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팜 덕분에 워라밸 찾았죠” 화성=주애진 기자
[스마트팜, 농촌의 4차 산업혁명]
6년전 귀농한 포도농부 홍승혁 씨
“직장 때보다 아이들과 시간 많아져… 물 자동공급뒤 품질개선 매출 늘어”
홍승혁 씨는 스마트 관수기술을 통해 포도밭에 자동으로 물을 댄다. 화성=홍진환 기자
지난달 31일 경기 화성시 서신면에 있는 포도농장인 홍이농원. 농원주 홍승혁 씨(39)의 안내로 6600m² 규모의 포도밭에 들어서자 ‘스마트 종합관제시스템’이라고 적힌 철제함이 보였다. 이 상자 안에는 센서를 통해 땅속 습도를 측정한 뒤 수분이 부족할 때 물을 주는 제어장치가 있었다. 홍 씨는 “전에는 손으로 직접 흙을 만져봐야 물을 줘야 할지 알 수 있었는데 이젠 자동으로 밭에 물을 댈 수 있다”고 했다. 이 시스템은 홍 씨의 스마트폰과 연동돼 필요할 때 원격으로 물을 줄 수도 있다.
그는 6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귀농했지만 스마트기술을 농업에 도입한 건 3년 전인 2016년부터다. 감각에 의존하던 전통적 농사법 대신 스마트 농법으로 수분을 일정하게 공급하자 포도 알이 종전보다 균일하게 됐을 뿐 아니라 당도도 높아졌다. 연매출은 약 20% 늘었다.
홍 씨는 포도뿐 아니라 사과(8260m²)와 벼(3만3060m²) 농사도 짓고 있다. 세 가지 작물을 재배하는 데 부모님과 홍 씨 3명만으로 충분하다. 스마트팜이 아니었다면 일손이 달려 포도와 사과 중 하나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홍 씨는 말했다.
동아일보는 전국에서 지능형 농장을 운영하며 ‘농촌의 4차 산업혁명’인 스마트팜 시대를 열고 있는 농부들을 만났다.
▼ “스마트팜 가능성 확인… 농사용 드론 자격증도 따” ▼
스마트팜 덕분에 홍 씨는 직장생활을 할 때나 귀농 초기에는 누릴 수 없었던 ‘워라밸’을 찾았다. 그는 “종전에는 하루 종일 농사에 얽매여 있어야 했지만 지금은 두 아들과 같이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고 했다. 스마트팜의 가능성을 본 홍 씨는 최근 드론 자격증을 땄다. 벼농사를 지으면서 파종을 하거나 병충해 방제용 농약을 칠 때 활용하기 위해서다.
스마트팜은 2014년 본격적으로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단순 원격제어 수준의 1세대를 거쳐 현재는 설정된 환경에 맞춰 급수와 온도 조절 등을 자동으로 하는 2세대에 이르렀다. 축적된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AI)이 사실상 농장을 운영하는 3세대 스마트팜 시대도 머지않았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들은 기술 개발로 스마트팜 혁명을 앞당기고 있다. SK텔레콤과 대동공업이 자율주행이 가능한 이앙기를 내놓은 데 이어 LG유플러스는 드론을 이용해 밤에도 작물보호제를 뿌리는 기술을 선보였다. 정부는 2022년까지 스마트팜 혁신밸리 4곳을 조성해 클러스터형 스마트팜 생태계를 구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