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판소리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는 대략 정리 한 것 같아 장단, 가락, 악보, 목과 성음, 등 더 자세한 이야기는 다음에 기회가 있으면 올리겠다. >
동편제, 서편제와 바디
판소리 용어 중에서 '판소리'라는 말 말고 가장 널리 알려진 말이 바로 '서편제'일 것이다. 서편제라는 용어는 넓게 보면 '제'라는 개념 속에 있는 또 하나의 작은 개념이다. '제'는 일반적으로는 유파의 개념이다. 판소리에서 유파의 구분이 생기게 된 것은 일단, 판소리가 발전하여 다양해지고, 이 다양한 판소리를 간추려서 이해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제'라는 용어가 처음 나타나는 문헌은 1940년 조선일보사 출판부에서 나온 정노식의 < 조선창극사 >이다. 이 책은 90명에 이르는 명창과 명고수의 간략한 전기와 더늠 들을 모아놓은 책인데, 책의 앞부분에서 판소리에 관한 몇 가지 사항을 언급하는 가운데, '대가닥(전승의 큰 줄기라는 의미)'이라는 항목을 설정하여 '제'를 설명하고 있으며, 각 명창의 이름 아래 '동편'이니, '서편'이니, '중고'니 하여 '제'의 구분을 했다.
※ 더늠 - 판소리는 약 300여 년에 걸친 역사를 지니고 있다.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판소리가 변함없이 사랑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변이(變移)라는 방식을 통해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는 청중들의 기호와 감성을 따라 창조성과 새로운 생명력을 꾸준히 공급하여 왔기 때문이다. 이 변이를 가리키는 말이 ‘더늠’이다. 어원은 ‘더 넣다'라 할 수 있으며 이는 판소리에서 특별히 좋은 부분, 혹은 어느 소리꾼이 특별히 잘 부르는 대목이나, 작품을 가리킨다. 예컨대, 임방울의 ‘쑥대머리’ 같은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사항은, '제'의 구분을 최초로 시도했던 ‘조선창극사’에서는 모든 소리꾼들을 다 동편, 서편, 중고, 등으로 구분하지는 않았다는 점이다. '제'의 시조로 알려져 있는 전기 8명창들의 경우에는 아무도 '제'의 표시가 없다. 그러니까 '제'라는 것이 애초부터 있어서 '나는 이런 소리를 한다.'고 표방한 것이 아니고, 나중에 판소리가 다양해지고 복잡하게 되었을 때 비로소 '제'라는 관념이 생겨나 구분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서편제 : 섬진강 서쪽 지역인 광주·나주·담양·화순·보성 등지에 전승된 소리로, 순창 출신이며 보성에서 말년을 보낸 박유전의 소리 양식을 표준으로 삼는다. 계면조(슬픈 가락)의 표현에 중점을 두며, 발성의 기교를 중시하여 다양한 기교를 부린다. 소리가 늘어지는 특징을 지니며, 장단의 운용 면에서는 엇부침이라 하여, 매우 기교적인 리듬을 구사한다. 또한 발림(육체적 표현. 동작)이 매우 세련되어 있다.
동편제 : 섬진강 동쪽 지역인 남원·순창·곡성·구례 등지에 전승된 소리로서, 가왕으로 일컬어지는 운봉 출신의 송흥록의 소리 양식을 표준으로 삼는다. 우조(씩씩한 가락)의 표현에 중점을 두고, 감정을 가능한 절제하며, 장단은 '대마디 대장단'을 사용하여 기교를 부리지 않는다. 발성은 통성을 사용하여 엄하게 하며, 구절 끝마침을 되게 끊어낸다.
중고제 : 충청도와 경기도 지역에 전승된 소리로, 송흥록과 동시대 사람인 강경 출신 김성옥으로부터 출발되었다. 음악적 특색은 비동비서(非東非西), 혹은 동·서편의 중간인데, 일제강점기 이후 전승이 끊어졌다.
이와 같이 '제'에는 동편제·서편제·중고제의 세 가지 종류가 있으며, '제' 구분의 기준은 전승 지역·전승 계보·음악적 특성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판소리 '제'의 구분은 개화 이전에는 어느 정도 가능했을지 몰라도, 현대에는 전혀 타당성이 없게 되었다.
