 방송- 신혼부부와 함께>
라는 플랜카드가 걸려있는 야외무대.
무대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핑크색 꾸며져 있고, 곳곳에 풍선이 달려있다.
삼인조 밴드(펑크스타일의 젊은 인디 분위기)가 무대위에서 연주를 하며 노래를 부르고 있다.
초대 손님은 신혼여행 온 부부 스무 커플, 무대 앞에 서서 박수로 박자 맞 추며 노래를 듣고 있다. 스탠딩
콘서트의 분위기. 간당간당 몸을 흔드는 신혼부부들도 보인다.
무대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뷔페 테이블이 놓여있고,
율주, 영길, 강욱, 윤종이 부지런히 테이블을 셋팅 하고 있다.
율주, 식은땀을 많이 흘리고 있다.
강욱 (걱정스런 표정으로 땀을 훔치는 율주를 보고)
율주 …… (그 시선 느끼지 못하고)
강욱 (보곤 마음 아픈)
밴드 (연주하고 노래하는)
자경 (무대 한 쪽에 서있고)
중계차 안의 호태, 무대를 바라보며 노래가 끝난 후의 다음 순서를 위해 엔지니어(한명)와 뭔가를 속삭이고
있다.
영길 (신혼부부들을 보며) 야, 좋겠다.
윤종 오빠, 우리도 결혼할래요?
영길 (화들짝) 뭐시라?
윤종 (생글) 농담이에요.
영길 (무섭다) 어우, 나 얘 정말 무서워..
윤종 어머~ 난 귀엽다는 소리는 들어봤어도 무섭다는 소린 처음 들어봐.
율주, 강욱 (그 소리에 풋 웃고)
윤종 (율주 보곤) 지배인님, 어디 아프세요?
강욱, 영길 (그 소리에 율주 보는)
율주 아냐, 괜찮아.
영길 많이 아픈가 보네, 들어가서 쉬어. 다 됐는데.
율주 괜찮아요. (하다가 강욱 보면)
강욱 (자경 쪽으로 시선 피하고)
자경 (무대 옆에 있다가 손을 들어 보인다.)
강욱 (손들어 보이고)
율주, 문득 강욱의 신발로 시선이 간다. 운동화 끈이 풀어져 있다.
밴드의 노래가 끝나고,
호태 (중계차 안에서 지시하고)
자경 (지시 받아서) 여러분은 지금 윤자경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윤종 (자경 보며) 강욱 오빠 여자 친구 정말 멋지다아~
영길 얘는 남자면 다 오빠래.
자경 자 이제 아주 특별한 순섭니다. 지금부터 이 자리에 초대 손님으로 모신 신혼부부들이 사랑을
고백하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자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일제히 하늘을 향해서 풍선이 치솟는다.
무대 주변을 가득 메운 풍선들.
40명의 신혼부부들이 탄성을 지른다. 영길, 윤종도 감탄 하는..
강욱, 율주 (하늘위로 솟은 풍선을 보는)
남자E (큰 소리로) 사랑한다!사랑한다!사랑한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풍선들.
신혼부부들에게로 마이크가 돌려가며 사랑고백을 하고 있다.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해.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너뿐이야. 사랑한 다. 같이 죽자. 사랑한다. 사랑해.
사랑한다. 사랑해, 사랑해요.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해 이 나쁜 놈아. 사랑해사랑해사랑해 죽을 때 까지 사랑해.
사랑한다. 사랑한다...........>
강욱 (테이블에 접시를 담으면서 사랑한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
율주 …… (셋팅을 하면서 소리를 듣고 있는)
신혼부부들의 외침소리가 무대를 울리며 점점 더 고조를 띠고,
강욱 (율주 몰래 율주를 보다가 시선 돌린다.)
율주 (강욱이 시선 돌리자 그제 서야 강욱 본다.)
강욱, 손수레(음식 운반하는)를 끌고 다른 쪽으로 가는..
율주도 빈 컵들을 들고 다른 쪽으로 간다.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두 사 람.
강욱E 나.. 나도.. 선생님을..
율주E 나.. 나도.. 강욱이 너를..
순간, 마치 두 사람이 못한 말을 대신 해주듯 울리는 신혼부부의 외침소리
신혼부부E (동시에 큰소리로) 사랑합니다!
강욱과 율주 동시에 하늘에 떠가는 풍선을 바라본다.
강욱, 남몰래 풍선을 향해서 가슴에 손을 얹는다.
씬8. 검도장/오후
핫! 검도장을 울리는 태현의 기합소리. 태현, 검도를 하고 있다.
힘 있게 움직이는 동작, 빠르게 휘두르는 죽도만큼이나 몸의 동작이 민첩 하다. 힘차게 뛰어다니는 태현의 맨발.
호구를 벗는 태현의 표정, 흐르는 땀 속에서도 밝다.
씬9. 검도장 일각/오후
검도장에서 나온 태현, 전화를 하면서 주차된 차를 향해 걸어간다.
태현 (반갑게) 별 일 없지? ...운동하고 나오는 중이야.. 내일 몇 시에 오지?
씬10. 호텔 일각/오후
공개 무대에서 멀지 않은 곳.
공개 무대가 다 끝나고 사람들은 정리하는 중이다.
율주, 식은 땀을 흘리며 일각에 앉아 담요를 뒤집어쓴 채로 전화를 받고 있다.
율주 떠나면서 전화할게.. (무대 쪽을 보며) 잘 끝났어.. 음식 반응 좋았어..
(웃으며) 어제 오늘 한번도 잠 안 들었어.. 약 먹었어.. 응. 내일 봐.
전화를 끊고는 일어선다. 무대 쪽으로 걸어간다. 양손에 빈 접시를 잔뜩 무겁게 들고 오는 강욱과 마주친다.
강욱 (보는)
율주 (보는)
강욱 (덤덤한 표정으로 율주를 지나쳐 가려는데)
율주, 갑자기 강욱 발 앞에 무릎 끓는 자세로 앉는다.
강욱 (놀라 멈칫하는데)
율주, 강욱의 풀어진 운동화 끈을 묶어준다.
<플래시 컷>-3부에서, 강욱이 율주의 운동화 끈을 묶어주던 장면.
율주 (천천히 리본을 만들어 주고)
강욱 (율주를 내려다보며 밀려오는데)
율주 일어선다. 강욱에게 처연한 미소 보이고는 지나쳐 간다.
강욱 (그대로 서있는)……
씬11. 호텔 강욱의 룸/저녁
강욱, 피곤한지 한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며 들어온다.
옷을 갈아입으려다가 시선 한곳에 멈춘다. 화장대 앞에 작은 종이에 적은
메모가 몇 개 붙어있다.(3부의 씬30처럼) 강욱, ??한 얼굴로 다가가서 본 다.
<강욱아> <고맙다> <지금이라도 니 마음을 알게 되서>
강욱 (메모지를 하나씩 넘겨보며 밀려오기 시작하는)
<나도 너에게 할말은 많지만> <지금 이순간은 이 말만 할게>
<내가 먼저 지쳐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율주의 메모가 적힌 종이를 보는 강욱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한다.
강욱 (눈가가 붉어지고)
강욱,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밖으로 뛰쳐나간다.
씬11. 호텔 강욱의 룸/저녁/상황 보충
강욱, 피곤한지 한손으로 어깨를 주무르며 들어온다.
옷을 갈아입으려다가 시선 한곳에 멈춘다. 화장대 앞에 작은 종이에 적은
메모가 몇 개 붙어있다.(3부의 씬30처럼) 강욱, ??한 얼굴로 다가가서 본 다.
<강욱아> <고맙다> <지금이라도 니 마음을 알게 되서>
강욱 (메모지를 하나씩 넘겨보며 밀려오기 시작하는)
<나도 너에게 할말은 많지만> <지금 이순간은 이 말만 할게>
<내가 먼저 지쳐서 미안해.> <정말 미안해>
율주의 메모가 적힌 종이를 보는 강욱의 손끝이 떨리기 시작한다.
강욱 (눈가가 붉어지고)
강욱,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을 것 같다. 밖으로 뛰쳐나간다.
