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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준플레이오프는 예상 밖으로 무기력하게 끝났다는 평이 많다(사진=KIA) |
프로야구 정규시즌이 막을 내렸다. 하지만, 진정한 야구는 지금부터다. 10월 8일 준플레이오프 KIA-SK전을 출발로 한국시리즈 최종 우승팀을 가리기 위한 대항해가 시작됐다. <스포츠춘추>는 포스트 시즌을 맞아 경기마다 야구전문가와 팬이 평점을 매기는 <포스트 시즌 복기>코너를 마련했다. 벤치와 각 선수의 활약도를 분석해 해당 경기를 전체적으로 되짚어보자는 의도다.
+야구해설가 4인(MBC 허구연·KBS 이용철·이순철·양상문 이상 MBC SPORTS+·SBS ESPN 이광권), 광주 KIA 출신 전문가(김봉연 극동대 교수·김봉근 전 KIA 투수코치), 인천 SK 출신의 최익성) 야구팬(민학희, 우창관)
[평점은 별 5개 만점] - 본 평점은 전문가그룹에 의해 작성됐으며 스포츠춘추의 편집의도와는 무관합니다. - KIA 조범현 감독은 마지막까지 온힘을 다해 팀을 지휘했다. 그러나 역시 부상엔 장사가 없었다(사진=KIA)
KIA 벤치
4차전 선발로 윤석민을 발표했을 때 어째서 KIA가 자충수를 두는지 의아했다. 처음부터 KIA가 이길 확률이 적은 모험이었다. 역시 윤석민의 ‘3일 쉬고, 4일째 등판’은 무리였다. 투수에겐 신체 리듬이 있어서 갑작스러운 투구 일정 변화는 ‘약’보단 ‘독’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실제로 KIA는 윤석민 효과를 2이닝밖에 보지 못했다. 윤석민 대신 다른 투수를 선발로 올리고, 불펜진을 총가동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MBC SPORTS+ 양상문 해설위원)
2회 말 무사 1, 3루 찬스가 무산되는 걸 보고 ‘KIA의 승운도 여기까지가 아니겠는가’싶었다. KIA 선수들의 눈빛에서 승리에 대한 열망을 찾을 수 없었다. (김봉연 극동대 교수)
KIA 야수진 평가 준플레이오프 4차전 KIA 타자들 성적(네이버스포츠)
1번 이용규 (중견수) (평점 : ★)
정규 시즌에선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리드오프(Lead off, 1번 타자)’였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에선 계륵이었다. 준플레이오프에서 16타수 2안타에 그치며 공격의 물꼬를 트지 못했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
2번 김선빈 (유격수) (평점 : ★)
준플레이오프 전만 해도 KIA의 강점은 ‘이용규-김선빈’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테이블 세터진이었다. 두 타자가 출루해 상대 내야를 흔들고, 중심타선의 적시타로 득점하는 게 KIA가 바랐던 승리 공식이었다. 그러나 준플레이오프 기간 중 이용규와 김선빈은 1루 대신 더그아웃으로 들어오기에 바빴다. 김선빈의 14타수 무안타는 누구도 원하지 않던 결과였다. 뭔가 하려는 의지는 돋보였으나 결과는 참혹했다. (SBS ESPN 이광권 해설위원)
3번 이범호 (지명타자) (평점 : ★★)
정규 시즌엔 화려한 장미였다. 그러나 부상 이후 오랜 공백 끝에 등장한 준플레이오프에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들꽃처럼 평범했다. 경기마다 안타를 쳤지만, 팀 승리에 기여하지 못했다. (김봉연 극동대 교수)
4번 최희섭 (1루수) (평점 : ★)
이범호가 잘할 땐 최희섭·김상현이 침묵하고, 최희섭이 펄펄 날 땐 이범호·김상현이 조용했다. 4차전에서 김상현이 분발하자 이번엔 이범호와 최희섭이 부진했다. 엇박자도 이런 엇박자가 없다. 큰 경기일수록 4번 타자가 타선을 이끌어야 한다. 그러나 최희섭은 부상의 여파 때문인지 제 스윙을 하지 못했다. 중심타자는 ‘나 대신 누가 해결해주겠지’하는 생각은 해선 안 된다. ‘내가 해결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가 필요하다. 그러나 KIA 중심타자들에게 그런 적극적인 의지를 찾기 어려웠다. (김봉연 극동대 교수)
5번 김상현 (좌익수) (평점 : ★★★★)
4차전에서 3안타를 몰아쳤다. 그러나 루상엔 아무도 없었다. (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6번 나지완 (우익수) (평점 : ★★)
3타수 1안타 1볼넷. 밥상은 열심히 차렸다. 하지만, 팀이 나지완에게 바란 건 ‘도우미’가 아니라 2009년 한국시리즈와 같은 ‘한방’이었다. (야구팬 민학희)
7번 안치홍 (평점 : ★)
‘X맨’의 비극은 계속 됐다. 2회 말 무사 1, 3루에 맥없이 삼진으로 물러났다. 정규 시즌 때의 그 안치홍은 어디로 갔나. (야구팬 우창균)
8번 차일목 (포수) (평점 : ★★★)