교통의 발달로 판소리꾼이 한 곳에 붙박여 사는 게 아니고 활동 범위가 전국적으로 넓어졌기 때문에, 어느 한 지역의 소리가 꼭 그곳에만 머물러 있지 않으며 판소리는 전승 예술이기에 판소리꾼이 어떤 소리를 전수받았는가가 일차적인 중요성을 갖지만 선생에게 배운 대로만 소리를 하지는 않는다. 동편제 소리꾼의 제자라고 해서 동편제 소리만 하고 서편제 소리꾼의 제자라고 해서 서편제 소리만을 한다고 할 수는 없다.
이러한 이유 등으로 인하여 전승 계보의 순수성을 지키는 일은 거의 불가능하며 전승 계보 판소리 유형을 나누는 효과적인 기준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자명해 졌다. 곧 순수한 동편제, 서편제 소리니 하는 것은 현대 판소리를 이해하기 위한 개념으로는 더 이상 적절한 것이 아니며 동편제와 서편제라는 관념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직도 유효한 것은, 그것마저 없으면 판소리를 유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제'라는 용어를 기계적으로 사용하지 말고, 판소리를 바라다보는 하나의 기준으로만 생각하면, '제'라는 용어는 판소리를 이해하는 데 퍽 유용한 개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디
바디는 판소리의 전승계보와 관련하여 쓰이며 ‘받다’가 어원일 것이다. 제, 보다는 작은 개념으로 제 속에 여러 개의 바디가 존재하며 바디 대신에 '판'이라 하기도 한다. 같은 스승한테 똑같은 소리를 배워도 각자 개성이 있어 소리는 조금씩 달라지며 그 사람이 하는 소리는 배운 것과는 다른 소리가 되어 버린다. 이렇게 되면 이 소리는 이제 다른 ‘바디’가 되고 처음 그 소리를 시작한 사람의 이름 뒤에 바디를 붙여 부른다. 바디는 제와 떼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에, ‘동편제 박초월 바디 흥보가’ 보통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하지만 하나의 바디로 설정되어 이름을 얻기 위해서는 소리가 예술적으로 훌륭해서 청중들의 호응을 받아야 한다.
판소리 12 바탕
판소리는 열두 바탕이 있었다. 판소리의 작품 수를 나타내는 말로 '마당'을 사용하기도 하고, '바탕'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소리꾼들이 '마당'이라는 말을 싫어하기 때문에 '바탕'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한다. 전통 시대에 광대들이 하던 연예(演藝)에는 여러 가지 종류가 있었는데, 마당에서는 줄타기나 땅재주를 하고, 대청에서는 기악을 하고, 안방에서 판소리를 했다.
땅재주나 마당에서 하지, 어디 판소리를 마당에서 하는 법이 있느냐는 것이다. 또한 예전에는 판소리에 '마당'이라는 말을 쓰지 않았다고 한다. '바탕이 되는 소리'라는 뜻으로 '바탕소리'라는 말을 쓰기도 했고, 한 바탕, 두 바탕 등으로 말했다고 한다.그러니까 '마당'이라는 말은 판소리에 대한 평가 절하의 의미가 있다고 한다.
판소리 열두 바탕은 춘향가, 심청가, 흥보가, 수궁가, 적벽가, 다섯 바탕과 19세기에서 20세기로 넘어오는 시기에 전승 맥이 끊긴 변강쇠가, 옹고집타령(雍固執打令), 배비장타령(裵裨將打令), 강릉매화타령(江陵梅花打令)=매화타령, 무숙이 타령, 끼타령=자치가(雌稚歌), 가신선 타령(假神仙打令)등 일곱 바탕이다. 가신선 타령 대신에 ‘숙영낭자전’을 넣기도 하며 가신선 타령 외에는 소설로 된 것이 남아 있어서 내용은 다 확인할 수 있다. 예전에는 소리꾼의 소리를 적벽가, 춘향가, 심청가, 순으로 높이를 평가 했고 특히 양반 청중들이 적벽가를 좋아했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