씬12. 바닷가/황혼/상황 변경
율주가 바다를 보며 서있다. 바다를 마주보고 있던 율주, 천천히 바다로 들어간다. 죽겠다는 것은 아니다. 딱
죽고 싶은 심정이다.
율주 (바다를 바라보는)
바닷물이 율주의 무릎까지 올라왔다.
율주 (걸음을 멈추고는) 강욱아.. 미안해.. 내가 먼저 지쳐서 미안해..
미안해.. 기다리지 못해서 미안해.. 너를 떠나서 미안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바닷물이 허벅지까지 차올랐다. 걸음 멈추고) 너를 못 잊어서 미안해.. 너를 마음에서
내려놓을 수가 없어서 정말 미안해..
율주, 바다를 향해 천천히 한 걸음 더 들어 간다.
강욱, 뒤에서 뛰어오고 있다. 율주에게로 달려가서는 율주를 뒤에서 꽉 끌 어 안는다.
율주 !
강욱 !
율주 (눈물 주르르)
강욱 (율주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로) 같이 있어 줄 수가 없어서 보냈어요!
율주 !
강욱 사랑이라는 게.. 같이 있어주는 거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줄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보냈어요..
율주 (눈물만)
강욱 미안해요.. 나한테는 그게 사랑이었어요.. 그게 당신한테 죽고 싶을만치의 고통일 꺼라곤 생각
못했어요.
율주 (눈물만)
강욱 ……
율주 (말없이 눈물만)
강욱 (꽉 안고 있는)
율주 ……
강욱 (계속 뒤에서 안은 채로) 나만 참으면, 당신이 행복 할 수 있을 거라고 생 각했어..
율주 (눈물 주르르)
강욱 잘 살라고, 힘들지 말라고 보낸 거예요.. 그러니까, 이제 진짜로 행복하세 요.(참았던 눈물이
터지며) 미안해하지도 말고.. 당신이 나를 떠난 게 아니 라 내가 당신을 보낸 거예요..
율주 (눈물 철철)
강욱 (눈물 철철)
율주 ……
강욱 ……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안은 채 눈물만 흘리고 있는 두 사람.
율주 (천천히 강욱에게로 몸을 돌려 강욱을 바라본다.)
강욱 (본다.)
율주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강욱 (마주 보는)
율주 어떻게 해야 되니 우리.
강욱 ……
율주 (미치겠는) 정말.. 돌, 겠, 다.
강욱 ……
율주 우리.. 다시 시작 하면 안 되는 거지?
강욱 ……
율주 다시 시작하면 그건, 안되는 거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지?
강욱 (눈물 흘리는)
율주 (눈물 흘리는)
강욱 ……
율주 나.. 어떻게 해야 되니 이제.
강욱,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율주를 확 안아버린다.
서로 안고 있는 두 사람. 눈물만 주르르 흘린다.
<7부 엔딩>
<8부>
씬12-1 7부 엔딩씬에 이어서/바닷가/황혼
강욱, 율주를 뒤에서 안고 있다.
아무 말 없이, 그렇게 안은 채 눈물만 흘리고 있는 두 사람.
율주 (천천히 강욱에게로 몸을 돌려 강욱을 바라본다.)
강욱 (본다.)
율주 우리..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니.
강욱 (마주 보는)
율주 어떻게 해야 되니 우리.
강욱 ……
율주 (미치겠는) 정말.. 돌, 겠, 다.
강욱 ……
율주 우리.. 다시 시작 하면 안 되는 거지?
강욱 ……
율주 다시 시작하면 그건, 안되는 거지? 그래서는 안 되는 거지?
강욱 (눈물 흘리는)
율주 (눈물 흘리는)
강욱 ……
율주 나.. 어떻게 해야 되니 이제.
강욱,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율주를 확 안아버린다.
서로 안고 있는 두 사람. 눈물만 주르르 흘린다.
씬13. 김포공항/오후
입국 게이트 앞. 태현이 율주를 기다리고 서있다. 사람들 틈에 율주가 나 오는 것이 보인다.
태현 (웃으며 율주에게로 다가가는)
율주 (태현 발견하고 웃는)
태현 (율주의 손에서 가방을 받으며) 잘 갔다 왔어?
율주 응.
태현 (율주 뒤를 보며) 제일 먼저 나왔나 보네.
율주 응.
태현 나가있자.
태현, 율주의 어깨에 손을 얹고는 출구 쪽을 향해 나간다.
강욱, 게이트에서 나오다가 두 사람의 뒷모습을 본다. 뒤이어 나오는 자경, 윤종, 호태, 영길.
강욱 ……
자경 (강욱 옆에 서서 율주와 태현의 뒷모습을 보고)
씬14. 거리/오후
태현의 차가 달리고 있다.
태현 (율주의 손을 끌어다 잡으며) 가서 별일 없었고?
율주 .. 응.
태현 좀 피곤해 보이는데?
율주 아냐..
태현 어디 아파?
율주 아냐.
태현 안색이 안 좋은데, 무슨 일 있었어?
율주 아니야..
태현 .. 내일 몇 시에 데리러 갈까?
율주 왜.
태현 잊어버렸어? 드레스 맞추는 날이잖아.
율주 아 참.
태현 낮에 갈게.
율주 응... (고민에 찬 얼굴로 창 밖 본다.)
씬15. 강욱의 집 앞/밤
고지대. 강욱, 집 앞 아무데나 책상다리를 하고 앉아서는 산 밑 다닥다닥 붙어있는 집들의 불빛(혹은 한강의
불빛)을 보고 있다.
강욱 ……
씬16. 율주의 아파트 계단/밤
율주가 계단에 쭈그리고 앉아서 무릎 사이로 얼굴을 묻고 있다.
옆에는 여행가방. 아직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씬17. 율주의 집/오전
율주와 영애가 식탁에 앉아서 아침을 먹고 있다.
영애 오늘 드레스 맞춘다며.
율주 (끄덕 끄덕 하곤) 엄마.
영애 응?
율주 엄마 나.. 결혼 안한다고 그러면, 어떻게 되는 거야?
영애 (놀라서) 그게 무슨 소리야?
율주 그냥..
영애 (성내며) 그냥이라니, 얘가, 그냥 할 소리가 있지, 왜 그런 소리를 그냥 해.
..김검사랑 싸웠니?
율주 아니.
영애 막상 결혼 날짜 가까워오니까, 심난해?
율주 (애써) 그런가 봐.
영애 아무리 심난해도 그런 소리 하는 거 아냐, 결혼 날짜 받아놓고.
율주 ……
씬18. 레스토랑 뒤 뜰/낮
강욱, 안에서 쓰레기봉투를 들고 나온다. 쓰레기통에 넣고는 막 돌아서는 데, 율주, 화분에 물을 주려는 듯,
분무기를 들고 나오다가 마주친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 잠시 서로를 본다.
강욱 (율주가 손에 든 분무기 보고) 물 주게요? 내가 아까 줬는데.
율주 그래? (확인하려는 듯이 화분으로 가고)
강욱도 따라간다. 두 사람, 나란히 고개를 숙이고 화분을 본다.
입구로 들어서던 수진, 안으로 들어가려다가 강욱과 율주를 발견했다.
율주 딱 알맞게 잘 줬네..
강욱 거봐요.. (미소)
율주 (같이 미소)
수진 (??한 얼굴로 두 사람을 본다.)
율주 .. 어제, 잘 잤어?
강욱 네.. 잘 잤어요?
수진 (소리) 두 사람 사이 좋아졌네?
강욱, 율주 (화들짝 놀라서 보면)
수진 왜 이렇게 놀래?
율주 (고개 숙이며) 나오셨어요.
강욱 (같이 고개 숙이고)
수진 (웃으며) 갑자기 왜 이렇게 사이가 좋아졌어? 맨날 냉랭하더니만.
강욱,율주 ……
수진 근데, 율주, 왜 이러고 있어? 오늘 드레스 맞추는 날 아냐?
강욱 ! (율주 본다.)
율주 .. 태현씨가 온다 그랬어요.
수진 그래? .. 율주 나가기 전에 나 좀 보자. (안으로 들어가고)
율주 네.. (강욱과 눈 마주치지 못하겠고)
강욱 (율주 보는)
율주 .. (천천히 안으로 들어가고)
강욱 ……
씬19. 검찰청 계단에서 주차장으로/오후
태현과 건실, 재철이 걸어가고 있다.
