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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회 인권연대센터 인테그럴리즘 세미나
지난 7일, 예수회 인권연대센터가 '가톨릭 우파의 형성과 귀환: 인테그럴리즘과 그 유산'을 주제로 세미나를 열었다.
서울 예수회센터 이냐시오 카페에서 열린 세미나에서 조선대학교 손민석 교수(사회과학연구원)가 발표하고, 김민 신부(예수회 인권연대연구센터 부소장)가 논평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가톨릭 인테그럴리즘'(국가와 사회의 질서가 궁극적으로 가톨릭교회의 진리와 도덕적 명령에 종속되어야 한다고 믿는 가톨릭 전통의 정치, 사회 사상)의 이론과 실제, 그리고 한국 사회와 교회의 현실적 의미에 대해 2시간 동안 뜨겁게 논의했다.
6월 7일 '가톨릭 우파의 형성과 귀환: 인테그럴리즘과 그 유산'을 발제하고 있는 조선대학교 손민석 교수. ⓒ경동현 기자
손 교수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 정책 변화를 다룬 <워싱턴 포스트> 기사(2025.5.31)로 발제를 시작했다. 이 기사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는 J.D. 밴스 부통령을 필두로 ‘자연권’(natural rights)을 표방하는 새로운 정책 기조와 함께 “표현의 자유 후퇴”를 이유로 유럽을 비판하고, 국무부에 ‘자연권국’을 새로 만들겠다는 방침을 냈다. 이러한 변화를 미국 보수 진영, 그중에서도 가톨릭 인테그럴리스트들이 이론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고 손 교수는 보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 내 인테그랄리스트들은 J.D. 밴스 부통령, 사무엘 알리토 연방대법관, 일부 보수 싱크탱크(First Things, The American Conservative)가 대표적이다. 이들은 ‘자연권에 기반한 외교’, ‘낙태, 동성혼 반대, 전통적 가족 정책 강화’, ‘교회-국가의 밀착 강조(공립 학교 기도 부활 논쟁 사례)’, ‘국가적 회심’ 담론을 주요 정책 기조로 삼고 있다. 실제로 연방대법원 및 일부 주에서는 낙태권, 성소수자 권리를 축소하는 판결이 진행됐다. 학교 교과 과정에서는 진화론, 젠더 이론 등을 제한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미국 JD 밴스 부통령이 후보 시절 2024년 9월 4일 애리조나주 메사의 제너레이션 교회에서 열린 '투표 추격' 집회에서 참석한 사람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사진 출처 = commons.wikimedia.org)
손 교수는 자유민주주의의 위기, 실패, 체제 전환이라는 핵심어가 세계 곳곳에서 화두가 되는 지금, 인테그럴리즘이 단순한 극우 정치 운동 이상의 의미로 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테그럴리즘은 단지 미국 우파의 신조어가 아니라, 19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세속 자유주의·사회주의에 대한 가톨릭적 반응의 뿌리를 갖고 있는 사상”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테그럴리즘의 뿌리를 교회와 국가의 관계, 곧 ‘간접 권력’(potestas indirecta)의 전통으로 짚었다. 교회는 세속 권력에 직접 명령하지 않지만, 영혼 구원에 위험이 감지될 때 교도권을 발휘할 수 있다는 고전적 구도(아우구스티누스, 보니파시오 8세, 벨라르미노)가 주요 논거다.
김민 신부는 교회가 쓰는 영적인 칼과, 교회가 위임한 세속의 칼이라는 중세적 은유 재소환, 그리고 레오 13세 교종의 두 권위론(신성한 것과 인간적인 것) 역시 인테그럴리스트 담론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러한 이론적, 역사적 배경은 오늘날 미국, 유럽 우파 가톨릭의 논리적 무기로 다시 떠오르고 있다.
손 교수는 인테그럴리즘의 계보를 세 시기로 구분했다. 1차 시기인 19세기는 프랑스 혁명과 이탈리아 통일 등 세속화에 대한 가톨릭의 반동적 반응으로, 반혁명적, 반자유주의적 노선 흐름이다. 2차 시기인 20세기는 파시즘과 극우 정치가 결합하는 동시에 반전체주의, 인권 중심의 가톨릭 민주주와 분화된 흐름이다. 3차 시기인 21세기는 최근 트럼프 집권 이후 미국 등지에서 다시 나타난 흐름이다. 이들은 누리소통망, 블로그 중심의 지식인 집단에서 백악관과 정책 결정권까지 연결되는 현실 정치 참여 집단들이다. 특히, 자연권, 공동선 헌법주의 등 고전적 언어가 새로운 우파의 정치적 수사로 변주돼 쓰이고 있다.
이날 세미나에서 논평을 한 김민 신부(예수회센터 부소장). ⓒ경동현 기자
김민 신부는 논평에서 가톨릭 인테그럴리즘은 세계관이자 정서적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신학적으로는 세속과 분리된 신앙의 세계를 되돌리려 하고, 정치적으로는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세계적 개입주의에 대한 격렬한 반감으로, 미국에서는 대중 운동보다는 엘리트주의적이며 누리소통망 기반으로 논쟁을 펼치고 있는 점, 실존적으로는 방향을 잃어버린 시대, 전통에 대한 강한 향수로 밀고 나가고 있는 현상으로 파악했다. 특히 미국 인테그럴리스트들(밴스, 루비오) 상당수가 개신교에서 가톨릭으로 개종한 이들이며, “젊은 층의 전통 전례(트리엔틴 라틴 미사) 복귀 열풍”은 미국적 특수성이라고 보았다.
질의응답 시간에는 인테그럴리즘을 단순히 우파·보수주의와 동일시하는 것을 신중히 해야 한다는 제기가 있었다. 김민 신부는 “가톨릭 인테그럴리즘은 우파라는 정치적 틀만으로 환원될 수 없는, 독특하고 다면적인 세계관”이란 점을 분명히 했다. 보수면서도 자유 헌정질서를 인정하는 전통 보수와, 체제 자체의 변화를 추구하는 인테그럴리즘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다는 것이다.
또한 “가톨릭 인테그럴리즘이 모든 우파·보수적 흐름과 동일한가?”라는 질문에, “본래 의미에서 인테그럴리즘은 공동체적, 참여적 전통까지 포함할 수 있고, 사회적 약자, 평신도 중심의 교회 운동과도 접목될 수 있다”와 “인테그럴리즘을 보수 우파의 담론이 아닌 진보적 복음 담론으로 가져와야 한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이냐시오 카페에서 열린 '가톨릭 우파의 형성과 귀환: 인테그럴리즘과 그 유산' 세미나에 참여한 사람들. ⓒ경동현 기자
이날 세미나는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는 가톨릭 인테그럴리즘의 역사, 논리, 현재의 맥락을 깊이 있게 비추었다. ‘진리의 이름으로 귀환하는 인테그럴리즘’에 맞서기 위해서는 ‘변화할 수 있는 자연법 해석’, ‘복음의 본질적 전통 회복’, ‘가난한 이웃과의 연대, 평신도 참여 확대’, ‘참여적, 협동적 교회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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