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이 낳은 대표적 인물로 조선 중기의 문신이면서 예학의 대가인 동춘당(同春堂) 송준길(宋浚吉·1606~1672) 선생을 들 수 있다. 선생의 호는 자신의 집 별당 이름에서 따왔으며 보물 제209호로 지정된 동춘당은 정면 3칸, 측면 2칸의 ‘ㅡ’자 모양의 평면으로 된 단층팔작지붕의 별당이다.
한국 목조 기와지붕 중에 ‘팔작지붕’은 사방으로 지붕이 나 있는 ‘우진각지붕’과 ‘맞배지붕’ 형식을 복합한 지붕형식으로 모양과 실용을 모두 갖췄으며, 바람(風)과 물(水)을 적절히 조절함으로써 생기를 최대한 돋우는 지붕이라 할 수 있다. 단독주택, 전원주택 등을 기와집으로 건축할 경우 참고하기 바라며 대표적인 예는 경복궁 근정전과 낙산사 홍련암지붕이 있다. 동춘당의 ‘동춘’이란 ‘살아 움직이는 봄과 같아라’는 뜻으로 선생은 이곳에서 독서와 교육을 하면서 인재를 양성했다고 한다.
동춘당 전경
주변 건물은 아파트와 상가건물 등으로 밀집해 있는데, 중앙에 위치한 동춘당과 유형문화재 제3호로 지정된 고택이 주변에 비해 지대가 상당히 높은 것이 인상적이었다. 풍수에서 ‘명당’이라고 하는 혈(穴)자리는 주변보다 솟아오른 형상을 하고 있는데, 그 이유는 주변보다 비석비토(非石非土 돌과 같이 단단한 흙)가 돼 생기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과거에 산등성이와 계곡, 그리고 평지가 있던 곳에 기반시설을 만들고 건물을 지으면서 동춘당보다 기초를 낮게 했다고 생각하지만 주변에 비해 우뚝 솟은 지형에서 좋은 기운이 나옴을 확연히 감지할 수 있었다.
좌측 아파트의 발코니가 동춘당을 향하고 있으니 조망권과 일조권 확보뿐만 아니라 생기도 얻으므로 건강한 아파트임이 분명할 것이다. 아파트 부지를 조성할 때, 큰 하천은 그대로 사용하지만 실개천들은 대부분 메우고 그 위에 아파트를 앉히게 된다. 이런 곳에 오래 살면 건강을 해치거나 하는 일마다 꼬이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또한 같은 동의 다른 층뿐만 아니라 같은 층이라도 다른 호수 즉, 홀수라인과 짝수라인 터의 길흉이 다르다.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과 같은 양택(陽宅 산 사람이 생활하는 공간)은 산등성이보다 산진처(山盡處 산이 끝나는 지점)에 있어야 지기(地氣 땅의 기운)를 온전히 받을 수 있다. 또한 지맥(地脈 땅속 지층이나 정기가 이어진 맥락)에 순행(順行 거스르지 않고 나아감)했을 때 가장 좋은 기운을 받게 된다.
아파트의 경우 향(向 앞발코니의 방향)이 하천을 보고 있으면 찬 기운을 직접 받게 될 뿐만 아니라 물이 흐르는 소리가 소음(특히 큰 비가 내리거나 내린 후)이 돼 정신 건강에 해롭다. 땅 속의 기운만큼 중요한 것이 아파트의 입구와 내부에 흐르는 기운이다. 아파트의 현관문에 붙어있는 스티커나 전단은 입구부터 기를 분산시키기 때문에 반드시 떼도록 하는 것이 좋다. 특히 우유나 그외 물건을 담기 위해 현관문 손잡이에 걸어두는 천이나 비닐은 재운(財運)을 없게 하므로 걸어두면 안 된다.
고택의 경우, 사랑채에서 안채로 들어가기 전에 설치한 중문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한데 아파트 역시 중문은 외부의 살기를 막고 내부의 좋은 기운이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문은 양쪽을 모두 사용하면 기운의 교란현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한쪽은 고정시키고 한쪽 방향으로만 여닫아야 한다. 또한 방과 거실 그리고 욕실과 주방의 배치를 잘 해야 하며, 집안의 배배 꼬인 선은 기운을 어지럽히기 때문에 항상 풀어놓고 꼬인 형상의 분재도 좋지 않다.
만일 안방의 앞발코니가 지대가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면 기운이 역행하므로 물확(작은 돌절구)을 둬 순화시키는 것이 좋다. 우리가 손(귀신)있는 날보다 손 없는 날에 이사하는 것을 선호하듯이 일본은 욕실과 주방의 배치를 간방(艮方 북동방)과 곤방(坤方 남서방)에 하지 않는다. 몇 년 전 일본의 규모가 꽤 큰 건물에 대한 설계를 수주한 한국의 모 설계업체가 간방과 곤방에 욕실과 주방의 배치를 한 것을 재설계한 사례가 있을 정도로 일본은 간방과 곤방에는 손(귀신)이 있기 때문에 더러운 물이 흐르는 욕실과 주방의 배치를 꺼려한다.
주재민 화산풍수지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