재철 (궁시렁) 지난번에도 제보 전화 믿고 나갔다가 허탕 쳤는데..
건실 아참, 어차피 따라올 거면서 무슨 잔소리가 그리 심한지..
빨리 가서 차나 빼.
재철 내가 무슨 아, 정말.. (불만스럽게 차 쪽으로 빠르게 걸어간다.)
건실 (태현에게) 다녀오겠습니다.
태현 네.. (하다가) 아참, 계장님.
건실 (돌아보면)
태현 계장님.. 옛날에 강원 경찰청에 계셨었죠?
건실 네.
태현 뭐 좀 하나 알아봐주셨으면 하는데..
건실 뭐요?
태현 (망설이는 듯하다가).. 5년 전 서강욱 살인사건 말인데요, 제보 전화가 있 었다는데.. 다
소각 됐다고 하네요. 찾을 수 있을까요?
건실 글쎄요.. 5년 전이면 쉽지 않은데.. 근데, 그 사건은 왜요?
태현 그냥 좀.. 관심이 가서요.
건실 지난 사건 괜히 후벼 파지 마십시오. 형사부 박검사님이요, 지난 사건 괜 히 후벼 팠다가
(작은 소리로) 옷 벗었잖아요.
태현 (처음 듣는다.) 그래요?
건실 아버지가 뇌물로 관련이 돼 있었다나 어쨌다나.. 자세인 모르겠어요.
태현 ……
E 클락션 소리.
건실,재철 (돌아보면)
재철 (차를 빼고는 건실 향해) 빨리 타요!
건실 (재철에게 인상 써주고는) 알아볼게요.
태현 천천히 알아봐주세요. 당장 뭘 해보겠다는 건 아니니까. 일 생기면 바로
연락주시고요.
건실 네! (차 쪽으로 뛰어간다.)
태현 (보곤 자신의 차로 가는)
씬20. 레스토랑/오후
율주와 수진, 창가 옆에 마주 앉아있다.
강욱, 두 사람 앉아있는 테이블 근처, 한 손님테이블로 직접 음식을 서빙 하고 있다.
강욱 맛있게 드십시오.
수진 (반지케이스를 내밀며) 내가 결혼 전에 우리 시어머님한테서 물려받은 거 야. 이제 율주한테
줄 때가 된 거 같아서..
강욱 (그 소리를 들었다.)
율주 !
수진 왜 안받아, 어서 받아.
율주, 천천히 케이스를 잡는다. 손끝이 떨린다.
강욱 (테이블에서 떨어져 걸어 나오면서 보는)
수진 드레스, 돈 생각하지 말고, 예쁜 걸로 맞춰. 드레스 샵에 다 얘기해 놨으니 까.
율주 ……
수진 (창밖을 보며) 태현이 저기 오네.
강욱, 창밖으로 태현을 본다. 자리를 피하려는 듯 조리실로 들어가 버린다.
태현 안으로 들어온다. 수진과 율주가 일어난다.
수진 (태현 쪽으로 가며) 왔니?
태현 네. 좀 늦었어요. (율주 보는)
수진 얼른 나가봐. 율주 다시 올 생각 말고 아예 퇴근 해.
율주 .. 네..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인사하고)
태현 가볼게요.
수진 그래. 어서 가봐.
씬21. 레스토랑 앞/오후
태현, 주차되어 있던 차에 율주를 차에 태우고 있다.
누군가 보는 시선, 강욱이 거리를 두고 서서 바라보고 있다. 태현의 차가 떠난다.
강욱 (마음 무거운)
씬22. 웨딩드레스 샵 룸 안/오후
율주, 드레스 룸 안에서 드레스를 입고 서서는 거울을 바라보고 있다.
율주 (무겁다.)……
강욱E 사랑이라는 게.. 같이 있어주는 거라는데.. 내가 같이 있어 줄 수가,
없으니까, 그래서.. 보냈어요..
율주 ……
강욱E 미안해요.. 나한테는 그게 사랑이었어요.. 그게 당신한테 죽고 싶을 만치의 고통일 꺼라곤 생각
못했어요.
율주, 갑자기 눈에 눈물이 맺힌다. 얼른 손으로 눈을 꾹꾹 눌러 눈물을
닦는다.
씬23. 동장소 룸 앞/오후
태현, 신문을 보고 있다. 신문에 열중하고 있다. 드레스 룸이 열리면서 율 주가 나온다.
태현 (별 반응 없이 보는)
율주 ……
태현 (천천히 배시시 웃으며 엄지손가락 치켜들고)
율주 (엷게 웃어 보이고)
씬24. 레스토랑/오후
클로징 타임(오후3-5시 사이)시간이다.
폴라로이드 사진이 꽂혀있는 보드 앞. 강욱이 사진을 보고 있다.
강욱의 어깨너머로 들려오는 영길, 윤종, 민혁의 웃음소리.
세 사람, 양푼에 밥을 비벼서는 서로 먹겠다고 싸우고 있다.
강욱, 비스듬하게 꽂혀 있는 율주의 단독 사진을 보고 있다.
강욱 (바라보다가 사진을 똑바로 해주는)
씬25. 방송국 외부 일각/저녁
자경이 호태를 불렀다. 두 사람 나란히 서있다.
자경 (따지지 않는 투로) 호태야.. 너 제주도에서 왜 그랬니.
호태 뭘.
자경 선생님하고 강욱이한테 왜 그랬니.
호태 (보는)
자경 나, 강욱이 하고 아무 것도 아닌 사이가 되더라도 너한테 가지 않아.
호태 .. 왜, 왜 난 안되는데?
자경 (빤히 보는)
호태 왜 난 안되는데, 고등학교 때부터 지금까지 너만 좋아했어, 단 한시도 한 눈 판 적 없어.
.. 난 강욱이 보다 공부도 더 잘했고, (화가 나려고 하는)
대체, 강욱이 보다 내가 못한 게 뭐가 있어. 왜, 왜, 난 안되는데.
자경 (쓸쓸하게) 너니까.
호태 !
자경 강욱이 밖에 보이지 않는 나니까.
호태 ……
자경 (웃음기 있는 얼굴로) 먼저 갈게.
자경, 간다. 호태 그 자리에 서있다.
씬26. 율주의 집 앞/밤
율주, 집에 들어가지 않고 동 앞 의자에 앉아있다.
전화기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결심한 듯, 번호를 누른다.
액정에 뜨는 <강욱>. 통화 버튼을 누르려다가 멈칫, 전화기를 닫는다.
E 바로 울리는 벨소리.
강욱이다.
율주 (반갑게 받는) 여보세요..
강욱 드레스 맞췄어요?
율주 .. (겨우) 응.
씬27. 레스토랑 조리실/밤
모두 퇴근했다. 바닥에 앉아서 전화를 걸고 있다.
강욱 (끄덕이고는) .. 오늘 잘 끝났어요.. 궁금해 할까 봐요..
율주E 그래.. 그러찮아도 궁금했는데.. 어디니?
강욱 레스토랑이요..
율주E 왜 아직 안 갔어?
강욱 소스 끓여놓고 갈려구요.
씬28. 씬26의 장소/밤
전화를 하고 있는 율주,
율주 그랬구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강욱E (잠시 말이 없다가) 그만 끊을게요.. 주무세요.
율주 어.. 그래.. 잘 들어가.
강욱E 네.
전화 끊어지는 소리. 율주도 천천히 전화를 접는다.
잠시 앉아있던 율주, 갑자기 벌떡 일어난다. 아파트 밖으로 빠르게 뛰어간 다.
씬28-1. 조리실/밤
전화를 끊은 강욱, 멀거니 앉아있다.
율주E 바보야, 사랑은 같이 있어 주는 게 사랑이야. 떠나보내는 게 어떻게..
사랑일 수가 있어..
강욱 (마음 아픈)
<플래시 컷>-테이블 위에 놓여있던 반지 케이스. 반지를 집으려던 율주의 떨리는 손끝.
강욱 (어찌 할 줄을 모르겠다.)
씬28-2. 거리 택시 안/밤
율주가 타고 있다. 창 밖을 보며 초조한, 레스토랑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중이다.
