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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백성호
관심
#궁궁통1
영화 ‘킬 빌’로 유명한
배우 우마 서먼의 아버지는
로버트 서먼입니다.
그는
미국 컬럼비아대
종교학과 교수였고,
세계적인 불교학자입니다.
티베트의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는
50년 지기
친구 사이입니다.
사연이 있습니다.
서먼 교수는
서양인 최초의
티베트 승려였거든요.
실제 머리를 깎고
출가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 뉴욕의 티베트 하우스에서 만난 로버트 서먼 교수는 자신의 라이프 스토리를 풀어놓았다. 백성호 기자
서먼 교수는
미국에서 명문 사립고인
엑시터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었습니다.
그때
남미의 쿠바에서
공산 혁명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자유와 저항의 물결이
몰아칠 때였습니다.
당시 고3이었던 서먼은
학교를 때려치우고,
직접 총을 구해서
피델 카스트로 게릴라군을
찾아갔습니다.
게릴라군으로 자원했지만
아직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았습니다.
난감한
상황이었겠지요.
다니던 학교는
이미 자퇴한 상황이니
말입니다.
서먼은
혼자서 공부를 했고,
결국
하버드대 영문과에
입학했습니다.
대학 시절 내내
삶에 대한
본질적 물음을 던졌지만
풀지는 못했습니다.
#궁궁통2
서먼은
백만장자의 상속녀와
결혼했습니다.
하루는 차고에서
자동차 타이어를
수리하다가
튀어 오른 나사에
한쪽 눈을 실명하고
말았습니다.
그 사건이
서먼에게는
삶의 방향을 트는
큰 계기가 됐습니다.
로버트 서먼 교수의 딸 우마 서먼은 영화배우다. 중앙포토
그 길로 서먼은
인도로 떠났습니다.
인도에서
영어 강사도 하고,
요가도 배웠습니다.
우연히
몽골 스님을 만나
티베트어와 불교도
배웠습니다.
몽골 스님의 소개로
그는 23세 때
달라이 라마를
만났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그보다
다섯 살 위였습니다.
젊은 달라이 라마는
그에게
숱한
과학적 질문을 던졌고,
서먼은
엑시터 고등학교에서 배운
지식으로
일일이 설명했습니다.
둘 사이에는
우정이 싹텄고,
그렇게 서먼은
달라이 라마의 ‘과학 선생’이
됐습니다.
이듬해에는
달라이 라마가 직접
서먼에게
수계를 주었습니다.
머리를 깎은 서먼은
서양인 최초의
티베트 승려가
됐습니다.
당시만 해도
티베트 불교가
서양에 알려지기도
전이었습니다.
그러다
베트남전쟁이
터졌습니다.
미국 젊은이들은
반전 평화 운동을
펼쳤습니다.
티베트에 머물던
서먼은 생각했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내면만 챙길 수 없다.”
결국 그는
미국으로 돌아가
환속했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컬럼비아대 종교학과 교수가
됐습니다.
#궁궁통3
저는
미국 뉴욕의 컬럼비아대에서
서먼 교수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현대사회는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물질이 풍요롭고,
온갖 과학기술도 발달해 있다.
그런데
현대인은 오히려
더 불행해 하는 사람이 많다.
왜 그런가?”
로버트 서먼 교수는 "인간은 자꾸 행복을 고통으로 바꾸는 습관이 있다"고 말했다. 중앙포토
서먼 교수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달라이 라마는
나의 고통을
나의 행복으로 바꾸라고
말한다.
그런데 나에게는
해묵은
나쁜 습관이 있다.
나의 행복을
나의 고통으로
바꾸는 거다.”
서먼 교수는
왜 그럴까, 가만히
들여다봤다고 했습니다.
“그랬더니
이유가 보이더라.
저의 이기심이
행복을 불행으로
바꾸고 있더라.”
다시 물었습니다.
어떤 식으로
행복을 불행으로
바꾸는지 말입니다.
“가령
좋은 일이 생기면
처음에는
‘아! 좋다’고 한다.
그런데
조금 지나면
‘어? 더 좋을 수도 있는데’라고
생각하는 거다.
왜 그럴까.
나는 결코
만족을 모르기 때문이다.”
#궁궁통4
서먼 교수는
그 말끝에
나름의 해법을
하나 내놓았습니다.
“현대인이
우울증을 벗어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은 자비다.”
예를 들어
나의 고통은
생각하면 할수록
한없이 슬퍼진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나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을 보면 달라진다고
하더군요.
“그럴 때
내 고통이 점점 더
작아지는 거다.
그게 무슨 뜻인가.
우리가 남의 고통에
신경을 쓰면 쓸수록,
다시 말해
자비심을
키우면 키울수록
나의 고통이
작아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달라이 라마는
이기주의를 하려면
‘성공적인 이기주의’를 하라고
말씀하셨다.”
저는
‘성공적인 이기주의’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가슴에
울림이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자신을 위하는 삶,
진정으로
자신을 위하는 삶이야말로
제대로 된 이기주의입니다.
성공적인 이기주의입니다.
달라이 라마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 사는 길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라고 말한다. 중앙포토
서먼 교수와
달라이 라마는
그렇게 살라고 하더군요.
진정으로
자신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 핵심적인
열쇠가
다름 아닌
‘자비’라고 했습니다.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