차일목은 확실히 팀의 중심 포수로 성장했다. KIA의 위안이라면 그것이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
대타 이종범 (평점 : ★)
마지막 타자로 나왔다. 이승호의 커브에 가만히 선 채로 삼진을 당했다. 이종범이 삼진을 당하고서 더그아웃으로 점잖게 들어가는 모습은 KIA의 팀 분위기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정규 시즌 초반 방탄유리처럼 탄탄했던 KIA 팀워크는 준플레오프에선 여기저기 금이 간 상태였다. (SBS ESPN 이광권 해설위원)
9번 이현곤 (3루수) (평점 : ★★)
2회 말 1사 만루. 이현곤의 타구가 SK 2루수 정근우의 글러브로 빨려 들어가는 순간, 2011년 KIA 야구는 끝났다. (야구팬 민학희)
KIA 투수진 평가 준플레이오프 4차전 KIA 투수들 성적(네이버스포츠)
선발 - 윤석민 (평점 : ★★)
4일째 등판은 역시 무리였다. 공을 ‘확’ 챈다는 느낌보단 힘겹게 밀어 던진다는 인상을 받았다. 여러 가지 구종을 던지는 투수지만, 투구의 기본은 역시 속구다. 하지만, 속구 위력이 1차전 같지 않았다. SK 타자들이 좋은 공을 커트, 커트한 것도 윤석민에겐 악재였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
구원 - 한기주 (평점 : ★★★)
전반적인 투구 내용은 괜찮았다. 그러나 2차전과 비교하면 힘 있게 투구하지 못했다. 본인이 스트라이크를 잡으려고 어깨에 힘을 뺐을 수도 있지만, 구속보다 구위 저하가 눈에 띄었다. (MBC SPORTS+ 양상문 해설위원)
구원 - 트래비스 블랙클리 (평점 : ★★★)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거의 투구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소릴 들었다. 하지만, 4차전 투구는 괜찮았다. 물론 올 시즌 한창 좋을 때보단 구위가 떨어졌다. 그러나 선발로 2, 3이닝을 소화했어도 좋을 투구였다. 윤석민 대신 차라리 트래비스나 양현종을 선발로 투입해 3회까지 막게 하고, 한기주·손영민 등 불펜투수들을 투입했으면 어땠을까. (MBC SPORTS+ 양상문 해설위원)
구원 - 김진우 (평점 : ★★)
연투는 무리였다. 속구에 대한 자신감이 보이지 않았다. 3차전처럼 연방 커브만 던졌다. (MBC SPORTS+ 양상문 해설위원)
구원 - 심동섭 (평점 : ★★★)
승패를 떠나 자신에게 성장 기회가 될 것이다. (SBS ESPN 이광권 해설위원)
구원 - 임준혁 (평점 : ★★★)
준플레이오프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등판. 보여줄 만큼 보여줬다. (SBS ESPN 이광권 해설위원)
SK 벤치 이만수 감독대행은 중심타자 최정을 끝까지 3번에 배치했다. 이 감독대행의 믿음을 최정은 4차전에서 확실히 보답했다. 야구뿐만 아니라 어디에서든 믿음은 좋은 효과를 발휘한다(사진=SK)
윤희상의 선발 등판을 두고 예상이 분분했다. 결과적으로 윤희상의 기용은 성공작이었다. 2회 말 무사 1, 3루에서 윤희상이 안치홍과 이용규를 삼진으로 처리하는 장면이야말로 4차전의 백미였다. 그때 이미 승부가 갈린 건지 모른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
이만수 감독 대행이 ‘잘할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컸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여니 대타 기용과 경기운영에서 탁월한 역량을 발휘했다. SK의 기존 장점을 잘 살리고, 자신의 개성까지 더하며 1패 이후 3연승을 거두는 기적을 연출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
SK가 3승1패로 KIA를 제압했지만, SK가 잘해서 이겼다기보다 KIA가 너무 못해서 이겼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지 싶다. KIA 타자들의 방망이가 원체 맞질 않다 보니 SK 투수들의 투구가 더 돋보인 측면도 있다. (MBC SPORTS+ 이순철 해설위원)
SK 야수진 평가 준플레이오프 4차전 SK 타자들 성적(네이버스포츠)
1. 정근우 (2루수) (평점 : ★★★★★)
리드오프 싸움에서 이용규에 완승을 거뒀다. 잘 치고, 잘 뛰고, 잘 막았다. 정근우가 아니면 누가 준플레이오프 MVP가 된단 말인가 (KBS 이용철 해설위원)
2. 박재상 (좌익수) : (평점 : ★★★★★)
이번 준플레이오프는 2번 타자 승부에서 SK의 압승이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
3. 최정 (3루수) : (평점 : ★★★★★)
3차전까지 침묵하던 최정. 그런 최정을 붙박이 3번 타자로 고집한 이만수 감독의 믿음이 빛을 냈다. 최정은 원체 자질이 뛰어난 타자다. 여기다 KIA 선발 윤석민의 구위 저하도 최정의 부활에 한몫했다. (MBC SPORTS+ 이순철 해설위원)