씬29. 레스토랑/밤
강욱, 불을 끄고 있다. 나오려는데, 문이 열린다. 자경이다.
강욱 (보면)
자경 못 만날 뻔 했네?
강욱 ……
씬30. 레스토랑 앞 일각/밤
택시가 선다. 율주가 내린다. 레스토랑으로 들어서려다가 멈칫한다.
안에서 강욱과 자경이 나오는 것이 보인다.
두 사람. 자경의 차에 오른다. 자경의 차가 출발한다.
율주 (다가가지 못하고 보고만 있는)
씬31. 거리/밤
달리는 자경의 차. 자경과 강욱이 타고 있다.
강욱 (창 밖 보고 있는)
자경 우리 어디 갈까?
강욱 (툭) 집에.
자경 (서운한 기색이 생겼지만 바로 감추고는) 집? 우리 집은 어때?
강욱 (창 밖에 시선 둔 채로) 그냥.. 우리 집으로 가.
자경 (기분 상했으나 티내지 않고 당당하게) 그래.. 나도 너희 집으로 갈게,
가서 아예 살래.
강욱 (본다.)
자경 (같이 보며 끝까지 당당하게) 까짓것, 같이 살자구.
씬32. 강욱의 집 앞/밤
자경의 차가 선다.
자경 강욱아.
강욱 (보면)
자경 .. 나.. 불안해.
강욱 ……
자경 불안한데, 널 귀찮게 하진 않을 거야.. 그럼 니가 아예 도망가버릴거잖아.
강욱 (뭔가 말을 해줘야겠기에) 자경아.
자경 (자르며) 알았어, 짐 싸가지고 오는 건 나중에 할게.. 지금은 좀 더 봐줄게, 이게
얼마나 갈지 모르겠지만,
강욱 (잠시 보다가) .. 잘 가라. (내린다.)
자경, 백미러로 걸어가는 강욱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자경 (마치 강욱이 듣기라도 하듯이) 강욱아.. 남자는 여자를 사랑할 때 마음을 반만 준대. 그리고
그 다음 사람한테 반의 반, 그 다음 사람한테는 반의 반의 반.
더 이상 강욱은 보이지 않고,
자경 (씁쓸한) 넌 나한테 얼마나 줬을까? .. (기죽지 않는) 아무래도 상관없어.
자경, 음악을 크게 틀면서 차를 출발시킨다.
씬33. 자경의 오피스텔 욕실/밤
자경, 옷을 입은 채로 욕조 안에 들어가 있다. 물이 턱까지 닿도록 깊게 누워있다.
자경 (무표정한)
자경, 괴로운지, 몸을 욕조 깊숙이 더 숙인다.
씬34. 강욱의 집/오전
강욱, 출근하려고 방에서 나오고 있다.
강욱 할머니, 나 갔다 올게!
인자 (기침을 하면서 문을 연다.) 왜 이제 가?
강욱 (걱정의) 할머니, 기침 심하네~ 지난번에도 이렇게 기침하더니만..
약 드셨어?
인자 괜찮아. 애하고 늙은이는 원래 기침을 달고 사는 거야.
강욱 소리가 심상치 않은데 뭐어~
인자 괜찮다니까 그러네 이놈이, 얼른 가, 남의 집 일 해주는 놈이 이렇게 늦으 면 돼? ..어젠
왜 그렇게 밤새 잠 못 자고 뒤치닥꺼렸어?
강욱 (배시시 웃기만)
인자 (다시 기침/밀며) 얼른 가.
강욱 (밀려서 나가면서도) 약 안사다 줘도 돼?
인자 괜찮여, 얼른 가..
강욱 갔다 올게.. (끝까지 걱정스러운 얼굴로 인자를 보고 나가는)
인자 (강욱 나가자) 저놈이 또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건지.. (다시 올라오는 기 침/방으로
들어가는)
씬35. 레스토랑/오전
아직 오픈 전. 구석진 테이블에 수진과 영길이 마주 앉아있다.
율주, 셋팅 된 테이블들을 둘러보고 있는..
수진 사실이에요?
영길 (곤란한) 저 그게요.. 근데, 그 소리를 어디서 들으셨습니까?
수진 제가 그걸 어디서 들은 게 중요해요 지금? 사실이에요? 서강욱씨가 교도소 에 있다 온 게.
율주 (그 소리에 수진을 본다. 굳어버리고)
영길 .. (어쩔 수 없이) 네.
수진 몇 년 있어나 본데, 무슨 죄였어요?
율주 !!
영길 저기.. 사장님.. 그게요.. (차마 말 못하는데)
수진 제가 더 화가 나는 거는요, 미리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는 거예요.
무슨 죄로 들어갔다 왔어요? 나이도 어린 사람이.
율주 (다가와서는) 저.. 사장님..
수진,영길 (보면)
순간 문이 열리면서 강욱이 들어온다. 율주, 수진, 영길의 시선이 강욱에게 로 간다.
강욱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꾸벅 인사하고 조리실로 가려는데)
수진 서강욱씨. 잠깐 이리 좀 와 봐요.
강욱 (다가오는)
율주 (어쩌나 싶은데)
수진 교도소에 있었다면서요.
강욱 !... 네.
수진 무슨 죄였어요?
강욱 .. 상해치사였습니다.
수진 상해치사라면, 사람을 죽였다는 말이에요?
영길 사장님, 사람을 죽인 게 아니라.. 사고죠 사고.
수진 (기막혀 강욱을 보는)
강욱 (고개 숙이고 있고)
율주 사장님.. 제가 다 알고 있었습니다.
수진 (어이없어) 지배인도 알고 있었다고?
율주 네.
수진 (화난) 지배인, 언제부터 직원들 일을 나한테 비밀로 했지?
율주 죄송합니다.
강욱 (나서며) 제가 말씀드리지 말아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율주 (강욱 보는)
수진 (더 기막힌 눈으로 강욱을 보고)
강욱 제가 지배인님께, 부탁드렸습니다. 말하지 말아달라고.
수진 서강욱씨, 그렇게 안 봤는데 좀 뻔뻔하네.
지배인, 지배인은 지금 누구 말을 듣는 거야? 아니, 겨우 직원이 부탁했다 고 나한테 비밀로 해? 지금 정신이
있는 거야?
율주 죄송합니다.
강욱 (오히려 실수했다/율주 보며 마음 아픈데)
수진 나 참 기가막혀서, 서강욱씨가 주방장 자리 달라고 하면 그것도 주겠네
영길 아유, 그런 일은 없죠오~ 이놈이 그렇게 까지 뻔뻔하지는 않습니다.
수진 (율주에게) 여태 이런 일이 없었는데, 지배인이 이번에 아주 크게 실망 시키네 나를.
강욱 (고개 못 들고 있는 율주 보며 마음 아프고)
영길 죄송합니다. 사장님 다 제 불찰입니다.
수진 지배인, 서강욱씨에 대해서 나한테 뭐 또 숨기는 거 없어?
율주 (고개만 숙이고 있는)
수진 왜 말을 못해?
강욱 (마음 아프게 율주 보고)
영길 아유, 없습니다. 더한 비밀이 어딨겠습니까.
수진 (어이없다는 듯이 율주와 강욱을 보고는 나가버린다,)
영길 지배인 미안해. 괜히 내가 비밀로 해달라고 해서.
율주 아니에요.
영길 (화나는) 아 정말, 전과자는 인간도 아닌가 진짜.. (기운 내라는 듯이 강욱 의 어깨를 툭
쳐주고는 조리실로 가버린다.)
율주 (낮게 한 숨 쉬고)
강욱 (마음 아프게 율주 보고)
씬36. 조리실 앞/오전
강욱, 막 조리실로 들어가려는데,
윤종 (조리실 안에서) 오빠, 강욱이 오빠가 전과자였어?
강욱 (그 소리에 멈칫)
영길 야! 너 죽을래?
윤종 왜 그래~ 무섭게~ 나도 아까 다 들었단 말야.. 나 전과자 싫은데, 무서 워~
강욱, 열었던 문을 천천히 닫는다.
씬37. 거리/오후
강욱, 목적 없이 터덜터덜 걷고 있다.
학주E 야 이 자식아, 난 니 인생이 어떻게 풀릴지 그게 의문이다 자식아.
강욱 (자포자기의 허한 웃음이 비실 흐르고)
신호등 앞에 선다. 사람들 길을 건너는..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그대로 멈춰서 있는 강욱.
씬38. 태현의 사무실/오후
태현, 판매책 피의자(20대후반/남)를 조사하고 있다.
건실과 재철, 옆에 서서 보고 있다.
태현 (카리스마/서류를 넘기며) 형사 소송법 200조에 의해 당신은 불리한 진술 을 거부할 수
있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다. 알고 있을 거고..
이름, 김명수, 주민등록번호 7808151002356. 성별은 남자. 거주지
방배동35번지, 맞지?
피의자 (고개 숙이고 작게) 네.
태현 (넘기며) 2005년 4월 17일 한강 고수부지에서 노숙자에게 심부름을 시켜 쇼핑가방에 든
마약을 매수자에게 전달. 증거물은 감마 하이드록시 부티레 이트, 속칭 물뽕 2kg. (피의자 무슨 말을 하려하면
선수치며) 아무 말 마.
괜히 형만 높아져. 이 새끼 진짜 나쁜 놈이네. (재철에게) 데려가세요.
씬39. 검찰청 복도/오후
태현, 율주에게 전화하면서 밖으로 나가고 있다.
태현 교수님한테 전화 드렸어, 우리 결혼한다고 그러니까 좋아하시더라..
주례 해주시겠대.. 나 지금 나가거든?
씬40. 레스토랑/오후
율주, 입구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다.
율주 알았어. 학교로 갈게.. 그래 이따 봐.. (전화를 끊는/밖을 보면서 한숨이 나 는데)
영길 (옆에 와서는) 강욱이 자식 전화 안받네.. 꺼놓지는 않았는데..
율주 (걱정의)
영길 알아서 들어오겠지 뭐.. 저도 속이 터져서 나갔나본데, 아 짜식, 죽어라 죽 어라 하네..
율주 (마음 무겁고)
씬41. 권투도장/오후
강욱이 스파링 상대를 해주고 있다. 일방적으로 맞고 있다.
강욱의 얼굴위로 계속 가해지는 선수의 주먹.
강욱 (자학하듯이 맞겠다는 눈빛)
구경남 (강욱에게 소리치는) 맞지만 말고 쳐봐! 지난번에는 잘만 휘두르더니만..
E 핸드폰 소리.
한쪽에 벗어놓은 강욱의 옷에서 삐죽이 나온 핸드폰이 계속 울리고 있다.
구경남1 아참, 아까부터 시끄럽게.. (전화를 받으며) 여보시오!
씬42. 거리/오후
율주, 미친 듯이 뛰어 가고 있다. 멈춰 서서 건물들을 둘러본다.
뭔가를 찾고 있다. 권투도장이 보인다.
빠르게 다가가는 율주. 문을 열려는데 안에서 강욱이 나온다.
율주 (강욱 보자 기막힌)
강욱 (상처 난 얼굴을 만지며) 어떻게 알고 왔어요?
율주 (말이 안나오고)
강욱 (배시시)
율주 (마음 아파 고개 돌려 버린다.)
씬43. 공원 일각/오후
강욱과 율주가 나란히 앉아있다.
강욱 .. 저 때문에 애쓰지 마세요.. 어차피, 선생님 결혼하시면, 저 거기 있기 힘 들어요. 지금
나갈게요.
율주 (아픈)
강욱 괜찮다니깐요. 어디 갈 데 없겠어요?
율주 내가 나갈게.. 어차피 나 결혼하면.. 그만 둘려고 그랬어..
강욱 !
율주 그러니까 넌 그냥 있어.. 내가 사장님한테 다시 말씀드릴게.
강욱 그러지 마세요.. 저 때문에 선생님 밉보이시면 어쩌려고요.
율주 나야말로 괜찮아.
강욱 (보는)
율주 (잠시 보다가) 강욱아.. 너 자꾸 다치지 마.. 너 얼굴에 상처 하나 날 때 마 다.. 나도
상처 나.. 나도 아파..
강욱 (밀려오는)
율주 (미치겠다.) 내가.. 어떻게 해야 될지를 모르겠다 정말.. 확 도망가버릴 수 도 없고..
강욱 (보는)
율주 (한숨만 나오는데)
E 율주의 핸드폰 소리.
율주,강욱 (핸드폰 보는)
율주 ……(미안함에 차마 전화를 받지 못하는)
씬44. 대학 캠퍼스/오후
태현, 법대 건물 앞에 서서 전화를 걸다가 폴더를 닫는다.
태현 (굳는)
씬45. 레스토랑 앞 거리/오후
태현의 차가 레스토랑을 향해 다가오고 있다.
태현, 다시 한번 핸드폰 버튼을 누른다. 계속 울리는 벨소리.
태현 (전화를 꺼버리려는데)
율주E 어.. 태현씨.
태현 어디니 지금.
씬46. 레스토랑 일각 거리/오후
레스토랑에서 조금 떨어진 거리. 율주, 한 곳에 서서 전화를 받고 있다.
강욱이 일부러 피하려는 듯 거리를 두고 떨어져 서있다.,
율주 미안해 태현씨.. 일이 좀 있었어..
태현E 무슨 일.
율주 이따 얘기할게.. (신경 쓰이는 강욱/보고)
태현E 지금 어디냐고.
율주 레스토랑에 들어가는 길이야.. 좀 있다 다시 할게.. 응.. 이따 봐. (전화를 끊고는 강욱
보면)
강욱 (일부러 딴 데 보고 있고)
율주 (다가가서) 오늘은 그냥 집으로 가.. 그 얼굴로 일하기 힘들어.
강욱 미안해요.
율주 뭐가.
강욱 나 때문에 약속 못 지켜서.
율주 그게 왜 니 탓이야.. 내가, 안 간 건데..
강욱 (보는)
울주 꼭 집으로 가.
강욱 (끄덕이고는) 알았어요.. 저 건너서 버스 타고 갈게요.
율주 그래 그럼..
씬47. 씬45의 레스토랑 앞 거리/오후
전화를 끊고 가만 앉아있던 태현, 차를 돌린다.
순간, 횡단보도 앞에 나란히 서있는 강욱과 율주를 발견한다.
태현 (완전히 굳고)
태현의 시선, 불이 바뀌자 율주에게 손을 들어보이고는 길을 건너는 강욱.
길을 건너는 강욱을 오래도록 바라보는 율주.
태현 (화가 치솟고)
율주, 레스토랑 쪽으로 걸어간다. 심난한.. 태현의 차를 발견하지 못하고 태현의 차를 지나쳐 간다. 태현,
그대로 앉아서 가는 율주를 바라본다.
씬48. 술집/밤
태현, 술을 마시고 있다. 한번에 털어 넣고, 다시 따라서 또 털어 넣고,
털어놓고 하는..
태현 (화가 날대로 난)
씬49. 레스토랑/밤
모두 퇴근했다. 율주와 수진이 마주 앉아있다.
수진 (지그시 율주를 보다가) 지금 제자라고 감싸는 거지.
율주 죄송합니다.
수진 선생이 제자 감싸는 게 죄송할 게 뭐있니, 당연한거지.. 근데 나, 율주 너 한테 좀
섭섭하다.
율주 (고개 숙이고 있고)
수진 이제 감이 오네.. 그래서 서강욱이가 널 모른 척 했구나.
율주 (차마 진실을 말하지 못하겠고)
수진 알았어.. 니가 그렇게 감싸는데 어쩌겠니. (일어나며) 가자. 가는 길에 데려 다 줄게.
율주 아니에요.. 저 정리 좀 하고 갈게요.. 먼저 들어가세요.
수진 그럴래? 그래 그럼.. (나간다.)
율주 (문까지 따라 나가서)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수진 그래, 내일 보자. (가고)
율주 (깊은 한숨이 나고)
씬50. 레스토랑 앞/밤
율주 나오다가 멈칫한다. 자경이 막 차에서 내려 보고 있다.
율주 ..강욱이 만나러 왔니?
자경 네.
율주 강욱이 일찍 들어갔는데..
자경 그래요? (끄덕이고는) 알겠습니다. 그럼 가볼게요.