4. 박정권 (1루수) (평점 : ★★★★)
진정한 ‘가을 사나이’다. 단기전은 ‘두려움을 갖고 임하느냐’와 ‘자신감을 느끼고 출전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를 나타낸다. 박정권은 후자다. ‘나는 가을만 되면 잘할 수 있다’는 자기 최면을 거는 것 같다. 최면은 통했고, 박정권은 꿈속을 날듯 그라운드를 휘저었다. (MBC SPORTS+ 이순철 해설위원)
대타 임훈 (평점 : ★★★)
임훈은 깨소금 같은 선수다.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4차전에서 대타로 나와 안타를 기록했다. 플레이오프에서도 SK 코칭스태프는 임훈을 양념 같은 선수로 활용할 것이다. (최익성 전 SK 선수)
5. 안치용 (우익수) (평점 : ★★)
3타수 무안타. 그러나 4차전 기록엔 눈을 감아도 좋다. 타석에 선다는 ‘존재감’만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6. 최동수 (지명타자) (평점 : ★★★)
SK 타선의 장점은 최동수와 이호준 두 명의 오른손 강타자를 ‘조커’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4차전에서도 안타를 치며 기대감을 높였다. (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7. 박진만 (유격수) (평점 : ★★★)
박진만의 수비는 ‘버버리 코트’처럼 원숙미가 느껴진다. (스포츠춘추 박동희 기자)
8. 정상호 (포수) : (평점 : ★★★★)
박경완이 없으면 안 된다고 했다. 하지만, 정상호만 있어도 SK는 훌륭했다. (MBC 허구연 해설위원)
9. 김강민 (중견수) (평점 : ★★★)
4차전 마지막 타석에서 안타를 기록했다. 그 안타가 희망의 빛이었다. 이제 준플레이오프의 악몽은 끝났다. 김강민은 플레이오프의 파티를 마음껏 즐길 것이다. (최익성 전 SK 선수)
SK 투수진 평가 준플레이오프 4차전 SK 투수들 성적(네이버스포츠)
선발 - 윤희상 (평점 : ★★★★★)
정직하게 말하자. 윤희상이 KIA 타자들을 자유자재로 압도한 건 아니었다. KIA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는 상당히 무딘 상태였다. 어쩌면 그래서 더 편안하게 투구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더 정직하게 말하자면 4차전 윤희상의 투구는 베스트 이상이었다. 특히나 몸쪽 속구가 무척 인상적이었다. 집요하리만치 몸쪽 승부를 펼치다가 결정구로 포크볼을 던지며 KIA 타자들의 타격 타이밍을 완전히 빼앗았다.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투수다. (MBC 허구연, MBC SPORTS+양상문 해설위원)
구원 - 정대현 (평점 : ★★★★)
경기 전 정대현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이싱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싱은 경기 종료 후 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정대현은 경기를 앞두고 20분 동안 아이싱을 했다. 지금도 의문이지만, 정대현이 자기 몸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스스로 컨트롤할 줄 안다는 것만은 확실하다. 철저한 자기관리의 표상. 그가 바로 정대현이다. (KBS 이용철 해설위원)
구원 - 이승호 (평점 : ★★★)
이승호까지 컨디션이 좋다. 롯데엔 좋지 않은 뉴스다. (SBS ESPN 이광권 해설위원)
4차전의 가장 중요했던 순간 SK의 5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은 가능할까. SK의 저력은 여전하다(사진=SK)
6회 말 1사 1, 2루에서 SK 이만수 감독대행이 마운드로 올라갔다. 윤희상을 강판하는가 싶었지만, 그냥 내려왔다. 이때 KIA는 안치홍 대신 왼손 타자 김원섭을 대타로 내보냈다. 어떻게든 오른손 투수 윤희상을 공략하겠다는 뜻이었다. 예년의 SK였다면 이때 윤희상을 강판하고, 왼손 투수를 마운드에 올렸을 것이다. 하지만, 이 감독대행은 윤희상을 계속 밀어붙였다. 결과는 1루수 인필드플라이 아웃. 이 감독대행은 윤희상의 투구수가 정확히 100개가 되자 그제야 정대현을 구원투수로 올려 보냈다. 선발투수를 바꾸지 않고 길게 갔다는 건 SK에게 승리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불펜진 소모를 최소화했고, 윤희상에게 1승 이상의 자신감을 심어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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