율주 그래.. 잘 가.
자경 (돌아서려다가) 선생님.
율주 응?
자경 선생님 어쩌실 생각이세요?
율주 ……
자경 설마 제주도에서 저한테 하실 말씀을 벌써 잊으신 거 아니죠?
강욱이 쳐다보지 않겠다고 하셨잖아요.
율주 ……
자경 (비웃듯) 또 거짓말이었어요? 5년 전에도 그러셨죠, 강욱이랑 연애하냐 그 랬더니, 아니라고
하셨어요.
율주 (보기만)
자경 차리리 솔직하게 말을 하던가, 왜 사람 자꾸 헷갈리게 하세요?
저한테 그러셨죠, 제가 강욱이 옆에 있어서 다행이라고, 근데, 또 선생님이 강욱이 흔드는 건 또 뭐예요?
율주 자경아..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데)
자경 가보겠습니다. (차를 타고 가버린다.)
율주 ……
씬51. 강욱의 집/밤
강욱, 마루에 앉아서 흔들거리는 샌드백을 바라보고 있다.
율주E 나를 위해서 나를 보냈다고? 그게 나한테는 죽음보다 더한 고통이었는데 도?
<플래시 컷>- 바닷가에서 눈물 흘리던 율주.
강욱 (밀려오는)
강욱, 벌떡 일어난다. 빠르게 밖으로 뛰쳐나간다.
씬52. 거리/밤
집에서 나온 강욱이 뛰어간다. 순간, 들려오는,
수진E 교도소에 있었다면서요.
강욱 (뛰는 속도가 늦어진다.)
윤종E 나 전과자 싫은데~ 무서워~
강욱 (좀 더 느린 걸음)
남자E 2347번!
강욱, 걸음을 멈춘다. 가슴 깊이 뭔가 올라 것 같다.
강욱 (눈이 붉어지고)
씬53. 율주의 집 앞/밤
태현, 아파트 동 앞, 의자에 앉아 있다. 율주 다가오다가 태현을 본다.
태현 (빤히 다가오는 율주 보고)
율주 (다가와서는) 오래 기다렸어?
태현 (화나 있는) 내가 오늘 하루 종일 널 기다린 거 같은데?
율주 (미안한).. 술 마셨어?
태현 (대답 않고 시선 돌린다.)
율주 (옆에 앉는다.)
태현 ……
율주 (어렵게). ..태현씨.. 미안해.
태현 뭐가. 약속 못 지켜서?
율주 .. 전부 다.
태현 전부 다 뭐.
율주 (태현을 똑바로 보지 못한다.)
태현 (율주를 빤히 보다가) 이율주.. 난 너한테 대체 뭐니?
율주 (보는)
태현 (허탈하게) 관두자.
율주 (미안함에 얼굴 못 들겠고)
태현 이율주.. 너.. 왜 변명 안하니. 오늘 왜 못나왔는지.
율주 (고개만 숙이고 있는)
태현 너.. 혹시.. 흔들리니?
율주 !
태현 그런 거야?
율주 (대답 못하고)
태현 (솟으려고 한다.) 그런 거야?
율주 (눈물 맺히는)
태현 (그 눈물 보자 미치겠고)
율주 .. 태현씨.. 미안해.. 미안해.. (깊이 고개 숙이고만 있는)
태현 (가만 보다가) 내가.. 어떻게 할까.
율주 ……
태현 (화를 참으며) 그래.. 내가.. 널 잡아줄게.
율주 (고개 숙이고 있는)
태현 잡아줄게.. 그래도 안 되겠니?
율주 (끄덕이며) 그렇게 해줘.. 차라리 태현씨가 그렇게 좀 해줘.. (눈물)
태현 (가만 보는/이러지도 저러지도 미치겠다)
씬54. 강욱의 집 앞/낮
자경의 차가 선다.
자경 (전화하며) 나와, 집 앞이야.
강욱 (안에서 나오며) 어쩐 일이야?
자경 너 잡으러 왔어.
강욱 (풋)
자경 어서 타. 할머니 말 못 들었어? 사람 밥심으로 사는 거야. 밥 먹으러 가.
씬55. 호텔 앞/낮
자경의 차가 들어선다. 자경과 강욱이 내리고, 벨보이가 자경에게서 키를 받는다. 안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씬56. 호텔 로비/낮
강욱과 자경이 멈칫한다. 이미 들어와 서있던 태현과 율주를 봤다.
태현과 율주도 강욱을 봤다. 놀란 네 사람의 교차하는 눈빛.
태현, 율주와 함께 강욱쪽으로 다가온다.
태현 어떻게 여기서 이렇게 보네, (하곤 자경 보면)
자경 안녕하세요?
태현 (누군가 싶은 표정으로) 아 네. 안녕하세요?
율주 태현씨.. 내 제자야, 윤자경 아나운서.
태현 아, 네. 방송 몇 번 들었습니다.
자경 고맙습니다.. 선생님 약혼자 분, 되시나 봐요.
태현 네.. (강욱 보는)
강욱 (태현 보는)
자경 근데.. 어쩐 일이세요, 여긴.
태현 아, 부모님들하고 식사 자리가 있어서요.
자경 네에.. 결혼 날짜 얼마 안 남으셨나보네요. 저희도 밥 먹으러 왔어요.
태현 네.. (강욱 보는)
강욱 (누구에게도 시선 주지 않고 있고)
율주 (고개 숙이고 있고)
태현 (그런 두 사람 보는)
자경 (그런 두 사람 보는)
씬57. 호텔 엘리베이터/낮
네 사람 같이 타고 있다. 네 사람 다 말이 없다.
씬58. 호텔 내 식당/낮
수봉, 수진, 영애, 태현, 율주가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멀리 거리를 두고 자경과 강욱이 마주 앉아서 식사를 하고 있다.
수봉 (영애에게) 진작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신경 못써서 죄송합니다.
영애 별 말씀을요.. 저희가 모셨어야죠.
강욱 (멀리서 어쩔 수 없이 힐끗 율주를 보고)
수진 (강욱을 힐끗 보고는 못마땅한 투로) 서강욱씨 여자친구는 예쁘네.
영애 (강욱을 본다./어디서 많이 보던 얼굴이다)
태현 윤자경 아나운서라고요. 율주 제자에요.
수진 그래? (수봉에게 슬쩍) 저 친구가 전과가 있더라고요.
수봉 (그 소리에 강욱 본다.)
태현 (놀라서) 어떻게 아셨어요?
수진 너 알고 있었어?
태현 아 예.. (눈치 채고는) 율주가 얘기 했어요.
율주 (고개 숙이고 있고)
영애 (굳는/강욱을 알아봤다. 얼른 율주를 본다.)
수봉 무슨 죄였는데.
수진 상해치사래요.. 율주가 봐달라고 해서 그냥 두는데.. 좀 그래요.
태현 (율주 보는)
강욱 (자꾸 시선이 율주에게 가는 것을 참고 있는)
자경 (그런 강욱을 보는)
수봉 상해치사면 사고였네.. 너무 그러지 마요.
영애 (가슴 떨리고)
수봉 애들 결혼하고 나면, 율주 어머님이 제일 적적하시겠네요. 저희랑 자주 외 출도 하고 그러시죠.
영애 네..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수진 율주가 결혼해도 엄마를 자주 찾아봐야지 뭐.
수봉 그건 당신이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수진 그런가요?
모두 웃는다.
씬59. 동장소 일각/낮
식당에서 나오는 율주, 화장실을 갔다 오던 강욱과 마주친다.
두 사람 서로 본다. 잠시 눈빛이 교차한다.
율주 (흔들리는)
강욱 (흔들리는)
태현, 안에서 나오다가 두 사람을 봤다.
강욱과 율주도 두 사람을 봤다. 강욱, 태현에게 까닥 인사하고는 안으로 들어간다.
태현 (율주 보면)
율주 (처연한 미소 보이고는 안으로 들어가는)
태현 ……
씬60. 호텔 앞/오후
수봉, 태현, 수진, 영애, 율주가 나와 선다.
수봉 (영애에게) 애들은 같이 있다 오라 그러고 저희 차로 가시죠. 제가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영애 아니에요.
수진 같이 가세요. 오늘 저랑 시간 좀 보내시죠 뭐.
영애 그럼.. 그럴까요?
수봉 (태현과 율주에게) 먼저 간다.
태현.율주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율주, 수봉, 수진을 배웅한다.
강욱, 안에서 유리문을 통해 보고는 멈칫한다.
강욱 …… (웃으며 배웅하는 율주를 보는)
태현 (수봉의 차가 떠나자 율주에게) 지하에 가서 차 가지고 올게. 여?어.
태현, 다시 안으로 들어간다. 강욱, 그제 서야 나와서 율주 옆에 선다.
강욱 (불쑥) 좋겠다. 우리 선생님.
율주 (놀라 얼른 옆을 본다.)
강욱 (슬픈 미소) 시집가서.
율주 (무너지는데)
강욱 (마음 아프고)
율주 자경인?
강욱 차 가지러 갔어요. 김검사님은요?
율주 차 가지러.
택시 한대가 두 사람 앞에 선다. 벨보이가 다가와서 택시 문을 열어준다.
강욱과 율주 본다.
벨보이 안 타십니까?
율주,강욱 (대답 않는)
벨보이 (택시 문을 닫는다.)
말없이 서있는 강욱과 율주.
강욱 ……
율주 ……
강욱과 율주 택시를 본다. 택시는 떠나지 않고 그대로 서있다.
율주, 강욱을 본다. 강욱도 율주를 본다. 잠시 서로 교차하는 눈빛.
강욱의 손끝이 움직거리고 있다. 망설이고 망설이는..
어느 순간 강욱이 율주의 손을 잡고 마는데,
태현 (불쑥) 그 손 놔.
율주,강욱 (소리 나는 쪽을 보면)
태현, 옆에 서있다. 두 사람을 보고 있다.
강욱 (태현 보면서 율주 손놓지 않는)
태현 (강한) 그 손 놔.
강욱 (그래도 손놓지 않고)
순간, 태현의 주먹이 강욱에게 날아갔다. 태현의 주먹이 ?다. 강욱, 뒤로 넘어지면서 그 바람에 율주의 손을
놓쳤다. 서로 놓은 두 사람의 손,
태현, 율주의 손을 잡아끌고는 차에 태운다.
율주 (차에 오르면서 강욱을 보고)
태현 (속도를 내면서 가버리고)
천천히 일어나는 강욱, 가는 율주를 본다.
그런 강욱을 보는 시선, 차를 가지고 나온 자경, 차 안에서 강욱을 보고 있다.
강욱 (이제 율주는 보이지 않지만 그대로 서있고)
자경 (그런 강욱을 보는)
자경, 천천히 강욱 앞으로 차를 가져간다.
아무 말 않고 기다리듯이 옆에 선다.
강욱 …… (율주 보이지 않은지 오래됐지만 간 방향을 보고 있는)
자경 (그런 강욱 보는)
씬61. 달리는 태현의 차안/오후
태현, 화가 났다. 차의 속도를 올리고 있다.
율주 ……
씬62. 나무가 울창한 거리/오후
태현과 율주가 나란히 서있다.
태현 (화가 날대로 났다)
율주 …… (아무 말 않고 고개 숙이고 있는)
태현 .. 아버님 돌아가셨을 때, 결심했어.. 내가 너에게 그 자리 채워주겠다고,
율주 (미안한 표정으로 보고)
태현 아버님이 돌아가시기 전, 부탁하시기도 했지만, 내가 아버님을 대신하겠다 는 건, 돌아가시기
전, 아버님 부탁 때문이 아냐.
.. 이율주, 너 처음에 자신 있다고 했지, 흔들리지 않을 자신 있다고 했지.
율주 (겨우) 태현씨.. 태현씨한테는 정말 미안해서.. 딱 죽고 싶은 심정인데..
나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내가.. 다.. 알아버렸어.
태현 뭘.
율주 강욱이 진심을.. (눈물 맺혀) 그걸 모른 척, 할 수가, 없어..
태현 (굳는)
율주 나도 내가 싫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참을 수가 없어..
나도 어찌해야 할지를 모르겠어..
태현 (치솟은)
율주 (눈물만)
태현 대체 난 뭐니?
율주 (말 못하고)
태현 너한테 난 뭐냐구, 8년을 만나왔고, 그중에 2년을 눈감아주고, 3년을 기다 렸어.. 너한테
내가, 그렇게 아무것도 아니니?
율주 (차마 보지 못하고)
태현 나에 대한 너의 마음은 대체 뭐니?
율주 ……
태현 단 한번도 너한테 사랑한다는 소리 들어보지 못했지만, 사랑이라고 생각했 어. 같이 밥 먹고
얘기하고, 얼굴 보면 웃고, 그것도 사랑이라고, 아니니? 내가 틀렸니?
율주 (대답 않는)
태현 (강한) 나, 너 포기 못 해.
율주 (보는)
태현 너 그거 아니? 사람이 사랑을 멈추는 데,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
나는 그 용기 없어. 처음부터 너였고, 앞으로도 계속 너야. 포기 못해.
율주 ……
태현, 잠시 율주를 보다가 가버린다. 율주, 그 자리 그대로 서있고,
씬63. 거리/오후
달리는 자경의 차안. 강욱, 멀거니 밖만 바라보고 있다.
자경 (화난) 서강욱, 지금 이런 말 니 귀에 안 들어올지 모르겠지만, 나는,
너 안 놓쳐.
강욱 (대꾸 않고)
자경 이율주가 싫다 정말.
강욱 자경아.. 차 세워라.
자경 싫어.
강욱 세워.
자경 (톤 높여서) 싫어.
강욱 (보면)
자경 (눈물이 그렁해서는) 싫어, 안 세워.
강욱 (창 밖으로 시선 돌리고)
속도를 높인 자경의 차, 신호등 앞에 선다.
강욱, 갑자기 문을 열고 나가버린다.
자경 (보는)
강욱, 돌아보지 않고 왔던 길을 되돌아 가버린다.
자경 (기막혀 눈물 흐르고)
신호등이 바뀌고, 뒤에서 클락션 소리가 울린다. 자경, 클락션 소리 무시하 고 그대로 앉아 있다.
자경 (화나고 서운하고 기막힐뿐)
씬64. 거리/오후
강욱, 목적 없이 걸어가고 있다.
<플래시 컷>-호텔 앞에서 잡았던 두 사람의 손.
-호텔 식당에서 부모들 속에 섞여있던 율주.
강욱 (미치겠는)
씬65. 버스 정류장/저녁
율주, 버스정류장 의자에 앉아있다. 율주 앞으로 지나가는 버스들.
율주, 여러 대의 버스가 지나도록 앉아있기만 한다. 탈 생각이 없다.
태현E 난 너 포기 못해!
<플래시 컷>-호텔 앞에서 잡았던 두 사람의 손.
-제주도에서 강욱이 율주를 뒤에서 끌어안은 채 말없이 눈물 만 흘리던 어느 순간.
율주 ……
씬66. 태현의 차안/밤
태현, 차 안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고심 끝에 버튼을 누른다.
씬67. 한강 고수부지/밤
태현과 강욱이 나란히 서있다.
태현 아까 주먹질 한 거, 사과하지.
강욱 ……
태현 .. 내가 자네와 율주 관계를 알고 있었지만, 같이 일해도 상관없다고 생 각한 이유가 뭔지 알아?
강욱 그런 말씀을 하셨죠, 자신 있다고.
태현 (본다.)
강욱 (본다.)
태현 그래. 맞아.. 난.. 율주와 자네 사이를 알았을 때도, 한번도 율주에 대한 자 신감을 잃은 적
없어.. 화가 나서 이성을 잃은 적은 있어도. 아까처럼.
강욱 (보는)
태현 율주, 내 약혼녀야. 알지?
강욱 .. 네.
태현 그럼 곧 나랑 결혼할 여자라는 것도 알겠군.
강욱 (잠시 뜸을 들이다가) 네.
태현 안다니 다행이군.
강욱 ……
태현 두 사람, 제주도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지만.. 별로 알고 싶지도 않 고,
강욱 ……
태현 이제 율주 그만 흔들어. 내버려 둬.
강욱 (보는)
태현 난 더 이상 율주와 나 사이에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아.. 지난 몇 년 간, 충분히 시간
낭비 했다고 생각해.
강욱 선생님이 보낸 시간에 대해서 함부로 말하지 마세요.
태현 !
강욱 그 시간을 검사님과 함께 하지 않았다고 해서 낭비라고 하면 안 되죠.
태현 (웃어주며)자네는 사랑이라고 얘기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낭비였어.
강욱 (보는)
태현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지. 그래도 마찬가지야. 내 생각은 똑같아.
강욱 ……
태현 나 자네한테 더 이상은 주먹질 하고 싶지 않아. 앞으로 다신 그런 일 없었 으면 하네.
함부로, 남의 여자 손잡는 거 아냐.
강욱 (본다.)
태현 (여유 있게 미소 짓는)
씬68. 율주의 방/밤
율주, 들어온 옷차림 그대로 화장대 앞에 멀거니 앉아있다.
율주 (거울속의 자신을 보며 괴로운데)
영애 (문을 열고 들어오며) 율주야.
율주 어, 엄마.
영애 (다짜고짜 편지한통과 사진을 내놓으며) 낮에 호텔에서 본 청년, 이 청년 맞지.
영애가 들고 있는 사진은 강욱의 고등학교 때 사진으로 교복을 입지 않고,
모자를 눌러쓴 모습의 독사진이고, (강욱 교도소에 있을 때 율주가 인자 로부터 입수했음) 편지는 강욱이 교도소에서
율주에게 보낸 것이다.
율주 엄마 이거.. 어디서 났어?
영애 (다그친다.) 이 청년 맞지? 이 청년을 왜 니네 레스토랑에 데려다 놔?
니가 지금 제정신이야, 어? 제 정신이야?
율주 (아무 말 않고)
영애 너 어쩌려구 그래, 어쩌려구.
율주 ……
영애 둘이 무슨 일 있는 거, 아니지? 그치? 아니지?
율주 (대답 못하고)
영애 율주야.
율주 ……
영애 율주야아~
율주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참았던 것이 터진다.)
영애 (기막혀 바라보는)
율주 (눈물 맺혀) 엄마.. 나 너무 힘들어서 숨이 막힐 거 같아..
영애 왜, 왜 힘들어, 왜!
율주 엄마 나 어떻게.. 어떻게 해야 할, 지를 모르겠어..
영애 (목소리 커지며) 뭘 어떻게, 뭘,
율주 마음이 안 잡혀.
영애 (달랜다) 율주야.. 너.. 이러면 안돼, 너 이러면 안 되는 거야.
율주 나도 알아.. 아는데 엄마.. 마음이.. 그래.
영애 (기막혀) 율주야~
율주 엄마.. 늦어버렸어.. 이미 너무 늦어버렸어..
영애 얘가 정말, (율주의 팔을 잡고) 너 이러는 거 아냐~ 아냐~
율주 늦었어 엄마.. 너무 늦었어.. (도저히 안 되겠는지 잡고 있는 영애의 손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버린다.)
영애 너 어디 가!
씬69. 거리/밤
율주, 거리를 걸어간다. 목적은 없다. 그냥 발길 닿는 대로 걸어가고 있다.
씬70. 레스토랑/밤
강욱, 무거운 얼굴로 조리실 바닥에 아무렇게나 기대 앉아 있다.
핸드폰 소리. 액정 보면 율주다.
강욱 (반가움에 얼른 받으며) 여보세요.
율주E 나야 강욱아.
강욱 (반가움 감추고) 네.
율주E 어디니?
강욱 .. 집이죠.
씬71. 레스토랑 앞/밤
율주, 레스토랑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전화를 걸고 있다.
율주 들어갔구나..
강욱E 네.. 어디세요?
율주 나? 나도 집에 가는 길이야.. 어딜 가야할지 모르다가.. 집으로 정했어.
씬72. 레스토랑 안 &레스토랑 앞/밤
강욱은 레스토랑 앞에 바로 붙은 벽에,
율주는 강욱이 있는 자리의 바로 앞에 각자 등을 대듯이 쭈그리고 앉아서 는 전화를 하고 있다.
강욱 선생님.. 결혼하셔야 하는 거, 맞죠.
율주 .. 응.
강욱 ……
율주 ……
율주 강욱아..
강욱 네
율주 (침울하지 않게) 나 죽으려고 한 적 있다.
강욱 !
율주 아빠 돌아가시고.. 참 힘들었어.. 근데 너는 날 안보겠다 그러고.. 너무 힘 들어서.. 도저히
살 수 없을 거 같아서.. 죽으려 그랬는데, 죽진 못하겠고..
강욱 (아픈)
율주 누군가 잡아줄 사람이 필요했어.. 태현씨가 날 잡아 줬어..
강욱 .. 김검사님 같은 분이 선생님 옆에 있어서 다행이에요.
율주 응,, 늘 고마운 사람이야.
강욱 아깐 화 많이 나신 거 같던데..
율주 응.. 화 많이 났어.
강욱 .. 춘천에 있을 때 생각난다.. 내가 그런 얘기 했었죠? 처음부터 선생님이 좋았다고.
율주 (밀려오는/끄덕인다.) 응..
강욱 플라타나스 길 기억나세요?
율주 그럼, 나 태권도 했던 그, 커다란 나무도.. 생각난다.
강욱,율주 (동시에 약속이나 한 듯이) 보고 싶다.
율주 !
강욱 .. 옛날로 돌아가고 싶어요.. 5년 전으로..
율주 (눈물나는/얼른 수화기를 입으로 막는다.)
강욱 그럴 수만 있다면.. 시계를 돌려놓고 싶어요..
율주 .. 그래.. 그럴 수만 있다면.. (하다가 도저히 안 되겠는지 전화를 끊어버리
고)
끊어진 전화기를 바라보는 강욱. 두 사람, 서로 아무 말 없이 그 자세
그대로 앉아 있다.
씬73. 레스토랑/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있던 강욱, 일어선다. 천천히 입구를 향해 걸어간다.
씬74. 레스토랑 앞/밤
앉아있던 율주, 일어난다. 천천히 몸을 돌린다.
안에서 강욱이 나온다. 강욱 율주를 봤다. 율주도 인기척을 느꼈다.
돌아본다. 강욱이 입구에 서있다. 서로 보는 두 사람.
강욱 (보는)
율주 (보는)
잠시 바라본다. 잠시 교차하는.. 강욱, 갑자기 율주에게 한걸음 달려가더니 율주의 손을 잡고 뛰기 시작한다.
씬75. 거리/밤
도심 거리.
손을 잡은 채로 미친 듯이 달리는 두 사람. 행인들, 차들을 지나 어디론가 빠르게 달려간다. 도심 한 복판에
선다. 마주 서서는 숨을 몰아쉰다.
강욱 이제 우리 어디로 가야 되는 거죠?
율주 (모르겠다는 듯이 고개 젓고)
씬76. 성당 안/밤
아무도 없는 빈 성당. 율주과 강욱만이 나란히 앉아 있다.
율주 (고개를 숙이고 기도 하는)
강욱 (그런 율주를 보고)
율주, 고개를 든다. 강욱을 본다.
율주 (보는)
강욱 (보는)
강욱 (웃으며) 뭐라 기도했는지 내가 맞춰 봐요?
율주 뭐라 그랬는데?
강욱 .. 용서해 달라고요.
율주 아니.. 틀렸어. 절대로 용서하지 말라 그랬어.. 날 용서하지 말라고..
하지만, 허락해 달라고.. 너에게 다시 가는 거, 허락해 달라고..
강욱 ……
율주 ……
잠시 서로 보고 있던 두 사람. 강욱 율주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가슴에 얹는다. 율주. 강욱의 손을 가져다가
자신의 가슴에 얹는다.
두 사람, 서로의 심장에 손을 대고는 서로를 지그시 바라본다.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얼굴에서 엔딩.
씬77. 에필로그/호텔 로비/낮
호텔 로비에서 만난 네 사람. 서로 마주 보고 있는 네 사람의 모습이 흑백 으로 변하면서 빨간 실이 네
사람에게서 나온 실이 엉키기 시작한다.
처음과 끝이 어딘지 어떤 실이 어디로 가있는 지 알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